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부상 구현·전기저항 소멸
2가지 필수 요건 중 1개씩만 확인
퀀텀에너지연구소 등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상온 초전도체 ‘LK-99’에 대한 진위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현재까지 자신들이 재현한 LK-99 샘플에서 초전도체 특성을 일부라도 확인한 세계 연구진은 모두 3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자기부상(반자성) 구현, 전기저항 소멸’이라는 초전도체의 핵심 요건 두 가지 중 하나만 구현했다. 과학계에서는 이 두 가지 요건이 반드시 함께 나타나야 초전도체로 본다.
7일 초전도체 학계와 미국 과학전문지 라이브 사이언스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LK-99 재현 실험에 ‘부분 성공한’ 연구진은 총 3곳이다.
지난달 22일 퀀텀에너지연구소 등 국내 연구진이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자신들이 개발했다는 상온 초전도체 LK-99 관련 논문을 올린 뒤 세계 연구진은 논문에 쓰인 대로 LK-99를 재현하는 실험에 집중해 왔다.
논문에 적시된 ‘레시피’를 따랐더니 똑같은 LK-99가 만들어진다면 과학적인 데이터에 거짓이 없다는 뜻일 가능성이 크다. 과학계에 따르면 자신들이 재현한 LK-99 샘플에서 자기부상, 즉 자기장을 밀어내 공중에 뜨는 모습을 구현한 연구진은 2곳이다.
이달 초 미국의 위성 개발 기업 ‘바르다 스페이스’가 이 같은 LK-99 샘플을 만들었다. 이 샘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동영상으로 공개됐다. 바르다 스페이스가 내놓은 동영상을 보면 쌀알만 한 물체가 실험용 유리컵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또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연구진도 비슷한 동영상을 이달 초 공개했다. 연구진이 만든 LK-99 샘플이 어떤 힘에 의해 하늘 방향으로 뜨는 듯한 모습이 관찰된다. 하지만 자기부상을 구현한 이들은 LK-99 샘플의 전기저항이 ‘0’인지는 입증하지 못했다.
자신들이 만든 LK-99 샘플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을 구현한 연구진은 현재까지 1곳이다. 이달 초 중국 난징 국립동남대 연구진은 영하 163도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다만 영하 163도는 ‘상온’보다는 훨씬 낮은 온도다. LK-99가 지향하는 ‘상온 초전도체’ 요건과는 간극이 있는 셈이다. 특히 자기부상 현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상온에서 ‘자기부상 구현’과 ‘전기저항 제로(0)’를 동시에 보이는 LK-99 샘플은 세계 어느 연구진도 아직 재현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재우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는 “두 가지 성질이 한꺼번에 나타나야 초전도체”라며 “특히 전기저항이 있으면서 반자성을 띠는 물질(자기부상 물질)은 기존에도 꽤 많이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