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전략: 가을 랠리를 준비하는 포트폴리오
8월 주식비중을 ‘소폭 확대 (96%)’로 상향한다. 여름 이후엔 증시 랠리 재개를 기대한다. 이와 관련해 ‘강세장 종료’를 알 수 있는 ‘시그널 지표’를 제시한다. 비중확대 업종으로 ‘반도체’를 재편입하며, ‘에너지’를 추가한다. 정책 테마업종으로는 ‘친환경/로봇’을 주목한다.
■ Summary
글로벌 증시를 중심으로 과열 해소 과정이 남아있을 수 있으나, 여름이 지나면서 코스피는 랠리를 재개할 것으로 기대한다. 주식 비중을 확대하기엔 부담스러운 주가로 느껴질 수 있지만, 랠리의 종료 지점을 알 수 있다면 좀 더 과감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그널로 ‘단기 국채금리’를 제시한다. 단기금리가 전고점을 추세적으로 상향 돌파하면, 그 때 차익실현 하는 전략이다. 아마도 빨라야 내년 중반에나 그런 현상이 목격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업종에서는 반도체를 비중확대 업종으로 재편입했다. 과거 투자자 패턴 분석을 통해 도출한 결과이다. 또한 하반기엔 원자재 가격이 완만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관련하여 에너지 업종을 추가했다. 산업재는 과열 해소가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인 긍정적인 뷰는 유지한다. 정책 관련하여 ‘친환경, 로봇’ 등을 테마업종으로 추가한다.
- KB증권 주식 Strategist 이은택 -
신중론에 억압받을수록 가벼워질 주식시장
KB증권은 여름이 지나면서 증시 랠리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며, 상승폭은 지난 ‘봄 랠리’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한다.
‘봄 증시 랠리’는 ‘Headline CPI 하락’과 ‘경기 바닥’이 이끌었다. 미국의 Headline CPI는 이미 7월에 정점을 찍었고 주식시장도 10월을 저점으로 반등했지만, 반등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물가에 대한 연준의 의심 (긴축 의지)이 계속되었고, 시장 역시 경기침체에 대한 의심을 접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심 속에서 Headline CPI 하락은 지속되었고, 주가 역시 의심의 벽을 타고 올랐다. 경기침체 경고 역시 계속되었지만, 이미 연말을 저점으로 경기선행지수 반등의 시작이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봄 증시는 ‘Headline CPI와 경기침체’에 대한 의심의 벽을 타고 상승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적 반등 없는 주가 상승이 불완전한 것이란 비판도 많았지만, 사실 이것이 ‘금융장세’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KB증권은 작년 하반기, ‘금융장세’의 시작 시그널을 ‘(EPS 반등이 아닌) 국채금리’로 설정했다. 당사 자료를 자주 접한 투자자라면, ‘국채금리가 왕이다’라는 용어가 익숙할 것이다. 지난 30~40년의 ‘저물가 시대’에는 ‘실업률’이 증시의 하락장과 반등을 결정하는 요인이었지만, 1960~70년대의 ‘인플레 시대’에는 ‘실업률’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기대’가 증시의 하락과 반등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그리고 ‘인플레 기대’를 나타내는 것이 바로 ‘국채금리’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국채금리는 작년 10월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고, 주식시장의 저점도 10월에 나타났다.
5월부터 실적장세에 들어서면서 금리와 주가 간의 동조화 현상은 점점 약해졌음
금리보다는 실적이 주가에 더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
‘봄 랠리’를 이끌었던 것이 ‘Headline CPI 안정+국채금리 하락’이 만든 ‘금융장세’였다면, ‘가을 랠리’는 ‘Core CPI 안정+실적 상승’이 이끄는 ‘실적장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KB증권은 6월 전략과 7월 전략을 통해 실적장세의 2~3개월 차에 나타나는 ‘1차 조정’을 전망했다. 이 조정은 비교적 하락폭이 작은 조정 (5~10% 이내 조정)으로, 트레이딩은 가능하지만 포트폴리오 교체로 대응하기는 너무 작은 조정이다. 따라서 100일선 부근에서는 재매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으며, 여름이 정점에 이르면서 반등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코스피는 100일선이 버티고 있는 2,500pt 초반 부근에서 반등을 한 상태이다. 향후 기간 조정이 좀 더 나타날 수도 있으나, 여전히 100일선 부근에서는 매수로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100일선은 2,500pt 중반으로 올라온 상황이다.
여름이 지나면서 재개될 가을 랠리의 상승폭은 지난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과거에도 ‘실적장세 1국면 (5월부터 올해 말까지)’의 상승폭은 ‘금융장세’의 반등폭과 기간이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상반기 중 코스피는 약 15% 정도 상승했는데, 하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반등한다면 코스피는 연말쯤 2,900pt를 살짝 넘기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참고로 KB증권의 하반기 코스피 타깃은 2,920pt이다.
지금이라도 주식비중을 더 확대해야 하나?
증시의 랠리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경기침체와 증시 급락을 예견하던 신중론자들의 목소리는 이제 작아진 상태이다. 그렇다면 아직 현금을 쥐고 있는 투자자라면, 지금이라도 주식을 사야 할까?
KB증권의 생각은 지금이라도 주식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여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지금 주식을 사기엔 너무 많이 오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다간 이번 랠리를 놓쳐버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다.
바닥 대비 많이 오른 것도 사실이나, 12Mfwd P/E로 본다면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 주가는 상승하고 있지만, P/E는 이번 랠리에서 처음으로 하락하고 있다. 코스피 P/E는 4월 초에 13.4배를 기록한 이후 최근 11.5배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는 약 100pt 이상 추가 상승한 상태이다. 따라서 주식이 비싼지 싼지를 단순히 주가로 본다면 부담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P/E로 본다면 현재 주가는 4월 초 (약 2,500pt)보다 15%나 싼 상태이다.
사실 이번 랠리의 약 40% 정도는 이미 진행된 상태라고 생각한다 (코스피는 작년 10월 2,150pt를 저점으로 약 +23% 상승). KB증권은 올해 하반기 코스피 타깃을 2,920pt로 제시했으며, 내년 중반까지 이번 랠리가 추가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공격적인 전망’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실 과거 랠리에 비한다면 비교적 완만한 증시 랠리를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완만한 랠리를 전망하는 이유는, 제조업-서비스업이 동시에 반등하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제조업이 반등하는 반면 서비스업은 느리게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주식 매수 타이밍에 대해서 고민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한 가지 위안이 될만한 사실을 제시할 수 있다. 바로 ‘주식시장 랠리가 끝나는 시점’을 알 수 있는 시그널을 제시하는 것이다. 만약 이 랠리가 끝나는 시점 (시그널)을 알 수 있다면, 투자자들은 비록 다소 높은 수준에서 주식 비중을 높였다고 해도 매수 가격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수익을 실현하고 주식을 성공적으로 매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주식시장 랠리는 언제쯤 끝나게 될 것이며, 그 시그널은 무엇일까?
KB증권이 제시하는 매도 타이밍은 ‘단기 금리 임계점’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이는 하반기 전망에서 짧게 언급한 바 있는 것인데, 이번 자료에서 좀 더 심도 있게 펼쳐보겠다.
먼저 전제에 대한 동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주식시장을 읽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ERP (Equity Risk Premium)’라고 생각한다. ‘ERP’의 중요성은 ‘현대 투자론 (사실은 70~80년대 시카고 학파에 의해 만들어진 투자론)’에서 강조하는 ‘무위험 이자율, 실적 성장률, 배당’의 중요도를 압도한다.
물론 ‘무위험 이자율, 실적 성장률, 배당’은 주가 설명력이 있다. 다만 매우 장기적인 경우에만 설명력을 가진다.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쉴러’는 노벨상 시상식에서 주어지는 강의 시간에 한 가지 재미있는 차트를 제시한 바 있다. 다양한 할인율을 이용해서 과거의 S&P 500의 적정 주가를 구한 차트이다. 이 차트를 보면, 결국 주가는 적정가치에 수렴하긴 한다. 약 30년에 2~3번정도씩 말이다. 상승하면서 한번, 하락하면서 한번.
현대투자론의 방식으로 도출되는 적정주가는 틀린 것은 아님.
하지만 실제 주가는 20~30년에 두 번 적정주가로 수렴. 상승하면서 한번 하락하면서 한번
‘현대 투자론’이 제시하는 적정주가가 매우 논리적인 것은 맞지만, 이것을 가지고 주식투자를 할 수는 없다. 20~30년에 한번 맞는 것으로 어떻게 주식을 하겠는가? 실제로 많은 투자자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현대투자론이 이런 성격을 갖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투자론’ 교과서의 대부분 ‘시카고 학파’ 학자들에 의해 쓰여진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투자론’은 1970~80년대에 기틀이 마련되었으며, ‘현대투자론’의 기틀을 마련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던 학자들인 해리 마코위츠, 유진 파마, 마이런 숄츠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들이란 점이다. 그리고 투자론의 기틀이 마련된 시기는 ‘시카고 학파’가 세상을 호령하던 1970~80년 ‘신자유주의 시대’였다.
이렇게 보면, 이제 이해가 간다. 시카고 학파의 학풍이 현대투자론에 녹아있다는 것을 말이다. 분명 논리적이고 맞는 말이지만, 현실 세계에서 적용하긴 어려워 보이는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경제나 주가 모두 장기적으로 적정가치에 수렴하지만, 인간이 ‘완벽하게 이성적이고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존재가 절대로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밸류에이션 공식에서 비이성적인 인간들의 행태가 녹아있는 것이 바로 ‘ERP’이다. 주식에 얼마나 프리미엄을 줄 것이냐는 것인데, 이것은 그 시대에 인간들의 ‘위험선호도’에 의해 결정된다. 어떨 때는 IT버블과 같이 엄청나게 비싼 밸류에이션에도 투자자들은 불나방처럼 주식에 뛰어든다. 반면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엄청나게 낮은 밸류에이션에서 주식이 거래되었음에도 누구 하나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은 장기적으로 죽으며, 주식도 장기적으로 적정가치에 수렴.
다만 이처럼 20~30년을 기다릴 수 있는 투자자는 드뭄
‘ERP’ 역시 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영한 도출법이 중요
그렇다면 ‘ERP’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ERP=P/E 역수-국채금리 (일드갭)’라는 공식이다. ‘P/E의 역수’는 곧 주식의 기대 수익률이며, 이것이 금리보다 높다면 주식이 매력이 있기 때문에 ‘ERP가 낮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실제로 주식의 기대수익률을 채권금리와 비교해 주식을 투자해본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정말 주가 (위험선호도)가 그렇게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있을까? 거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실제로 과거 지표를 역산해보면, 이러한 논리로는 주가 설명력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초 모건스탠리 (마이크 윌슨)는 위와 같은 공식으로 주식시장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주장하며, 증시는 ‘죽음의 영역 (death zone)’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ERP, 즉 ‘위험선호도’는 완벽하게 이성적인 수학공식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중단기적 (3~10년)으론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심리에 크게 좌우된다.
일드갭이 ERP라는 주장은 주식 투자자들은 모두 완벽하게 이성적이고,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만 가능할 수 있음
ERP를 잘못 해석해서 올해 초 주식엔 반드시 주식을 팔아야 한다 (death zone)이라는 잘못된 결론에 도달한 사례
ERP가 투자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받는다는 입장에서 ERP의 결정 요인은 두 가지이다. 바로 ‘인플레’와 ‘실업률’이다. ‘낮은 인플레+낮은 실업률’ 조합은 ERP를 낮추어 (위험선호도↑) 증시 랠리의 원천이 된다. 왜 인플레와 실업률이 ERP (위험선호도)를 결정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이번 자료에선 생략하겠다. 대신 아래 차트를 통해 증명이 가능하다.
이 조합이 나왔던 네 구간에서는 모두 주식시장의 랠리가 나타났다. 이 구간은 아래와 같다. 그런데 이 조합은 매우 드물게만 나타난다. 왜냐하면 실업률이 낮아지면 일반적인 경우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① 1922~1929: 광란의 20년대 (Roaring Twenties)
② 1958~1966: 자본주의 황금기 (Golden Age of Capitalism)
③ 1995~1999: 신경제 시대 (New economy)
④ 2016~현재: 뉴 노멀 (New Normal)
투자자 심리를 반영하면 (케인지언) ERP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인플레와 실업률이다
‘낮은 인플레+낮은 실업률’에선 ERP가 낮아지며 (위험선호도↑) 증시 랠리가 나타남
그런데 ‘실업률과 인플레’는 모든 시기에 동일한 크기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어떨 때는 ‘실업률’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어떨 때는 ‘인플레’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저물가 시대’에는 ‘실업률이 왕’이다. 왜냐하면 ‘저물가 시대’에 인플레는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낮은 인플레는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실업률이 왕’이 된다. 아래 차트로도 간단하게 증명된다. 저물가 시대에는 ‘실업률’ 지표만 가지고도 대부분의 반토막 하락장을 피할 수 있다. 여기에 좀 더 머리를 쓴다면, ‘실업률’을 선행하는 지표를 만들면 ‘매수/매도’ 타이밍을 더 당길 수 있다. 매크로 전망에 더 자신이 있다면, 실업률이 향후 어떻게 될지 전망한다면 더 빠르고 정확한 매매 타이밍을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실업률만 가지고도 반토막 하락장의 대부분을 피할 수 있음
고용 선행지표를 이용하면 보다 매도 시점을 빠르게 알 수 있음
하지만 ‘고물가 시대’에는 두 지표의 중요도가 바뀐다. ‘고물가 시대’엔 잠잠했던 인플레가 돌아온다. ‘왕이 귀환’한 것이다. 따라서 저물가 시대에 왕노릇 했던 ‘실업률’은 왕좌에서 내려오고, 고물가 시대엔 ‘인플레’가 새로운 왕좌에 오르게 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식시장을 전망하기 위해선 ‘인플레이션 기대 (expectation)’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의 ‘인플레 기대치’에 따라 ‘중앙은행 긴축 강도 (유동성 위축)’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인플레 기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무엇일까? 바로 ‘국채 금리’이다. KB증권은 작년 하반기 ‘국채금리가 왕이다’라는 말을 통해 10월 증시 바닥을 잡아낸 바 있다.
먼저 ‘고물가 시대’엔 ‘실업률’이 어떻게 왕좌에서 내려오는지 차트를 통해 살펴보자. ‘고물가 시대’였던 1960~70년대는 ‘실업률’을 가지고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아낼 수 없다. 오히려 실업률은 증시에 3분기 선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즉, 실업률 상승이 본격화하면 오히려 상승장이 시작되고, 실업률 하락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하락장이 시작된다. 어떻게 이처럼 실업률과 주가의 관계가 ‘저물가 시대’와 정반대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실업자가
거리에 넘쳐나면 상승장이 오고, 고용이 활성화되면 하락장이 시작될까?
바로 ‘고물가 시대’엔 ‘국채금리가 왕’이기 때문이다. '고물가 시대'에는 실업률 조차도 금리를 하락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증시에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고용이 증가해서 인플레 압력이 강해지면 금리가 상승하면서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논리를 통해 우리는 현재의 증시 랠리 (강세장)가 언제쯤 마무리될지를 알아낼 수 있다. 바로 ‘고물가 시대’의 왕좌에 있는 국채금리의 방향을 살펴보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주식을 파는 방법이다. 하지만 여기엔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경우는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와 기업실적이 양호할 때도 금리는 상승하지만, 실적은 급격히 성장하고 금리는 완만히 상승하는 경우 주식을 파는 것은 그리 현명한 일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KB증권이 매도 타이밍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단기 국채금리 (2y)’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매도하는 방법이다. 1960~70년대 사례를 다시 살펴보자. 당시 첫번째 하락장이 나타났던 1966~67년엔 2년 국채금리가 6%를 찍고 반락했다. 증시 하락장도 이때 마무리되었다. 이후 ‘2년 국채금리 6%’는 증시의 ‘임계점’이 되었다. 국채금리가 6%를 넘기만 하면 주식시장의 하락이 시작되었다. 아래 그래프의 파란색 영역은 2년물 국채금리 (50일 이평선)가 6%를 넘어선 시기를 나타낸 것이다. 이 영역에 들어서면 하락장이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간단히 이해할 수 있다. 이전 고점인 6% (임계점)를 넘었다는 것은 국채시장에서 ‘이젠 연준이 추세적 금리인상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것에 베팅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연준의 추세적 금리인상이 시작되었다면, 주식 투자자들도 ‘추세적 금리인상’이 증시를 끌어내렸던 이전 하락장을 떠올릴 것이고, 이는 곧 주식 매도 압력을 키우면서 하락장의 트리거가 된다.
1960~70년대 2년물 국채금리 6%는 주식 매도의 임계점으로 작용함
이번에는 2년물 국채금리의 경우 5% 초반, 5년물 국채금리는 4.5% 수준에서 고점이 나타났다. 따라서 이정도 수준을 임계점으로 잡을 수 있다.
다만 임계점을 ‘추세적’으로 돌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회성으로 임계점 레벨을 넘었다가 다시 하락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임계점 수준을 추세적으로 돌파하여 계속 상승하는 것이 주식시장에 매도 시그널 역할을 할 수 있다.
올해 잭슨홀 심포지엄 (8월 24~26일)의 주제는 ‘세계 경제의 구조 변화’ (Structural Shifts in the Global Economy)이다. 아직 발표자 명단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파월 의장은 이번 심포지엄에도 참석해서 연설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제가 ‘세계 경제의 구조 변화’인 걸 감안하면, “중립금리 상승”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1) 미중 디커플링 정책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 투자, 2) 친환경 산업 투자 등 재정지출 확대, 3) 정부의 국채 발행 증가 등의 현상을 봤을 때 중립금리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 7월 27일, 빌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 (현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미국 정부의 투자 촉진 정책이 중립금리를 올렸다고 언급했다.
또한 현재의 실질금리 역시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걸 말하고 있다. FOMC의 경제전망 (SEP) 역시 실질금리가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연준의 의지를 볼 수 있다. 올해 3월 FOMC에서는 올해와 내년 실질 기준금리가 1.5% 정도면 적절하다고 생각했지만, 6월 FOMC에서는 실질 기준금리 평균을 1.88%로 높여서 설정했다 (7/27 & 7/31 Global insight, 김일혁).
이번 임계점은 2년물 금리 5.1% 혹은 5년물 금리 4.5%의 추세적 돌파 시점
내년 하반기 혹은 그 이후 가능성
중립금리와 더불어 연준의 CPI 안정 의지도 연준의 정책금리와 국채금리를 더 높은 수준에 묶어 둘 가능성이 있다. CPI와 연준 정책금리/2년물 국채금리의 차이를 계산해보면, 2021년 초 두 지표의 차이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CPI에 비해 금리가 지나치게 낮았다는 것이다. 불라드 세인트 루이스 연은 총재가 제시한 적정금리 공식으로 봐도 다음 인플레 때는 금리를 더 높은 수준으로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향후 물가가 CPI가 4~5%까지만 상승해도 연준의 정책금리와 2년물 국채금리는 CPI보다 높은 수준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물가가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2024년 하반기 혹은 그 이후에는 2년물 국채금리를 주목해야 한다.
다만 그 전까지는 2년물 국채금리가 5%를 추세적으로 넘어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기 때문에 주식 투자자들도 증시의 매도 타이밍은 아직 먼 미래에 있다고 생각한다. 설사 지금 주가가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해도, 우리는 단기 국채금리를 통해 늦지 않은 타이밍에, 그리고 지금보다 높은 레벨의 주가에서 차익실현을 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이 우리가 여전히 주식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데 부담감을 사라지게 한다.
현재 실질금리는 인플레를 잡기엔 너무 낮은 수준일 수 있음
변형된 테일러 준칙을 따른다면, 다음 금리인상 사이클에서 기준금리는 지난 금리인상 사이클보다 더 높은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음
업종전략 1) 반도체, 다시 뛸 준비를 한다
8월 업종전략에서는 반도체 비중을 다시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이미 지난 ‘하반기 전망’에서 예고했던 것과 같다.
먼저 반도체가 과거 최악의 사이클에서 탈출하던 시기를 모아서 살펴보자. 2000년 이후 모두 4차례의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존재한다. 2003년, 2009년, 2013년, 2016년, 2019년이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슈퍼 사이클의 초입부분에서 주가 반응은 거의 비슷비슷하다. 그 패턴은 아래와 같다.
1) ‘최악의 실적’이 발표되는 실적시즌 전후에는 오히려 반도체가 ‘아웃퍼폼’한다
2) ‘(최악 실적) 다음 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시기 전후에는 증시가 ‘마켓퍼폼’한다
3) ‘다음 분기 실적’이 발표된 후에는 2~3주 내에 ‘반도체 랠리’가 다시 시작된다
※ 분기실적은 ‘SK하이닉스 실적발표’와 ‘삼성전자 컨퍼런스 콜’ 시기를 기준으로 함
지금은 3번 국면을 지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SK하이닉스 실적발표’와 ‘삼성전자 컨퍼런스 콜’의 결과가 괜찮다면 (혹은 예상에 부합한다면), 반도체 랠리는 바로 재개된다. 반대로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전망 코멘트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부진한 경우에도 반도체 주가는 보통 2~3주 이내로 랠리가 재개된다. 다시 말해서 실망감을 단기에 반영하지, 장기간 반영하여 쉬어 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단기적 실적 컨콜 내용은 부진해도, 장기적으로 경기사이클이 턴어라운드하여 확장국면으로 넘어갔을 때 그렇다는 얘기이다
물론 위와 같은 논리는 ‘중장기적 반도체 업황’이 턴어라운드 한다는 것이 확실할 때만 가능하다. 이그전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핵심 내구재 신규주문’을 제시하고 있다. 10년 동안 써왔던 방법인데, 거의 틀린 적이 없는 신뢰도 높은 지표이다. ISM제조업지수도 잘 맞는 지표 중 하나인데, 최근엔 구성항목 중 ‘운송시간/고용’에서 일부 왜곡이 있기 때문에, 이 지표를 제외한 ISM제조업지수나, 이에 선행하는 ‘주문-재고 스프레드’를 참조하는 것이 좋다.
마침 7월 말 (7/22), 6월 내구재 신규주문 데이터가 발표되었다. 내구재 신규주문은 4.7% (컨센 1.3%)로 서프라이즈였고, 핵심 내구재 신규주문도 0.6% (컨센 0.1%)로 예상치를 압도했다. 이그전은 반도체업종의 아웃퍼폼이 ‘실적장세 1국면’인 올해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구재주문 증가율은 반도체 기업의 실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
핵심 자본재/내구재 주문은 반등세가 점차 확고해지고 있음
공급병목과 화폐환상으로 왜곡이 심한 공급자배달, 고용을 제외하고 ISM제조업지수에 선행하는 ‘주문-재고’로 보면 지표는 이미 반등함
업종전략 2) 에너지/원자재: 뚜렷해지는 경기반등
KB증권은 올해 상반기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을 전망했지만, 하반기에는 원유/원자재 가격이 완만하게 상승할 것을 전망하고 있다.
최근 WTI가 8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 진입, 중국의 경기 부양 기대, OPEC+ 감산 기조 지속, 사우디의 100만 배럴/일 감산 기조 발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KB증권의 기본 전망은 국제유가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완만히 상승한다는 것이다. 이미 WTI가 80달러까지 상승했기 때문에 당분간 80달러 대에서 강력한 저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만약 사우디의 감산 기간 연장이 9월, 나아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글로벌 수급 측면에서도 공급부족이 누적되기 때문에 국제유가 전망치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간 100만 배럴의 감산은 대략 8~10달러 내외의 국제유가 상승 요인이다. 다만 사우디 재정유가는 80.9달러로 (IMF), 국제유가가 80달러 위로 안정화되면 굳이 무리하게 단독 감산을 연장해 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반기에 국제유가가 60달러대로 재차 하락하지 않는다면 OPEC+는 추가 감산보다는 현재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에 유가의 완만한 상승세에 가장 큰 이유는 경기 회복이다.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되던 경기침체 우려가 상당히 후퇴하고 있다. 반면 경기 회복에 대한 증표나 기대감은 점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금리 상승세까지 일단락된다면 경기 회복 기대감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점은 원자재 수급을 타이트하게 할 것이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등 신흥국의 원유 수요 회복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중국은 경제 봉쇄로 인하여 이례적으로 에너지 수입이 감소했으며, 올해에는 리오프닝 효과와 글로벌 재고 축적 등으로 인하여 에너지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IA, OPEC 등 주요기관들도 올해 글로벌 수요 증가분의 절반 또는 그 이상이 중국 수요 증가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특히 인디아 등 신흥국까지 합치면 글로벌 수요 증가분의 60~70% 이상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의 에너지 관련 지표들도 중국의 경제 지표 둔화에도 크게 훼손되지 않고 있다.
달러 약세 가능성도 유가 상승 요인이다. Core CPI가 점차 안정되고 연준의 긴축 의지가 약해짐에 따라 하반기엔 추가적인 달러 약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EIA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에는 초과 공급이 마무리되고 초과 수요로 전환 전망
업종전략 3) 산업재: 미국에서 일본 등으로 설비투자 기대감 확대
반도체 반등과 단기 급등으로 산업재 주가 과열 해소 가능성
다만 장기적 추세에 대한 의견은 유지
KB증권은 (제조업/원자재) 공급망 재편관련 ‘산업재 (기계/상사)’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 단기 주가 급등과 반도체 반등이 시작되면 산업재는 종목별로 과열 해소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다만 그럼에도 장기 추세에 대한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반도체나 산업재 모두 큰 틀에서 ‘투자 관련 경기민감주’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하반기 전망 (5/26)에서 ‘미국 공장 (제조업) 건설 지출’을 주목한 바 있다. 공장 건설은 몇 개 산업에만 투자가 쏠리고 있는데, 주로 ‘IT (컴퓨터/전자기기)와 전기장비 (전기차 포함)’의 비중이 높다. 미중 패권 전쟁이 일어나는 분야가 중심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2000년대 BRICS 시대 공장건설 붐 이후 14년 휴식기
그리고 2020년대 공장건설 붐 재개
제조업 설비투자 확대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일본 제조업 설비 투자는 2021년부터 급증하고 있다. 일본 ‘단칸지수’를 보면, 제조업 기업들은 고정자산 투자 추가 확대를 예상하고 있으며, 그 수준은 2006년 이후 가장 높다.
이러한 설비투자 확대의 배경은 공급망 재편 때문이다. 지난 3월 발표된 일본 내각부의 상장기업 대상 연간 기업행동 서베이 (Annual Survey of Corporate Behavior)를 참고하면, 5년내 해외 생산 감축을 계획 중인 일본 상장기업의 비중이 10.5%로 조사가 처음 시작된 1987년 서베이 시작 이후로 최고치에 달했다. 그 중에서도 전자제품 제조업의 경우 21.4%가 해외생산 감축을 계획중인 점도 눈에 띈다.
5년 내 해외 생산 감축을 계획 중인 일본 상장 기업의 비중은 1987년 이후 최고 수준
전자제품 업종 내 기업 5곳 중 1곳은 5년 내 해외 생산 감축을 계획 중
각국의 제조업 회복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의 경우, 2023년 5월 기준 제조업 실질 생산량이 팬데믹 이전 2018년 당시 고점 수준을 회복하였으나, 이외 국가는 아직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각국에서 코로나 이후 제조업 회복을 이끌고 있는, 즉 실질 생산량이 늘어난 분야를 살펴보면, 한국은 자동차 (+26.0%), 제약 (+19.3%), 전자기기 (+8.8%), 컴퓨터 및 전자제품 (+7.2%) 등의 생산량 증대가 두드러졌고, 전체 제조업 실질생산 증대는 +2.2% 수준에 그쳤다.
미국의 경우 가죽제품 (+21.2%), 음료 (+15.3%), 제약 (+14.4%), 자동차 (+8.8%), 화학 (+7.0%), 비금속제품 (+6.6%), 전자기기 (+5.5%), 기계류 (+4.4%)로 나타난 반면 전체 제조업 실질생산 증대는 +1.7% 수준이었다.
일본은 제조업 전 분야에서 실질 생산량이 감소한 가운데, 기계류 (+8.1%), 전자기기 (+5.2%)만이 실질 생산 확대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