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소외되는 주도주, 주목받는 소외주
소수의 대형 기술주 주가가 불을 뿜기 시작한 4월 이래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쏠림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존재해왔다. S&P 500의 연초대비 상승률(16.3%)은 소위 Magnificent 7로 일컬어지는 시가총액 상위 7개 대형주(56.7%)만으로만 발생했고, 나머지 493개 종목들은 5.4% 오르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주도주와 나머지 종목들의 밸류에이션 격차는 2배 가까이 벌어졌다.
(Magnificent 7 : AAPL + MSFT + NVDA + TSLA + GOOGL + META + AMZN)
상반기까지 미국 증시를 가히 독보적으로 이끌어왔던 이들 Magnificent 7 종목들의 숨 고르기는 8월 들어 뚜렷해지고 있다. 시총 상위 7개 기술주들은 지난 한 달간 주가가 평균 6.7% 하락했고, 이 중 4개의 종목(애플, 마소, 테슬라, 엔비디아)의 주가가 50일 이평선을 하향 돌파당했다. 같은 기간 이들의 12MF PER은 28.3배로 7월의 고점(32배) 대비 10% 가량 내려왔다.
주도주 랠리가 조정 국면으로 진입한 가운데, 상반기 철저하게 소외됐던 non-빅테크로 수급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S&P 500 내에서 Magnificent 7을 제외한 나머지 493개 종목들은 지난 한 달간 주가 하락에 휘말리지 않았고, 12MF PER은 16.5배에서 17.2배로 높아졌다. 7월 한때 60%p 가까이 벌어졌던 주도주와 소외주의 연초 이후 수익률 격차는 현재 50%p로 좁혀진 상태다.
대형 기술주에서 소외주로의 수급 확산은 좀 더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외주로의 수급 확산은 1) 시장의 경기 인식 개선, 그리고 이에 뒤따르는 2) 장기금리 상승, 3) 다수 업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어닝 서프라이즈와 무관하지 않다. 이 요인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주도주(빅테크)에서 위험하다고 여겨졌던 소외주로의 로테이션을 촉발하는 요인들이다. 궁금한 것은 로테이션이 일시적일지 혹은 지속적일지, 기간은 어느 정도가 될지의 문제다.
스타일 로테이션 변수: 1) 기업이익의 우위, 당장은 대형 기술주에
① 기업이익 우위: 주도주 > 소외주 시사
우선 고려해볼 것은 이익의 우위가 어디에 있는지의 여부다. 현재까지는 명확하게 Magnificent 7로 대변되는 대형 기술주의 우위가 뚜렷하다. 7개 대형 기술주들의 합산 12MF EPS는 연초대비 19.8%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나머지 493개 기업들의 합산 12MF EPS는 2.4% 하향되는데 그쳤다.
2분기 실적 시즌에서 대다수 업종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했지만, 그래도 대형 기술주들의 어닝 서프라이즈 강도가 더 컸다. Magnificent 7의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 (실제 실적/컨센서스 괴리율)은 10.9%였고, 이들을 제외한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은 6.7%였다.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은 해당 기업이 얼마나 잘했냐의 척도로도 볼 수 있지만, 해당 기업의 실적 기대치가 얼마나 저평가됐는지의 척도로도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는 당분간 Magnificent 7의 실적 전망 상향 가능성이 다른 기업들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
② 특별한 경기 변화 없다면 이익 우위는 내년까지 대형 기술주에 있음
현재 시점에서 경기 모멘텀의 특별한 변화가 발생하지 않고, 컨센서스대로 기업 이익 경로가 흘러간다면 대형 기술주들의 이익 우위는 지속될 것이다. Magnificent 7의 내년, 내후년 매출 성장률 컨센서스는 12%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는 나머지 기업들의 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스타일 로테이션 변수: 2) 주도주는 강세장 내내 아웃퍼폼
① 강세장에서 일관된 주도주의 지배력: 주도주 > 소외주 시사
주가의 중기적인 추세는 기업이익이 결정한다. 만약 경기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되지 않고, 대형 기술주의 이익 우위가 공고하게 유지된다면 소외주로의 로테이션은 일시적으로 이뤄질 수는 있어도 추세적으로는 이어지기 어렵게 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과거 미국 주식시장이 강세장에서 보여줬던 주도주 아웃퍼폼의 패턴이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경우, 주도주들은 강세장이 이어지는 내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관적인 초과성과를 발생시켜왔다. 테크 버블 직전의 IT 섹터, 금융위기 직전의 에너지 섹터, 금융위기 이후 제약주와 아마존(유통), 2016년 이후 반도체/나스닥의 장기적 주가 우위는 모두 실적의 장기 우위에서 비롯됐다.
주도주들의 아웃퍼폼 패턴을 살펴보면, 대개 이익 증가율보다 주가 상승률이 더 크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밸류에이션 할증을 대부분 동반했다는 이야기다. 이는 1) 실적을 주도하는 업종이, 2) 강세장이 진행되는 동안, 3) 밸류에이션 부담 때문에 하락하거나 시장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② 약세를 논하기엔 너무 이른 국면. 주도주에 중기적으로 손을 들어줌
현재 주식시장은 약세장 진입을 논할 국면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 경제가 Capex 사이클을 중심으로 생각보다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S&P 500의 12MF EPS 반등을 지원한다. 모두 역사적으로 강세장의 추가 진행을 지지하는 요소들이었다. 1) 우리가 강세장의 끄트머리에 서있는 것이 아니고, 2) 기업 이익 우위 구도가 status quo 상태로 유지된다면, 실적을 주도하는 대형 기술주의 우위는 추세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스타일 로테이션 변수: 3) 소비와 재고 사이클의 저점 통과 가능성
① 상품 소비, 재고 사이클 바닥 통과 가능성: 소외주의 catch-up 시사
수급 확산을 장기화시킬 수 있는 변수는 지지부진한 상품 소비 모멘텀과 재고 사이클이 바닥을 통과할 수 있을지의 여부다. 재고 사이클이나 상품 소비와 밀접한 업종들의 이익 모멘텀은 좋지 않다. 이 두 요인이 반등해준다면 Magnificent 7 뿐만이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이익 모멘텀을 획득하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다.
아직 상품 소비와 재고 사이클의 방향은 주식시장에 있어 긍정적이지 않다. 실질 상품 소비는 2년 가까이 유의미한 레벨 변화를 가져가지 못하는 중이다. 전년대비 제조업, 도매, 소매 전 밸류체인에 걸쳐 재고판매비율이 상승하고 있고, 재고 재축적이 나타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재고 부담은 기업들의 가격 협상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들의 순이익률은 지속적으로 하향되는 중이다.
② 아직 방향성 부진하나, 소비 심리와 투자 강세는 재고의 바닥 통과도 암시
그러나 두 가지 요소가 재고 사이클의 바닥 형성 기대감을 부여하는데, 첫 번째는 소비 심리의 반등이다.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2년만에 전년대비 증가세로 돌아섰고, 이는 실질 상품 소비에 선행하는 경향(팬데믹 이전 2개월 선행)이 있다. 두 번째는현재 강력한 동력을 형성한 Capex와 주택 건설 사이클이다. 이 두 요인이 결부되면서 연말쯤 재고 사이클 바닥이 형성된다면 Magnificent 7 이외 소외주들의 실적이 모멘텀을 형성하면서 수급 확산 과정이 좀 더 길어질 수 있다.
스타일 로테이션 변수: 4) 키 맞추기를 지지하는 단기적 요소들
① 옵션시장 수급: 소외주 catch-up 시사
중기적으로는 상반기 시장을 주도했던 종목들의 강세가 이어질 수 있는 판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소외주의 키 맞추기를 지지하는 몇몇 요소들이 발견된다.
우선 수급이다. Magnificent 7의 상반기 놀라운 퍼포먼스(56.7%)는 분명 기업이익 우위에 기인하지만, 수급 측면에서는 Put option 베팅이 제거되고 Call option 베팅이 강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전개됐던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 다른 종목들보 다도 Magnificent 7이 더 옵션시장의 수급 변화에 강력하게 편승한 부분이 있다.
1월초만 해도 해당 7개 종목들의 평균 풋/콜 비율(풋 옵션/콜 옵션 거래량)은 극단의 비관을 나타내는 250%에 위치해있었으나, 7월말에는 57%로 상당히 낙관적인 수준으로 돌아왔다. 2000년 이후 옵션시장에서 이렇게 빠른 포지션 변화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 옵션시장의 Magnificent 7을 향한 낙관 베팅은 최근 평균을 향해 다시 되돌림되려는 모습 (=풋/콜 비율 상승, 낙관 제거)이다. 실적 개선을 선반영한 투기적 수급이 어느정도 동력을 소모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수급 움직임은 소외주의 키 맞추기를 단기적으로 지지한다.
② 8~9월 시장 방향성: 소외주 단기catch-up 시사
두 번째는 8~9월 중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방향성에 대한 부분이다. 1) 2분기 실적시즌에서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뒀음에도, 12MF PER이 19배 후반에 육박하는 과정에서 실적 기대감을 선반영한 시장이 실적 발표 전후 피로감을 드러냈고, 2) 경기 인식 개선의 파급효과로 장기금리가 상승하면서 시장 자체가 7 월말을 기점으로 기간 조정 양상으로 들어간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은 금리와 실적 간 밸런스 게임을 벌여야하는 국면이다.
통상 대선을 1년 앞둔 8~9월 주식시장의 계절성이 좋지 않다는 점은 주식시장이 8~9월 내 신고가 경신 랠리를 보이기 쉽지 않게 만드는 요소다. 1950년 이후 해당 구간의 평균 수익률은 정확히 0%로 교착 상태를 시사한다. 시장이 잠시 교착 상태로 빠져드는 국면은 대개 주도주의 숨 고르기 국면을 의미하며, 주도주에서 소외주로의 리밸런싱이 전개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밸런스 게임: 주도주와 소외주 간 중심잡기
① 당장 8~9월은 소외주로의 제한적인 확산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을 요약하면 스타일 로테이션 국면은 툭 잘라서 한 쪽의 우위로 보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당장 8~9월은 경기 인식 개선과 장기금리 상승이 맞물린 상황 속에서 주도주가 상반기 급등에 따른 숨 고르기를 전개하는 가운데, 나머지 업종으로의 제한적인 확산을 그려볼 수 있다.
② 10월 이후 주도주는 다시 우위를 되찾을 듯
시장과 주도주의 숨 고르기가 마무리될 수 있는 10월 이후의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의 강세 토대가 견고해보이고, 기업이익을 주도하는 대형 기술주의 우위가 상실될 것으로 보여지진 않기 때문에 대형 기술주들의 랠리는 재개될 공산이 높다. 우리가 대형 기술주들에 대한 Buy & Hold 전략을 견지하는 이유다. 다만 상승 속도는 상반기보다 완만해질 공산이 크다.
③ 10월 이후 강세 국면에서 상반기와 달리 소외주가 랠리 가담할 가능성 높음
변수는 기술주와 Capex 사이클 일변도의 경기 모멘텀 구도가 상품 소비와 재고 사이클 반전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여부다. 상반기에는 Magnificent 7만 일방적으로 랠리를 펼쳤다면, 이 시나리오에서는 나머지 종목들도 랠리에 같이 동참하는 구도가 될 것이다. 실제 미국 경기가 시장의 인식보다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는데다, 소비 심리의 반등을 감안하면 이 시나리오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다.
④ 연말 실적 장세 성격. 2Q 실적 시즌 이후 이익 모멘텀 부각된 업종 주목
이 구도에서 연말까지의 시장은 PER보다는 EPS가 주도하는 실적 장세의 느낌을 풍길 것이다. 경기 인식 개선과 장기 금리 상향이 동반된 국면에서, 실적 전망이 상향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을 녹일 수 있는 업종들이 여러모로 편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10월 이후를 대비한다면, 2분기 실적 시즌을 거치면서 실적 모멘텀 우위 대열에 새롭게 동참한 업종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기존의 반도체, 미디어&엔터(플랫폼)에 더해 지난 3개월간 소비자서비스, 경기소비유통, 자동차, 내구소비재&의류, 자본재, 부동산의 이익 모멘텀이 돋보였다. 공히 12MF EPS가 3개월간 5% 이상 상향된 업종이다.
- 신한증권 Global Equity Strategist 김성환/오한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