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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기술] 훈민정음과 정답, 그리고 AI (0) 2022/12/05 PM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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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인터넷 세상에 묶은 가장 강력한 동력은 무엇일까요? 즐거움? 생산성? 모두 맞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정답을 찾는 것'입니다. 언제 어느 곳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정보, 즉 정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파괴적인 혁신의 단초기 때문입니다.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요? 글쎄요. 훈민정음을 예로 들겠습니다. 혹자는 훈민정음을 두고 단순한 문자의 개발이라고 말하겠지만, 사실 훈민정음은 그 자체로 사회 개혁의 시발점입니다. 쉬운 문자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교환하면서 '정답'을 찾게 만들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사회의 커다란 변혁을 끌어냈기 때문입니다.


2011년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 등장하는, 사대부 중심의 조선을 추구하는 비밀조직 밀본이 그토록 훈민정음을 막으려 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인터넷과 문자는 닮았습니다. 정보를 공유해 정답을 찾게 만든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이어 파괴적인 사회의 혁신을 끌어낸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충격의 기술, 챗GPT(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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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가 또 일을 냈습니다.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3.5를 바탕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AI 슈퍼컴퓨터 인프라를 통해 추가 학습한 모델인 챗GPT(ChatGPT) 미리보기 버전을 공개한 가운데 그 기능을 두고 "놀랍다"는 찬사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챗GPT를 사용한 개발자들의 커뮤니티에 따르면, 해당 AI 모델은 기존 대화를 바탕으로 다음 대화를 이어가는 능력이 탁월하고 대화에 오류가 있으면 응답을 바꾸거나, 혹은 스스로 오류를 인지해 정정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개발자가 챗GPT와 대화하며 필요한 소스코드를 요청하면 이를 찾아준다고 하니, 매끄러운 대화를 넘어 코딩까지 지원하는 AI 모델이 등장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물론 말수가 지나치게 많은데다 다중 의미를 가진 단어에는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다는 한계는 보였으나 챗GPT 자체가 AI의 신기원이라는 점에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개발자들은 조만간 공개될 GPT-4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미 AI와 인간의 차이를 테스트하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으며 100조 개의 매개변수를 사용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텍스트 기반 학습에 머물렀던 GPT-3와 달리 GPT-4는 다양한 멀티미디어도 학습했기 때문에, 최근 AI 모델링의 트렌드인 멀티모달(Multimodal/텍스트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 포함)에서도 상당한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설이 무성합니다. 심지어 희소 모델(Sparse Model)을 통해 더 낮은 비용으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GPT-3는 학습 단계에서 1회당 수십억원이 들지만 GPT-4는 100만달러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유력합니다.



정답을 찾는 여정, AI


우리는 훈민정음과 같은 문자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정답을 찾아가며 시대의 의식을 키웠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체성을 확립했어요. 


'정보를 공유하고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인터넷 시대 웹1.0과 웹2.0을 관통하며 또 한 번의 대격변을 맞이합니다. 무엇보다 검색(SEARCH)라는 매개가 핵심이 됩니다. 인터넷 검색이라는 행위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해 정보를 공유하고 정답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검색 플랫폼을 제공하는 구글 및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들이 인터넷 시대의 핵심이 된 이유입니다. 


(사실 인터넷 시대의 핵심은 검색결과, 즉 콘텐츠가 되어야 하지만 그 주도권이 검색결과를 찾게 만들어주는 포털이라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블록체인 및 코인 시장의 핵심이 프로젝트가 아니라 그 가상자산을 중개하는 거래소가 핵심인 것처럼, 우리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날 때 새로운 콘텐츠의 거래 플랫폼에 모든 권력이 쏠리는 것을 자주 목격하는 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다시 고민하게 됩니다. '정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 꼭 검색만 있는 것일까?' 아닙니다. 검색은 정답을 찾기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편리한 도구일 뿐입니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더 발굴할 필요가 있겠지요


몇 가지 인터페이스적 측면의 고민은 나왔습니다. 현재의 네이버를 가능하게 한 '지식인'의 경우 검색 텍스트의 정보를 늘리고 또 편안하게 만들어 정답을 찾는 여정의 패턴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고, 시간이 흘러 AI 스피커의 등장으로 사운드, 즉 목소리에 기반해 정답을 찾는 보이스 인터페이스가 크게 각광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 유튜브 등의 등장으로 텍스트 콘텐츠의 정보를 초월하는 동영상 콘텐츠에 기반을 둔 정답을 찾는 전략도 등장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전략들은 결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검색의 영역에 머물렀고, 간혹 텍스트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를 보였으나(보이스 인터페이스) 그 자체로 대변혁을 끌어내는 것에는 실패했습니다. 즉, 인터페이스와 결과물 일부가 변하기는 했으나 정답을 찾기 위한 여정은 여전히 검색에 갇혔다는 뜻입니다.


그 갑갑했던 세상을 AI가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 긴 텍스트로 자세하게 물어보든, 텍스트 검색을 하든 목소리로 검색을 하든 정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모든 여정의 과정에서 검색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무언가 알아내야 하는 존재인 '나'라는 존재가 정답을 찾아 사회를 바꾸는 시도를 할 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던 검색이라는 동작이 삭제되는 시대입니다.


물론 당장 이런 시대가 오지 않을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정답을 찾으려 너무나 오랫동안 검색의 패러다임에 갇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 패러다임은 조금씩 풀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할 것은 두 가지겠지요. 정답을 찾는 여정이 더 간단해지는 세계는 어떻게 변할까?또 검색이 사라진 시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자, 개척자들이여. 우리가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시대가, 드디어, 열리고 있습니다. 그 새로운 시대는 당연한 것이 사라진 시대이며, 생각하지 못한 모든 것이, 펼쳐지는 시대입니다.

 


#인공지능  #오픈AI  #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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