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몇 해 전만 하여도 무리 지은 사람들 틈에서 쉽게 들려오는 얘기의 주제는 ‘주식’이었다. 어디에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다는 자랑이 그들의 대화 중에 은연히 묻어나왔다. 하지만 요즘은 이러한 풍경이 사라졌다. 오히려 지금의 주식시장은 험악한 얘기로 가득한 것 같다. 경기 침체, 혼탁해진 참여자들, 그리고 마이너스 수익률 등등.
필자는 겁이 많은 터라 이처럼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주식시장 전망의 의견을 흐리며 침묵의 시간을 갖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가리고 싶어도 가려지지 않는 것이 있다. 주식시장과 관련된 사항을 종합해 봤을 때,
“올해 하반기 주식시장은 상승한다.”
예측 모형의 사전 신호에서 주식시장에 대한 상승이 지지되고 있다. 주식시장의 요인으로 보더라도, 1)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하며 금융장세가 나타날 수 있고, 2) 구매력 제고로 실적장세가 진행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 주식시장은 세간의 우려와 달리 의외의 강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판단한다.
주식시장 내부적으로는 모멘텀과 가치 바벨 전략을 추천한다. 금융장세가 나타날 때 유동성에 민감한 모멘텀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며, 실적장세가 진행될 때 펀더멘탈 회복으로 가치 관련주가 반등하는 현상을 겨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본고에 담았다.
- DB금융투자 Strategist 강현기 -
들어가며. 주식 예측의 의미
사람과 시대의 궁합
주식 예측가의 성장 환경이나 연구 분야가 요행히 그 시대의 흐름과 맞아떨어질 수도 있어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을 하기에 앞서 도발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본질적으로 주식을 예측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인간에게는 미래 예측 능력이 주어지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실력 있는 예측 전문가가 있으리라는 희망은 무용하다.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그의 저서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에서 예측 전문가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한 이후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평균적으로 전문가는 예측 능력이 엉망이었다. 전문 분야, 경력, 학위, 심지어 기밀 정보 접근권 모두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들은 단기 예측도 안 좋았고, 장기 예측도 안 좋았으며, 모든 분야에서 다 안 좋았다. 전문가들이 불가능하다거나 거의 불가능하다고 단언한 사건 중에서는 상당수가 실제로 일어났다. 확실히 일어난다고 단언한 사건 중에서는 상당수가 일어나지 않았다. 예측은 어려우며 미래 예측은 더욱 어렵다는 덴마크 속담이 들어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예측 행위가 만연한 이유에 대하여 마이클 모부신은 그의 저서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에서 통찰력 있는 대답을 내놓았다. 근본적으로 인간이라는 종족은 스토리텔링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그럴듯한 인과관계로 포장하여 얘기하는 것에 사람들은 강한 끌림을 느낀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이를 제공하려는 사람들에 의하여 관련 산업이 존재하게 된다. 참고로 마이클 모부신은 월가에서 투자전략가로 활약한 이후 상아탑으로 돌아와 컬럼비아대에서 교직에 몸담고 있다. 금융 업계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인 것이다. 워런 버핏도 유사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주식 분야에서 전문가의 예측은 우리의 귀를 채워주지만 지갑은 채워주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가끔은 주식시장을 전망하는 이들 중에서 그 예측이 들어맞는 경우도 있다. 1920년대 활약한 주식 전문가인 윌리엄 헤밀턴은 세계 경제 대공황이 발생하기 수주 전 주식시장 폭락을 예견한 컬럼을 역사에 남겼다. 리처드 번스타인은 2000년대 초반 일어난 IT 버블 붕괴를 예측한 보고서로 명성을 얻었다. 마이클 버리가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일은 영화로 제작됐을 만큼 유명하다. 이처럼 주식 전문가의 예측이 맞아떨어지는 예외적인 일은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
✓ 첫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확률적으로 발생 가능한 우연’이다. 금융 업계의 수많은 사람이 외치는 다양한 주장 속에서 그 예측이 맞는 경우가 더러 존재할 수 있다. 이 범주에 속할 경우 주식 예측가는 한두 번 정확한 예측을 하는 행운을 누리지만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 즉, 이들 부류가 주식을 예측한다는 것은 그 의미가 크지 않다.
✓ 두 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사람과 시대의 궁합’이다. 주식 예측가의 성장 환경이나 연구 분야가 그 시대의 흐름과 맞아떨어질 수 있다. 이 범주에 속할 경우 주식 예측가는 일정 기간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 물론 시대의 흐름이 변하면 그의 예측력이 원래의 무용한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점은 당연하다. 즉, 이들 부류가 주식을 예측한다는 것은 제한적인 기간 동안 의미가 있다.
이제 아래의 [도표1]를 제시하여도 투자자들이 오해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는 필자가 최근 5년간 발간한 주식시장의 전망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각주에는 주요한 자료와 더불어서 그 중간에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발간한 자료들을 함께 제시했다. 지난 기간 작성했던 주식시장 전망을 살펴보며 필자 스스로를 판단해 보건대, 앞서 언급한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즉, 필자 개인의 성향과 선호하는 주식시장 전망의 도구가 요행히도 요즘 시대와 약간의 합치를 보인다고 생각된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정도의 제한적인 예측이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시대의 기저가 바뀔 경우 다시금 필자의 주식시장 예측이 무의미해질 여지가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둬야 한다.
Ⅰ. 예측 모형에 의한 사전 신호
최소한의 지침
‘선행지수의 미분’과 ‘기업 수익성의 거시적 환경’ 모두 주식시장 상승 지지
지금부터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을 진행해 보자. 필자는 주식시장 전망을 함에 있어서는 몇 가지 커닝 페이퍼(cheat sheet)를 활용하고자 한다. 그중 하나는 주식시장 예측 모형에 의한 사전 신호이며, 다른 하나는 현재와 유사한 역사적 사례로부터의 교훈이다. 먼저 예측 모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흔히 주식시장은 이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빠르다고 일컬어지지만 가끔은 주식시장보다 빨리 움직이는 것이 존재한다. (이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는 조지프 엘리스의 「경제를 읽는 기술」이나 락쉬만 애츄탄의 「Beating the Business Cycle」을 참고할 수 있겠다.) 당연한 얘기지만 예측 모형을 만든다고 하여도 이것이 100% 적중률을 보이지는 않는다. 때로는 특정 시기에 빈번하게 틀릴 때도 있다. 이에 따라 주변의 비난과 조롱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신호가 최소한의 지침은 될 수 있다.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것은 ‘선행지수의 미분’과 ‘기업 수익성의 거시적 환경’이다.
‘선행지수의 미분’이라고 하여 말은 그럴듯하지만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도표2]를 보자. 이는 OECD G20 경기선행지수의 기간별 증분들이다. 1m.dif는 1개월 증분, 3m.dif는 3개월 증분, …, 12m.dif는 12개월 증분이다. 이들과 KOSPI를 함께 그렸을 때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난다. KOSPI가 주요한 변곡점을 형성하기 전에 OECD G20 경기선행지수의 기간별 증분들이 먼저 반응하는것이다. 예를 들어 보겠다. 2007년 9월 KOSPI가 금융위기에 의하여 하락세로 접어들기 직전에 OECD G20 경기 선행지수에 대한 기간별 증분들이 먼저 하락 전환하고 있다. 2008년 10월 KOSPI가 최저점을 형성한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기 직전에 해당 신호들은 먼저 상승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를 미분하면 미래를 반영하는 단순한 수학적 사실을 적용한 것뿐이다. 그리고 많은 투자전략가들이 범용적으로 사용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최근을 보면, OECD G20 경기선행지수에 대한 기간별 증분들이 여전히 상승을 가리킨다. 이는 곧 하반기 정도의 제한적인 기간에는 KOSPI의 상승세가 유효하다는 뜻이다.
‘기업 수익성의 거시적 환경’ 역시 간단하기는 매한가지다. [도표3]을 보자. 이는 소비자물가상승률에서 생산자물가상승률을 차감한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소비자물가는 판가를, 생산자물가는 원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두 가지 물가상승률을 주어진 순서대로 차감하면 판가에서 원가를 뺀 것이므로 기업 수익성이 된다. 그야말로 거시적 환경에 의하여 형성되는 전반적인 기업 수익성인 것이다. 이러한 관계를 이용하여 구한 CPI%YoY – PPI % YoY 는 KOSPI에 대하여 선행하는 시차가 길다. (필자 개인의 연구에 의하면 CPI/PPI 비율을 이용할 경우 KOSPI에 대한 선행 시차가 짧고, CPI%YoY – PPI%YoY를 이용할 경우 KOSPI에 대한 선행 시차가 길었다. 이는 현재를 미분할 때 선행성이 두드러지는 원리에 기인한다. 자세한 내용은 본고의 범위를 넘어서기에 이것으로 갈음한다.) 최근을 보면, CPI% YoY – PPI% YoY가 바닥을 형성한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를 볼 때도 하반기 정도의 투자 시계 아래에서는 KOSPI의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Ⅱ. 역사적 사례로부터의 교훈
1970년대와 현재
화폐 유동성이 팽배한 상황에서 강력한 물가 상승 이벤트가 겹쳐지며 인플레이션 시대 도래
다음으로 역사적 사례를 살펴보자. 주목할 점은 1970년대와 현재의 유사성이 높다는 것이다.
1970년대에는 화폐 유동성이 팽배한 상황에서 강력한 물가 상승 이벤트가 겹쳐지며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이했다. 당시 미국 입장에서 화폐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그들은 1960년부터 1975년까지 베트남전쟁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막대한 전비를 쏟아붓고 있던 터라 해당 시기 그들의 M2 증가율은 평균 10%YoY를 웃돌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의외의 사건이 발생했다. 1973년 아랍 산유국이 석유를 무기화하는 정책을 시행했던 것이다. 당시에는 제4차 중동전쟁이 시작되면서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이라크, 이란, 시리아, 튀니지 등이 석유를 감산하는 동시에 원유 가격을 인상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4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미국,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등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소위 1차 석유 파동이 나타났다. 여기서 기존까지 높아졌던 유동성이 문제를 악화시켰다. 유가를 포함한 각종 물가를 자극하는 촉매로써 유동성이 작용했던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1979년에 나타난 2차 석유 파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근도 화폐 유동성이 팽배한 상황에서 강력한 물가 상승 이벤트로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이했다는 점은 1970년대와 유사하다. 화폐 유동성이 15년간 지속적으로 확대됐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QE1, QE2, QE3, Lite QE, 무제한 QE 등 화려한 금융 용어로 치장된 막대한 돈이 시중에 풀렸다. 이러한 고유동성 환경 아래에서 팬데믹과 러우전쟁이라는 마찰적 요인이 대두하자 물가는 쉽게 자극받았다. 그리하여 인플레이션 시대가 수십 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그렇다면 1970년대의 거시 환경을 살펴봄으로써 요즘의 상황을 예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도표5]를 보자. 1970년대 거시 변수 중에서 주식시장에 대한 설명력이 높은 것은 물가상승률이다. 단순히 설명력이 높은 정도가 아니다. 물가상승률이 움직인 이후 주식시장이 그 뒤를 따른다. 일반적으로 물가는 경기후행지수로 분류된다. 경기가 움직인 이후 물가가 뒤늦게 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1970년대에는 달랐다. 물가 상승과 하락이 진행된 다음에 주식시장이 이를 뒤쫓아 자리매김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현재도 그렇다는 점이다.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형성한 다음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2022년 3분기부터다. 그리고 주식시장은 한 박자 늦게 반등세를 구가하고 있다. 1970년대와 유사한 거시 변수의 관계가 재현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시대는 물가로부터 잉태되는 변수에 의하여 향후 주식시장을 가늠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이어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핵심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1) (인플레 완화 및 제반 환경에 따른 기준 금리 인하 논의가 진행될 경우)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하며 (돈의 힘에 의하여 주식시장이 오르는) 금융장세가 나타날지
2) (인플레 완화 및 제반 환경에 따른 화폐당) 구매력 제고로 (기업실적의 개선에 의하여 주식시장이 오르는) 실적장세가 나타날지 여부다.
#1. 장단기 금리차 확대하며 금융장세
1970년대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장단기 금리차의 주식시장 예측력이 크게 향상
역사적 사례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 중 하나는 1970년대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장단기 금리차의 주식시장 예측력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시장의 흔한 상식으로 장단기 금리차의 선행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물론, 장단기 금리차가 최초 마이너스 권에 진입했을 때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것은 향후 수개월에서 수 년 내에 경기 침체 가능성을 알리며 주식시장이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다만, 장단기 금리차가 마이너스 권에 진입한 이후의 움직이는 경로가 주식시장을 설명하는 정도는 크지 않다. 아래 [도표6]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를 보자. 장단기 금리차가 마이너스 권에 진입한 이후 플러스로 전환하더라도 경기 침체와 주식시장 하락이 진행된다. 즉, 장단기 금리차에 대하여 일반적으로는 그 해석에 있어서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1970년대에는 장단기 금리차의 움직임과 주식시장의 방향이 대단히 밀접했다. [도표6]의 1970년대를 보면, 장단기 금리차의 오르내림이 먼저 나타난 이후 주식시장은 이를 좇아서 움직였다. 해당 시기는 장단기 금리차의 최초 마이너스 권 진입뿐만 아니라 모든 움직임이 주식시장에 대단히 유의미하다. 이와 같은 모습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해당 현상은 인플레 발생 원인과 연동하여 설명할 수 있다. ‘Cost Push (비용 인상) 인플레의 경우, 공급 마찰이 해소(악화)될 때 → 물가상승률 하락(상승) 가능성이 나타나며 → 기준금리 인하(인상) 여지가 발생한다. 이러한 단기 금리의 하락(상승) 요인이 대두한다면 금융시장에서는 그것이 장단기 금리차 확대(축소)로 발현된다. 그 과정은 모두 거시적 현상의 마찰적 부분이 해소(악화)되는 것에 기인하므로 주식시장은 이를 받아들여 상승(하락)한다.’ 참고로 Demand Pull (수요 견인) 인플레의 경우 이 전개는 달라진다.
장단기 금리차 확대에 의한 주식시장 상승은 투자자에게 친숙한 우라가미 구니오의 주식시장 사계절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우라가미 구니오는 단순하게 금리 하락이 주식시장을 상승시킨다는 것으로 축약하여 표현했다. 이를 금융장세라고 명명한 것이다. 우리가미 구니오의 이론 정립 시기가 1970년대라고 유추해 봤을 때 그의 방법은 당시와 지금을 설명할 수 있는 장세 판단의 도구가 된다.
따라서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것은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하며 금융장세가 나타날지 여부다
장단기 금리차 확대하며 금융장세 맞이
이에 대한 생각을 말하면, 올해 하반기 장단기 금리차 확대가 추가로 진행될 것이라 판단한다. 주식시장은 금융장세를 맞이하여 반등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장단기 금리차 확대의 핵심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여지다. 이는 세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
✓ 첫째, 물가상승률은 추가로 하락할 것이다. [도표9]에서 보는 것처럼, 통화량 증감은 평균 1년 8개월 시차를 두고 물가 증감에 투영된다. 최근 M2 증가율은 데이터 집계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권에 진입했다. 향후 상당 기간 물가상승률이 하향될 수 있다.
✓ 둘째, 은행위기에 대한 경계 인식이 강해진다. 언론지상에서는 과거 저축대부조합사태와 현재 미국 내의 지방은행위기에 대하여 비교하는 코멘트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과거 저축대부조합은 고금리 여파로 경기 침체가 진행되며 대출 사업의 부실화가 나타난 상황에서 예금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금리의 부담이 누적된 탓에 사태가 악화됐다. 이는 현재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닮아 있다.
✓ 셋째, 2024년에 미국 대선이 있다. 통상 재정정책의 외부시차(정책이 경기에 영향을 주는 시차)는 8개월가량이며, 통화정책의 외부시차는 그 이상 소요된다. 통화정책이 2024년 미국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에 완화적으로 돌아서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여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신호를 살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기준금리가 하락 전환하기 전에 금융시장에서는 집단 지성에 의하여 그 가능성이 먼저 가격에 반영된다. 정보 흡입 정도가 가장 높은 것은 미국채2년물이다. 일반적인 패턴은 다음과 같다. 기준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반영하여 미국채2년물이 선행적으로 정점을 형성한 이후 내려오고 → 기준금리가 일정 기간 동결된 다음 → 시차를 두고 실제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는 것이다. [도표11]에서 보듯이 이러한 패턴은 대부분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나타났다. 최근을 보면 미국채2년물은 올해 2월 정점을 형성한 이후 하락하고 있다.
한편, 미국 연준이 통화정책을 고수할 의지가 강해 보일지라도 그들의 입장 선회가 빠르게 이뤄졌다는 점 역시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과거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 이후 평균 7개월 동안 그것을 동결한 다음 인하로 돌아섰다. 그 시기가 길게는 15개월, 짧게는 2개월이 소요됐다. 이는 올해 하반기 언제라도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에 관한 입장 선회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기본적인 시나리오는 이렇다. 올해 하반기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를 반영하여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맞이하는 금융장세에 따라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한다.
#2. 구매력 제고로 실적장세
1970년대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구매력의 주식시장 설명력이 크게 향상
역사적 사례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 중 또 하나는 1970년대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구매력의 주식시장 설명력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화폐당 구매력은 화폐 1단위당 얼마만큼의 재화를 구매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수단이다. 주지해야 할 부분은 화폐당 구매력이 우리의 상식과 다르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화폐당 구매력이 제고되는 시기에 주식시장이 좋은 모습을 보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주식시장이 약세에 접어드는 경우가 많다. 한편, 화폐당 구매력이 악화하는 시기에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때가 다반사다. 다시금 [도표12]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를 보자. 화폐당 구매력이 주식시장을 일정 부분 설명하기는커녕 두 변수가 반대로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1970년대에는 화폐당 구매력이 주식시장과 정의 관계 아래에서 움직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표12]의 1970년대를 보자. 인플레가 완화되어 화폐당 구매력이 제고될 경우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며 주식시장이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구매력은 주식시장의 적절한 예측 수단이 아니지만, 1970년대만큼은 구매력에 의한 주식시장 설명력이 강한 것이다.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최근 구매력의 움직임에 발맞춰 주식시장이 반등하고 있다.
이 역시도 인플레 발생 원인과 연동하여 설명할 수 있다. ‘Cost Push 인플레의 경우, 공급 마찰이 해소(악화)되며 → 물가상승률이 하락(상승)하면 → 화폐당 구매력이 제고(감소)된다. 이러한 구매력 제고(감소)는 모두 거시적 현상의 마찰적 부분이 해소(악화)되는 것에 기인하므로 주식시장은 이를 받아들여 상승(하락)한다.’ 물론, Demand Pull 인플레의 경우 이 전개는 달라진다.
구매력 제고에 의한 주식시장 상승은 우리가미 구니오의 주식시장 사계절 속에서 실적장세로 표현되어 있다. 주식시장 사계절의 진행 단계를 보면, 직전까지 금리 하락에 의한 금융장세 이후 실적이 개선되는 실적장세가 찾아온다고 말한다. 이는 물가상승률 하락으로 화폐당 구매력이 제고된 다음 소비의 개선에 의하여 실적이 향상되는 과정을 언급한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가 더 확인해야 할 것은 구매력 제고로 실적장세가 나타날지 여부다.
구매력 제고로 실적장세 맞이
이에 대해서도 올해 하반기 화폐당 구매력 제고와 더불어 소비가 나아질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판단한다. 주식시장은 앞서의 금융장세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동력인 실적장세에 따라 반등을 진행할 수 있다. 이어지는 [도표15]를 보자. 소비는 소득과 소비심리의 함수다. 만약, 이들 요인이 견조하다면 소비가 개선될 가능성이 커진다.
✓ 우선 임금 소득과 관련한 환경은 아직까지 양호하다고 판단한다. 미국 내 구인구직이 여전히 불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기업이 요구하는 추가 구인자수가 960만 명인 것에 반하여 실제 고용자수는 610만 명이다. 기업은 350만 명의 인원이 더 필요한 상태다. 이는 고용자들의 임금 소득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요인이 된다. 다만, 고려해야 할 부분도 있다. 지난 5월 11일부터 미국의 Title 42가 종료되고 이를 대신하여 Title 8이 재도입됐다. 이에 따라 불법 이민자는 즉각 추방되지 않고 망명 등을 신청할 경우 심사 기간 내에 체류할 수 있게 된다. 해당 정책의 변화로 말미암아 하루 평균 1만 3000명의 이민자가 미국 내로 유입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 인구의 외부 유입이 진행될 경우 미국 내 구인구직의 불균형이 완화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임금 소득을 흔들 수 있는 부분이다. 해당 사항은 추적 관찰할 필요가 있다.
✓ 다음으로 소비심리는 바닥권이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현재의 소비심리가 양호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 반대로 금융위기 당시의 수준만큼 소비심리가 악화했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다만, 소비심리가 바닥권에 근접한 탓에 그것이 추가로 내려갈 여지도 제한적이다.
즉, 소비를 둘러싼 제반 요인이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의 하락으로 화폐당 구매력이 반등하고 있으므로 소비 개선의 여지를 기대할 수 있다.
기본적인 시나리오는 이렇다. 올해 하반기 미국을 위시한 주요국의 소비가 그들의 구매력 제고와 맞물리며 양호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를 통하여 맞이하는 실적장세에 따라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한다.
Ⅲ.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
오르다 3000
하반기 주식시장 상승 전망
정리하면, 올해 하반기 주식시장은 상승할 것으로 판단한다.
✓ 예측 모형의 사전 신호에서 주식시장에 대한 상승이 지지되고 있다. ‘선행지수의 미분’과 ‘기업 수익성의 거시적 환경’이 모두 같이 상승을 가리키고 있다.
✓ 역사적 사례로부터의 교훈에서도 주식시장에 대한 상승이 지지된다. 1)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하며 금융장세가 나타날 수 있고, 2) 구매력 제고로 실적장세가 진행될 여지가 있다.
본고의 제목에 ‘3000’이라는 숫자를 넣은 것은 KOSPI가 직전 고점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목표주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 1970년대에도 현재와 같은 주식시장 상승 요인이 존재할 때 미국의 주가지수가 직전 고점까지 올랐던 현상이 나타났다. 지금 우리의 KOSPI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3000’이라는 숫자만큼은 본고의 여타 분석과 달리 단순한 직관이다.
환율에 의한 증폭 효과
달러 약세 과정에서 미국 금융시장에 머물던 달러 자금이 미국 외로 이전
추가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있다. 환율에 의한 주식시장의 증폭 효과다.
한국 주식시장은 환율에 의한 해외자금의 유출입에 민감한 특성을 지닌다. 특히 올해 하반기는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여지가 외환시장에서도 반영될 수 있다. 이에 따른 변동이 상당할 수 있으므로 환율 효과를 미리 생각을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여지를 외환시장이 반영할 경우 이는 한국 주식시장의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 만약 미국 연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선회할 경우 이때 나타날 수 있는 달러 약세로 말미암아 미국 금융시장에 머물던 달러 자금이 미국 외로 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한국 주식시장 역시 달러 수급의 수혜를 받는다. 이러한 현상은 앞서 주식시장 상승 요인을 증폭하여 움직이게 만든다.
올해 하반기 한국 주식시장이 수급의 측면에서도 의외의 강세장을 맞을 여지가 존재하는 것이다.
Ⅳ. 투자전략
모멘텀과 가치 바벨 전략
‘금융장세에 모멘텀 + 실적장세에 가치’ 강세 고려
올해 하반기 주식시장 내부의 전략은 다음을 추천한다. 대형주 내에서 모멘텀과 가치 바벨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도표18]을 보자. 올해 하반기 주식시장은 상승 요인 두 가지를 품고 있다. △ 첫째,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하며 금융장세의 성격을 나타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유동성에 민감한 모멘텀 관련 주식이 강세를 보인다. △ 둘째, 구매력 제고로 실적장세의 성격도 나타날 것이다. 이때는 펀더멘탈 개선에 가치 관련 주식이 반등한다. 한편, 공통 요인으로 달러 약세에 해외자금 유입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모멘텀과 가치 모두 대형주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전략별 성과를 봐도 모멘텀과 가치의 바벨 전략이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도표19]처럼 2022년 10월 이번 장세의 저점에서 현재까지 턴어라운드 국면에서 가치 전략의 성과가 높다. [도표20]과 같이 2023년 올해 들어서는 기준금리 방향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며 모멘텀 전략의 성과가 우수하다. 올해 하반기는 이들 두 가지를 합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모멘텀과 가치 바벨 전략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다. [도표21]에 나타나듯이 1990년부터 현재까지 백테스트 결과를 보면, 연평균수익률(CAGR) 기준으로 KOSPI200 동일 가중 전략은 6.33%, 모멘텀(10종목) 전략은 13.14%, 가치(10종목) 전략은 11.59%이며, 모멘텀(10종목)+가치(10종목) 전략은 13.77%를보였다. (모멘텀과 가치 종목 모두 KOSPI200 내에서 선별하며 매월 리밸런싱했다. 생존편향을 제어했으며, 수수료를 포함했다.)
노파심에 부연 설명을 한다. 아래 [도표24]와 [도표25]는 자료 작성 현재 KOSPI200 내에서 선별된 모멘텀 관련 10종목과 가치 관련 10종목이다.
✓ 모멘텀 관련 종목을 선택할 때는: KOSPI200 내에서 ‘최근 6개월 수익률 + 최근 12개월 수익률’이 높은 순서로 했다. (이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는 웨슬리 그레이의 저서 「퀀트 모멘텀 투자 기법」을 참고하기 바란다.)
✓ 가치 관련 종목을 선택할 때는: KOSPI200 내에서 ‘PER, PBR, PSR, PCR, P/EBITDAPS’ 이 종합해서 낮은 순서로 했다. (이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는 토비아스 칼라일의 저서 「딥밸류」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들 전략 종목이 의미를 가지는 기한은 지금부터 1개월이다. 1개월에 한 번씩 반복하여 재선별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이러한 방식을 통하여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