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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우리는 아직도 이 인플레의 맛을 모른다 [연초경제②] (1) 2023/01/15 PM 03:38




고금리는 항암제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암을 치료한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너무 오래 투약하면 생살도 다친다. 경기침체, 실업, 기업도산의 충격이 커진다. 이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물가는 확실히 잡을 '마법의 레시피'가 필요하다. 기준 금리를 '앞으로 얼마나 더 올려야 하나'(how high?)와 '언제 고금리를 끝내야 하나'(how long?)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아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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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병을 알아야 약도 만든다. 코로나 백신이 그랬다. 인류가 유전자 염기서열 풀이와 같은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이해한 뒤에 백신이 탄생했다. 암을 정복하는 항암물질도 그렇다. 암세포의 모양과 기전을 알아야 만들 수 있다.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다. 이 인플레를 제대로 이해해야 처방전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지금의 인플레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어떤 맛'인지 모른다. 증거가 있다. 지난 주말 끝난 미국의 '전미경제학회(AEA) 2023 연례 총회'다.


'경제 올림픽'이라 불리는 회의로,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렸다. 노벨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부터 하버드 총장과 미국 재무장관을 역임한 래리 서머스까지… 내로라는 경제학자들이 총집결했지만, 안타깝게도 처방전은 없었다.


블룸버그의 기사를 보면 UC버클리의 데이비드 로머 교수는 "그동안 인플레를 억제하려고 참 애썼는데 실적은 매우, 매우 안 좋습니다. 이 인플레는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고, 미국 경제에 착 달라붙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개연성 높은 시나리오의 범위가 아주 넓습니다."라고 말했다.


라파엘 보스틱 아틀란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례 없는 상황 때문이에요. 이 전염병은 너무나 독특합니다. 상황이 계속 진화하고 있어서 확고한 예상이나 기대를 하기 힘들어요"라고 했다.


상반된 조언이 동시에 나온다. 백가쟁명이다. 노벨상을 탄 스티글리츠 교수는 "긴축은 경제만 해치고 효과는 없다니까요, 이 인플레이션은 코로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러온 공급쇼크 때문이잖아요!"하는데,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차스는 여튼 "실업률이 높아지더라도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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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대표하는 특1급 경제학자들'이 현재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도 합의하지 못한다.


하버드의 케네스 로고프나 래리 서머스는 "정부 적자가 늘었고 기후 대응 투자가 필연적이어서" 금리 상승요인이 많다고 하지만, 반대로 "선진국의 잠재 성장률 수준은 너무 낮아서" 저금리는 피할 수 없다는 쪽도 적지 않다.


몰라서 문제가 되는 건 대책이다. 장기적으로 고물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 고금리는 장기간 지속 돼야 한다. 반면 저금리 시대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면, 지금의 통화 긴축을 너무 오래 가져갈 경우 경제에 불필요한 충격을 줄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 시절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를 인용했다. 그는 "살면서 본 가장 혼란스러운 경제"라고 말했다.



■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 금리도 그렇다.


연준(Fed)은 곤혹스럽다. 올린 금리를 언제, 그리고 어떻게 다시 내릴지에 대한 결정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던가. 금리를 '내리는' 결정도 마찬가지다. 올릴 때보다 더 어렵고 더 중요하다.


이 인플레가 80년대 같은 고질적 인플레라면, 금리를 섣부르게 내리면 큰일 난다. 불안요인이 잠복해 있다가,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할 때 물가는 전보다 더 높이 치솟을 수 있다. 역사적인 경험이 있다. 전편에서 언급한 '아서 번즈'의 실수가 그것이다. 잘 내리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문제는 너무 늦게 내릴 때 충격이다. 고금리는 결코 인플레만 잡지 않는다. 사람도 잡는다. 실업과 기업도산으로 상징되는 불황도 불러온다. 래리 서머스는 NYT에 "빙판에서 브레이크를 잡으면 차는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It’s hard to stop a car on ice without skidding.”고 했다. 불황이 온다면 고통은 피할 수 없고, 그 고통은 한계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에게 가장 극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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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확신이 없다. 지난해 마지막 금리 인상 뒤 기자간담회(12/14)에서 파월은 "인플레이션을 관리 가능한 경로로 돌려놓으면서, 경제에 불황이 찾아오지 않게(성장 속도만 좀 느려지게) 만들 가능성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고 했다. 연착륙(Soft Landing)은 어려울 것 같다면서, 다음 금리 정책은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하겠다"는 말은 최근 여러 연준 관계자가 반복하는 말이다. Fed의 연방 기금 금리를 결정하는 7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인 리사 쿡도 같은 말을 했다. 뜻은 간단하다. '잘 모르겠다. 지금은 결정하기 어렵다. 결정까지 시간을 좀 벌어보겠다'는 정도의 의미다.


문제는 '보고' 결정할 수는 없다는 데 있다. 시차 때문이다. 정책과 그 정책의 효과 사이의 시차. 이걸 연구한 UC버클리의 크리스티나 로머 교수(데이비드 로머 교수와 부부다)가 전미경제학회에 참석해 말한 것을 들어보면 걱정을 안 할 수 없다.


로이터는 로머가 남편과 함께 수행한 연구를 보면, 금리를 높였을 때 GDP는 6개월 뒤 감소하기 시작한다. 2년이 넘어야 금리 인상의 효과를 완전히 반영한다. 실업률은 금리를 올린 지 5달이 지난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높아져서, 27개월 뒤에 평균적으로 1.6% 높아진다.


다시 말해, 지난해 초부터 금리 올리기 시작한 연준의 정책이 효과를 내는지,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실히 확인하는데는 2년 정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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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머는 "이 시차 때문에 연준이 언제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뒤집어야 하는지 결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효과는 이제 막 나기 시작하는데, 연준은 지금 '언제 금리 되돌릴지'를 결정해야 하니까. 확실한 데이터 없이 최적의 시점과 수준 찾기는 너무나 어려울 것이다.



■ 공급충격이잖아? 이게 그렇게 어렵나?


지금의 인플레는 기본적으론 공급충격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한 수요 이동에 공급망 병목이 초래한 제약,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작용했다. 경제학자들은 평상시엔 이런 충격(Shock)은 대부분 금방 사라진다고 본다. 충격이 사라지면 인플레도 꺼진다.


이번엔 다르다. 무엇이 원인일까?


1. 영국 케임브리지대 퀸스 칼리지의 총장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연준 때문'이라고 했다. 치솟는 물가에 늑장 대응하면서 "연준 역사상 최악의 실수"를 저질렀다고 표현했다. '일시적 인플레'라고 단언하며 대응을 늦춘 잘못이란 것이다. 초기 판단 오류다.


2. 다른 원인은 '미처 이해하지 못한 노동시장의 변화'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노동공급이 영구적으로 감소했다. 또 제로금리와 천문학적 정부 부양책이 노동에 대한 태도를 바꾸었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급등했고, 사람들은 일하지 않고 소비만 했다. 노동시장에서의 조기 퇴직, '대퇴사 Great Resignation'도 일어났다. 원격 근무자와 파트 타임 노동이 더 광범위하게 자리하면서, '정규적 노동 공급'이 줄었다. 노동시장의 수요-공급이 교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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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교란됐는지는 다들 판단이 다르다. 장기 지속하는 인플레이션의 특징인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 Wage Price Spiral (노동수요 부족으로 인한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을 부르고, 이는 다시 임금 상승을 부르는 악순환)'이 이미 현실화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는 쪽이 대립한다. 이미 집세나 임금이 많이 올랐다는 쪽과 그렇게 볼 수 없다는 쪽이 상존한다.


그러니까 한쪽에선 이 인플레이션이 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당시처럼 장기 지속하는 인플레이션이라고 말하는데, 다른 쪽에선 다르다고 하는 것이다. 양쪽의 처방은 완전히 다르다.


톰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는 영리하게도 "70년대의 교훈은 인플레이션 앞에서 너무 빨리 물러나면 더 강한 것이 찾아 온다는 점이고, 만약 우리 통화정책이 충분하다면 좀 더 점진적 조치로 갈 수 있다"고 '양다리 전법'을 구사한다.


3. 세계 경제의 전환점, 충격(Shock)의 시대?


케네스 로고프는 "우리는 충격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의 전환점에 있는지도 모릅니다"라고 했다. “We live in an era of many shocks, We may be at a turning point for the global 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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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요인이었다.


중국이 계속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지금보다 더 멀어질지, 지금 정도를 유지할지도 알 수 없다. UC 버클리의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는 "타이완을 둘러싼 미·중 대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보다 더 큰 강도의 경제 충격을 촉발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제로 코로나를 포기한 중국 경제가 다시 과거의 고속 성장경로를 회복할지, 잠재 성장률 자체가 꺾일지도 알 수 없다. 러시아가 앞으로 어떤 국가로 존재할지, 유럽의 에너지 수급이 안정을 되찾을지 계속 불안할지도 알 수 없다. 모든 것이 불확실성이다.



■ 2023년 1월 현재, 금리는 무척 높은데 고용은 아직 너무 좋다


일단 미국의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하다. 빅테크 기업에선 해고가 잇따르는데도, 전반적인 고용은 견고하다. 새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생겨났고, 일자리 얻을 기회도 늘었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는 관광, 건설, 사회보장, 의료, 외식 서비스가 다 좋다고 했다. 그 결과 지난주 발표된 미국 실업률은 3.5%가 되었다. 1969년 3.468% 이후 가장 좋다.


질적으로도 좋다.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을 우려하게 만들 수 있는 '높은 임금 상승률 우려'를 잠재우는 데이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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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0.3%였다. 이 정도면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더 좋은 소식은 11월 수치에 대한 수정치다. 당초 0.6%라고 해서 월가가 공포감을 가졌는데(임금이 너무 빨리 오르면 연준은 금리를 더 가파르게 올리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므로), 그 수치가 0.4%로 수정됐다.


그래서 최근 며칠 미국 증시가 좋았지만, 상황은 언제 바뀔지 모른다. 자신 없는 연준은 '데이터에 근거해 판단하겠다'잖는가. 그러니 새 데이터가 나올 때마다 온갖 해석이 난무한다. 그때마다 월가는 출렁댈 것이다. 아무도 이 인플레의 맛을 모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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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비용 지수(Employment Cost Index)

22년 4분기 ECI 발표 예정일 : 1월 31일 


#KBS #서영민 #E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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