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박종대 前 하나증권 애널리스트 블로그
작년 중순 유통업체들 주가가 오르니까, 2년 만에 이제 손실이 좀 줄어들어 매도한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어떤 분은 자기는 거래를 자주 하는데, 이런 스타일이 문제가 있는거냐고 묻기도 합니다.
저는 장기투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장기투자가 마치 주식 투자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공준'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런 프레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주식 투자의 유일한 공준은 '수익'일 뿐입니다. 아무리 단타로 데이트레이딩을 하더라도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면, 훌륭한 투자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와 철학대로 투자와 매매를 하고 있느냐입니다. 데이트레이딩이든 장기투자이든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입으면 됩니다.
장기투자라는 말이 특히 개인투자자들에게 중요시됐던 이유는 '정보의 제약' 때문입니다. 한정된 정보 접근성으로 단기적인 주가의 변동성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좋은 기업을 오래 들고 가는 장기투자가 최선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가 넘쳐 나고 있죠. 삼프로TV부터 하나TV를 비롯 각종 증권사 유튜브까지 예전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양질의 정보를 바로바로 취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불과 2~3년 전까지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이제 당일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 상승하는 이유, 현재 시장의 핵심 주가 변동 요인을 개인투자자들도 바로 알 수 있게 되었고, 기관 펀드매니저와 같은 환경하에서 투자결정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왜 팔지 말아야 할까요?
사실 장기투자의 부작용은 적지 않습니다. 일단, 자칫 게을러질 수 있죠. 주식을 사놓고 장기투자한다는 명분으로 방치하는 것입니다. 아기를 낳아 놓고 케어하지 않는데 어떻게 아기가 잘 자랄 수 있겠습니까. 잘 모르는 주식을 무심코 살 수도 있습니다. 주식을 막 사고 싶을 때가 있죠. 남들도 다 하니까. 막 오르고 있어서 사고 싶은데, 지식이 별로 없어요. 예를 들어 2021년 당시 네이버와 카카오의 중장기 전망은 누가 보더라도 좋아 보였습니다. 그때 나오는 치트키가 '장기적으로는 오르겠지 뭐!'입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주가 하락을 장기투자라는 명목으로 묵과한다는 것입니다. 장기투자가 면죄부처럼 언급됩니다. 제가 투자자들과 얘기할 때 제가 가장 듣기 싫은 말이 "길게 보면 좋아지지 않을까요?"라는 말입니다. 자신의 투자 손실을 무책임하게 변호하는 말입니다. 그런 상태로 몇년을 끌고 가면 오를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사이 묶인 투자금의 기회비용과 방관으로 낭비되는 시간은 어떻게 할까요? 차라리 손절매를 하고 그런 실패를 교훈 삼아 열심히 공부하면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누구나 처음에는 잘 모르고 손실을 냅니다. 그 손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합니다. '와신상담'의 고사를 되새기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공부해야죠.
진정한 장기투자자라면, 그 종목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중장기적으로 좋다는 확신을 갖고 있어야합니다. 펀더멘탈 이외 요인에 의해서 떨어질 때는 사야합니다. 그런 액션을 하고 있지 않다면, 그건 본인의 투자실패를 방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장기투자는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장기투자는 수많은 변화에 펀더멘탈을 밑바탕으로 인내하는 투자입니다. 주가는 펀더멘탈만 갖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전체 주식 시장 자체가 어떻게 될 지 모릅니다. 2022년 올해 많은 종목들이 실적이 좋은데도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실적 전망과 별개로 환율 상승 때문에 계속 달러가 한국 시장을 떠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확실성은 안고 가셔야 합니다. 그걸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습니다. 사놓고 잊고 지내는 거죠. 3년 지났더니 엄청 올랐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실력이 아니라 운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낼 수 있는 돈은 큰 돈이 아닙니다. 투자는 반복게임입니다. 그렇게 얻은 수익은 또 그렇게 손실 낼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모든 투자는 항상 긴장감을 갖고 임해야 합니다. 자신의 돈을 운에 맡기면 안됩니다.
아울러, 장기투자는 현금이 묶인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늘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종목을 좋은 타이밍에 매수할 수 있습니다. 현금이 없으면 막상 큰 조정이 와서 사야할 때는 살 돈이 없는 유동성 제약에 놓이게 됩니다. 항상 현금을 일정 수준 이상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주가가 오르면 적당한 비중만큼 팔아야 합니다. 어떤 분들은 주식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현금 갖고 있으면 수익률이 0%를 내고 있는 바보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는 좋은 종목을 사기 위해 현금을 항상 확보해 놓습니다. 현금은 뭐든지 투자할 수 있는 '줄기세포' 같은 자산입니다.
마지막으로, 세상은 늘 변한다는 것입니다. 네이버와 LG생활건강, 이마트 주가가 저렇게 떨어지리라고 누가 생각했을까요? 흠 잡을 데 없었던 업체들의 주가가 불과 1년 사이 1/2, 1/3 토막 나 있습니다. 전쟁이 터질 줄 누가 알았습니까? 환율이 금융위기인 양 오르고, 어떤 기업은 갑자기 생뚱맞게 대형 M&A를 합니다.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인간 세상인데, 3년 후에 그 회사가 좋아질 지, 또는 그때까지 계속 좋아질 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너무 크게 수익내려고 하지 마세요. 20% 수익 낼 수 있었는데, 욕심 내서 30% 수익 내려다가 10%도 못 가져가는 경우가 숱하게 많습니다. 어차피 평년에는 연간 7~8% 수익 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주식 투자로 크게 성공한 분들 수익률을 자세히 보시면, 대부분 IMF나 리만사태 때 바닥에서 '몰빵'한 분들입니다. 그런 때 300% 막 이렇게 수익 내는 겁니다. 그 돈으로 평소에는 7~8% 수익률, 일정 수준 현금 갖고 있다가, 큰 조정 나왔을 때 현금 '몰빵', 그런 식으로 웨런버핏, 피터린치는 누적 수익률 3,000% 기록한 겁니다.
평생을 주식 투자와 함께 가야하지만, 일년 내내 주식투자 할 필요는 없습니다. 목표하는 주가에 도달하면 깔끔하게 차익실현 하세요. 도중에 새로운 목표를 세우지 마세요. 지나친 욕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호텔신라 Bottom fishing으로 8만원, 10% 수익률 목표한대로 냈다고 할 때, 내년에 글로벌 여행 본격화되면 더 좋아질 것 같은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매도를 지연하지 마세요. 모르는 일입니다.
자신의 총 투자자산을 펀드라고 한다면, 연간 펀드수익률 7~8%를 낸 후에는 클로징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각 개별 종목을 7~8% 수익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전체 펀드를 몇 년간 7~8% 꾸준히 수익내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 펀드가 있다면 너도나도 투자한다고, 떼돈이 몰릴 겁니다. 그 펀드매니저 연봉은 몇 십억이 될 겁니다. 여러분이 그런 펀드매니저와 레벨이 같다고 생각하세요? 작은 수익률에 부끄러워 마세요. 어떤 외국계 증권사는 3%만 수익 나면 자동으로 매도하는 시스템 갖고 있습니다. 7~8% 수익을 가벼이 여기지 마세요. 무조건 수익 내는 게 중요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