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CEO가 15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업인 만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CCTV 캡처
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 기업인의 만찬 행사에 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불청객’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머스크는 당시 만찬 전 VIP 리셉션에 참석해 시진핑과 악수까지 했지만 식사는 하지 않고 떠났다. 만찬 사전 조율 과정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은 18일 본지에 “미·중이 사전에 확정한 만찬 참가자 리스트에 없었던 머스크가 무작정 행사장에 찾아와 한 차례 소동 끝에 입장했다”면서 “중국 시장이 중요한 머스크로서는 지난 5월 방중 때도 못 만났던 시진핑을 마주할 기회를 놓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시진핑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기업인 400여 명과 만찬을 가졌다. 이 행사는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미·중 무역 전국위원회와 미·중 관계 전국위원회가 특별 행사로 마련했고, 참석 기업인들은 이들 단체가 정했다. 일부 외신은 머스크가 중국 측의 푸대접에 항의하기 위해 일찍 자리를 떴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실상은 초청 리스트에 이름이 없었던 머스크가 시진핑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행사장을 찾아왔다고 한다. 베이징 소식통은 “머스크가 현장에 수행원들을 데리고 와서 VIP 리셉션 참석을 요청했고, 결국 주최 측인 미국 단체와 중국 측의 양해로 입장할 수 있었다”면서 “머스크가 ‘솨롄(刷臉·얼굴 스캔, 유명인이 명성을 이용해 무리하게 허락을 받는다는 뜻)’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사 자리에 앉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것도 배정된 자리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머스크가 주최 측인 미국 단체를 건너뛰고 중국 측에 만찬 참석 의사를 전달했을 가능성은 있다. 머스크는 상하이에 테슬라 공장을 세우고 올해 5월 중국을 방문하는 등 친중(親中) 행보를 이어가며 중국 고위급과 소통 창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행사에 참석한 다음날에는 중국 국영 CCTV의 메인 뉴스인 ‘신원롄보’에 나온 자신과 시진핑이 악수하는 장면을 X(옛 트위터)에 올리고 “모두가 번영하길(May there be prosperity for all)”이라고 썼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의 테슬러 공식 계정에는 “시 주석이 연회 전 별도로 마련된 자리에서 머스크와 다른 주요 인사들을 만나 테슬라의 중국 내 발전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만찬 행사는 중국 측이 아닌 미국 단체 2곳이 제안해 주최한 행사다. 이 때문에 시진핑이 앉는 헤드 테이블은 이들 단체의 회원을 우선적으로 배정했고, 회원사가 아닌 테슬라의 머스크는 배제됐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만찬 참석 기업 리스트를 공유 받았지만 특정 기업인 초청을 요구하는 등의 개입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베이징의 한 글로벌 IT기업 관계자는 “중국 측에서 초청 기업 리스트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이 자리가 시 주석의 연설을 위한 무대고 실질적인 협상 자리가 아니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만찬에 참석한 애플의 팀쿡 CEO는 막판까지 대관 업무 임원을 대신 보내겠다고 했다가 일정을 바꿨다. 최근 중국을 방문했던 그는 과도한 ‘친중 이미지’를 우려해 참석을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팀쿡은 자국 여론을 의식해 시진핑과의 만남을 주저하고, 머스크는 초대 받지 않았는데도 시진핑을 만나러 온 것을 두고 중국 시장을 대하는 미국 기업의 이중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