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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황/전략]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은 이미 예견됐다 (0) 2023/03/13 PM 05:23

SVB 사태, 지불상환능력보다는 유동성 문제가 더 커

은행에게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예금의 유동성

실리콘밸리, 시그니쳐, 퍼스트리퍼블릭 유동성 취약해

유동성 취약한 시그니쳐 은행 폐쇄한 것은 우연 아냐

은행자산 2500억불 이하 스트레스테스트 면제가 화근

중형은행, 초저금리 속 규제없이 레버지리 사용해 성장

브레이너드 “S.2155 법안 핵심 안전장치를 약화시킬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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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21 양영빈] 미국 은행 산업이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에 있다. 연준, 예금보험사(FDIC), 재무부는 실리콘밸리 은행의 뱅크런으로 촉발된 위기가 시스템 전체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말을 반납하고 대책을 내 놓았다.


이번 대책에는 실리콘밸리 은행 예금주의 모든 예금을 보장하는 것, 또 다른 문제가 된 시그니쳐 은행을 문 닫게 하는 것, 연준의 유동성 공급창구인 Bank Term Funding Program(BTFP)를 가동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실리콘밸리 은행은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예금주들이 예금을 인출하면서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이 악순환은 뱅크런으로 이어졌으며 결국에는 은행이 문을 닫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실리콘밸리 은행의 뱅크런의 특이점 이 은행의 지불상환능력(Solvency)의 문제보다는 유동성(Liquidity) 문제가 더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은행업은 전통적으로 단기로 차입(예금)해서 장기로 대출하는 수익모델을 채택한다(Borrowing short, Lending long). 은행 수익의 원천은 단기 차입자금에 대해 지급하는 금리와 장기 대출자금으로부터 받은 금리의 차이다. 따라서 은행은 부채인 단기차입자금이 고갈되지 않고 자산인 장기 대출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자산-부채 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


은행에게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단기 차입자금(예금)의 유동성이다. 경영 악화 등으로 예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게 되면 은행은 이를 감당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급격하게 처분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은행은 평소에도 예금 관리에 상당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다른 업종에 비해 유동성 위기에 유독 취약한 특징을 지닌다.


실리콘밸리, 시그니쳐, 퍼스트리퍼블릭, 제이피모간체이스 은행 비교


실리콘밸리 은행의 대차대조표(단위 10억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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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차대조표의 자산을 보면 국채, MBS 등의 우량 자산이 전체 자산(2100조달러)의 56%를 차지하고 일반 기업대출이 35%를 차지해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실리콘밸리 은행의 문제는 자산보다는 부채에 있다. 실리콘밸리 은행의 자금조달원은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예금에 의존하는데 예금이 25만달러 이하와 25만달러 이상인 예금이 전체 예금에서 각각 3%와 97%를 차지한다. 예금 잔고가 25만달러 이하는 보통 소매예금으로 분류된다. 이런 예금은 금리에 둔감하며 은행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한다. 예금잔고가 25만달러 이상인 도매예금은 보통 기업, 기관들의 예금이다. 도매예금은 금리에 민감한 예금이고 보통 은행은 이를 통한 자금조달을 할 때 유동성 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한다.


실리콘밸리 은행은 경영악화 소문이 퍼지면서 뱅크런 사태까지 이어졌고 급기야는 파산에 이르렀다. 실리콘밸리 은행과 비슷한 처지인 시그니쳐 은행,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과 제이피모건체이스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간단히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각 은행의 대차대조표(2022년 말, 10억달러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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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시그니쳐, 퍼스트리퍼블릭의 자금조달에서 소매예금(< 250k)이 각각 3%, 6%, 20%를 차지해 미국 최대 은행인 제이피모간체이스 은행의 39%에 비해 한참 작은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들 은행은 유동성 위기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금조달(부채) 측면에서 실리콘밸리 은행과 가장 유사한 시그니쳐 은행을 폐쇄한 것이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현재 미국은 25만달러까지는 연방예금보험공사(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 FDIC)가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무조건 보장해 준다. 만약 은행 예금 잔고가 30만달러이고 은행이 파산하면 FDIC가 즉각 25만달러를 인출할 수 있게 하고 나머지 5만달러는 추후 협의에 의해 받게 된다.



금융 위기와 미국 은행 규제의 중대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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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규제 당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여러 가지 규제를 도입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SLR, LCR 규제를 들 수 있다. 조셉 왕에 의하면 ① SLR(Supplementary Leverage Ratio)은행의 지불상환능력에 관한 규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은행의 자기자본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레버리지에 관련된 또는 대차대조표의 크기(Size)에 관한 규제다. 반면에 ② LCR(Liquidity Coverage Ratio)유동성에 관한 즉 대차대조표의 구성(Comp-osition)에 관한 규제다. 유동성 문제가 생겼을 때 은행이 보유한 자산을 매각해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보는 것이다. 또한 매우 중요한 규제로 ③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보고할 의무가 있다. 각종 어려운 환경을 가정해서 은행이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 가를 보는 규제이다. 이 세가지 규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산업의 안정성을 위해 도입된 규제들이었다. 그러나 10년도 채 안돼 중형 규모의 은행을 중심으로 의회에 대한 대규모 로비가 진행됐는데 그 결과 탄생한 법안이 바로 ‘경제 성장, 규제 완화, 그리고 소비자 보호법. S.2155(https://www.congress.gov/bill/115th-congress/senate-bill/2155)’였다.


이 법안의 핵심은 (Sec.401) 조항이 있는데 바로 이 조항에서 기존의 스트레스 테스트 면제 기준인 자산규모 100억달러를 2500억 달러로 무려 25배를 상향조정한 것이다. 한 은행의 자산이 2500억달러 이하이면 스트레스 테스트를 면제해 준 것이다(2022년 말 기준 실리콘밸리 은행 자산 규모는 2010억달러). 이 법안은 당시 10여년간 입법 역사에서 처음으로 초당적으로 발의된 법안이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최종 승인이 이루어졌지만 민주당, 공화당 모두 이 규제해제에 대해서는 공동 책임이 있다.


그 결과 중형은행들이 금융 규제 당국의 감시 레이다에서 사라져 버렸다. 중형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 마음껏 레버리지를 사용하면서 규제당국의 간섭없이 성장해왔던 것이다. 제이피모간의 마이클 셈버리스트에 의하면 2019년 이후 실리콘밸리 은행의 자산 증가 속도는 가장 눈부셨다.


각 은행의 자산 증가 현황(2019 1분기 ~ 2022년 4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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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마이클 셈버리스트 제이피모간 자산운용

(https://am.jpmorgan.com/content/dam/jpm-am-aem/global/en/insights/eye-on-the-market/silicon-valley-bank-failure-amv.pdf)



같은 보고서에서 마이클은 여러 은행의 예금구조와 대출대비 예금 비율을 보여준다. 다음 그림에서 가로축은 은행이 조달한 자금(예금) 대비 운용(국채, MBS, 대출) 금액의 비율을 나타낸다. 수치가 높을수록 레버리지를 높게 사용한 것이다. 세로축은 소매예금이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자금 조달의 안정성이 높게 된다.


은행들의 자금운용과 자금조달 현황(2022년 3분기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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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마이클 셈버리스트 제이피모간 자산운용

(https://am.jpmorgan.com/content/dam/jpm-am-aem/global/en/insights/eye-on-the-market/silicon-valley-bank-failure-amv.pdf)



위 그림을 보면 왼쪽 상단은 가장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조달, 운용을 하는 지대이고 우측 하단은 레버리지는 높고 자금조달은 소매예금 비율이 낮은 가장 공격적인 지대이다. 제이피모간은 다른 어떠한 은행보다 안정적으로 자금조달, 자금운용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가장 먼저 파산한 실리콘밸리 은행은 가장 위험 지대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퍼스트리퍼블릭과 시그니쳐를 비교해 보면 시그니쳐가 먼저 폐쇄된 사실로 보아 은행의 안정성은 레버리지 보다도 자금조달이 더 중요하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전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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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는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규제 정책들이 폐기되고 실시된 새로운 완화 정책으로부터 출발한다. S.2155 법안이 통과되고 이듬해인 2019년 10월에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지금은 미국경제위원회 의장)이 법안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한 바가 있다. 당시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S.2155 법안이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약점을 지키는 핵심 안전장치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증언했다.

(https://www.federalreserve.gov/newsevents/pressreleases/brainard-statement-2019101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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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금융 위기는 “규제 강화→안정 시기→규제 완화→위기 발생→규제 강화”의 반복인 것처럼 보인다. 현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강력한 규제를 했다가 2018년 중소형 은행 규제 완화로 다시 5년만에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위기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 위기 이후 10년 정도 큰 문제가 없었다고 별 준비없이 규제를 완화했다가 큰 코를 다치게 된 상황이다.


금융 산업은 경제의 핏줄과 같은 순환 역할을 한다. 이번 사태는 금융 산업을 대할 때는 좀 더 장기적이고 전면적인 준비가 필요함을 역설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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