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번젠 "美가 할 일은 반도체설계 부문서 선도지위 유지하는 것"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 반도체업계 권위자이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부총재 출신인 린번젠 대만 국립칭화대 교수는 미국이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중신궈지)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 국립 칭화대학교 반도체 연구대 학장으로 재직하는 린 교수는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완벽하게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의 르네 하스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이 수출 통제로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정교한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린 교수는 현재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핵심 제품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최첨단기술인 액침 노광기술을 처음으로 제안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미국이 정말로 해야 하는 일은 중국의 발전을 제한하는 대신 반도체 설계 부문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최근 미국의 노력은) 중국이 반도체 산업 부양을 국가적 과제로 채택하고 있어 헛된 일인 데다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린 교수는 지난달 중국산 첨단 스마트폰 프로세서를 공개해 미국을 놀라게 한 SMIC와 화웨이가 기존의 구형 장비로 그보다 더 정교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SMIC가 이미 가동 중인 ASML의 장비를 활용해 5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또 새로운 재료나 첨단 반도체 패키징을 실험할 수도 있다고 린 교수는 내다봤다.
앞서 화웨이는 SMIC가 제조한 7nm 프로세서를 장착한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공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는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중국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가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으며, 미국 정부는 최근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중국 수출도 금지하는 등 대(對)중국 수출통제 조치를 한층 강화했다.
이런 가운데 애널리스트들은 화웨이가 내년에 자체 반도체를 사용해 스마트폰 7천만대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는 애플이 매년 2억2천만대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것과 비교해도 작지 않은 규모다.
중국은 또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훈련 서버에서 군용 드론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핵심 부품으로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