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가아재』님 유튜브 커뮤니티 펌 -
1. 동전 던지기
존슨.. 아니 젠슨 친구가 좋은 댓글 질문을 해 주었습니다. "아재형아.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FOMC 발표한 날에는 주가가 막 오르고 다음날에는 더 폭락하고 대체 이유가 뭘까요?"
위 현상은 제 기억이 맞다면 지난번 FOMC와 이번 FOMC에서 일어난 일인데, 당일은 급등하고, 다음날부터 급락 추세가 시작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구태여 설명을 찾자면, 일부러 Bull Trap을 어떤 세력이 만들어낸다고 하는건 FOMC급의 이벤트 전후로는 말이 안되는 이야기고, 제 추측으로는 그저 하락 추세를 트리거할 만한 대형펀드들이, 유동성이 없는 오후 3~4시 장마감 직전이 아니라 유동성이 많은 다음날 아침 개장 시간에 액션을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그건 '구태여 설명을 찾자면' 그런 빈약한 논리를 내놓을 수 있다는 말이고, 동전의 앞면이 2번 나왔다고 해서 동전이 왜 앞면이 나올까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질문을 왜 별도의 포스트로 다룰만큼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느냐면, 많은 데이 트레이더들이 저지르는 실수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바로, 중기적인 거시경제 요인을 본인의 매매에 반영하는 것에 있어서 시간지평(Time Horizon)을 미스매칭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Fed가 긴축을 가속하는 것은 중장기적인 요인입니다. 그러면 당일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몇 주에 걸쳐 이것이 주식 시장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즉, 일봉이 아니라 이평선과 매칭되는 요인입니다. 이 경우, 내게 있어 다른 아무런 진입 기준이 없다고 가정하고 오로지 Fed의 결정에 의거한 데이 트레이딩을 한다면, 여러 날에 걸쳐서 숏을 해야합니다. (물론 중장기 요인 외에 진입 기준이 없다면 트레이딩을 하면 안되지만)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제까지 Fed의 입장과 금리인상 기대치를 감안하면 4000이 S&P의 적정 주가이고 현재 레벨도 4000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런데 기대치보다 금리인상 속도가 빠를거라 발표하여 이젠 적정 레벨이 3500이 된다고 가정해봅니다.
그러면 적정 가치와 가격이 둘다 4000일 때는 상승 50% 하락 50%이던 동전이, 새 정보의 유입으로 적정주가가 3500로 되는 순간 상승 40%, 하락 60%로 변하고, 3500에 가까워지면 상승 50%, 하락 50%로 서서히 돌아온다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지금 3500간다는 게 아니라 그냥 순수한 예시입니다) 이 경우, FOMC 발표날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40%의 확률로 오를 수 있습니다. 거기에 의미 부여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장기 투자자가 아니라 트레이더라면, 그리고 다른 진입 기준이 정말 없이 FOMC만으로 트레이딩을 하겠다면, 발표 직후부터 자금을 분할하여 매일 숏을 해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개인 트레이더들은 FOMC 발표 보자마자 숏했다가, 오르는 걸 보며 어 내가 틀렸나 의심을 하고, 확신이 사라져 그 다음날 롱을 하던가 숏 포지션을 접습니다.
만약에 본인이 여기 속한다면, 중장기 요인으로 단기 매매를 할 때 시간 지평이 미스매치된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보통 이 실수를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매매 하나당 적정 투입량을 초과하여 지나치게 많은 액수로 데이 트레이딩을 합니다. 액수가 지나치면 동전 한번의 결과에 지나치게 의미부여를 하게 되고, 이는 뇌동 매매로 이어집니다.
빨리 부자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지 않으면, 트레이딩을 잘 할수 없습니다. 그런데 20대에 트레이딩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빨리 부자되고 싶어서 중장기 투자가 아닌 단기 트레이딩을 합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가 이보다 더 잘 적용되는 필드는 없습니다.
2. 자산배분, 중장기 투자자
위 시간지평의 미스매치 문제는, 단순히 트레이더에게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닙니다. 자산배분이나 중장기 투자를 하면서, 하루하루의 장 변동에 지나친 의미 부여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문제입니다.
3. 적정가치 계산의 중요성
위에서 언급한, FOMC 이후 적정주가가 4000에서 3500로 변했다는 건 순수하게 시간지평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일뿐, 현 상황에서의 제 예측은 아닙니다. 그런데 스스로 저런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자문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S&P 500 지수를 세밀하게 DCF모델을 사용해서 적정가치를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러기에는 외적 변수들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그러나 시장을 움직이는 주 요인이 금리 인상일 때, 아주 간단한 현금흐름할인모형과 S&P 500 지수 전체의 배당률 등을 이용해서 아주 거친 방식으로 민감도 분석(Sensitivity Analysis)를 할 수는 있습니다. 지금 가격이 4000이고, 시장의 컨센서스가 0.5%이라면 적정가치가 4000이 되도록 분자 분모를 맞춥니다. 그 상태에서, 만약에 0.75% 페이스로 올린다면? 이라는 가정을 대입하여 분모의 값을 올리면, 3xxx가 나올 것입니다.
굉장히 거친 방식이라 그렇게 도출되는 숫자로 정확히 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뇌동매매하지 않고 행동할 기준은 가질 수 있습니다.
저 연습을 꾸준히 하다보면,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에 어느 정도의 중심이 되는 기준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서, 지난 번 FOMC 발표 때는, 오차범위를 감안해도 의심의 여지없이 적정가치가 가격 아래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FOMC 때는? 이미 FOMC 며칠 전부터 0.5%가 아닌 0.75% 올릴 거라는 담론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4100에서 3800까지 시장이 하락한 상태에서 FOMC가 열렸습니다.
그러면 FOMC날 0.75% 발표가 확정되고 나서의 움직임은? 이미 4100에서 3800으로 내려올 때 반영된 것일까요? 아니면 더 아래에 있을까요? 거기에 대한 답은 저도 잘 모릅니다. 어제 말씀드렸다시피 시장을 떠나온지 6개월이고, 요즘 다시 슬슬 캐치업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어제 1차 매수 포지션 일부를 손절한 것도, 하락에 대한 확신에서가 아니라 다가오는 불확실성에 대한 저의 무지 때문에 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저러한 질문에 대한 아주 거칠고 어설픈 답이라도 본인이 내 놓는 것이, 아무런 기준도 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승률을 높여준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장의 뷰를 구체적인 적정가치 숫자로 변환해볼 수 있는 능력은 지수추종/패시브 투자자에게도 중요하고, 가치투자자에게도 중요하고, 트레이더에게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중요도는 후자로 갈수록 더 높아집니다. 그 구체적인 숫자가 아무리 거칠다고 해도 그렇습니다.
4. 거시경제 요인 vs 트레이딩
그런데, 아무리 전설적인 투자자나 트레이더라 할지라도 거시경제에 대한 예측의 적중률은 절대로 60%를 넘지 못합니다. 제 정확도는 그보다도 훨씬 낮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왜 꾸준히 시황에 대해서 글을 쓰는가?
트레이더는 50%가 넘는 확률적 요인은 무엇이든 끌어다 써야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만약에 내가 데이 트레이딩을 한다고 하는데 내 매매의 논리가 되는 기준이 FOMC와 같은 이벤트밖에 없다면 트레이딩을 해서는 안됩니다.
내 본연의 확률적 우위를 생산하는 매매 논리가 있는 상태에서, 거시경제나 시황은 그 위에 하나의 레이어를 더하는 방식이 되어야 합니다. 차트분석이든, 옵션가격을 이용한 확률 계산이든, 거시경제든, 뉴스든, 내가 확률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분야라면 무엇이든 끌어다 확률을 중첩시켜야 합니다. 그 중첩시킨 확률로 계속 동전을 던지며 반복 시행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거시경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니 볼 필요 없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걸러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유명한 투자의 대가 하워드 막스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런 말을 하는 컨텍스트를 잘 살펴야 합니다.
첫째, 거시경제 시황은 중장기 투자자에게 중요할까요, 트레이더에게 중요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전자라 답하겠지만, 사실 그 반대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시간지평을 따라서 하는 베팅의 횟수가 적습니다. 홀딩 기간이 몇 년에 걸쳐서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약 본인의 거시경제 예측력이 60%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50%에 더 가깝다면, 거시경제 리서치에 쏟는 시간을 개별종목 선택에 쏟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입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50대50 동전의 앞면이 나올 확률은 50%입니다. 그런데 동전을 한두 번 던지면, 그 이론적 확률대로 앞면 1번, 뒷면 1번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앞앞(100%), 뒤뒤(0%)도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동전을 수만 번 던지면, 실제 결과도 50.1%이나 49.9% 등 이론적 확률이 50%에 수렴하게 나올 것입니다. (큰 수의 법칙)
중장기 투자자는 동전을 던질 기회가 몇 년에 걸쳐서 몇 번 안됩니다. 그러니 거시경제 분석에 시간을 쏟아 51% 확률의 동전을 만들어 그 몇번에 쓰는 것은 거의 무용합니다. 반면, 트레이더는 수없이 많은 매매를 반복해 나갑니다. 그러니 50%의 확률이 넘는 동전이면 무엇이든 잡아서 던져도 되는 것입니다.
둘째, 사실 하워드 막스는 누구보다도 마켓 사이클을 잘 보는 대가였다는...
트레이딩 (시행횟수 多) vs 중장기 투자 (시행횟수 少)
5. 시황
어제 글에 숏하겠다는 댓글이 있어서 노파심에 강조드리지만, 제가 어제 1차 매수 포지션을 일부 손절한 것은, 하락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제가 시장에 대해 현재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이 늘어나서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 스타트업을 시작했고 유튜브 복귀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 개인 투자자금에 신경을 좀 끄고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저는 매수/매도 추천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좀 홀가분하게 시장을 바라보고 싶은 상태일 뿐이니, 그 글에 의거한 투자 결정은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