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토산-아연 배터리로 충방전 1000회 동안 성능 유지
최근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면서도 환경에 해도 주지 않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 개발됐다. 여름 휴가에서 즐긴 게와 새우 껍질이 생분해성 차세대 배터리로 재탄생한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대 재료공학과의 후 량빙 교수 연구진은 2일 “게딱지 성분인 키토산과 아연으로 기존 리튬 배터리에 필적할 수준의 2차 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셀의 재료과학 분야 자매지인 ‘매터’에 실렸다.
최근 전기차 인기에 힘입어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 가격이 1년 전보다 4배나 폭등했다. 리튬 시장을 장악한 중국이 자원 무기화 움직임마저 보여 국내 배터리 업체가 해법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후 교수 연구진은 아연 이온 배터리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리튬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이 누출되면 폭발 위험이 있지만 아연 배터리는 물을 전해질로 사용해 배터리 발화가 근본적으로 차단된다. 원재료인 아연의 가격도 리튬의 16분의 1에 불과하다. 문제는 아연이 물에 부식되면 침전물이 발생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물과 잘 결합하는 키토산을 전해질에 사용했다. 그만큼 물이 아연과 덜 접촉해 부식 문제가 줄어든다. 키토산은 게딱지나 새우 껍질에 있는 당단백질 복합체인 키틴에서 나온다.
키토산은 재료를 구하기 쉬워 가격이 훨씬 저렴할 뿐 아니라 자연에서 쉽게 분해된다는 장점도 있다. 배터리 수명이 끝나면 그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전해질이 자연에서 5개월 만에 분해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남은 아연은 재활용할 수 있다. 반면 리튬 배터리에 들어가는 분리막은 완전 분해되기까지 수백, 수천 년이 걸린다.
후 교수 연구진은 키토산과 아연 이온이 포함된 투명막을 만들어 압축했다. 이 막을 아연 음극과 유기물질 성분의 양극 사이에 뒀다. 시험 결과 지름 ㎝ 크기의 키토산-아연 배터리는 400시간 동안 1㎠당 50밀리암페어의 고전류를 흘릴 수 있었다. 이 기간 배터리는 충·방전을 1000번 해도 에너지 효율을 99.7% 유지했다. 이는 기존 소형 리튬배터리와 필적하는 성능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새 배터리는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원할 때 전력망에 공급할 수 있다”라며 “장차 배터리의 모든 부품이 생분해 소재로 바뀌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