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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황/전략] 초장기 인플레는 필연이다 (2) – 反세계화의 그림자 (0) 2022/09/27 PM 07:31

- 『Raysian』님 블로그 펌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21세기 초반의 세계를 사는 우리들에게 신냉전의 등장과 그에 따른 반세계화가 인플레이션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사실은 어느덧 기본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연준의 금리 조작으로 인플레이션의 불길을 진화할 수 있으리라는 소박하면서도 모순된 희망을 가지기도 한다. 이러한 헛된 희망을 우리들 중 일부가 아직도 가지는 이유는 세계화와 반세계화의 현상을 여전히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득이 우리가 다 아는 지나간 옛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며 논의를 시작해야 할 듯하다. 


인플레이션의 해소 즉 물가를 내리기 위해, 경제학자들은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을 이동시킨다고 한다. 수요를 낮추거나 공급을 늘리면 물가가 내려간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확한 해법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시장 조작은 기본적으로 단기 처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가가 내려가면 소비자는 더 사려 하고, 생산자는 생산량을 줄이고자 한다. 그렇다면 보다 근본적인 해법은 무엇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경제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가장 쉬운 해법은 저렴한 상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해산물 값이 오르면, 러시아 인근 오호츠크 해의 저렴한 해산물을 공급하는 식이다. 우리의 식탁을 지배하는 너무나 당연하고 직관적인 해결 방법이며, 비록 우아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지만 가장 강력한 해결 방법이다. 그리고 놀랍고도 당연하게도 이 단순한 경제 논리는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세계 지배 시스템 하에서 세계화 또는 신자유주의로 포장되어 왔던 선진국들의 경제적 이익 추구 방식의 본질이다. 이제 모두가 다 아는 지나간 옛 이야기를 다시 하면서 그 본질을 다시 이해해 보자. 


1965년 베트남전 발발 이후, 달러 유동성이 급격히 늘고 이후 제1, 2차 오일쇼크를 겪으며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극에 달했고, 이러한 미증유의 인플레이션을 진압하기 위해 미 연준은 21.5%에 달하는 극단적인 기준금리를 적용하기에 이른다. 이에 미국의 인플레 양상은 서서히 진정되어 갔지만, 미국의 제조업 기반은 철저히 붕괴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달러 환율이 정상화되면서 1950~60년대부터 꾸준히 기술력을 높여 왔던 일본의 제조업이 승천하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게 된다. 아래 차트는 일본 니케이 225 주가지수와 미국 물가 변동률을 함께 나타낸 그래프이다. 일본의 품질 좋고 저렴한 제품들이 전세계를 지배하면서 물가가 내려가는 양상이 잘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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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케이 225 주가지수와 미국 CPI의 비교



문제는 부동산 버블의 형성과 함께 당시의 일본이 너무 오만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우주를 향해 치솟으면서, 일본 국민들은 긴자의 호스테스에게 하루 저녁 팁으로 아파트를 건네 주는 정신 상태가 되었고, 급기야는 경제를 통해 태평양 전쟁의 복수를 하겠다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를 미국이 그대로 두고 볼 리가 없었다. 대부분의 경제학 서적들이 일본 부동산 버블의 붕괴를 플라자 합의에 따른 예상치 못한 부수적인 효과(side effects)처럼 설명하는데, 실상은 미국이 일본의 경제를 작정하고 붕괴시켰던 것으로 판단이 되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난다. 물론 모두 음모론에 가까운 정황 증거에 불과할 뿐이라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아무튼 미국은 일본의 품질 좋고 저렴한 상품으로 인해 비록 제조업 붕괴를 경험하지만, 인플레 진압에는 성공하게 된다. 그러나 미국의 용의주도함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는데, 이것이 바로 1978년에 단행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과 1979년의 미중 수교이다. 미중 간의 이 두 이벤트는 흔히 냉전의 판도를 바꾸는 정치적인 의미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시점이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의 최정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경제적인 의도를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미국이 사전에 중국이라는 파트너를 확보함으로써 이후 오만한 일본을 손쉽게 대체할 수 있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미국의 용의주도함에 사뭇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 중국은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전세계에 저가 상품을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서, 디플레 수출국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였고, 전세계는 사실상 중국 덕분에 세계화의 단꿀을 빨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면 강산이 바뀌고, 30년이 지나면 천지가 뒤바뀐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본격적인 세계화가 시작한지 어언 30년, 2018년 7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은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818종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본격적인 중국 죽이기에 돌입한다. 당시 전세계는 이것이 과연 강호의 자웅을 겨루는 패권전쟁이냐 아니면 단순한 무역분쟁이냐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는데, 특히 국내외의 소위 중국 전문가들이라는 자들은 중국의 굴기와 패권 교체를 주장함과 동시에 미국 경제는 절대로 중국 경제와 분리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결국 이들 중국 전문가들이 미중간의 경제적 양상에 대해 지극히 피상적인 이해만 하고 있음을 드러내게 된다. 


사실 미중간의 경제적 공생관계는 생각보다 깊은 내막이 있다. 중국은 단순한 디플레 수출국이 아니다. 오히려 지난 30년간 중국은 소위 신비로운 달러의 길을 지지하면서 미국 세계 지배 시스템의 중요한 기둥이 되었다. 신비로운 달러의 길은 중국이 달러라는 종이 쪼가리를 돈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대신 중국의 농민공들이 만들어낸 생산물을 미국에 기꺼이 수출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중국은 수령한 달러를 다시 미국 국채나 자산에 투자하고, 이로써 미국이 중국에 내보낸 달러는 다시 미국으로 흘러 들어온다. 그리고 미국은 이 자금으로 다시 해당 신흥국에 투자하여, 해당 신흥국의 자산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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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신비로운 길



이는 분명히 미국의 달러를 통한 세계지배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를 수용하였다. 말하자면, 중국은 미국의 패권을 인정하고 그에 따랐던 것이다. 최소한 2008년 리먼 사태에 이르기까지는 그랬다. 그리고 리먼 사태가 벌어졌다. 2007~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쓰나미가 전세계로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미국은 구제금융을 급히 제공하게 된다. 그리고 미국의 초기 구제금융 7,000억 달러 중 2,000억 달러를 중국이 인수하기로 한다. 당시 리먼 사태의 충격을 그나마 적게 받았던 것이 바로 폐쇄되고 낙후된 중국 자본시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당시의 중국은 국제적 호구였다. 일련의 경제위기와 양적 완화를 거치면서 중국이 보유한 국채가치는 폭락하여 힘들게 번 달러의 30%가 사실상 증발해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이후 중국은 더 이상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국제적 호구가 되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 달러의 족쇄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인 것이다. 문제는 이를 위해서는 위안화 기반의 신비로운 길을 새로이 구축해야 하는데, 이는 곧 미국 패권질서에 대한 도전이 되는 것이다. 즉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드는 것은 물론, 일대일로로 위안화가 통용되는 경제권역과 무역 루트를 구축하기로 한다. 즉 위안화 블록이다. 그리고 이 위안화 블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 군사력의 전세계적인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의 군사력과의 충돌은 필연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미중 패권전쟁의 대략이며, 이 패권전쟁은 때마침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계되어 거대한 반서구 블록이 구축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 글의 주제를 다소 벗어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우연의 일치로 일어난 것은 아니다. 결국 해당 전쟁 역시 미국의 국채를 사지 않는 러시아를 유럽을 위시한 서방의 경제권과 분리시키려는 미국의 일관된 계획의 일환으로 발생하였고, 정확히 미중 패권전쟁의 일정에 잘 부합되는 시점에 발발하도록 유도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비록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발생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1990년 이후 지속되어온 나토 동진의 지속적인 위협을 배경으로 하여, 오렌지 혁명 등 우크라이나의 정치 불안을 인위적으로 유발하여 러시아를 자극하였고, 최종적으로는 핀란드, 스웨덴, 폴란드 등의 對러시아 공포감을 사태의 트리거로 활용한 미국 대외 정치공작의 걸작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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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현재는 중국이라는 디플레 수출국이 사라진 이상, 이제 미국은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새로운 디플레 수출국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마치 일본을 내치고 중국을 개방시켜 새로운 국제적 호구로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 새로운 국제적 호구는 디플레를 수출함과 동시에 미국의 국채도 고분고분 사 주어야 한다. 이제 누가 그런 역할을 담당할 것인가?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인플레이션이 조만간에 해소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질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다. 왜냐하면 이미 미국은 반세계화로 방향을 틀었고,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리쇼어링(reshoring), 즉 제조업의 본국 회귀에 의기 투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인도를 차세대 중국으로 주목하기도 하였고, 심지어는 북한을 개방시켜 디플레 수출국으로 바꾼다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인도는 오히려 러시아와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미국의 호구가 되기를 거부하고 있고, 북한의 개방은 당분간 현실성이 없다는 것은 부연 설명이 불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코로나의 경험을 이후로 더 이상 자기 자신 이외에는 누구도 믿지 않기로 한 듯하다. 


리쇼어링이란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말이다. 오프쇼어링이란 다국적 기업이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의 개발도상국에 생산 거점을 옮기는 추세를 말하는데, 흔히 세계화라고 말하면 통상 이 오프쇼어링과 이에 따라 개발도상국에서 기대되는 부의 낙수효과(trickle down)를 함께 연상한다. 따라서 리쇼어링의 추진은 결국 미국 정부의 반세계화 기조를 암시하며, 개발도상국에 대한 낙수 효과의 기대감도 사라짐을 의미한다. 심지어 모든 제조업의 미국 복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른바 니어쇼어링(near-shoring),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 등 정치경제 블록화에 집중하면서 미국은 고립주의적 정책에 매우 경도된 상황이다.


중국이 없는 세계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미국은, 유라시아의 대륙 세력을 관리하는 유럽과 한국, 일본, 대만, 그리고 영연방 국가들 이외의 국가들과 관계를 끊어 버리기로 작정한 듯하다. 알다시피 이들은 모두 인건비가 높은 고비용 국가들이다. 호주, 캐나다, 미국을 제외하면 부존 자원이 결핍되고, 일부 국가는 식량 자립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산업이 리쇼어링, 니어쇼어링 및 프렌드 쇼어링을 통해 집중된다면, 앞으로의 인플레이션은 금리 인상만으로 간단히 통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해결책이 없지는 않다. 우선 기술의 발전이 이 딜레마들을 해결해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인건비의 앙등은 로봇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제조현장에는 이미 제조 로봇이 대대적으로 전개되어 있고, 심지어는 식당의 서빙 로봇, 택배를 담당하는 드론 등이 우리 주변에 가까이 와 있다. 그리고 원자재의 조달과 관련해서는 지정학적 현상의 변경을 통해 문제를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자원 부국인 몽고나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서구의 지배력 투사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물론 전쟁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옵션이다. 그리고 멀리는 달이나 소행성의 탐사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모든 해결책들은 현실적으로 꽤 먼 미래에 실현 가능한 옵션이거나 이미 말했든 전쟁의 위험 등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이 보다 더 어려운 과제는 미국 밖의 누군가가 미국의 국채를 받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봇이 미국의 국채를 받아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전세계의 인플레이션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형태로 10년 ~ 20년의 기간을 두고 전세계인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은 당연히 미봉책에 불과하다. 


게다가 반세계화에 대한 이상의 논의는 현재 진행되는 장기 인플레이션의 여러 요인들 중의 하나만을 언급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정부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원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글에서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더불어 로봇을 비롯한 기술의 개발이 과연 우리들을 인플레이션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추후 살펴 보도록 하겠다. 다만, 혹시 로봇에 희망을 거는 분들이 있다면 당분간은 큰 희망을 걸지 않는 쪽이 정신 건강에 좋을 듯하다는 말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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