“1910년 일본은 제국을 확장하며 한국을 식민지로 삼았다”
OTT플랫폼 애플tv+ 새 시리즈 ‘파친코’. ‘파친코’는 191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4대에 걸친 재일 조선인(자이니치)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일제강점기 한국을 떠나 일본, 미국을 오가야 했던 한국 여성 ‘선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의 제목은 왜 ‘파친코’일까요.
오는 25일 ‘파친코’ 공개…재일조선인 애환 다뤄
오는 25일 애플TV+의 두 번째 한국 드라마 ‘파친코’가 한국에서 공개됩니다. ‘파친코’는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재일조선인 4대에 걸친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총 8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첫날 1∼3회가 공개되며, 4회부터는 매주 금요일 한편씩 공개됩니다.
이 이야기는 일제강점기 부산 바닷가 마을에서 나고 자란 선자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야기는 시대순으로 펼쳐지지 않습니다. 어린 선자(전유나)와 부모가 사는 1910~1920년대, 청년기 선자(김민하)와 고한수가 만나는 1930년대, 노년기 선자(윤여정)와 손자 솔로몬 백(진 하)이 존재하는 1989년이 한 화에도 수차례 교차하며 전개됩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뉴욕으로 배경 역시 쉴새 없이 바뀌며, 등장인물의 복잡하게 얽힌 꿈과 운명을 그려냅니다. 이번 드라마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전후의 잔혹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입니다.
특히 강제징용, 일본군 ‘위안부’,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과 같은 사건도 다룬다고 합니다.
‘파친코’, 자이니치를 대표하는 산업…역사적 차별의 산물 의미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아픔을 겪어야 했던 우리 민족의 이야기, 그 속에 기록되지 않았던 소시민들의 고난 역사가 담긴 이 드라마의 제목은 왜 파친코일까요.
이 드라마는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입니다. 이 소설 역시 출간 전부터 해외 언론과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파친코’는 출간한 해 영미권에서 올해의 주요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파친코’의 인기에 책이 담아낸 자이니치 문제를 조명하며 한 면을 할애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떻게 이 소설을 쓰게 됐을까요. 작가는 7세 때 가족과 함께 뉴욕 퀸스로 이주, 맨해튼에서 성장기를 보낸 교포입니다.
그는 비슷한 처지의 한국인 이주자들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본 한국계 미국인과 한국계 일본인은 달랐다고 합니다.
작가가 자이니치의 존재 자체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생이던 1989년이었습니다. 상승욕구가 강한 재미동포들과 달리 많은 자이니치들은 일본 사회경제적 사다리의 아래 쪽에서 고통을 받고 있었던 것이죠.
그러다 일본계 미국인인 남편을 만나면서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 작가는 자이니치들을 직접 탐사할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미국 역시 인종 간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일본의 상황은 더 심각했습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아메리카 드림’을 좇고, 또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자이니치들은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힌 모습이었습니다. 노골적인 차별 속에서 재일 한국인이라는 꼬리표는 일본 주류사회에 발 조차 붙일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음식점, 사금융, 파친코, 폐품 도매업 등에 종사할 수밖에 없었죠.
영화와 소설 속 ‘파친코’는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던 자이니치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사업이었죠. 그래서 ‘파친코’는 자이니치를 대표하는 산업이자, 일본이 재일교포들한테 행한 역사적 차별의 산물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민자들의 회복력에 대한 방대한 서사”…해외에서 호평
하지만 이 드라마가 자이니치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작품을 관통하는 보편적 가치는 시대와 국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이에 해외에서는 벌써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사실 호평 정도가 아닙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100%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 매체 및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롤링 스톤은 ‘파친코’에 대해 “예술적이고 우아한 방식으로 주제를 다룬다. 원작 소설의 촘촘함과 영상물 특유의 장점이 완벽하게 결합했다”고 평했고, 할리우드 리포터는 “강렬하게 마음을 뒤흔드는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라고 소개했습니다. 유력 비평 사이트 인디와이어 역시 “섬세하고 부드럽게 전개되지만 강렬함이 공존한다”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이 외에도 “이민자들의 회복력에 대한 방대한 서사를 숨 막히는 연기력으로 그려낸 윤여정. 전 세계 이민자들에게 보내는 헌사다”(The Playlist). “강인하면서도 사려 깊은 시각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난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승리와 트라우마를 모두 담아낸다”(Slant Magazine) 등의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