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원재료 가격 급등하자
라면·사이다 값 바로 올렸는데
곡물 가격 1월 수준으로 떨어져
내년 영업이익 크게 늘어날 듯
물가 상승과 함께 제품 가격을 인상한 식음료 기업의 주가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불황에도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필수재인 데다 판매가는 올랐는데 곡물 등 주요 원료 가격이 올 초보다 하락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음식료품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원재료 값 하락으로 영업이익 회복 전망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식음료 분야 대표 종목인 오리온과 롯데칠성의 주가가 한 달 사이 13%대 상승률을 보였다. 농심과 삼양식품 주가도 같은 기간 5.3%, 9.2% 상승했다. 이 종목들이 포함된 코스피 음식료품 지수는 한 달간 1.7% 올랐다.
식음료 기업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올해 좋지 않았던 영업이익이 내년부터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주요 식음료 기업은 올해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일제히 상품 가격을 올렸다. 대표적 ‘서민 음식’인 라면이 지난 9~10월 10% 안팎 올랐고, 사이다·콜라 등 음료 가격도 5% 안팎 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소비자물가는 9.4% 올라 11월 기준으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제품 가격은 오른 반면 고공 행진하던 원재료 가격이 떨어진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135.9)보다 소폭 하락한 135.7로, 올해 1월(135.6) 수준으로 떨어졌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올해 3월 159.7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박찬솔 SK증권 연구원은 “원재료 가격이 실적에 반영되는 기간이 3~6개월 가량임을 감안하면 내년 1분기부터는 식음료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식음료주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美 증시도 식음료주들 52주 신고가
뉴욕 증시에서도 식음료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에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면서 전통적 경기 방어주인 식음료주의 매력이 부각된 것이다. 허시, 캠벨수프 등 대표적 식음료 기업 주가는 최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허시의 주가는 글로벌 증시가 모두 하락세였던 올해도 꾸준히 올랐다. 1월 3일 193.21 달러에서 지난 13일 236.33달러로 22.3% 상승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코디 로스 UBS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허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종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하면서 현 주가 대비 13%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레토르트(retort) 음식 대표 업체인 캠벨수프의 주가도 올 들어 28.6% 상승했다. 캠벨수프 마크 클로스 CEO는 “소비자가 외식을 줄이고 인플레이션 영향을 완화할 방법을 모색하면서 판매량이 늘었다”고 밝혔다. 야후 파이낸스는 내년에도 주식시장의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방어주로 허시, 캠벨수프와 곡물 거래 기업인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 기호 식품 생산 기업인 MGP인그리디언츠 같은 종목을 추천했다.
◇'K푸드’로 해외 공략 기업 주목해야
국내 식음료 기업들의 내년 실적은 수출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올해 가격 인상이 일단락되면서 외형 성장 가능성이 제한적인 만큼 국외 시장에서 이루는 성과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장지혜 DS 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식음료 분야의 최선호 종목으로 삼양식품과 롯데칠성을 꼽으면서 “삼양식품은 K푸드 인기에 힘입어 라면 실적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고 원가 부담 완화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며 “롯데칠성은 필리핀 자회사인 펩시필리핀이 현지 공략을 강화하는 등 해외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여 긍정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