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스닥 빅테크 조정이 증시에 추가 충격을 가함.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이후의 경기 하강 가능성을 우려하는 듯
■ 그러나 금리와 달러, 유가는 추가 상승하지 않고 있으며, 11월까지의 이벤트를 지나고 나면 글로벌 리스크도 안정화 기대
■ 증시 과열 정도를 말해주는 신용잔고는 상당 폭 감소. 미국의 상황이 안정되고 물가와 금리도 하락할 때 증시는 다시 강세를 보일 것
약세를 보이던 국내 증시에 나스닥 빅테크 조정이 충격을 가하면서 코스피 지수는 한차례 더 하락했습니다. 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괜찮았고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실적은 대단했지만, 구글은 하루만에 10%가 하락하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역시 무너지는 등 시장은 하락의 핑계를 찾아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10월 중순 코스피 지수가 2,400pt 부근에 다다랐을때, 많이 조정받았다고 생각했음에도 나스닥 빅테크 기업의 조정 폭이 작았던 것이 못내 걱정스러웠는데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만 빼고 조정이 나왔습니다.
빅테크도 결국 쏠림의 문제가 컸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 하반기 미국 증시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지만 빅테크 기업은 AI 낙관론으로 강세를 이어온 부분이 있었습니다. 당사에서는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했는데 반도체에 대해서도 HBM과 수요 회복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이 기관수급을 쏠리게 만들지 않았나 싶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개인투자자 수급이 쏠렸던 2차전지 업종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 하락과 함께 이미 큰 폭 조정을 받는 중입니다.
지수가 이렇게까지 하락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금리와 달러, 유가는 추가 상승하지 않고 있습니다. 빌 애크먼은 5%에서 채권 매도 포지션을 청산했고, 일본은행은 YCC정책을 고수했으며, 중국은 환율이 지지되는 것을 확인하며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섰습니다. 이스라엘 전쟁은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미국이 3분기 GDP 서프라이즈를 발표했어도 미국 금리는 하락했습니다. 대신 이제 시장은 금리 상승 우려에서 경기 하강 가능성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의 실적 가이던스 하향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빅테크 실적시즌을 마무리해가는 상황에서, 이제 앞으로 남은 리스크는 11월 초 FOMC, 11월 중순까지 합의되어야 할 내년도 예산안, 이스라엘 전쟁 확대 가능성, 미중 정상회담 정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미국의 경기 하강이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3분기에 미국 경기는 고점을 확인했을 걸로 보지만, 그렇다고 아직 금리 인하를 언급할 상황도 아닙니다. 그래도 11월까지의 이벤트를 잘 지나고 나면 경기는 하강하기 시작하되 이런저런 글로벌 리스크는 안정화되어 가는 방향으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히려 글로벌 리스크는 10월 중순에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당장 증시의 반등을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변동성은 높아져있고, 리스크 요인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는 금리 상승보다 경기 하강을 주의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증시가 이쯤 내려왔으면 매수를 생각해보아야 할 레벨입니다. 증시 과열 정도를 말해주는 신용잔고도 저점까지는 아니지만 상당 폭 감소했습니다. 답은 올해 쏠림이 없었던 곳에서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4분기의 경기모멘텀은 부양책을 쓰는 중국이 나아보입니다. 미국 장기 CDS가 근래 고점을 갱신하는 등, 미국의 대내외 정치, 지정학적 상황은 아직 혼란스럽습니다. 미국의 상황이 안정되고 물가와 금리도 하락할 때 증시는 다시 강세를 보일 것입니다. 상승에 시간은 걸릴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이 레벨에서 팔자고 말하기는 아깝습니다.
-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