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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역사] 정치참여 포기하면 잘살게 해준다는 中사회계약 붕괴하나? [차이나는 중국] (0) 2023/11/18 AM 12:18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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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가 가장 빠르게 성장한 건 2000년대 중반이다. 당시 원자바오 총리는 연 8% 성장 유지를 뜻하는 '바오빠(保八)'를 입에 달고 살았지만, 매년 성장률은 8%를 훌쩍 넘어섰다. 당시 중국에서 생활하던 필자는 TV에서 원 총리가 바오빠를 말하는 걸 볼 때마다 어차피 성장률은 10%를 넘을 텐데, 왜 8%를 계속 강조하는지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


2007년에는 중국 경제가 14.2% 성장하는 등 과열양상을 보였다. 당시 중국은 막대한 무역흑자와 외국인직접투자(FDI)로 매년 외환보유고가 3000억달러 넘게 증가하는 등 눈부신 성장을 구가했다.


중국공산당과 중국인이 맺은 암묵적인 사회계약도 순조롭게 굴러갔다. 지난 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중국 사회계약의 붕괴'(The breakdown of China's social contract)라는 기획기사에서 "중국인들이 미래에 번영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면 정치에 끼어들지 않을 것이며 민감한 의견을 표명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게 중국의 사회계약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이런 중국의 사회계약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성장률 목표치로 '5.5% 내외'를 제시했지만, 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올해는 제로코로나 종식과 함께 성장률 목표치를 역대 최저수준인 '5% 안팎'으로 제시하면서 목표 달성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중국 경제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끝없이 치솟던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고 청년실업률은 20%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중국의 혁신을 대표하던 알리바바·텐센트 등 인터넷 기업 주가도 최고가 대비 3분의 1토막이 났다. 중국의 사회계약이 계속 지속될 수 있을지 살펴보자.



근로자, 청년, 중산층, 자산가, 기업인 모두 '멘붕'에 빠진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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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내총생산(GDP)은 2002년 12조2000억위안(2200조원)에서 2022년 121조위안(2경1800조원)으로 급증했다. 중국 경제라는 파이가 10배로 커지는 20년 동안에는 모두가 행복했지만, 최근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근로자, 청년, 중산층, 고액 자산가와 기업인 할 것 없이 전부 '멘붕'에 빠졌다.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폭은 눈에 띄게 둔화됐고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158만명의 대졸자도 일자리를 찾는 데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6월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이 집계 이후 최고치인 21.3%를 기록하자 중국 정부는 아예 청년 실업률 발표를 중단했다.


중산층도 마찬가지다. 1998년 주택제도 개혁으로 기존에 분배하거나 싼 임대료에 제공하던 주택을 개인이 매입하도록 하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년 넘게 장기 호황을 누렸지만, 2021년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꺾이며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70%에 달하는 중국 중산층도 자산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2021년부터 시진핑 정권이 인터넷기업, 사교육 등 민영기업에 대한 규제를 늘리면서 중국 빅테크 주가가 급락했고 고액 자산가와 기업인도 직격탄을 맞았다.


황야셩 미국 MIT 슬로안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2월 1일 뉴욕타임즈에 발표한 '시진핑이 중국을 번영하게 한 사회계약을 깼다'(Xi Broke the Social Contract That Helped China Prosper)라는 칼럼에서 중국의 사회계약은 중국인들의 충성심을 요구했지만, 동시에 일정한 공간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은 노래방과 로큰롤 콘서트에 가고 좋아하는 K팝 스타를 숭배할 수 있었고 지식인들은 중국의 소셜미디어에서 분노와 좌절감을 표출할 수 있었다. 특히 기업인들은 돈 버느라 바빠서 정치에는 관심을 쏟을 틈조차 없었다. 중국공산당이 일정한 선을 지키는 대신 중국인들 역시 자신의 선을 넘지 않는 사회계약이 중국 경제의 성장과 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필자도 공감하는 대목이다. 2010년대 초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만 해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지식인과 기업인이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며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졌다. 사진을 올리면 조금 있다가 게시되는 등 검열이 있는 느낌이 들었지만, 선을 너무 넘지 않으면 게시가 가능했다. 중국 TV·신문은 엄격한 검열이 이뤄진 반면, 인터넷 검열은 TV보다는 훨씬 완화된 수준이라 제법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했던 것이다.


당시 웨이보·블로그를 통해서 필자도 중국 TV와 신문에서 볼 수 없는 중국의 속내를 엿봤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은 2012년 말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했으며 2017년에는 사이버보안법을 시행하며 인터넷 여론 통제와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지난 6월에는 아이폰끼리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에어드롭(AirDrop)'과 블루투스 실명제 도입을 발표하는 등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는 끝없이 강화되고 있다.


중국계 미국인인 황 교수가 이렇게 시 주석에 직설을 쏟아부을 수 있는 것도 그의 생활기반이 미국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중국 교수라면 어림없는 일이다.

 


반독점 규제로 중국 빅테크 주가 70%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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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인터넷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도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중국 민간부문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건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한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이다. 덩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며 민간부문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여기에 장쩌민 전 주석이 2000년 '3개 대표론'을 발표하며 공산당이 '자본가, 지식인, 노동자·농민의 이익을 대표한다'면서 노동자와 농민의 적이었던 자본가와 지식인도 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3개 대표론'이 공산당 당헌에 포함되면서 민간부문의 권리가 보장되기 시작했다.


인터넷 산업은 국유기업이 정유·은행·통신·철강 등 주요 산업을 장악한 중국에서 민영기업들이 가장 성공적으로 진출한 산업이다. 중국 민영기업은 중국 경제의 약 60%를 책임지고 특히 일자리의 90%를 제공할 정도로 채용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2010년대 초반까지 노동집약적인 의류·봉제업체들이 농민공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면 2010년대 후반부터는 배달음식·차량공유서비스 등 플랫폼기업, 온라인사교육 업체가 대졸자 등 청년들에게 일할 곳을 제공했다.


그런데 2020년 11월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에 대한 규제에 나섰고 2021년 8월 시진핑 주석이 다 함께 잘 살자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주창하기 시작하면서 인터넷 규제를 강화했다. 중국 정부가 온라인사교육·게임으로 규제 범위를 대폭 확대하면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공중으로 사라지고 중국 인터넷·IT기업 주가는 급락했다. 마윈의 알리바바에는 역대 최대규모인 182억위안(3조278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고 당국의 뜻을 거스리고 미국 증시에 상장한 차량공유서비스 디디추싱은 결국 자진 상장폐지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나스닥 골든드래곤 차이나 지수는 2021년 2월 16일 사상 최고치인 2만688.32를 기록했으나 지난 7일 6405.41로 70% 폭락했다. 2021년 이후 나스닥 지수가 소폭 상승한 것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에 부동산 시장 급락, 청년실업률 급등은 기존 중국의 개발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며 이는 정치적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경제적 번영을 누리게 해주겠다는 중국 사회계약의 존립까지 위협할 수 있는 대목이다.


21.3%가 넘는 청년실업률로 일자리를 찾을 희망을 잃고 생활이 팍팍해지자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는 이제 '탕핑(의욕을 잃고 드러눕다)'도 옛말이 됐고 자포자기를 뜻하는 '바이란'이 유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들이 기존의 사회계약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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