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시장의 유동성 부족은 변동성 증가와 동전의 양면
미 국채시장의 변동성 추이를 보면 2020년 3월 수준에 도달
변동성 커지면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국채시장 투자 꺼려
대형 투자자들 사라지면 유동성 급감→변동성 급등의 악순환 발생
2020년 팬데믹 초기 미 국채시장의 유동성 부족 경험한 적 있어
재무부, 최고의 유동성 지닌 단기국채 발행하고 이로부터 확보된
자금으로 유동성이 낮은 장기국채 매입하는 형식 고려 중
[이코노미21 양영빈] 금리인상과 양적긴축(QT)이 진행됨에 따라 미국 국채시장의 유동성 부족이 관찰되고 있다. 미국 국채시장의 유동성 부족은 변동성 증가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이런 현상은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했을 때 있었으며 연준과 재무부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 중 하나다. 최근 영국의 미니예산법으로 촉발된 영국 국채(Gilt) 시장의 혼란은 연준과 재무부에게 미국 국채시장에 대한 고민 거리를 던져 주었다.
최근 미국 국채시장의 변동성 추이를 보면 이미 2020년 3월의 수준에 도달했다. 미국 국채시장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지수로는 MOVE(Merrill Lynch Option Volatility Estimate) Index가 있다. 할리 배스만(Harley Bassman)은 국채 변동성을 가늠하는 지수인 MOVE Index를 창시한 인물이며 최근 한 유튜브에서 국채 변동성의 의미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MOVE Index는 미국 국채 중에서 만기가 2, 5, 10, 30년인 국채 옵션의 변동성을 통해 역산한 값인데 비중을 보면 10년물이 40%를 차지하고 나머지가 각각 20%를 차지한다. 사실상 만기 10년의 변동성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MOVE Index는 160이다. 금융위기 때는 252, 2020년 팬데믹 때는 170 정도였다. 2020년 팬데믹 수준에 상당히 근접했음을 알 수 있다.
이 값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160을 16으로 나누어야 한다. 변동성을 16으로 나누는 것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얼마나 움직일 것인가를 구하는 수학적인 기법이다. 160/16=10 이므로 현재 MOVE Index는 10년물 국채가 하루에 평균 10bps가 움직인다는 것과 같다. 현재 거래되는 10년물 국채는 쿠폰으로 액면가($100)의 2.75%를 지급한다. 이러한 미국국채의 수익률이 10bps 변하게 될 때 10년물 국채의 가격 변화는 대략 다음과 같다.
10bps(4.0%-3.9%) 상승할 때 가격 변화는 0.77이며 90.55의 0.85% 정도이다. 전통적으로 국채시장에는 소액 개인투자자는 거의 없고 대형 기관투자자, 은행, 헤지펀드 등이 있다. 국채시장 참여자들은 거액을 투자하는 주체이므로 보유한 채권이 하루에 0.85% 움직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충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국채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꺼리게 된다. 주요 참가자인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사라지면 유동성 급감→변동성 급등→유동성 급감의 악순환이 발생하며 국채시장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지난 10월 12일 때마침 옐런 재무부 장관은 국채시장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QT와 재정적자에 의해 시장으로 쏟아지는 국채는 가장 먼저 브로커-딜러에 의해 인수된다. 브로커-딜러는 대부분 대형은행의 자회사인데 이들의 대차대조표는 지주회사로 통합돼 관리되며 지주회사에 편입된 회사들 전체의 자기자본/자산전체가 6%를 넘어야 하는 SLR 규제를 받는다. 따라서 브로커-딜러가 재무부로부터 직접 인수할 수 있는 국채의 규모는 SLR 규제에 의해 제한을 받게 된다.
옐런 장관은 SLR 규제에 의해 브로커-딜러의 국채 인수 여력이 매우 떨어져 시장조성(market making) 능력이 국채 규모만큼 올라오지 못한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옐런 장관의 발언은 지난 주 크리스 월러 연준이사가 이야기한 국채 가격 하락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과는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크리스 월러 연준 이사는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 경제학의 기본 상식인 수요와 공급 법칙이 작동하고 유동성 부족 문제는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SLR 규제에 의해 시장에 국채를 공급하는 최전선에 있는 딜러들의 능력이 제한되고 있다.
조셉 왕은 블로그에서 현재 상황을 다음 그림처럼 보여 주었다. 금융위기 이후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국채규모와 오히려 감소한 딜러의 자금 조달이 명백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출처=FedGuy (https://fedguy.com/draining-the-rrp/#more-4413)
딜러는 레포 조달을 통해 국채의 최종 매수자인 투자자들에게 조금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제공한다. (현금 투자자 → 딜러 → 헤지 펀드) 이러한 거래는 딜러의 대차대조표 크기를 증가시킨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전체 국채 규모와 딜러의 레포 조달 금액은 각각 5조달러, 3조달러였다. 현재는 24조달러, 1.5조달러 수준이다. 금융위기 이후 딜러의 자금 공급 능력이 SLR 규제에 의해 현격한 제한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채 규모는 24조로 늘었지만 딜러 자금 조달은 1.5조에 불과해 비율 측면에서 딜러의 자금 조달 능력은 오히려 한참 감소했다.
옐런 장관이 인터뷰에서 SLR 규제가 프라이머리 딜러의 시장조성자의 역할을 어렵게 했다는 언급은 매우 중요한 입장 표명이다. 2020년부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실시된 SLR 규제 면제가 2021년 4월 면제 시한을 앞두고 엘리자베스 워렌 등의 민주당 상원의원은 SLR 규제 면제를 절대로 연장해서는 안된다는 서한을 당시 연준의장인 파월에게 보낸 경험이 있다.
집권 정당인 민주당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워런 같은 상원의원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던 것이 불과 1년 6개월 전이다. 옐런 장관이 당내 중론인 SLR 규제를 반대하는 입장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또한 최근 재무부는 프라이머리 딜러를 대상으로 미국 국채 바이백에 대한 방법, 크기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재무부가 이번에 생각하는 바이백은 최고의 유동성을 지닌 단기국채를 발행하고 이로부터 확보된 자금으로 유동성이 낮은 장기국채를 매입하는 형식을 취한다. 바이백의 목표는 QT를 통해서 시중에 미국국채가 공급될 때 유동성이 급감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재무부 바이백
① 단기국채 (T-Bill) 발행 : 만기 1년 이하
단기채 금리 상승 → MMF가 역레포에서 단기채로 갈아탈 유인 제공 → 은행 지급 준비금 증가
② 장기국채 (Coupon) 매입 : 만기 2년 이상 (Note, Bond)
장기 국채 시장에 유동성 공급(장기 금리 안정화), QT (장기 국채 매도) 충격 완화
미국 국채시장은 전세계 금융시장을 떠 받치는 최후의 버팀목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유동성과 가장 큰 거래량을 자랑하는 미국 국채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미 2020년 팬데믹 발발 시기에 미국 국채시장의 유동성 부족을 경험한 적이 있다. 따라서 옐런 장관의 SLR 규제에 대한 발언과 재무부의 바이백 설문조사는 재무부가 현재 국채시장 상황을 매우 주시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미완으로 끝난 1차 QT를 뒤로 하고 이제 본격적인 2차 QT로 진입하고 있는 현재는 급격한 금리인상과 양적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매우 불안정하고 변동성이 높은 상태다. 양적긴축(또는 연준 대차대조표 정상화)는 연준만의 몫이 아니다. 시장에 가장 적은 충격을 주면서 QT를 진행할 수 있도록 연준과 재무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출처 :『KB증권 2023년 해외채권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