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는 경이로운 실적을 발표했으나 이는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비용 증가를 야기할 수 있음
■ 소비재 기업 전반에 걸쳐 주가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음. 소비지출 감소 우려, 가이던스 하향을 언급
■ 기술주만의 호황이 긴축을 늦출 수 없게 해 산업별 격차를 확대하는 중. 엔비디아에 좋은 것이 미국에 좋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움
지난 주 중요한 2개 이벤트는 증시에 나쁘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지나갔습니다. 잭슨홀 미팅은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예전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중물가 중금리의 시대를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연준의장이 당장 인플레이션 목표나 중립금리 수준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8월 내내 상승했던 장기금리는 지난 주 반락했으며 추가 상승은 제한될 것입니다.
별다른 이벤트가 없었던 잭슨홀 미팅과 달리, 엔비디아는 높아질대로 높아진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엄청난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내내 상승했고 실적 발표 전에 이미 올랐지만 발표 이후에도 한차례 더 상승했습니다. AI 칩에 대한 수요는 줄을 서고 있는데 공급역량은 부족하고 엔비디아만 공급할 수 있으니 돈방석에 앉게 되었습니다. 70%가 넘는 매출총이익률과 5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가이던스대로라면 P/E 밸류에이션도 30배 수준으로 낮아져 비싸지 않은 주식이 되었습니다.
금리 상승이 제한되고 엔비디아도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지난 주 기술주는 3주 연속 하락세를 이겨내고 반등했습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호실적이 다른 기술주에도 좋은 일인지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높은 마진율은 결국 다른 기업의 설비투자 비용지출 확대로 이어집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에 돈을 쏟아부을수록 일반 서버, 그리고 DRAM이나 NAND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빅테크라고 예산이 무제한인 것은 아닙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미국 소비재 기업들의 주가 급락도 걱정스럽습니다. 달러트리, 메이시스, 풋라커 등 한두개 기업이 아니라 소비재 기업 전반에 걸쳐 주가하락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소비지출 감소 우려와 이후 가이던스 하향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산업재 주식의 하락세 전환을 말씀드린 바 있었는데 소비재 주식도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올해 미국 증시는 나스닥 지수(+29.8%)만 좋았고, 러셀 2000 중소형지수(+5.2%)나 다우 산업지수(+3.6%)는 그다지 오르지 못했습니다. 특히 5월 이후 AI 기술이 부각받은 이후 미국 기술주는 글로벌 증시 대비 큰 폭 상승했습니다. 이는 자산가격의 상승을 이끌고 연준이 긴축 정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며 산업별 격차만 더욱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기술주들은 보유 현금이 풍부해 금리상승이 오히려 이자소득으로 돌아오는 반면, 대출이 있는 기업들은 이자가 부담스럽고 소비재 기업도 소비 감소를, 산업재 기업은 자금조달 비용을 걱정하게 만듭니다.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GM은 미국 산업과 노동자를 상징했으며 이는 금융위기 시절 오바마 정부가 정책자금을 지원해 GM을 살리는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에 가면,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라는 구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산업은 국력이었고 고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좋은 것이 미국에 좋을까요? 최소한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엔비디아에 좋은 것은 엔비디아에게만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 하이투자증권 시황 이웅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