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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황/전략] 초장기 인플레는 필연이다 (4) – 테크놀로지의 배신 (0) 2022/09/27 PM 08:13

- 『Raysian』님 블로그 펌 -

 

 

잭 도시(Jack Dorsey)와 캐시 우드(Cathie Wood) 간의 하이퍼 인플레이션 논쟁이 있었다. 이들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잭 도시는 블록(Block Inc, 전 Square Inc.)의 현 CEO이자 트위터의 전 CEO이고, 캐시 우드는 한때 월가의 총아였던 Ark Invest의 CEO로 국내에서는 돈나무 누나로 불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을 단순히 돈 많은 기업인들로만 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블록은 지급결제의 혁신을 이끌고 있으며, Ark Invest는 기술주 투자로 유명한 투자회사이다. 따라서 이들은 금융과 테크놀로지의 두 영역 모두에 대해 나름의 아성을 구축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테크놀로지의 영향력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들의 관점을 어떻게든 살펴 볼 필요가 있다. 


“Hyperinflation is going to change everything. It’s happening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그것은 지금 일어나고 있다).”이라는 잭 도시의 트윗이 발단이었다. 잭 도시는 그의 트윗에 대한 리트윗에도 “It will happen in the US, and so the world(하이퍼 인플레이션은 미국에서 일어날 것이고, 전세계도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하여 월가에 파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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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Dorsey의 하이퍼 인플레이션 트윗



잭 도시가 인플레이션의 도래를 예견한 당시는 인플레이션의 양상이 확연한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 오히려 인플레의 조짐과 디플레의 현상이 혼재하면서 자산시장 참여자들이 상당한 혼란을 겪던 시점이었다. 월가의 경제 전문가들도 디플레 파(派)와 인플레 파(派)로 양분되어 있었고, 누구도 자신 있게 미래를 점치지는 못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주 투자의 대가로 일컬어지던 캐시 우드가 아래와 같은 논리로 기술 혁신이 인플레를 먹어 치울 것이라고 주장하며 잭 도시를 반박하고 나선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캐시 우드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다음 세 가지 디플레의 원천(the sources of deflation)이 인플레 요인을 제거하고 궁극에는 세계 경제를 디플레이션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논리가 된다(https://twitter.com/CathieDWood/status/1452492766936772610). 여기서 말하는, 이른바 디플레의 원천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공지능(AI)이 모든 영역, 산업, 기업을 향후 5~10년간 변화시켜서, 비용, 가격, 화폐 유통속도 등을 떨어뜨릴 것이다. 둘째, 와해성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의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두번째 디플레 원천이며, 이 원천의 영향으로 그간 단기성과 지향적 주주들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은 기업들은 자신들의 재고 물량을 저가에 대량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팬데믹 이후의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쌓은 과도한 재고가 연휴 대목 이후에는 불량 재고로 누적될 것이다. 이는 기술적 요인이 아니라 시장 사이클의 불일치에 따른 순환적 요인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캐시 우드의 첫째와 둘째의 주장에 대해서만 살펴 보겠다. 


우선 테크놀로지의 디플레적인 영향력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에 본 논의의 시의성에 관해 간단히 언급해 두어야 하겠다. 잭 도시와 캐시 우드 간의 하이퍼 인플레이션 논쟁은 일단 잭 도시의 승리로 끝났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현 상황이 아직은 하이퍼 인플레이션 상황이 아닌 이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본 논쟁이 이미 지나간 논쟁이든, 혹은 현재 진행형의 논쟁이든 간에 테크놀로지의 디플레적인 영향력에 대한 기대는 아직도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Inflation Reduction Act(인플레이션 감축법, IRA)은 친환경 에너지와 기후변화 대응 방안에 예산을 집중 투입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해당 법안의 직접 수혜를 받는 영역은 신재생 에너지, 탄소 포집 기술, 전기차, 2차 전지 등의 소위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신기술 영역이다. 따라서 신기술에 투자하면 인플레이션을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에 대한 신앙이 아직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과연 캐시 우드의 주장과 IRA의 논리적 배경이 되는 테크놀로지 신앙을 다시 한번 재검증해야 할 이유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다.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 가져오는 디플레적 영향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례가 있다. 사실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기술적 혁신은 전부 디플레적인 영향을 주었다. 고전적인 사례를 들자면, 증기기관의 발명은 인건비를 낮추었고, 증기선은 범선을 대체하여 물류비를 대폭 낮추었다. 자동차는 우마차를 대신하여 교통비를 낮추었다. 전보는 우편 시스템을 대체하였고, 무선 통신은 전보를 대체하여 통신비용을 계속 낮추어 왔다. 컴퓨터의 발명과 인터넷은 정보 혁명을 일으키고 온라인 상거래라는 새로운 분야을 창출하여 비즈니스 전반의 비용 하락을 주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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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신과 미국의 소비자 물가 추이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위 그림은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CPI)와 근원 소비자 물가지수(Core CPI)의 추이로 본 인플레이션 양상과 그 해소 과정을 시계열적으로 일목요연하게 나타낸 그림이다. 앞서 논의한 대로, 미국의 물가 안정에는 중국의 영향이 컸다. 1980년 미국의 물가가 최정점에 다다랐을 무렵에, 때 마침 등소평의 개혁개방 정책이 등장하였고, 이후 BRICs의 부상과 함께 장기간 하향 안정화된 물가 수준은 결국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과 중국이 결별하면서 높아졌다는 스토리는 앞선 글에서 이미 소개하였다. 


그런데 위의 그림에 따르면, IT 분야의 중요한 사건들과 기술적 혁신들이 위에서 언급한 중국의 중요한 개혁개방 일정과 상당히 맞물려 돌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최초의 IBM형 PC는 등소평의 개혁개방 정책의 시작점과 유사한 시점에 등장하였고, BRICs의 부상과 함께 이른바 빅테크가 수면 위로 등장하여 온라인 커머스 등을 통해 물가 하락을 주도하였고, 미중 무역분쟁과 거의 유사한 시점에 코로나 19가 발발하였다. 


혹시 코로나 19와 테크놀로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독자들을 위해 부연설명을 하자면, 코로나 팬데믹은 제4차 산업혁명의 본격화와 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주가가 바닥권에 머무르던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천슬라, 만슬라로 부상하기 시작하던 시점도, 소위 유전자 가위, mRNA 백신 등의 새로운 바이오 기술을 대중들이 접하게 되던 시점도, 그리고 그에 따라 제4차 산업기술 중심의 테크 기업들의 폭발적인 주가 상승이 시작되던 시점도 모두 코로나 팬데믹 시점이었다. 일반 대중이 그간 프로파간다로만 접하던 제4차 산업혁명의 실체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하던 시점이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모든 오프라인 활동이 정지되면서, 사람들은 메타버스와 Zoom을 통한 재택 근무를 경험하였고 이에 21세기의 신기술이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체감하기 시작하였다. 


아무튼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디자인하기라도 한 것처럼, 중국의 부상과 기술 혁명은 동일한 궤적을 함께 거치면서 지난 역사에서 분명히 디플레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과 제4차 산업혁명의 본격화 이전까지는 말이다. 문제는 제4차 산업혁명의 테크놀로지 혁신이 과거의 역사적 경험처럼 디플레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인가 여부이다. 왜냐하면 지금 제4차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심각한 인플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여전히 테크놀로지 혁신이 우리를 인플레이션에서 구원할 것이라는 신앙에 매달려도 되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다. 


요즘 모바일 기술의 세례를 받은 대부분의 조급한 독자들을 위해 위의 질문에 대한 결론부터 먼저 말하겠다. 초장기적으로는 대부분의 기술 혁신은 디플레이션 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기적은 물론, 중기적으로는 제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는 기술 혁명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다. 심지어는 장기적으로도(장기간이 얼마나 긴 기간인지는 의견이 다를 것이다. 10년은 장기인가? 중기인가?) 제4차 산업혁명은 인플레 요인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타당할 것이다. 즉 기술 혁신이 오히려 우리를 인플레이션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는 이유로는 제1차, 제2차 및 제3차 산업혁명에서의 기술 혁신과 제4차 산업혁명의 기술 혁신의 양상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기술 혁신의 산물들은 분명히 과거의 유물들에 비해 우등재이다. 말과 마차보다는 자동차가 우등재이고, 돛단배보다는 증기선이 우등재이며, 물레방아보다는 증기기관 펌프가 분명히 우등재이다. 전보와 무선통신, 주판과 계산기, 계산기와 PC 등 기술혁신은 언제나 과거의 문물보다 저렴하고 효율과 효용이 높은 우등재를 만들어 왔다. 


반면 제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성과들은 놀랍게도 오히려 열등재인 경우가 많다. 신재생 에너지와 석유 중에서 개인적인 효용이 높은 것은 어느 것인가? 일단 신재생 에너지는 불편하고 비싸다. 환경 보호 등 공익적 고려를 차치하고 순수하게 개인적인 효용만을 따지면 신재생 에너지는 화석 연료의 열등재이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효용이 높은가? 환경에 대한 고려만 없다면, 작은 충돌에도 화염에 휩싸이는 전기차보다는 관리가 편리한 내연기관 자동차를 여전히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배양육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실험실이나 공장에서 줄기세포를 인공적으로 배양하여 만든 일종의 ‘인조 고기(synthetic meat)’이다. 물론 인조고기 역시 도축된 소고기나 돼지고기와 유사한 성분을 가진 단백질 덩어리이므로 삼겹살, 스테이크 등 진짜 고기를 대체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그러나 단백질 덩어리의 이른바 ‘배양’이란 사실 암세포의 증식과 마찬가지며, 따라서 배양된 단백질을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에 논란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여기서 질문해 보겠다. 환경에 대한 염려는 일단 접어두고, 당신의 미각과 건강을 위한 선택을 해 보라. 여러분은 과연 인조 고기와 도축된 고기 중에 어떤 것을 더 먹고 싶은가?


이처럼 제4차 산업혁명의 결과물들 중 상당 수는 과거의 산업혁명들과 달리 놀랍게도 우리에게 열등재를 제공한다. 여기서 제4차 산업혁명의 발명품들이 열등재가 되는 방식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신재생 에너지처럼 비용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배양육처럼 질적이나 감성적인 효용이 낮은 경우이다. 그리고 현재 미국과 유럽을 위시한 전 세계의 이른바 지적인 리더들은 제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이 과거의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우리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산물인 열등재들을 우리들이 수용하도록 대대적인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우리 일반인들은 그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으며, 배양육 등 일부 기술에 대해서는 극렬히 거부하는 입장이다. 


여기가 바로 초장기 인플레이션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목이다. 소비자들이 신기술과 신제품을 기존 제품보다 열등하다는 이유로 거부한다면, 신제품을 기존 제품보다 우월하게 만들면 되며, 그 방법 중에 가장 간단한 것은 기존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의 가격이 화석 에너지 가격과 대등해지는 경우를 전문용어로 에너지 패리티(energy parity)에 이르렀다고 한다. 양자의 가격이 최소한 같은 수준에 이르러야 신재생 에너지의 수용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에너지 패리티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신재생 에너지의 가격을 낮출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석유 가격을 올리는 것이 더 효과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즉 에너지 인플레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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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에 칠면조 대신 콩을 먹자는 Fed의 트윗



또 다른 방법은 소비자들이 상대적 또는 절대적으로 가난해지게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것이다. 위 그림은 St. Louis Fed의 실제 트윗이다(https://twitter.com/stlouisfed/status/1462176434420690946). 추수감사절 식탁에 칠면조 고기가 비싸다면, 그 대안으로 콩을 기반으로 한 저녁식단을 고려하면 훨씬 저렴한 추수감사절 만찬을 즐길 수 있다는 내용이다. Fed가 상당히 진지하게 이러한 대안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리고 그에 따른 반응으로는 “Fed가 대중을 상대로 협박을 하고 있다”는 분노의 댓글이나, “진짜 칠면조 대신 두부 칠면조를 먹으라는 말이냐”라는 조롱의 댓글들이 달려 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의 영향은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인건비의 상승으로 인한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의 도입이다. 분명히 로봇의 도입에 있어 중요한 걸림돌 중에 하나가 초기 투자금 부담일 것이다. 인건비가 충분히 낮다면 대부분의 기업에게는 로봇의 도입은 미래의 이슈일 뿐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선진국은 물론 중국이나 여타 개발도상국의 인건비 전반이 상승하면서,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 공급망 단절, 보조금 살포 등은 전세계의 인건비 수준을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높이고 말았다. 게다가 로봇은 파업을 하지도 않는다. 물류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임금 인상 요구와 파업으로 인해 국내 물류 기업들은 드론 배송의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말하자면, 제4차 산업혁명은 결국 고비용을 먹고 자란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당연하게 벌어지는 이유는, ESG와 제4차 산업혁명이 인간 중심적인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가치나 이벤트들은 우리의 활동과 관심의 중심을 인간에서 환경이나 지구 등 인간 이외의 것들로 옮길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신기술의 도입으로 인간들이 불편해지거나 가난해지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나는 여기서 이러한 이벤트들이 긍정적이라거나 부정적이라는 것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ESG 경제는 고비용 및 비효율과 동의어이고, 제4차 산업혁명은 ESG를 지지한다는 사실과 그로 인하여 현재 신기술이라 불리는 것들은 대부분 인플레이션을 먹고 자라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만을 전달하고자 할 뿐이다.

한편 신기술의 도입 덕분에 우리가 그간 즐겨왔던 쾌락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메타버스의 대체제는 무엇일까? 진짜 여행이다. 우리는 유럽에 사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하늘과 대륙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대신,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유럽에 사는 친구를 만나고 악수하고 포옹하고 키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기술적인 한계로 포옹이나 키스는 불가능하지만 궁극에는 키스보다도 더한 성적인 접촉까지도 메타버스 상에서 가능해 질 것이다. 이 경우에 메타버스는 진짜 여행보다 열등재일까? 아니면 우등재일까?

메타버스에서의 만남이 반드시 열등재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메타버스에서 포옹하고 키스하며 진짜 여행만큼이나 깊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는 여행보다 우월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메타버스가 진짜 여행과 같은 정도의 감각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때까지는 메타버스 안의 여행은 언제나 열등재일 수밖에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 여행을 즐겨야만 메타버스 산업이 활성화 될 것이므로, 메타버스의 대체재인 진짜 여행의 비용은 지속적으로 비싸져야만 한다. 혹은 우리는 지속적으로 가난해져야만 한다. 아니면 두 상황 모두가 필요하다.

즉, 여기서 결론을 다시 말하자면, 제4차 산업혁명은 여타의 기술혁신과는 달리 디플레이션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혁명이다. 그 이유는 제4차 산업혁명이 이전의 산업혁명과 달리 인간의 니즈나 쾌락을 위한 기술혁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쾌락을 자제시키고 불편함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제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내는 신제품은 기존의 제품보다 열등재인 경우가 상당히 많으므로, 이들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등 기존 제품의 효용 하락을 유도하게 되는 양상이 향후 계속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제4차 산업혁명이 완결된 먼 미래에는, 이들 신기술은 디플레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미래의 일반인들은 진짜 고기를 한우 고기처럼 귀하게 여기며, 평소에는 저렴한 배양육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고가의 진짜 유럽여행은 현재의 크루즈 여행처럼 고가의 여행으로 일반인들에게 인식되면서, 대신 저렴한 유럽풍 메타버스 투어로 충분히 만족할지도 모른다. 사람은 언제나 적응의 동물이다.

다음 번에는 초장기 인플레이션의 관점에서 지정학적 위기, 우리 사회의 변화에 따른 법인세 인상 등의 세금과 경제 시스템의 변화, 자산시장의 변화, 비트코인 등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다. 그 이후에는 최종적으로 “그레이트 리셋”이 가져올 변화 전반을 함께 논의해 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한 가지 명확히 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가 지금 인플레이션에 대해 논의함에 있어, 인플레이션이 장기화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인플레이션의 다양한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초장기 인플레이션의 다양한 원인을 조망하는 것이다. 이것은 초장기 인플레이션이라는 결론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밝혀 둔다. 인플레이션의 다양한 원인을 알아야, 평범한 사람들도 인플레에 대한 어느 정도의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른바 인플레이션 헷지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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