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해 6월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불꽃을 내뿜으며 우주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1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는 이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조립동에서 1~3단의 기체 조립을 최종 마무리했습니다.
누리호의 기체 조립은 올해 초부터 진행됐습니다. 1·2단부는 이미 3월 말 결합을 마치고 발사체 조립동에서 보관돼 왔죠. 누리호를 목표 궤도로 올리는 1·2단부는 추력이 다하면 해상으로 떨어지게 돼 준비 작업이 비교적 더 수월합니다.
반면 3단부는 이달에서야 1·2단부와 합쳐졌습니다. 3단부는 누리호의 ‘본체’로 볼 수 있는데요. 이번 발사 임무의 핵심인 실용 위성 8기가 모두 탑재됩니다. 위성 보관동의 클린룸에서 홀로 발사를 준비해 왔고, 위성들이 장착된 내부를 외부 오염에서 보호하기 위한 위성보호 덮개(페어링) 설치까지 마친 후 발사체 조립동으로 이송됐죠. 이후 먼저 조립돼 있던 1·2단과 위성을 실은 3단의 조립 작업이 마무리된 겁니다.
마지막 성능 점검까지 마친 누리호는 발사가 이뤄지는 제2 발사대로 이동합니다. 오늘(22일)부터 발사대 이동 차량에 실려 이동 준비를 시작하고, 23일엔 발사대로 옮겨져 우주로 향해 수직 기립할 예정이죠. 발사 당일인 24일 최종 발사 여부가 결정됩니다.
위성 모사체만 쏘아 올렸던 2021년 1호 발사에 이어, 지난해 6월 2차 발사에도 성공했던 누리호. 이번 3차 발사는 실용 위성을 실어나르는 우주발사체 본연의 역할을 최초로 수행하는 ‘첫 실전 발사’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리는데요.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철저히 점검하고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준비를 성공리에 모두 마친다고 해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순 없습니다. 이 원장의 말대로 2차 발사가 성공했다고 3차 발사도 당연히 성공하리라는 것은 아무도 담보할 수 없죠. 그러나 이번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 힘으론 처음으로 실용 위성을 우주로 보내는 거라 긴장과 함께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발사를 앞둔 누리호에 남은 과정과 지장을 줄 수 있는 변수, 그리고 이번 발사의 목표까지 짚어봤습니다.
▲2차 발사 당시 발사대로 이송 중인 누리호.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약간의 충격도 영향 줄 수 있다…발사 당일, 최종 발사 여부 결정
최종 조립과 점검을 마친 누리호는 오늘 무인특수이동차량(트랜스포터)에 실린 후 23일 제2발사대로 이동합니다. 이때 약간의 진동만 있어도 발사체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약 1.8㎞ 거리인 발사체 조립동과 발사대 사이를 한 시간 이상 걸려 이동하게 됩니다. 지난해 2차 발사 당시 누리호는 조립동에서 발사대까지 약 1시간 24분에 걸쳐 이동한 바 있죠.
발사대에 도착한 누리호는 기립한 뒤 연료 공급용 케이블 연결 및 기밀점검 등 최종 준비 작업을 진행하는데요. 이 작업은 탯줄을 뜻하는 ‘엄빌리칼’ 연결이라고 부를 만큼 중요한 과정입니다.
발사 당일인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은 발사관리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최종 발사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후 추진제(케로신) 및 산화제(액체산소) 주입을 시작, 발사체를 지탱하고 있던 기립 장치를 제거하는데요. 발사 전까지 모든 기기가 정상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확인되면, 발사 10분 전부터 발사자동운용(PLO) 프로그램을 가동합니다. 이때부터는 자동으로 준비 작업이 이뤄지고, 1단 엔진이 추력 300t에 도달하면 지상 고정장치 해제 명령이 내려지죠. 그리고 누리호가 우주를 향해 이륙하게 됩니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발사 시각은 이날 오후 6시 24분께가 될 전망입니다.
누리호는 이륙 2분 5초 이후 고도 64.5㎞에서 1단이, 3분 54초 후에는 고도 204㎞에서 페어링이 분리됩니다. 발사 후 4분 32초가 지나면 고도 258㎞에서 2단이 분리되고 3단 엔진이 가동되는데요. 고도 550㎞에 다다르면 발사 후 13분 3초에 위성 분리가 시작됩니다.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시작으로, 져스텍, 루미르, 카이로스페이스 등 민간 기업들의 큐브위성이 순차 분리되고, 한국천문연구원의 큐브위성 도요샛 4기가 순차적으로 분리됩니다. 각 위성은 궤도에서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초 간격으로 분리되죠.
위성을 다 분리하면 누리호는 위성과 충돌을 막기 위한 회피 기동 및 남은 연료를 배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발사 18분 58초 만에 비행을 마칩니다. 이후 궤도를 돌다 지구 중력에 의해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 불타 사라지게 됩니다.
항우연은 누리호 추적을 위해 나로우주센터와 제주도에서 추적 레이더와 텔레메트리 안테나를 운용하고, 3단 엔진 종료와 위성 분리 등 후반부 비행에 관한 데이터는 서태평양에 있는 팔라우 추적소를 통해 받을 예정입니다.
▲16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조립동에서 24일 3차 발사를 앞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1, 2단과 3단 결합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 궤도에 안착시켜야…성공 변수는 ‘바람’
누리호의 3차 발사 성공 여부는 8기의 위성을 고도 550㎞ 궤도에 제대로 안착시켰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주 임무는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초속 약 7.6㎞로 고도 550㎞ 기준 최대 5% 오차 내 궤도에 안착시키는 겁니다. 부탑재 위성인 나머지 7기 위성도 고도 550㎞ 궤도에 안착한 것이 확인되면, 부차 임무에서도 최종 성공한 것으로 결론 나죠.
누리호가 싣고 간 위성들은 첫 교신에 성공하면 기능 점검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통해 위성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확인하면 최종 임무 성공 가능 여부가 가려집니다. 위성들은 지상 환경 관측, 우주 날씨 관측, 우주방사선 측정 등의 임무를 수행할 전망이죠.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남극 세종기지에서 봉화처럼 일정한 신호인 ‘비컨’ 신호를 처음 받게 됩니다. 위성을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지상국과 스웨덴 보덴 지상국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받게 되고, 도요샛 4기는 발사가 예정대로 이뤄지면 오후 8시 2분께 대전 지상국과 첫 교신을 시도할 전망입니다. 이후 다음 날 밤 12시 55분 에티오피아에서 비컨 신호를 확인하고, 오전 2시 21분부터 유럽 지상국에서 초기 교신을 시도하죠. 민간기업 위성 3기도 각자 준비한 지상국에서 교신을 시도하게 됩니다. 과기정통부는 위성 교신 결과를 모아 다음 날 오전 중 공개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같은 계획에 앞서 발사엔 마지막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바로 발사 당일 ‘날씨’인데요. 지난 2차 발사 때 누리호는 기상 변수로 발사가 한 차례 미뤄진 바 있습니다. 발사대가 있는 고흥에 바람이 강하게 불어, 누리호를 이송하고 기립하는 작업이 하루 연기된 겁니다.
3차 발사 예정일인 24일에는 우리나라가 고기압 영향권에 들면서 고흥 날씨도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풍속이 관건인데요. 발사대에 놓인 누리호는 발사 직전 이를 고정하는 받침대가 5초가량 풀리게 됩니다. 이때 강한 바람이 분다면 누리호가 기울어지거나 기울어진 채로 발사돼 목표 궤도에서 이탈할 수 있죠.
누리호의 발사 예정 시각 오차 범위는 ±30분입니다. 발사 시각을 조정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이 최대치라는 겁니다. 만약 이날 기상 변수로 인해 시간이 30분 이상 지연된다면, 발사는 예비 기간인 25~31일 사이 같은 시간대에 다시 시도되죠.
▲지난해 6월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영남면 우주발사전망대에서 관람객들이 나로우주센터를 솟구쳐 오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실용 위성 실어나르는 첫 실전…본격 ‘뉴 스페이스 시대’ 연다
이번 3차 발사는 시험 발사 성격이 아닌 실용 위성을 승객으로 싣는 첫 ‘상용 발사’에 나선다는 데 의의를 둡니다. 즉 이번 발사는 실용급 위성 발사체로서의 데뷔 무대라는 겁니다.
민간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에 최초로 참여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발사에서 제작 총괄 관리, 발사 공동 운용 등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향후 4·5·6차 발사에서는 점차 참여 범위를 늘려 국가기관인 항우연 대신 발사를 주도할 예정이죠.
또 시스템 관제를 위해 발사대 아래에는 3층 규모 설비에 무려 140㎞의 전선이 깔려 있는데, 이는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누리호 동체와 페어링은 한국화이바가, 자동차 터보 엔진 부품사인 에스에이치는 누리호 터보펌프를 개발했죠. 이렇게 누리호에 쓰인 부품은 무려 37만 개에 달합니다.
이번 발사가 성공한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공공·민간 위성을 쏘아올리고, 민간기업이 누리호 발사를 주도하는 등 본격적인 ‘뉴 스페이스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과연 누리호는 실용 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할까요? 순수 국내 기술로 빚은 첫 우주로켓이 상업적 우주 개척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점에서, 이번 발사에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