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맨 켄!
접속 : 3491   Lv. 68

Category

Profile

Counter

  • 오늘 : 8 명
  • 전체 : 1374039 명
  • Mypi Ver. 0.3.1 β
[경제] 요즘 인플레이션의 MBTI를 알고 싶다 (0) 2022/07/13 PM 06:14


img/22/07/13/181f7096b052255ed.jpeg


■ 기복 있는 ENFP? 변함없이 꿋꿋한 ISTJ?


인플레이션이 세계를 뒤흔든다. 중앙은행의 '빅스텝'까지 초래한, 지금의 글로벌 경제 최대 현안이다. 문제는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래서 뭐가 정답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감정 기복이 심한 ENFP처럼 계속 출렁출렁할까. 오를 때 오르더라도 내릴 때 내려준다면, 전쟁이나 원자재 상황이 나아지면 좀 나아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ISTJ처럼 변함없고 꿋꿋하게 쭉 가는 성격이라면... 이렇게 고물가인 상태가 장기 지속할 수 있다.


이 인플레이션의 성격 파악 하려면 근본을 따져야 한다. 그 간의 내력 파악이랄까. 다행인 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살피는 건 비교적 쉽다는 점이다.


 

■ 지금 인플레는 '네 개의 산'


간단하게 말하면 네 개의 산이다. 세계적 전망기관인 IMF의 '인플레이션 경로 전망'이 그랬다. 지난해 여름까지는 걱정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인플레가 있긴 하지만 코로나 회복 경로에 필연적 과정이다.


img/22/07/13/181f709a3042255ed.png


1. 첫 번째 산 : 야트막한 뒷산

연준은 '일시적인(Transitory)' 인플레가 2%(미국 중앙은행의 목표 물가 : 이보다 높으면 금리를 올리고, 낮으면 금리를 내린다.)를 일정 기간 넘더라도 용인한다고 했다. 곧 내려올 테니까.


2. 두 번째 산 : 그보다 훨씬 큰 산

걱정이 시작되는 건 가을부터다. 인플레가 생각보다 오래간다. 그러다 연말이 되면 말이 바뀐다. 이제 '일시적인'이라는 말은 더는 사용하지 않겠다. 좀 더 물가 대응에 신경을 쓰겠다.


그것이 이 인플레이션의 성격이 생각과는 좀 다르단 걸 처음 깨달은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병목현상은 생각보다 심했고, 반도체나 자동차 등 일부 분야 수요는 생각보다 더 많이 폭발했다. 정부가 많이 풀어버린 돈 때문이기도, 미래가 좀 더 빨리 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튼, 다르단 사실을 깨달은 것은 맞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보진 않았다. 빅스텝? 지구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때 빅스텝은 생각도 안 했다.


3. 세 번째 산 : 회복을 집어삼키는 인플레

상황이 확연히 바뀐 건 3월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다. 에너지 가격 폭등하고, 금속 가격도, 곡물 가격도 폭등. IMF는 이제 '코로나로부터의 회복이 지워지고 있다'고 선언했다.


4. 네 번째 산 : 스태그플레이션 걱정하게 하는 역사적 인플레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전쟁이 다섯 달째 지속 되고 있다. 전쟁이 날 것으로 예상한 사람도 적었지만, 이렇게 길게 이어지리라 생각한 사람도 없었다. 모든 게 판단착오였다. 러시아는 거대한 판단 착오를 했고, 이 러시아를 봉쇄한다던 서방은 인플레이션 폭등을 자초했다. 세계 경제가 거대한 토네이도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반년 전만 해도 '스태그플레이션'? 하면 다들 웃었지만, 지금 아무도 웃지 못한다.


img/22/07/13/181f709f76c2255ed.png


■ '틀리고 또 틀린' 연준


세계 최고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예상 못 했다. 대표적인 게 미국의 중앙은행이자 세계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연준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부인 않을 뿐 아니라 그걸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그래픽으로 '박제'까지 했다.


점도표(Dot Plot)다. 점도표는 점(Dot)으로 된 도표(Plot)다. 연준이 텅 빈 표에 금리 결정회의(FOMC) 회원 17명이 각각 점 하나씩을 찍는다. 한 사람이 점 하나. ‘연말에 미국 기준금리가 여기쯤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구간에 찍는다.


이 점도표의 가치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적 전망을 한 표에서 다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FOMC에서 정해진 ‘기준 금리’는 구성원이 합의한 단 하나의 숫자이기에 큰 의미를 지니지만, 그 하나의 숫자는 구성원 개개인의 구체적인 의견을 표현하진 못한다.


점도표가 대신 이걸 나타내 시장 참여자들이 연준의 정책 방향을 보다 직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돕는다. ‘이런 흐름을 예상하고 당신의 투자와 소비 계획을 짜세요.’하는 안내다. ‘포워드 가이던스’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석 달에 한 번씩 나온다.


그런데 지난 2년의 연준 점도표는 냉정하게 말해서 '틀리고 틀린' 연준 오판의 자화상이다.



img/22/07/13/181f70a870e2255ed.png


Phase 1 : "한 번 올릴까 말까?" (코로나 이후~2021년 9월)


2020년 12월에는 ‘2022년에 금리를 한 차례(0.25%p)라도 올릴거라고 보는 사람이 17명 중에 한 사람에 불과했다. 2021년 3월과 6월까지도 2022년에 금리를 한 번도 올리지 않으리라고 본다는 사람이 과반수였다.


전망이 바뀐 건 9월이 되어서다. 반년을 앞둔 시점에야 한 번(6명) 혹은 두 번(3명) 올릴 거라는 사람이 과반이 된다. 한 번쯤은 올릴 수도 있다는 판단으로 바뀌었다.


Phase 2 : "세 번 혹은 네 번" (2021년 9월~12월)


그런데 석 달이 지나자 확 바뀐다. 10명이 하단을 0.75%로 본다. 2명은 1%로 본다. 기준금리를 세 번, 혹은 네 번 올릴 것으로 보는 사람이 절대다수(12명)가 된 것이다.


Phase 3 : "7번은 올려야 할 거 같아." (2021년 12월~22년 3월)


올 3월이 되자 전망은 또 요동친다. 절대다수(12명)가 7번 이상 인상을 예상한다. 5명이 7번, 2명이 8번, 3명이 9번, 1명이 10번, 1명은 과감하게도 ‘12번‘이다.


Phase 4 : "최소... 13번..." (2022년 3월~6월)


6월이 되자 전망은 더 드라마틱 해진다. 아웃라이어처럼 보였던 12번 인상이 ‘하한선 ‘이 되어버린다. 12번 4명, 13번 8병, 14번 4명, 15번 1명.


그러니까 불과 1년 전(2021년 6월)까지만 해도 ‘내년엔 기준금리를 안올릴거야’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1년 만에 ‘올해는 금리를 최소 열세 번은 올릴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연준은 심하게 틀렸다. 점도표가 이렇게 단기간에 이렇게 단절적으로 바뀐 적은 역사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실패가 아니라면 세상에 실패는 없다. 바다가 육지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동시에 수정할 때마다 실패의 크기(전망의 변동 폭)는 더 급격해진다. 이는 계속 틀릴 뿐 아니라, 틀렸단 걸 알고 난 뒤로도 더 많이 틀린단 얘기다.


그러니 시장은 연준을 신뢰하지 못한다. 결과는 금융시장의 충격이다. 주식 시장에선 하락 행진이 벌어지고, 달러가 아닌 대부분 통화가 약세가 된다.


 

■ 인플레 비관론 :

물가는 변함없이 꿋꿋한 ISTJ같이 계속 높을 것


1. 정부 재정부양책이 과했다


미국의 재무장관을 지냈고 하버드 대학 총장을 역임한 민주당 경제의 거목 래리 서머스는 '비극'을 상상한다. 경착륙밖에 없다. 연준은 더 빨리 금리를 올렸어야 했다. 인플레는 꺾기 힘들다.



img/22/07/13/181f70ad13a2255ed.png


서머스는 GDP 갭으로 설명한다. 코로나로 인해 실제 GDP가 잠재 GDP를 크게 하회했다. 이 경우 부양책 자체는 옳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 부양이 너무 심했다. 트럼프와 바이든 정부가 몇조 달러어치의 돈을 쏟아부으면서 경기가 잠재 GDP를 크게 상회할 정도로 과열되어 버렸다.


강제로 꺼트리는 과정은 고통스러울 것이다. 경착륙이다.


2. 미·중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분리로 인해 저물가 시대는 끝났다


미국이 더는 중국 좋은 정책은 안 한다. 심지어 자유무역과 세계화도 안 한다. FTA는 더는 안 한다. 리쇼어링 한다. 국내 유권자들이 자유무역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과 경쟁하면서 '왕따에 동참하라'는 압력도 행사한다. IPEF는 그 한 예다. 자유무역으로 인한 미국 시장개방 같은 당근은 주지도 않으면서, 중국에 대항하는 공급망 결성에는 동참하라는 부담스런 요구만 한다.


결과는? 상품 조달 원가가 비싸진다. 가격은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또 기업은 중국 시장을 상당 부분 잃게 될 것이다. 1,000개 팔 때는 개당 이윤을 100원만 붙여도 10만 원을 번다. 먹고 살 수 있다. 하지만 판매량이 500개로 줄면? 개당 이윤은 200원이 되어야 10만 원을 벌 수 있다. 시장을 잃은 기업은 가격을 올려야 한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재고도 예전보다 더 많이 쌓아야 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다 원가부담이다. 저물가는 돌아오지 않는다.



img/22/07/13/181f70b04512255ed.png


 

■ 인플레 낙관론 :

ENTP처럼 기복이 있어 결국 떨어질 것


1. 장기 물가는 제자리다


인플레 걱정하지 말고 경기 부양하자, 는 선봉장 가운데 한 사람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이다. 엊그제도 트위터를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통제를 벗어났다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했다.


근거는 국채 수익률이다. "5년물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BEI)이 2.48%"라고 말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5년물 BEI인데, 장기적으로 물가는 이 수준에 근접할 거라는 이야기다.


크루그먼은 "사람들이 폭주하는 인플레이션 이야기 전개가 얼마나 급격하게 붕괴했는지를 깨달았는지 확실하지 않다"면서 "시장의 기대는 이제 크게 내려갔다"고 지적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일축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조짐이 없으며, 이것이 있어야 스태그플레이션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img/22/07/13/181f70b472a2255ed.png


사실 연준도 크루그먼과 같은 의견이다. 아까 본 점도표, 2022년 말고 장기(Long term) 점도표를 보면 지난 2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 17명은 모두 물가는 장기적으로 2.5% 선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고 있다.



img/22/07/13/181f70b7df42255ed.png


2. 역사를 봐라, 가만있으면 내려갈 인플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부 부차관보를 역임한 미국의 경제사학자 브래드 드롱은 이번 주 <이코노미스트>지 기고문을 통해 이 인플레이션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인플레이션 넷과 견줄만하다고 본다.


유형별로 첫 번째로 연준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 관리에 성공한 인플레가 두 번 있다. 2차대전 직후인 1947년과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51년. 전후 민간 수요 폭발 때문에, 혹은 한국 전쟁으로 인한 물자 부족 때문에 8% 선까지 올랐던 물가는 연준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내려갔다. 급변기 인플레는 내버려 두면 잠잠해진다.


두 번째는 연준이 잘 못 손 대서 큰일 난 인플레. 1917년 1차대전 중 인플레다. 당시 새롭게 형성된 연준이 재할인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개입했는데, 너무 늦게 개입하고 또 너무 많이 올렸다. 밀턴 프리드먼은 ‘최소한 1년 전에 금리 인상에 나섰어야 할 연준이 너무 늦게 행동에 나섰고, 동시에 실제 움직였을 때는 너무 멀리까지 갔다’고 평가했다.


세 번째는 60~80년대 장기 스태그플레이션. 악순환 속에 금리를 굉장히 많이 올린 뒤 겨우 잡았다.


드롱은 이번 인플레는 여러 특성상 첫 번째 유형이라고 본다. 장기 인플레이션을 변형시키는 인플레가 아니란 것.


다만 두 가지 위험요인 해결이 안 되면 두 번째 유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경착륙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연준이 너무 금리를 많이 올리면 재앙이 온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주장인데, 나머지 하나가 참 뜻밖이다.


 

■ "SNS와 전문 미디어의 클릭장사(Clickbait)가 걱정이다"


클릭에 혈안이 된 소셜미디어 혹은 전문미디어가 미끼(Click bait)를 자꾸 던져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인다'는 것이다.


미디어에선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비교하고, 인플레이션 악순환이 생길 거란 부정확한 추측이 난무한다. 미국만 그런 것도 아니다. 한국 언론도 계속 스태그플레이션과 빅스텝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 그걸 읽은 사람이 너무 많고, 그에 따라 실제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 (언론의 자중을 촉구하는 맥락이다)


드롱의 말에 따르면 미디어가 좀 자중하고 연준이 신중하면 경기 '연착륙'은 가능하다.


신고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