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결정력은 *quality compounder 와 시클리컬 기업의 차이점이다. Compounder는 수요가 축소되어도 매출액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이것은 경기민감주와의 결정적 차이점이다. 가격 결정력은 *반복 매출(recurring revenue)과 마찬가지로 재무제표의 상단을 지탱해주는 팩터이다.
*compounder : 기업 가치가 꾸준히 복리로 증가하는 퀄리티 종목
*시클리컬 기업 : 경기민감주
*반복 매출/경상 수익(recurring revenue) : 구독료와 같이 일정기간 꾸준히 발생하는 수익/매출
가격결정력은 무엇인가? 가격결정력을 가장 잘 측정하는 재무지표는 매출총이익률과 이익률 안정성이다. 우리의 글로벌 포트폴리오에 담긴 종목들의 평균 매출총이익률은 51.5%~52.6%이며 이는 MSCI World Index 평균 매출총이익률 28.1%에 비해 높다. 그리고 글로벌 포트폴리오 매출총이익률 안정성은 87.4%~89.3%이며 이는 전체 시장 평균인 75.5%와 대조를 이룬다.
가격결정력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면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면된다. 광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광산업은 상품(commodity)를 판다.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은 비용 곡선을 따라 떨어진다. 따라서 예상 수요가 조금만 변해도 가격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예를 들어, 2013~2015년에, 철광석 수요가 +4%에서 -2%로 줄어들자 철광석 가격은 2/3정도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처를 다변화했던 철광석 채굴 기업조차 매출은 1/3정도 줄었고, EBIT는 반토막났으며, EBITDA 대비 부채비율도 악화되었다. 그나마 형편이 나은 기업들은 CAPEX투자를 줄였으며 이런 상태는 수년간 지속됐다. 그리고 레버리지를 일으켰던 기업들은 광업권을 매각해야 했다. 어느 경우든 자본의 영구적 훼손이 발생한 셈이다. 생산능력이 영구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가격 결정력이 있는 기업들은 수요 감소의 영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가격 결정력의 원천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브랜드이다. 다음 예시는 가격 결정력의 작동 방식을 보여줄 것이다.
우리가 보유한 종목들 가운데 하나는 세계적인 접착제 기업이다. 이 기업은 가격결정력이 있다. 왜냐하면 접착제는 총 생산비용의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지만 생산 공정의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층 종이 상자에 포함된 접착제는 단지 0.1~0.2g에 불과하지만 상품의 퀄리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접착제는 오랜 시험 과정을 거쳐 특정 제품에 맞게 만들어진다. 따라서 자동차나 항공기 제조에 사용되는 접착제를 교체하는데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접착제 제조사가 고객사에게 바가지를 씌우진 못하겠지만 원재료와 같은 각종 비용은 전가할 수 있다. 해당 기업이 혁신의 최전선에 있다는 걸 고려할 때, 이러한 혁신으로 창출된 고객사의 이익에 맞춰 접착제의 가격을 인상할 수 있을 것이다.
신용평가 업체도 가격 결정력을 가진다. 이는 금융업계에도 compounder 종목이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 등급 채권의 신용 평가 수수료는 7~8bp 이지만, 신용 평가 없이 판매하는 것보다는 30bp 정도 더 비싸게 팔 수 있다. 이것이 신용평가 업체에 가격 결정력이 있는 이유이다. 예를 들어, 5억 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은 신용 평가 수수료 50만 달러만 내면 150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보유한 신용평가업체(무디스)는 수수료를 매년 3~4% 정도 인상해왔다. 신용평가사는 또한 고객에게 필요한 분석 및 데이터 서비스도 제공한다. 무디스는 데이터를 확충하고 서비스 옵션을 늘려서 가격 믹스를 매년 8~9% 개선할 수 있었다.
헬스케어 업종이 가격 경쟁력을 가지는 건 너무나 명확하다. 의약품은 특허로 보호받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의료 기기의 경우 상황은 좀 더 미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하다. 대부분의 의료 기기는 유명 의약품에 비하면 싸지만 치료 성과를 얻기 위해선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진단은 정확해야 하며, 주사기 펌프는 정확한 양의 약물을 주입해야 하며 정맥 수액은 안전해야 한다. 따라서 생산 공정의 품질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안전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소수의 생산자가 되면 가격 결정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의 혁신 속도는 매우 빠르므로 가격 결정력은 경쟁 업체를 능가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가격 결정력의 원천은 산업/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시장 점유율 하나만으론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가격 결정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들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끊임없이 향상시켜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기업의 가격 결정력을 알아볼 때, 현재의 매출총이익률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의 투자 전략도 고려한다. 만약 기업이 자사의 브랜드, 생산 공정 또는 네트워크 효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한다면, 매출총이익률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소비자들은 해당 기업의 가격을 받아들이는 걸 주저하게 되며 이로 인해 경쟁업체들에게 시장을 빼앗기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기업 지배구조, 자본 배치, 경영진 의사소통을 주목한다. 이를 통해 해당 기업이 가격 결정력을 유지해 현재의 기업 가치 증가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지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