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전략: 기다리던 가을이 왔다
9월 주식비중을 ‘확대 (97%)’로 제시한다. ‘1차 조정’ 기간 동안 P/E 부담은 크게 경감됐다. 경기, 실적 사이클은 계속 상향되고 있고, 연준의 긴축도 겨울이 오기 전에 잠시 숨 돌릴 틈이 주어질 것이다. 업종에서는 ‘반도체, 엔터레저’, 정책관련주로 ‘로봇/우주’을 주목한다.
■ Summary: 가을이 아니면, 겨울엔 더 여유가 없다
‘1차 조정’이 진행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지만, 사실 그간 코스피 P/E가 13.5배에서 10.8배까지 하락하면서 주가 부담은 경감된 상태이다. 게다가 기업실적/경기 사이클의 상승은 계속되고 있으며, ‘1차 조정’의 조건들도 채워져 가고 있다. 생각과 달리 주가가 연말까지 횡보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P/E는 8~9배가 된다. 불가능하진 않지만, 가능성은 낮다.
파월 연설을 볼 때 가을엔 통화정책도 쉬어 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겨울 이후 긴축정책이 다시 나올 가능성이 있는데, 이것이 ‘2차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기회는 가을에 있다.
8월엔 소비/서비스 섹터로 순환매가 있었는데, 3분기 실적시즌으로 가면서 ‘투자 경기민감주’가 주도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한다.
- KB증권 주식 Strategist 이은택 -
‘1차 조정’ 이후 주식시장의 전개 방향
현재 증시 위치: ‘실적장세 1국면’ 중 ‘1차 조정’의 마무리 시기
KB증권은 현재 주식시장에 대해서 ‘실적장세 1국면’ 중 ‘1차 조정’의 후반부가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아래와 같은 경로를 생각하고 있다.
1) 금융장세: 22년 10월 국채금리 정점과 동시에 ‘금융장세’가 시작되었다 (국채금리가 왕이다). 그리고 금융장세는 4월에 마무리되었다
2) 실적장세 1국면: 4월 말 (1분기 실적시즌), 12Mfwd EPS가 반등함에 따라 ‘실적장세 1국면’이 시작되었다.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3) 1차 조정: 실적장세가 시작되고 2~3개월 부근에 나타나는 조정인데, 하락폭은 5~10% 정도에 머물고 2~3개월의 기간조정 성격을 갖는다
그리고 ‘1차 조정’이 9월 중 마무리된 후, 주식시장은 ‘가을 랠리’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가을 랠리’의 조건도 있다. 랠리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12Mfwd EPS+경기사이클’의 상향 추세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실적장세 1국면’이라는 조건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가을 랠리’가 정말 가능할지 몇 가지 조건들을 체크해보겠다.
과거에 비해 역대급으로 느린 랠리
시장에서 퍼지는 신중론: 지금은 불안할만한 상황인가?
코스피가 2,600pt 부근에서 2달 넘게 횡보하고, 그동안 업종/종목에선 의미 없는 짧은 순환매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환경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지치게 만든다. 이런 와중에 시장에서는 낙관론이 점차 꺾이고, 비관적인 전망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중국 부동산 문제는 심각해 보이고, 중국의 성장 엔진은 완전히 꺼진 것 같이 보인다. 미국도 딱히 더 좋을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오히려 경제나 기업이익 추정치가 너무 과대 추정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실제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실적 추정치가 소폭 꺾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주가지수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정말 불안한 상황인가? 경제/기업 펀더멘탈을 봤을 때, 증시는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라온 것일까?
사실 KB증권은 가을에 증시의 반등을 전망하고 있다. 오히려 조정은 여름 (1차 조정)에 있을 것으로 전망했고, ‘가을’에는 조정을 마무리하고 반등세로 돌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번째 근거는, 주가는 부담이 크게 경감됐다는 점이다.
지금의 주가 수준은 부담스럽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1차 조정’을 거치는 동안 부담은 크게 완화된 상태로 보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주가가 부담스러운지는 단순히 ‘느낌’이나 ‘절대주가 수준’이 아니라, 밸류에이션으로 측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KB증권은 ‘1차 조정’을 ‘P/E 조정’이라고도 종종 바꾸어 표현했다. 왜냐하면 ‘기간조정’을 거치는 동안 주가는 횡보하지만, P/E는 급락하기 때문이다. 기간조정 기간에도 12MFwd EPS가 계속 상향조정 되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번에도 그랬는데, 코스피 지수가 지난 2개월 동안 2,600pt 전후에서 횡보하는 동안, 12Mfwd P/E는 13.4배에서 10.8배까지 하락했다. 이는 작년 12월 말 (당시 코스피 2,250pt)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점 대비 최대 -6% 조정
그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 증시는 싸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부담을 가질만한 지수대는 아니다. 게다가 앞으로도 당분간 12Mfwd EPS의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가가 현재 수준에서 머물거나 더 하락한다면, 코스피 P/E는 더 빠르게 하락할 것이다.
KB증권은 여름에 있을 ‘1차 조정’을 전망하면서, 코스피 12Mfwd P/E 11배 이하 (혹은 100일 이평선 이하)에서 매수하는 전략을 제시했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조정의 폭이 좀 더 깊어진 상황이다. ‘1차 조정’의 조정폭이 5~10% 하락이란 점을 고려하면, 추가 하락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새로운 하락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다.
그리고 연말까지 지금 수준에서 횡보하여 끝나는 것도 매우 확률이 높다고는 볼 수 없다. 만약 지금과 유사한 속도 (역대급으로 느린 상승)로 12Mfwd EPS가 상향 조정되고, 지수가 현재 수준에서 머문다면, 연말 코스피 P/E는 8배 부근까지 하락하게 된다.
현재 12Mfwd EPS와 12Mfwd P/E는 과거의 패턴을 따라가고 있음
연말 주가가 현수준이라면, 12Mfwd P/E는 8~9배 수준
두 번째 근거는 경기/이익 사이클이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10월을 저점으로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잘 알려진 대로 선행지수가 반등하면 주식을 사는 것이 맞고, 반락하면 주식을 파는 것이 정석이다. 이 패턴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은데, 10월에 주식시장도 선행지수와 함께 반등했다. 그리고 선행지수의 정점은 주가의 정점보다 이른 시기에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금 선행지수는 반등세가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증시가 중간중간 여러 이슈로 흔들린다해도 상승추세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OECD 선행지수에도 문제는 있다. 선행지수에 주가지수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순환참조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추가적인 근거를 통해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하는 동안에는 주식 매수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 더 적절함
‘OECD 경기선행지수’는 지표의 변동성이 낮고 추세가 강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번 방향을 잡으면 좀처럼 방향을 바꾸는 일이 없다. 상승 추세이든 하락 추세이든 방향이 한쪽으로 바뀌면 최소 3분기 이상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물론 예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드물고 강력한 매크로 충격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 매크로 불안감 (중국 부동산 등)은 선행지수를 꺾을 만큼 경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거라 보기는 어렵다. 반대로 향후 매우 강력한 매크로 충격이 나타나면 그 때 주식 비중을 축소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둘째, OECD 선행지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조업) 선행지표들도 반등하고 있다. 주가지수가 포함되지 않은 선행지수로 1) 내구재 (자본재) 신규주문, 2) 각종 PMI (서베이 지표) 등을 참고할 수 있다. 그런데 해당 지표들도 대체로 상승하고 있다.
위와 같은 점들을 참고한다면, 경기사이클은 반등하고 있다고 판단하는게 맞으며, 향후에도 (강력한 매크로 충격이 없다면) 반등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신규 내구재 주문은 순수하게 산업지표로만 구성된 선행지표이다
이번 팬데믹에서는 ISM제조업지수의 5개 구성항목 중 고용, 공급자운송, 재고는 잘못된 신호를 내고 있음
(평소엔 이것들이 증가해야 좋지만, 지금은 안정되어야 좋은 예외적인 상황)
기업 이익사이클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가을 랠리’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물론 12Mfwd EPS가 상승하는 중에도 -10% 내외 조정은 항상 나오며, -20%가 넘는 조정도 드물지 않게 나온다. 하지만 상승 추세 자체가 훼손된 경우는 없다.
그런데 여기에도 의문을 표할 수 있다. EPS 상승추세가 꺾일 수도 있는 것 아닐까? EPS 상승 추세가 꺾인다면, 주식시장도 결국 하락장 (혹은 횡보장)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물론 정확한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아직은 12Mfwd EPS의 상향추세가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론할만한 증거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익률이다. 한국증시 상장기업은 경기에 매우 민감한 업종 (경기민감주)들의 비중이 매우 높다. 그래서 이익률은 경기에 따라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하단은 4~5%이며, 상단은 8~9%이다 (12Mfwd 영업이익률 상단은 9~10%). 그런데 지금은 4%대에 불과하다. 즉, 매출이 늘지 않는 매우 보수적인 가정을 하더라도 이익률만 가지고도 지금의 2배정도는 EPS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약 4.5% 수준으로 실적이 과대추정 되었다고 보긴 어렵다
(1) 물가: 일시적인 요인이 8월 CPI에 압력을 가할 것
시장은 의심의 벽을 타고 오르기 마련이다. 오히려 모든 것이 명백해지고 좋아 보일 때, 주식시장은 정점이었던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기에 ‘가을 반등’도 이를 의심케할 수많은 변수들이 아직 남아있다.
8월 CPI는 일시적으로 다소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 ① 휘발유 가격: 유가의 상승세는 일단락되었으나 미국 휘발유 가격은 7월에 7% 상승한 뒤, 8월에도 강보합세를 기록 중이다. 가격이 급등한 것은 7월 23일 이후이기 때문에 가솔린 급등의 영향은 8월 CPI에서 더 많이 반영될 것이다. CPI에서 휘발유 가격은 1주의 가격을 동일 가중으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② 수입물가 상승 전환: 미국의 수입물가가 반등했다. 에너지 가격의 영향이 컸지만, 이를 제외해도 하락세는 이제 멈춘 모습이다. ③ CPI 계절조정: 팬데믹 계절성은 전월대비 CPI 계절조정치에 6~7월의 경우 0.1%p 이상 낮아지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지만, 8~9월엔 0.15%p 정도의 상승을 가져오는 영향을 줄 것이다.
다만 이런 요인들이 작용한다고 해도 가을 반등 자체가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다. 계절조정에 따른 물가 압력은 단기 쇼크 정도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고, 장기적인 물가 추세는 아직 급등을 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래 물가 선행지수들을 참고해보면, Headline CPI 하락 속도는 분명 둔화되겠지만, CPI 반등은 내년부터 걱정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주거비 하락이 이끄는 Core CPI의 하락세는 가을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2) 연준 긴축: 파월의 긴축 카드는 가을엔 쉬고, 연말연초엔 다시 꺼내들 수 있다
연준 긴축은 주식시장을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다. 그런데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파월의 연설을 듣고 난 뒤 ‘가을엔 긴축을 쉬고, 겨울엔 다시 긴축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파월 연설은 대체적으로 ‘중립적 혹은 다소 완화적이었다’고 평가받았다. KB증권의 생각도 시장의 판단과 같다. 그 이유는 시장이 우려하던 두 가지 리스크 (① 추가 긴축이 필요한가? ② 중립금리는 높아졌는가)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① 9월 추가 금리인상 우려가 완화됐다. 파월은 연설에서 “통화정책의 파급은 시차가 존재한다”면서, “아직은 긴축에 따른 경제지표 영향이 어떨지 모르기 때문에 통화정책에 매우 조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② 중립금리 상향 우려도 배제했다. 파월은 “정확한 중립금리의 추정은 사실상 어려운 것” 이라고 발언했다. (8/28, KB Bond, 임재균)
단기적으로는 ‘중립적 (혹은 소폭 완화적)’이었던 것이 맞다. 하지만 조금 더 곰곰이 생각하면, 파월의 발언은 중립적 (소폭 완화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좀 더 정확히는 ‘모른다’였다. 중립금리도 올랐는지 내렸는지 모르겠고, 지금의 금리가 충분히 긴축적인지 아닌지도 모른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런 언사는 장기적으로 오히려 긴축적이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 모른다면 언제 알 수 있는가? 파월은 이에 대한 대답으로 “경제지표를 확인해 봐야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시 말해서 2018년에 파월이 ‘(버냉키의) Forward guidance’를 버리고 도입한 ‘Data dependent’이다. ‘Data dependent’란 발표된 경제지표 (물가/고용)에 따라 통화정책을 변화한다는 의미이다. 얼핏 들으면 좋은 정책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물가/고용지표는 후행지표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파월이 주목하는 물가는 선행지표에 약 3분기 후행한다. 게다가 파월은 이미 작년 말에 물가가 명백하게 꺾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쓰러진 물가에 총질을 더 격렬하게 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알겠지만, 후행지표를 다 확인하고 투자결정을 하는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만약 “실적을 다 확인하고 몇 개 분기 연속 실적이 좋다면, 그 기업은 정말 좋은 기업이기 때문에 그 때 주식을 사겠다”고 한다면 수익이 날 리가 있겠는가? 불확실해도 데이터에 근거해 전망을 하고, 떨리고 불안해도 전망에 기반해 투자를 결정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후행지표를 확인하고 결정하는 정책이 효과적일리 없음
다시 잭슨홀에서의 파월 연설을 보자. 그의 연설을 보면 3분기 (가을)에는 추가 긴축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는 연설에서 “긴축의 영향에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결정하는데 매우 조심할 것”이라면서, “경제지표를 기다린 뒤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 발언은 Atlanta Fed GDPNow의 3분기 GDP성장률 예상치가 5.9%로 발표된 뒤 나온 것이다. 다시 말해서 3분기 경제지표가 강한 것은 알지만, ‘긴축의 시차’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을에는 통화정책 리스크도 적은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4분기에도 경제가 강력하다면?’이다. 4분기도 경제성장은 강하고, 반면 고용 시장은 충분히 냉각되지 않는다면? 파월은 어떻게 반응할까? 이는 과거 그의 행동패턴을 보면 추측할 수 있다. 이를 위해 2018년 ‘오버킬’ 사례를 살펴보자.
① 2018년 8월 말, 비둘기파: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파월은 “자연실업률과 중립금리는 불확실하며, 정확히 알기 어려운 개념”이라고 언급하며 시장의 긴축 우려를 일축했다. 그리고 “물가가 과열되지 않았으니, 긴축을 너무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미국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으며, 달러와 금리는 하락했다.
② 2018년 10월 초, 매파: 경제지표가 생각보다 견조하게 발표되자, 파월은 입장을 바꿔 강력한 긴축을 예고하는 연설을 했다. 그는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현재 기준금리는 중립금리에서 아직 멀었다”는 발언을 했다. 지금도 매크로 애널리스트가 기억하는 충격적인 연설이었다. 이에 글로벌 증시는 폭락했다.
③ 2018년 11월 말, 비둘기파: 시장이 크게 충격을 받자, 파월은 다시 입장을 바꿔 완화적인 연설을 했다. 당시 연설도 상당히 유명한데, 이른바 ‘어두운 방’ 연설이었다. 그는 “어두운 방을 맨발로 갈 땐 조심해야 한다. 바닥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라며 추가 긴축에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그 결과 급락했던 증시는 급등 전환했다.
④ 2018년 12월 말, 매파: 여전히 경제지표가 강력하게 발표되자, 12월 FOMC에서 파월은 다시 매파로 돌아왔다. 당시 파월은 기자의 질문에 “지금 완화정책은 필요 없다”고 일축하며, 2019년에도 2차례 금리인상을 할 것을 예고했다. 이후 주가는 급락했다 (2019년에 금리 인상은 커녕, 실제론 3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결국 지표가 중요하다. 만약 4분기 경제지표가 파월 (연준)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게 나온다면, 파월은 참았던 긴축 카드를 꺼낼 것이다. 그것은 추가 금리인상일 수도 있고 2024년에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선언일 수도 있다.
따라서 ‘연준이 생각하는 안정적인 경제 레벨’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한다.
첫번째는 잠재성장률을 기준으로 잡는 것이다. 파월은 잭슨홀에서 “GDP 성장률이 잠재수준 밑으로 떨어져야 인플레가 2.0% 목표로 내려갈 것을 확신할 수 있다”고 했다. 잠재성장률은 1.8%이다. 그런데 미국 GDP는 상반기에만 2.1% 성장했으며, 3분기에는 GDPNow에서 5.9%를 전망하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이 그만큼 높진 않다고 해도 올해 잠재성장률 이하로 성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두번째는 ‘FOMC Economic Projection (분기에 한 차례 FOMC에서 발표되는 연준의 경제전망)’을 참고하는 것이다. 가장 최근 것이 6월인데, 연준이 전망하는 올해 GDP 성장률은 1.0%에 불과하다. 긴축 영향으로 잠재성장률 밑돌거라 전망한 것이다. 이것 마저도 3월 전망치 (0.4%)에서 크게 상향한 것이다.
이 마저도 0.4% (3월)에서 크게 상향조정된 것
상반기 2.1% (연율) 성장, 하반기는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것
문제는 4분기에도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보다 GDP 성장률은 훨씬 높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1년 동안 이코노미스트들은 GDP 성장을 터무니없이 낮게 전망했는데, 4분기라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경기사이클과 GDP의 상관관계를 보면 4분기 GDP 성장률이 나쁘긴 어려워 보인다. 경기사이클이 반등하면 GDP %YoY 성장률도 같은 속도로 반등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 시장이 경제를 오판하는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① 화폐환상 간과 (실업률/크레딧 견조), ② 제조업-서비스 사이클 디커플링, ③ 인플레 시대의 뒤집어진 ‘금리-주가 메커니즘’
고용지표는 향후 약화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연준이 생각하는 정도는 아닐 것이다. 연준은 실업률이 올해 말 4.1% (3월 예상: 4.5%), 내년 말 4.5% (3월 예상: 4.6%)를 예상하고 있는데, 올해 4.1%까지 오를지 의심스럽고, 내년 4.5%는 더더욱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KB증권은 매우 느린 고용시장의 약화 (실업률 상승)를 전망할 뿐이다. 그 이유는 작년 하반기에 많이 설명했던 ‘화폐환상’ 때문이다. 게다가 향후 고임금 (IT/제조업 등) 고용은 늘고 저임금 (서비스 등) 고용 중심으로 줄면서 임금 하락폭도 둔화될 것이다.
9월 Economic Projection도 확인해야겠지만, 아마도 4분기 GDP성장률은 연준의 예상보다 강할 가능성이 높고, 고용은 연준 예상만큼 약해지진 않을 것이다. 따라서 4분기 경제지표가 명확해질 때쯤 연준은 다시 매파적인 색깔을 띨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11월 FOMC는 11월 1일이기 때문에 4분기 지표를 관찰하기엔 충분치 않다. 따라서 4분기 경제지표들이 어느 정도 확인되는 때는 12월 FOMC (12월 14일)이나 내년 1월 FOMC (1월 31일)이며, 이 시기 전후에 연준의 추가 긴축 여부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생각한다.
(제조업) 경기사이클은 이미 반등했고, GDP 성장률도 낮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향후 낮아질 가능성이 높으나 3분기 성장이 강할 것이란 점은 확실시
가을 반등을 위한 3요소
결론적으로 가을 반등을 위한 3가지 요소가 큰 문제가 없이 작동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1) P/E 부담은 경감되었다. 코스피 12Mfwd P/E는 13.5배에서 11배까지 하락했으며, 이는 12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 경기/실적이 상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조정은 있어도, 상승추세가 훼손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경기/실적 상승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3) 가을엔 연준 긴축이 생략될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긴축 리스크는 연말연초 부근에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거의 매분기, 이코노미스트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했다가 마지막에 추정을 상향함
즉, 경기침체에 계속 베팅하고 있었다는 것
업종전략: 8월 빠른 순환매. 9월 중순 이후 3분기 실적 윤곽 후 주도주
1차 조정 기간이 진행된 최근 1개월간 업종에서는 빠른 순환매가 나타났다. 이 순환매는 수급이 이동하면서 그간 부진했던 업종이 강세를 보이고, 반대로 그간 강했던 업종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KB증권도 ‘8월 전략’에서 일시적으로 수급 쏠림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해서, 그간 비중확대를 유지했던 산업재를 중립으로 내린 바 있다. 실제로 그간 주식시장을 이끈 업종이었던 ‘투자 관련 경기민감주’인 산업재 (기계/상사/조선)와 배터리 등’은 조정을 받았다.
다만 빠져나간 수급은 ‘반도체, 정유, 로봇/친환경’보단, 그간 부진했던 ‘서비스/소비 업종’에 더 큰 규모로 흘러 들어갔다. 7월 말에는 소프트웨어 (인터넷 플랫폼), 8월 초에는 음식료, 8월 중순엔 화장품/호텔레저와 헬스케어 등이 순차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다만 명확한 주도업종 (주도주)는 눈에 띄지 않았다.
수급 확산에 따른 순환매가 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데, 다만 이런 현상이 계속될 수는 없으며, 3분기 실적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9월 중순 이후엔 다시 주도주가 시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
디커플링: 제조업 사이클 반등 - 서비스 사이클 둔화 지속
‘제조업 사이클 반등과 서비스 사이클 둔화’라는 사이클의 디커플링이 지속되고 있다. 이것은 과거 ‘금융장세-실적장세’에서의 랠리와 비교했을 때 ‘역대급으로 느린 상승’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KB증권은 하반기에 코스피가 최대 10~15% 상승 여력이 있다고 생각하며, 2,900pt를 하반기 코스피 타깃 (상단)으로 제시했다 (KB증권 하반기 전망). 느낌상 약간 높아보이는 타깃이지만, 사실 이 정도 반등은 과거 유사한 시기들과 비교했을 때 역대급으로 느린 것이다. 그리고 KB증권은 앞으로도 느린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이번 반등 사이클에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사이클이 디커플링’ 됐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특이한 현상이다. 이에 대해 KB증권은 ‘팬데믹’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팬데믹’은 제조업 사이클의 정점을 1~2개 분기 당겼고, 바닥도 그만큼 먼저 나오게 만들었다. 바로 ‘공급병목’이 그 원인이다. 공급병목 우려는 기업들에게 ‘대량 주문’을 내게 만들었고, 이는 2021년 하반기 ‘과잉 재고’로 이어졌다. 반면 ‘소비 사이클’의 정점은 일반적인 경기 정점에서 1~2개 분기나 더 늦게 나타났는데, ‘과도한 보조금’이 그 원인이다. 저축으로 돈을 쌓아 놓은 탓에, 소비는 경기 정점보다 한참이나 더 가서야 꺾이기 시작했다. 물론 레벨은 서비스가 높고, 제조업이 낮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선 모멘텀이 중요하며, 모멘텀은 제조업이 반등 중이며, 서비스는 둔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모습은 경기사이클뿐만 아니라 고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제조업/IT 등과 관련된 산업에서의 고용은 이미 작년부터 악화되기 시작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해고 뉴스도 작년에 한참 많이 나왔다. 반면 최근에는 이쪽 고용은 오히려 회복세이다. AI 등과 관련된 인재 품귀 뉴스가 올해는 눈에 띈다. 반면 레저/숙박 등 서비스 분야의 고용은 최근 들어 둔화하고 있다. 그런데 고용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더 크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고용은 올해 하반기 들어서나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런 모습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업종의 움직임에도 ‘사이클 디커플링’의 영향이 드러난다. 주가지수는 대체로 매우 느린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안에 있는 업종들은 차이가 크다.
상반기 중 강세를 보였던 업종들을 모아보면 대부분 ‘투자 관련 모멘텀’을 받는 주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산업재 (상사/기계/조선), 배터리, 반도체’ 등이다.
반면 코스피는 상승했음에도 주가가 거의 상승하지 못했거나 오히려 하락한 업종들도 많은데, 이들 업종을 모아서 보면 대부분 ‘서비스/소비’와 관련된 업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앞에 언급한 바와 같이 8월에는 오히려 ‘서비스/소비 업종’이 강세를 보이고, ‘투자 관련 경기민감주’가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런 수급적인 현상은 장기간 지속되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증시 방향이 잡히기 전까지는 이런 모습이 이어질 수 있지만, 3분기 실적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9월 중순 이후에는 다시 ‘투자 관련 경기민감주’가 주식시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
투자 관련 경기민감주 강세 vs. 서비스/소비 관련주 약세
탑다운에서 보는 반도체 업종도 마찬가지로 ‘사이클의 디커플링’이란 전제 하에서 이해할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처를 보면, ‘투자와 소비’ 모두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위와 같은 논리로 본다면 메모리 반도체 업황도 투자 쪽은 좋을 것으로 볼 수 있고, 소비와 관련된 부분은 부진할 것이다. 그래서 반도체를 좋게 보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HBM 수요’에 대해서 얘기하고, 반대로 보수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IT기기 수요 부진’에 초점을 맞추어 반도체 시장과 주가를 전망한다. 그런데 탑다운 입장에서 볼 땐 둘 다 맞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도체 주가는 이전 슈퍼사이클과 비교했을 때 매우 느린 아웃퍼폼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웃퍼폼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처가 투자 쪽이 비중이 더 큰지, 소비 쪽이 비중이 더 큰지는 칼로 무 베듯 정확히 가를 수 없지만, 투자 수요가 소비 수요보다는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명확하다.
이는 외국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투자와 더 밀접한 ‘엔비디아’의 경우 주가와 실적이 모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반면 소비와 더 밀접한 ‘퀄컴’의 경우 주가와 실적 모두 부진한 상황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를 메모리 반도체들이 가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를 중심으로한 데이터센터 구축도 정점을 찍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2분기 실적 서프라이즈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정점을 논한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출액과 이익률이 그 증거이다. 엔비디아 매출액은 102%YoY나 급증했다. 1분기 실적발표 당시 2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50%나 올렸는데, 실제로는 그것보다도 20% 이상 초과 달성했다. 그런데 짧은 시간 내에 capa를 확보해서 생산량을 2배나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매출액이 크게 증가한 것을 봤을 때 ‘가격 (P)’을 크게 올렸다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이는 초호황일 때 나타나는 조합이다. 이럴 때는 소규모 주문이나 가격이 낮은 고객들의 주문은 받지 않고, 대량 고가 주문 중심으로 주문을 받는다. 그러면 수율까지 향상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엔비디아의 2분기 순이익률은 46%에 달했는데, 이는 10년래 최고치이다.
따라서 아직 AI 투자붐의 정점을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 엔비디아는 capex를 늘려서 다음 회계연도까지 매분기 생산량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Q가 늘어난다면, HBM 등을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쪽으로도 온기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으로 엔비디아의 사례를 보면, 정말 업황이 좋은 경우 ‘매출+이익률’이 함께 폭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장기 호황 사이클을 맞았다고 여겨지는 ‘한국 산업재’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한국의 산업재의 업황이 정말 초호황 사이클이라면, 이익률의 개선이 확인되어야 한다. 따라서 3분기 실적의 윤곽이 드러나게 되면 이익률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데, 왜냐하면 산업재의 이익률은 대체로 ‘low single’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high single 정도로만 이익률이 개선되어도 이익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3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이익률이 개선되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추정치로는 내년부터 이익률이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추정됨
이에 따라 주가도 큰 폭 상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