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인상 막바지 기대감에 달러 약세…
"개도국 통화 평가절하" 남미 지역 등 관심,
브릭스 '금본위 통화' 움직임에 금도 주목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을 끝으로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자, 달러가 약세를 띤다. 올해 하반기에는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띨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월 경고에도…'연준 금리인상 마무리' 기대감에 달러 가치 하락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3일 오후 3시37분 기준 100.51로 전일 종가 대비 1.09% 하락을 기록했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개시한 지난해 3월부터 달러인덱스는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다 지난해 10월 113.3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우하향하다 전날 미국 노동통계국의 6월 소비자지수(CPI) 발표 이후 급락 중이다.
이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6월 C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3% 상승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전망치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1% 상승이었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관계자들이 이달 0.25%p 금리인상 가능성을 계속 언급하고 있으나, 6월 CPI가 전망치를 하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금리인상은 명분을 찾기 힘들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시장은 올해 하반기에도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한편 달러 외 통화가치는 강세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브래드 깁슨 AB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채권 공동본부장은 "달러 가치는 이미 정점에 달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다른 통화들이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약세를 감수하고 달러를 보유하고 있던 헤지펀드들이 지난 3월 이후 순매도로 돌아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주목받는 통화는 엔화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28일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국내) 인플레이션 가속화가 확실시되면 통화정책을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온 일본이 내년부터는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것. 우에다 총재 발언 이후 엔화 가치는 종가 기준 달러당 144.78엔(6월29일)에서 달러당 138.32엔(7월12일)까지 상승했다.
남미로 쏠리는 눈…"매력적인 투자기회 찾아올 것"
개발도상국 통화도 거론된다. 저성장 단계에 접어든 선진국과 달리 개도국들은 경제팽창 시기를 맞고 있어 통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 짐 리비스 M&G 공공채권담당 책임자는 "외환 투자 기회가 열려 있는 상황"이라며 "개도국 통화 상당수가 평가절하돼 있다"고 말했다.
샤마이라 칸 개발도상국·아시아태평양 채권투자 책임자는 브라질 헤알화, 멕시코 뉴페소, 칠레 페소, 콜롬비아 페소 등이 달러 대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칸 책임자는 "이들 통화는 두 자릿수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선호된다"고 설명했다. 리암 스필렌 아비바 개도국 채권투자 본부장도 파이낸셜타임스에서 "향후 6개월 간 지역 환율과 채권을 통해 매력적인 투자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며 멕시코 뉴페소를 투자처로 꼽았다. 이외에 스필렌 본부장은 페루 뉴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등도 지켜볼 만하다고 했다.
미국 시장분석업체 바차트는 달러 약세로 국제 금값이 상승하고 있다면서 금 투자를 제안했다. 서방 세계와 다른 별도의 길을 추구하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의 도전 등을 감안하면 달러 지위는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으므로 금값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브릭스는 회원국 교역에 사용할 자체 통화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한 상태. 최근 러시아 국영 RT 뉴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브릭스 자체 통화는 금본위제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차트는 "브릭스 통화에 금본위제가 도입된다면 브릭스의 탈달러는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며 "국제금융 시스템에 있어 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