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실적을 설명해온 ‘화폐환상’은 4분기부터 걷힐 것이다. 화폐환상을 걷어내도 실적이 좋을 수 있는 업종과, 4분기 실적이 기대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은 업종을 고민했다.
화폐환상이 걷혀질 4분기 실적시즌
4분기 실적은 매번 예상보다 좋지 못했다. 이번에도 과거 평균만큼 어닝쇼크를 반복한다면, 실제 KOSPI 영업이익 성장률은 컨센서스인 -14%가 아닌 -25% 안팎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해가 바뀌고 나오는 작년의 숫자라는 점 때문에 4분기 실적시즌은 다른 분기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4분기 실적시즌은 ‘화폐환상’이 걷히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화폐환상은 이익률 (실질)은 악화하고 있었지만, 가격효과에 힘입어 매출액 (명목)이 증가하면서 실적이 좋은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 것이다. 화폐환상이 걷혀간다는 증거는 매출액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것뿐만 아니라, 물가상승률 둔화를 가리키는 경제지표에서도 보이고 있다.
환상을 걷어내도 좋을 업종은?
1. 화폐환상의 덕도 보았지만 이익률 개선도 있었던 업종 중 화폐환상이 사라져도 매출과 이익률 모두 꾸준히 개선/유지가 기대되는 업종은 호텔,레저와 IT하드웨어다.
- 호텔,레저: 강원랜드, 파라다이스, GKL
- IT하드웨어: 일진머티리얼즈, 파크시스템스, RFHIC, 인텔리안테크
2. 화폐환상으로 매출은 올랐지만 이익률 개선은 없었던 업종 중, 화폐환상이 사라져도 수요증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업종은 기계, 화학, 2차전지다. 밸류에이션까지 고려할 경우 기계, 화학의 매력이 크다. 2차전지는 성장에 대한 기대, 실제로도 올라온 실적, 그에 맞는 밸류에이션 부여가 이미 진행됐다. 물론 최근 하락으로 단기 가격매력은 생겼으나, 전고점을 뚫는 추가 상승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주가상승을 만들어낸 이유인 ‘한국을 대표할 차기 성장산업’말고도 다른 매력이 필요한 시기다.
- 기계: 두산밥캣, LS,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레인보우로보틱스
- 화학: LG화학, 포스코케미칼, 한화솔루션, 에코프로, 한솔케미칼
3. 건설, 화장품, 반도체, 디스플레이처럼 화폐환상도 누리지 못했고, 이익률도 악화한 업종은 2023년 매출과 이익률 모두 다른 업종보다 뒤쳐져있다. 하지만 실적이 좋지 못하다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업종들에게 찾아올 기회를 두 가지 차원에서 분석했다.
3-1. 실적이 안 좋을 때가 기회인 업종은 무엇인가? 주가는 실적보다 빠르기 때문에 실적이 반등하기 전에 주가가 먼저 반등하는 업종이 있는데, 반도체를 꼽을 수 있다. ‘실적추정 하향이 빨라지면서 P/E가 급등하는 시기가 장기 저점과 가까웠던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KB증권에서는 반도체 매수시점을 2023년 봄으로 전망하고 있다.
3-2. 수요가 좋아진다는 신호에 주가도 격하게 반응하는 업종은 무엇인가? 매출액 성장률 개선 폭과 수익률의 관계 (‘당 분기 매출성장률-지난 분기 매출성장률’과 ‘당 분기 KOSPI대비 수익률’)를 보면, 매출액성장률이 개선될 때 주가도 반응하는 정도가 가장 센 업종은 디스플레이다. 물론 컨센서스가 맞다는 전제를 해야 하고 2023년 상반기까지는 적자를 예상하고 있지만, 매출액 성장률의 저점이 4분기라는 점에서 디스플레이 업종에 대한 관심을 키워갈 조건은 갖춰진 것으로 판단한다.
4분기 실적 서프라이즈 업종은?
4분기 실적시즌 대응 차원에서, 어닝 서프라이즈/쇼크 예상 종목 또한 정리했다. 어닝 서프라이즈/쇼크는 ‘연속성 (서프라이즈/쇼크는 반복될 확률이 높다)’과 ‘방향성 (전망치가 올라가면 서프라이즈, 내려가면 쇼크 확률이 높다)’을 이용하면 예측할 수 있다.
앞서 분석의 결론으로 제시한 업종인 호텔,레저, IT하드웨어, 화학, 기계에서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종목을 꼽아보면 ‘파라다이스, 파크시스템스, 포스코케미칼, 한화솔루션, OCI, 효성중공업, 태광’이다. 2차전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역시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가 올라가고 있어 연초에 주목해 볼만하다.
- 2차전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 건강관리: 삼성바이오로직스
- KB증권 퀀트 애널리스트 김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