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류 흐름 저항 없어져…전기차 모터 성능 높이고 배터리 무게 줄여
車산업 미래 UAM에도 활용…논문 검증 여부 및 상용화 가능성엔 '신중'
초전도체 위에서 자석이 공중부양하고 있는 사진. 이같은 현상은 초전도체의 마이스너 효과에 의해 나타난다. (로체스터 대학 사진 / J. Adam Fenster) 2023.07.28 /뉴스1
최근 국내 연구진이 상온·상압에서 전기를 손실 없이 보낼 수 있는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과학계가 뜨겁다. 아직 학계의 검증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속단은 이르지만, 상온 초전도체가 실존한다면 자동차 산업에서는 전기차의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등 일대 혁신이 이뤄지리라는 평가다.
지난달 22일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등 연구진은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를 통해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고 공개했다.
초전도 현상은 전류가 저항 없이 흐르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구리 전선도 전기가 이동하면 작게나마 저항이 발생하면서 전력 손실이 생긴다. 휴대폰 등 전자기기를 오래 사용하면 느껴지는 온도는 전기 저항을 통해 발생되는 열에너지에 의한 것이다. 초전도체는 이 같은 전류 흐름의 저항 자체를 없애줘, 에너지 활용의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최초의 초전도체가 1908년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100년 넘게 상용화에 큰 진전이 없는 이유는 초저온·고압 상태에서만 초전도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재도 초전도체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MRI는 액체 헬륨을 통해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사용이 가능하다.
상온·상압 상태에서 이용가능한 초전도체가 발견된다면 자동차 산업 역시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겪을 수 있다. 특히 전기차에 탑재되는 '모터'의 효율성이 극대화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현대차그룹 제공)
모터는 전류가 흐를 때 발생하는 전기 에너지를 회전 운동 에너지로 바꿔준다. 회전력은 전력의 크기에 비례하지만, 일반적으로 전기에너지의 20%는 저항에 의한 열에너지로 사라진다. 모터에 초전도체가 적용되면 적은 전기에너지로도 충분한 모터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현재의 전기차는 저항으로 손실된 전기에너지를 감안해 크고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해야 한다. 현대자동차(005380)의 중형 전기차 세단인 아이오닉6은 공차 중량이 최소 1800㎏, 크게는 1930㎏까지인 반면, 동급 크기의 내연기관 세단 쏘나타의 공차 중량은 1500㎏ 전후에 그친다. 초전도체 기술이 적용되면 더 가볍고 적은 용량의 배터리 탑재로 충분하다. 전기차 주행거리도 지금보다 대폭 개선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 등 완성차 업체들이 눈독 들이고 있는 신사업인 도심항공교통(UAM)에서도 초전도체는 활용도가 높다. 모터를 장착하는 프로펠러의 효율 역시 좋아지고, 공중에 띄우기 위한 무게 부담도 줄어든 배터리만큼 덜어낼 수 있다.
다만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실 가능성에는 물음표를 보이고 있다. 아직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전세계 과학자들은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부분에 사용된 데이터가 허술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대신 국내 연구진이 제조 기술을 공개하면서, 각국의 연구진들이 재현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서 전력 효율이 열로 빠져나가는데 그런 손실이 없다면 말 그대로 '꿈의 물질'"이라면서도 "설사 그게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상용화까지 얼마나 걸릴지, 가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