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준비금에 역레포(RRP) 잔고를 같이 합해서 봐야”
“금리인하가 시작되더라도 양적긴축는 계속될 수 있다”
연준이 생각하는 적절한 지급준비금 규모는 GDP의 10%
현재 속도라면 향후 2년반~3년은 QT가 계속 진행될 것
[이코노미21 양영빈]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지난 1월 20일 미국 외교협회에서 연설을 했다. 연설의 결론은 현재 상황에서는 1월말에 열리는 FOMC에서 25bps 금리인상이 적당하다는 것이었다. 월러 이사는 이어진 기자들의 질의 응답에서 금리인상 외에 중요한 의견을 피력했는데 그것은 바로 연준의 양적긴축(QT)에 관한 내용이다.
연준의 양적긴축에 대한 설명에서 월러 이사는 비록 개인 의견이긴 하지만 두가지 중요한 연준의 입장 변화를 이야기했다. 첫째, 월러 이사는 역레포 잔고가 지급준비금과 병합해서 확장된 지급준비금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둘째, 월러 이사는 금리인하가 시작되더라도 양적긴축(QT)는 계속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다음은 조셉 왕의 블로그를(https://fedguy.com/come-hell-or-high-water/#more-5803) 참조했다.
역레포(RRP) 잔고와 지급준비금
연준이 1차 QT를 진행할 때 가장 주목했던 것은 적절한 지급준비금 규모였다.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확대되었고 이를 다시 정상화하는 것이 양적긴축(QT)다. 연준은 QT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큰 충격이 없기를 바랐지만 2019년 단기자금시장 불안정으로(레포시장 위기) 즉각적으로 1차 QT를 중단해야만 했던 흑역사가 있다.
현재 연준이 생각하는 적절한 지급준비금 규모는 GDP의 10% 정도이다.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는 없지만 작년 이후 연준이 발표한 글이나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대략 GDP의 10% 정도를 적절한 지급준비금으로 설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월러 이사도 이번 연설에서 적정 지급준비금의 규모를 GDP의 10~11%로 이야기했다. 현재 명목 GDP는 26조달러 이므로 적정 지급준비금 규모는 2조6천억달러라고 해도 무방하다.
연준 대차대조표에서 부채는 크게 통화, 지급준비금, 역레포 잔고, TGA로 구성된다. 현재 지급준비금 규모는 3.1조달러이다. 따라서 적정 지급준비금인 2.6조달러까지 5천억달러의 여유가 있다. 월러 이사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지급준비금에 역레포(RRP) 잔고를 같이 합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월러 이사는 역레포 잔고는 금융기관이 필요 없는 유동성을 연준에 맡기는 것이므로 언제든지 지급준비금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의 QT는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감소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월러 이사는 지급준비금의 감소가 문제가 된다면 은행이 예금금리를 올려 역레포에 있는 자금을 은행으로 유인해서 지급준비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미국 은행들의 예금금리, 대출우대금리와 역레포 금리를 나타낸 그림이다. 현재 예금금리는 0.33%, 대출우대금리는7.5%, 역레포 금리는 4.3%이다.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Z9TH)
월러 연준이사의 이야기대로 은행이 역레포 자금을 끌어오려면 예금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무려 4%를 올려야 가능한 이야기가 된다. 현재 은행은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보유자산에 미실현 손실이 발생한 상태이고 이것을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예금금리를 4%포인트 이상 인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월러 이사의 생각처럼 역레포 잔고와 지급준비금이 대체가능한 것이고 단순히 은행이 예금금리를 올려서 언제든지 역레포 잔고를 유인할 수 있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현재 미국의 소형은행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 1년물 금리는 대형은행 보다 4% 정도 높은 금리로 거래되고 있다. 이것은 아직까지는 지급준비금이 부족한 소형은행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QT가 지속됨에 따라 대형은행이 직면하게 될 미래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 도래한다면, 금융시장의 안정성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역레포 잔고는 2.1조달러 정도 이므로 월러 이사의 ‘확장된’ 지급준비금은 5.2조달러 정도가 된다. 적정 지급준비금 규모가 2.6조달러이므로 아직 2.6조달러의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출처=연준(https://fred.stlouisfed.org/graph/?g=Z9Ws)
현재 QT가 월 750억~800억달러로(연준의 계획은 월 950억달러 감소였음)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줄이고 있다. 따라서 이 속도로 본다면 향후 2년반~3년은 QT가 계속 진행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금리인하와 양적긴축(브레이크와 엑셀을 동시에 밟기)
QT가 2년 반 이상 진행되면 늦어도 2024년에 확실시되는 금리인하의 기간과 겹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외교협회 연설 후, CNBC의 앵커 스티브 리스만은 월러 이사에게 ‘확장된’ 지급준비금 체제에서 내년에 금리인하를 할 때 QT는 여전히 병행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것은 연준의 오래된 신조 또는 도그마에 관한 질문이었다. 연준에게는 통화정책 완화 시기에는 금리인하+양적완화의 정책 패키지를 사용하고 통화정책 긴축 시기에는 금리인상+양적긴축의 정책 패키지를 사용한다는 신조 또는 도그마가 있다.
연준이 가진 도그마에 대해 퀄즈 연준이사는 이미 작년 7월이 이것이 이상한 신념이라는 비판을 했다. 그는 금리인하+양적긴축 같은 정책 패키지가 충분히 가능하지만 연준 인사들이 시장에 모순적인 신호를 주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즉, 연준이 시장에게 브레이크와 엑셀을 동시에 밟는 신호를 주기 싫어하기 때문에 이런 도그마가 생겼다고 비판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를 동시에 추진했는데 1년 후인 2021년 많은 전문가들이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인상을 주장했다. 그러나 연준이 가진 양적완화와 금리인하는 하나의 정책 패키지라는 도그마로 인해 금리인상을 하지 못한 것은 최근 연준의 가장 큰 실책이다.
최근 사례를 들면, 영란은행은 긴축통화정책의 시기에 연기금 문제가 발생하자 금리는 올리면서 비상대책으로 국채는 매입하는 정책 패키지를 동원했다. 일시적이었지만 금리인상과 양적완화를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사용한 것이다.
월러 연준이사는 퀄즈 이사의 생각에 동의하면서 연준의 오래된 신조를 바꿔야 함을 강조했다. 요약하자면, 내년에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는 금리인하를 QT와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긴축 정책
금리인하와 병행해서 진행하는 QT는 모순적인 정책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정책이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보면 모순적이지 않을 수 있다. 월러 이사의 발언은 QE에 대한 연준의 반성이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연준이 생각한 정책의 파급 경로는 [(1)QE+금리인하→(2)부의효과(Wealth effect) 발생→(3)경기활성화+인플레이션]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다.
QE를 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하이퍼 인플레이션까지 걱정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우려와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금융위기 이후 QE와 금리인하의 결과 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았고 정작 연준은 디플레이션 걱정이 많았다. 원하던 부의효과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자산시장만 역사적인 장기상승을 맞이했다.
금리정책(금리인하)과 대차대조표정책(QT)를 병행할 수 있다는 주장은 과거 QE 경험으로부터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조셉 왕에 의하면 QE는 금융시장 부양 효과가 크고 주고 실물경제 부양에는 적은 영향을 준다. 이제 상황은 정반대이다. 향후 금리인하가 본격화될 때, 양적긴축(QT)을 병행하면 금융시장을 크게 억제하고 실물경제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것은 연준이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찾아낸 새로운 형태의 긴축정책 패키지가 될 수 있다.
월러 이사의 생각이 개인적인 것인지 FOMC 대다수 위원들이 공유하는 것인지는 아직은 알기 어렵다. 앞으로 열리는 FOMC 회의 내용과 연준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주시해 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KB증권 2023년 해외채권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