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삼성전자 순매수 12조2114억원
전체 코스피 순매수액 12조1415억원보다 많아
외인 투자 반도체 업종으로 쏠림현상
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직원과 방문객들이 드나들고 있다. / 뉴스1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장주 삼성전자를 빼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팔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국내 주식을 대량 매수해왔지만, 하반기부터는 이런 순매수 기조가 변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외국인의 연초 이후 유가증권시장 누적 순매수액은 12조141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삼성전자 누적 순매수액 12조2114억원보다 작은 수치다. 연초 이후 삼성전자 단일 종목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액이 유가증권시장 전체 순매수액을 초과한 건 올해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빼고 나머지 국내 주식들에 대해선 사실상 매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외국인의 연초 이후 유가증권시장 누적 순매수액보다 삼성전자 순매수액이 크게 집계된 날은 지난 4일 이후 6일(-1259억원)과 7일(-820억원)에도 이어졌다.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외국인의 연초 이후 코스피 순매수액에서 삼성전자 순매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고 68%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6월 말 들어 90%를 넘었고 6월 30일 기준 98.6%를 차지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이 산 SK하이닉스의 상반기 누적 순매수액은 1조5233억원으로 삼성전자(12조462억원)의 12%에 그쳤다.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규모도 지난달 16일 13조946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인다. 지난 7일 기준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누적 순매수액은 12조1906억원으로 집계돼 최근 3주간 약 2조원어치를 판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기간에도 외국인의 삼성전자 누적 순매수액은 10조8571억원에서 12조273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에 대해 지난달 22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11거래일 연속으로 매수세를 보이다가 2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된 지난 7일에는 85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60조원, 영업이익은 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3%, 95.7% 감소한 수치다. 이날 종가는 6만9900원까지 하락하며 종가 기준 5월 25일(6만8800원) 이후 처음으로 ‘6만전자’로 돌아갔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수급이 중요하게 취급되는 이유는 이들이 코스피를 기술적 강세장에 진입하도록 한 주요 매매 주체이기 때문이다. 보통 주식시장에서는 주가지수가 저점 이후 20% 이상 상승하면 강세장으로, 고점 대비 20% 하락하면 약세장으로 간주한다.
지난해 9월 30일(당시 종가 2,155.49) 저점을 찍은 코스피는 지난달 9일 종가 기준 2641.16을 기록하며 저점 대비 22% 상승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코스피 반등세의 핵심 투자 주체는 외국인”이라며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 업종은 대부분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높게 나타난 업종이었다”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의 외국인 순매수는 업종 전반보다는 반도체 업종으로 쏠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들어서 챗GPT와 같은 신성장 산업 부각에 따른 반도체 업황 전반의 수요 회복 기대, 삼성전자의 감산 기대감이 더해졌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