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LFP 시제품 공개···SK온에 이은 두 번째
망간 첨가한 LMFP···"에너지밀도, 가격 측면 우수"
SK온, 하이니켈로 LFP까지···"저온에서 주행거리 ↑"
SK온과 삼성SDI가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우리 기업이 전기차에 쓰이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상용화를 선언하면서 공개행사를 통해 시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ESS(에너지저장장치)용으로만 생산 계획을 밝힌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SK온과 삼성SDI가 LFP 배터리를 공개한 상태다.
LFP는 주행거리가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으나 가격이 저렴한 탓에 테슬라를 필두로 현대차그룹과 KG모빌리티, 포드, GM 등이 줄지어 LFP를 탑재한 전기차를 공개하고 있다. 고객사의 수요에 발맞춰 삼성SDI는 망간을 섞어 에너지밀도를 높이고 SK온은 저온 상태에서 주행거리를 늘리며 제품을 개발하고 나섰다.
5일 삼성SDI에 따르면 회사는 현지시간 5일부터 10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AA 모빌리티 2023(옛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참가해 '초격차 기술력'이 담긴 미래 전기차 배터리 제품들을 선보인다. 현장에는 업계 최초로 론칭한 배터리 브랜드 프라이맥스(PRiMX)를 앞세워 전고체 배터리,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등 차세대 제품이 대거 전시됐다.
삼성SDI는 또 LFP 배터리 일종인 LMFP(리튬·망간·인산·철)를 함께 공개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LFP 배터리를 공개한 건 SK온에 이어 삼성SDI가 두 번째다. 배터리 양극재 소재를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 위주로 사용하는 우리 기업은 중국 기업이 주도하는 LFP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LFP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LFP는 NCM 대비 에너지밀도가 낮아 짧은 주행거리가 약점으로 지적돼왔다. 하지만 메탈 특성상 화재 위험성이 낮고 생산 단가가 저렴해 글로벌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들이 앞다퉈 채택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의 점유율은 2020년 11%에서 2022년 31%로 급증했고 2024년에는 NCM을 넘어 60%를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양극재 소재에 따라 성능이 좌우되는데 삼성SDI는 에너지밀도가 한계점에 다다른 LFP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망간(Mn)을 추가해 LMFP를 개발 중이다. 기본적으로 망간 함유량이 많아지면 배터리의 열 안전성이 높아지며 인산·철만 사용했을 때와 달리 에너지밀도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LMFP의 에너지밀도는 LFP 대비 약 1.2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관계자는 "LMFP는 LFP보다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며 "당사가 기존에 주로 개발하던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와 비교했을 때 가격 측면에서 더욱 저렴하고 LFP 대비해서는 성능이 더 뛰어나다"고 말했다.
SK온은 지난 3월 국내 최대 배터리 산업 전문 전시회인 인터배터리에서 LFP 시제품을 최초 공개했다. 통상 LFP는 저온(-20℃)에서 주행거리가 기존 대비 5~70% 수준으로 급감하는데 SK온은 이를 70~8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하이니켈 배터리를 통해 축적한 소재 및 전극 기술을 LFP 배터리에 적용했다는 게 SK온의 설명이다. 다만 사측은 메탈 첨가와 관련한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LFP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피할 수 없다면 삼원계 중심의 한국 업체는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내수 시장 성장을 등에 업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중국은 LFP 제품에 대한 가공비가 삼원계 대비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돼 한국이 단시간 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LFP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전기차 시장 내 볼륨존 (신흥국 중산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동일한 형태의 LFP가 아닌 망간계 제품(코발트 프리 NMx나 LLO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히거나 ESS 시장에서 프로젝트성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하면서 당분간 자체 생태계 구축과 제품 경쟁력을 키워가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