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전략: 일곱 개의 질문-시장이 궁금해했던 것들
12월 주식비중을 ‘중립 (95%)’으로 제시한다. 연말연초 증시에 가장 중요한 것은 4분기 경제 성장률 (GDPNow)을 확인하는 것이다. 2% 이하라면 매수를 유지해도 좋다. 업종에서는 점차 주도주 랠리로 넘어가는 모습들이 강해질 것이다. 유망 테마업종들에 관심을 가진다.
■ Summary
시장 전략: 시장이 궁금해했던 일곱 개의 질문
질문1) 연말연초 증시는? 4분기 성장률에 달렸으며, FOMC 직전에 ‘GDPNow’를 확인
질문2) 금리인하는 곧 하락? 지금과 같은 ‘인플레 시대’엔 틀린 말이다
질문3) 하락장은 언제? ‘2년물-기준금리 스프레드’가 ‘데드 크로스’ 나면 하락장 대비 시작
질문4) 내년 실적은? 위기는 과잉재고에서 비롯되며, 재고 바닥 국면에서 시작되는 법은 없다
질문5) 내년 리스크 요인은? 내년 하반기 이후 예상치 못한 ‘인플레 재등장 가능성’에 주목
질문6) 반도체업종 전망은? 봄까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 다만 이후엔 점검이 필요
질문7) 개별주 랠리는 언제까지? 오히려 주도주 (테마업종) 랠리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국면
- KB증권 주식 Strategist 이은택 -
12월 코스피 밴드: 2,410~2,640pt
12월 전략 업종: 반도체, IT부품
=====================================
시장이 궁금해했던 일곱 개의 질문
연간전망 세미나 질문들 #1. 연말연초 증시의 방향은?
2024년 연간전망 자료를 발표한 후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궁금해했던 이슈들과 그에 대한 KB증권의 생각을 문답식으로 적었다.
첫 번째로 연말연초까지의 단기 증시 방향에 대한 생각이다. KB증권은 단기 증시 방향에 ‘연준 긴축’ 여부가 결정적일 것이라 생각하며, 이를 알기 위해선 ‘4분기 GDP (Atlanta Fed GDPNow)’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증시의 등락도 펀더멘탈 (실적발표/경기)보다는 연준 긴축여부에 의해 결정되었다. 9월 FOMC 이후 파월의 추가 긴축 발언은 ‘금리 급등+ 주가 급락’을 만들었으며, 11월 FOMC 이후 ‘물가/고용 과열’ 안정세는 ‘금리 하락+주가 반등’을 이끌었다. 내년 연초까지는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다.
연준 금리인상 중단과 내년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미국 장기국채 금리는 급등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긴축적인 발언을 한다면, 증시는 단기 조정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연준은 정말 시장의 기대를 깨고 추가 긴축에 나설까?
연준의 추가 긴축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그들이 무엇을 중시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를 위해 파월의 발언과 연준 위원들의 발언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크게 세 가지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하는데, 1) 추세 이하의 경제성장, 2) 노동시장의 추가 냉각, 3) 2%대의 근원 물가 (core CPI)가 그것이다.
파월 의장은 최근 네 번의 중요 연설 (8월 잭슨홀 심포지엄, 9월 FOMC 기자회견, 10월 뉴욕 이코노미 클럽, 11월 FOMC)에 나섰는데, 이 연설들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반복해서 말한 것이 있었다. 시장이 매파적으로 받아들였던 ‘9월 FOMC, 10월 뉴욕 이코노미 클럽’ 연설 뿐만 아니라, 비둘기로 받아들였던 ‘8월 잭슨홀, 11월 FOMC’에서도 빠짐없이 언급된 것인데, 바로 아래 두 문장이다.
① 우리는 ‘추세 이하의 성장’과 ‘노동시장의 추가 냉각’이 필요하다
② (만약 그렇게 되지 않고) 경제성장과 노동시장이 계속 예상보다 강하다면, 그것은 곧 추가 긴축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후행적 단서, data dependent)
파월은 이 두 가지 요인 (추세 이하의 성장, 노동시장의 추가 냉각)을 통화정책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또한 다른 연준 위원들은 근원물가의 움직임 (2%대 진입)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이 세가지 (성장, 고용, 물가)가 추가 긴축 여부에 가장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1) 근원물가는 연준의 추가 긴축 필요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거비 안정은 내년 상반기까지 근원 물가가 2%대로 향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10월 core CPI (실제: 4.0% YoY, 컨센: 4.1%) 발표 이후 시장의 환호를 보면,core CPI가 2%대를 향해 내려가는 과정에서는 연준이 추가 긴축을 강하게 하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일부 물가 선행지표들이 반등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물가는 일반적으로 경기에 약 3분기 후행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불황으로 쌓여있던 물건이 다 팔리고 재고까지 바닥난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자꾸 물건을 사러 온다면, 그때 판매상은 가격을 인상하기 때문이다. NFIB 중소기업 서베이에서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는 응답이 늘고 있는 것은 이런 모습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물가 선행지수의 상당수는 연말연초까지 물가 하향 안정화 내포
2) 고용도 당분간은 지금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ISM PMI의 고용도 기준선에서 수 개월째 횡보 중이다. S&P global 서비스 PMI의 고용은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 아래로 하락했다. 다른 고용 선행지표들도 대체로 하락 후 횡보 중이다. 미국의 노동시장은 일자리도, 해고도 모두 감소하는 소강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지금 같이 지지부진한 모습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내년 상반기 중 고용시장은 완만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근원물가는 불안 요인을 내포하고 있지만, 당장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고용은 당분간 연준의 긴축을 크게 자극하지 않은 쪽으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지표에 선행하는 ETI는 하락을 멈췄지만, 아직 반등은 하지 못하고 있음
문제는 ‘추세 이하의 경제성장’이다. 왜냐하면 경제성장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12월 FOMC에서 SEP (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 점도표/경제전망 발표)가 수정 발표된다. 그런데 올해 성장률 전망이 9월 FOMC에서 제시했던 2.1%에서 다시 크게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왜냐하면 이미 발표된 3분기 GDP가 매우 강했기 때문이다. 4분기 성장률이 연율 1.0%만 넘어도 올해 성장률 (4분기 % YoY)은 2.6%에 달하게 된다.
물론 3분기 성장률은 이미 지나간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긴축의 근거가 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4분기 성장률은 중요하다. 만약 4분기 성장률이 추세 이하 (연준의 잠재성장률 1.8%)로 나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추세보다 월등이 더 높게 나온다면 연준은 또 다시 긴축 카드를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12월 FOMC 전에 주식을 팔고 갈지, 아니면 내년으로 롤오버할지를 결정할 때 FOMC 직전에 Atlanta Fed GDPNow를 통해서 4분기 GDP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4분기 성장률이 2% 이하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파월이 11월 FOMC에서 잠재성장률이 일시적으로 높아졌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잠재성장률인 1.8%보다 다소 높아도 크게 문제삼지 않을 것), 반대로 4분기도 연율 3% 이상 성장한다면 12월 FOMC는 다소 매파적인 발언이 나올 수 있다.
현재 (11/29) GDPNow는 2.1%로 걱정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다만, 지금 GDPNow는 10월 경제지표 발표치를 중심으로 추정된 점이란 것을 유념해야 한다. 10월은 ‘금리 급등, 주가 급락’으로 일시적으로 경제가 위축됐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반면 11월은 ‘금리 안정, 주가 급등’이었기 때문에 경제지표는 생각보다 양호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11월 FOMC는 11월 1일에 열렸기 때문에 10월 경제지표를 보지 못한 채 의사결정을 해야 했지만, 12월 FOMC는 12월 중순 (12/13)에 열리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인 통화정책 판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초에 FOMC가 있을 경우 파월은 중립적으로 발언하는 경향이 강했음).
다만, 지금까지 발표된 지표는 10월 경제지표를 반영한 것이란 점을 유의
연간전망 세미나 질문들 #2. 연준의 금리인하는 하락장을 뜻하는가?
연준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는 대체로 내년 중반쯤 시작될 것으로 생각이 모이고 있다. KB증권 채권팀도 이와 비슷한 전망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연준의 금리인하는 주식시장의 ‘매도 시그널’이 될까?
최근 30년만 보면 확실히 그렇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곧 경기둔화를 의미했고, 그렇기 때문에 주식시장은 연준의 금리인하 이후 바로 ‘반토막 하락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는 지난 30년이 ‘저물가 시대’였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저물가 시대에는 연준의 ‘금리인하’가 주식시장에 하락장과 연결되었지만, ‘인플레 시대’에는 이런 매커니즘이 완전히 반대가 된다. ‘인플레 시대’엔 “금리인상=매도 시그널, 금리인하=매수 시그널”이 된다.
이를 위해서 한가지 설명을 덧붙이고자 한다. KB증권은 주식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두 가지가 ‘고용 (실업률)과 인플레 (국채금리)’라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 지표가 주식시장의 상승장과 하락장을 결정하는 지표이다.
그런데 ‘저물가 시대’에는 ‘인플레’가 계속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특별히 변수가 되지 못한다. 호랑이가 없는 숲에선 여우가 왕 노릇을 하는 법이다. 인플레가 사라진 ‘저물가 시대’엔 ‘실업률이 왕’이다. 곧 실업률이 상승하면 하락장이 되고, 실업률이 하락하면 상승장이 된다. 이런 간단한 ‘실업률’ 지표만 가지고도 아주 훌륭한 주식 트레이딩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2007년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을 바라보면서, “음… 2008년엔 베어스턴스/리만브라더스가 파산하고, 금융위기가 터지겠군!”이란 것을 미리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계산을 하지 않더라도 실업률을 봤다면 손쉽게 위기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바로 실업률이 상승하면 주식을 매도하는 전략이다. 당시 실업률은 2007년 5월을 바닥으로 상승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2007년 하반기에는 주식을 팔아 치울 수 있었을 것이다.
2020년 초 팬데믹 때도 마찬가지인데, 팬데믹이 경제/실적에 미치는 영향의 계산이 끝날 때쯤엔 이미 게임은 끝나 있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 질문을 간단히 바꿔볼 수 있는데, “팬데믹이 확산되면, 실업률은 올라갈까, 안 올라갈까?”로 바꾸는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실업률은 올라갈 것이고, 고로 주식은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는 것이 맞았다.
이처럼 ‘실업률’은 정말 파워풀한 주식시장의 ‘매도 시그널’이 된다.
하지만 주의할 것이 있다. 실업률은 ‘저물가 시대’에만 매도 시그널이 된다는 점이다. ‘인플레 시대’가 되면 그처럼 강력했던 ‘실업률’은 무용지물이 된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전과는 완전히 반대로 실업률의 상승이 주식시장의 ‘매수 시그널’이 된다.
아래 196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 ‘인플레 시대’의 주가와 실업률 차트를 살펴보자. 실업률이 상승하는 초기에는 주가가 하락하지만, 실업률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하면 증시는 오히려 반등을 시작한다. 반대로 실업률이 낮아지기 시작하면 초기엔 증시가 상승하지만, 취업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주가는 하락장으로 접어든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거리에 실업자들이 넘쳐나야 주가가 상승하고, 취업자들이 늘어날수록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할까?
답은 ‘인플레’에 있다. ‘인플레 시대’가 되면 힘을 잃었던 ‘왕 (인플레)’이 귀환한다. 호랑이가 숲으로 돌아왔으니, 여우 (실업률)는 왕좌에서 내려와야 한다. 지금부턴 인플레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인플레가 솟구치면 증시는 하락하고, 인플레가 안정되면 증시는 상승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아리송했던 ‘실업률의 비밀’이 해석된다. 실업률이 상승해야 인플레가 안정될 수 있으며, 반대로 고용이 늘어나면 인플레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업률이 상승하면 주가가 상승하고, 실업률이 하락하면 주가가 하락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과거 30년간의 저물가 시대엔 ‘실업률 상승=하락장’이었지만,
1960~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때는 ‘실업률 상승=상승장의 전초’였다
따라서 “지금 투자자들이 두려워할 것은 경기침체인가, 인플레인가?”는 매우 중요한 질문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와보자. ‘연준 금리인하’는 하락장의 시그널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지금이 ‘저물가 시대’인지, ‘인플레 시대’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최소한 지금까지 금융시장은 ‘인플레의 시대’ 매커니즘으로 반응하고 있다. 연준 금리인상 가능성에 주가가 급락하고 (9~10월), 반대로 금리인상 우려가 완화되면 증시가 반등 (11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어떨까? 아직은 확언할 수 없지만, 이전의 ‘저물가 시대’로 돌아가는게 쉽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연준의 금리인상이 증시의 하락장을 만들 가능성 역시 매우 낮다.
단순히 말해서 작년과 올해 9~10월엔 연준 금리인상 때문이 증시가 하락했는데, 내년에 연준 금리인하 때문에 또 하락한다면 논리적으로도 모순된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도 주가는 하락하고, 인하해도 하락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얘기했던 것을 차트로 보면 아래와 같다. 1960~1980년대 인플레 시대에 하락장의 트리거가 됐던 것은 분명히 연준의 긴축이었다. 하락장 (빨간 화살표)의 시작과 긴축 (노란 화살표)의 시작은 완전히 같은 시기에 발생한다.
연준 금리에 대한 주가 반응은 인플레 시대와 저물가 시대에 완전히 거꾸로이다
연간전망 세미나 질문들 #3. 하락장은 언제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파월이 과잉긴축 카드를 다시 꺼낸다면, 증시는 다시 하락할 수 있다. 하지만 KB증권이 강조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이다. 1) 이런 조정은 매수의 기회이다, 2) 이는 연말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하락장 시그널’이 나오기 전까지 유효하다.
먼저 ‘조정 시 매수’ 전략이 합당한지 먼저 살펴보자. 논의의 시작은 위에서 언급했던 ‘인플레 시대’의 주식시장 매커니즘을 참고할 수 있다. 아래 차트의 하락장을 살펴보면, 어떤 때는 조정장 (-10% 이상)에서 마무리되고, 어떤 때는 하락장 (-30% 이상)이 나타난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두 가지 (조정장 or 하락장)의 구분은 긴축의 강도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경기 사이클’이 결정한다. 다시 말해서, ‘경기상승+연준긴축=조정장’이며, ‘경기하강+연준긴축= 하락장’이 된다는 의미이다. 실적이 크게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매크로 이슈로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락하면, 저평가 매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나타나며 증시는 하락 후 반등한다. 지금의 조정이 그런 것인데, 내년 실적은 올해보다 좋아질 것이며 밸류에이션은 바닥국면이다. 따라서 과잉긴축이 다시 나온다고 해도 주가 하락폭은 10% 내외 (전저점)를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며, 이런 조정은 매수 기회가 된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경기하강’ 시기에 나오는 ‘연준긴축’이다. 경기사이클은 지난 연말연초쯤 반등했는데, 일반적으로 경기확장 사이클이 약 2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내년 말쯤엔 경기가 정점을 지날 수 있다. 만약 이 시기에 물가가 다시 꿈틀거리고 연준 긴축이 나온다면, 증시는 하락장을 경험하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하락장이 시작될 거란 ‘매도 시그널’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경기사이클은 ISM제조업지수, OECD선행지수, 컨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 등 다양한 지표들이 발표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지표들을 참고할 수 있다. 문제는 연준의 긴축 신호를 읽는 것이다. “연준이 긴축하면 주식을 매도하자”는 말은 쉽게 받아들여질 수는 있지만, 실제로 연준이 긴축할지 말지를 전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쩌면 투자자들이 일일이 뉴스를 보면서 연준 정책을 예측하지 않아도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연준 정책에 가장 민감하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단기 국채 투자자들이다. 단기 국채금리는 연준 정책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긴축/완화 시그널을 가장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다.
이를 이용해서 다양한 시그널 지표를 모델에 적용할 수 있지만,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2년물 국채금리와 기준금리’의 스프레드를 이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2021년 3분기까지 2년물 국채금리는 연준 기준금리 밑에서 움직였다. 긴축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던 것이 4분기 들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기준금리와 ‘데드 크로스’가 발생했다. 당시의 매크로 지표나 연준 위원들의 발언을 봤을 때, 연준의 긴축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베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식 투자자들도 이때부터 점차 주식을 차익실현하고 매도할 수 있다.
이는 반대로 ‘매수 시그널’로도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하반기, 뉴스는 연준의 연이은 ‘자이언트 스텝 (75bp 금리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2년물 금리는 이미 확연한 피크아웃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 매수할 수 있다. 이 방법은 KB증권이 작년 하반기 “국채금리가 왕이다”라는 복수의 자료를 통해 매수 콜을 할 때 근거로 썼던 지표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2년물 국채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하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연준이 금리인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판단하면, 2년물 국채금리가 기준금리를 뛰어넘는 ‘데드 크로스’가 발생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주식 투자자들은 점차 차익실현에 나설 수 있다.
2024년 말쯤 ‘2년물-기준금리’ 데드크로스가 발생하면 차익실현을 준비하자
반대로 그 전까지는 조정이 곧 매수 기회
연간전망 세미나 질문들 #4. 기업이익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까?
매크로 측면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이나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에 대한 궁금증이, 그리고 기업 실적에 대해서는 ‘실적하향’에 따른 영향에 대한 의문점들이 종종 제기되었다.
KB증권은 내년 증시도 올해와 비슷하게 연중 15~20%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구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30, 2024년 증시전망). 다만 연준 피벗만으론 20%에 달하는 반등이 나오기는 어렵다. 이를 위해선 펀더멘탈 (실적)이 받쳐줘야 한다. KB증권도 2024년 추정치는 하향 조정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년 실적을 걱정해야 할 만큼 크게 하향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경기침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2년에 이미 사실상의 경기침체가 지나간 상태라고 판단하며, 사이클 디커플링으로 역대급으로 느린 반등이 나올 것이란 게 KB증권의 기본 대전제).
이에 대한 가장 강력한 근거는 재고에 있다. ‘재고 데이터’는 반도체를 비롯한 소재부품 등의 중간재 비중이 높은 한국증시에 매우 중요한 핵심요인이 된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기업 주문에 중요한 것은 ‘소비수요’가 아니라 ‘재고 레벨’이기 때문이다.
2022년을 예로 들어 해보자. 당시 소비수요는 매우 견조했지만, 재고가 그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에 신규주문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재고만으로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거꾸로도 적용되는데, 재고가 바닥이라면 수요가 조금만 튀어도 긴급주문을 낼 수밖에 없다. 내년이 바로 그런 해가 될 것인데, 재고는 바닥인 반면, 판매 (sales)는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 수요가 완만하게 반등한다고 해도 재고가 낮은 수준에서는 긴급주문이 줄을 이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반도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코멘트에는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
재고가 바닥이라는 것은 ISM제조업지수 세부항목에서도 잘 드러난다. ISM지수의 재고 서베이는 ‘당사 재고’와 ‘고객 재고’로 나뉘어 진행된다. 그런데 ‘고객 재고’는 ‘당사 재고’에 선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최근 고객 재고가 반등하고 있다. 최악을 지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다시 말해서 주문이 증가할 것이란 의미이다.
주문이 늘어나면, 이는 생산 시차를 두고 기업매출/이익으로 잡힌다. 지금까지 재고가 반등했을 때 코스피 12Mfwd EPS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그려봐도 이런 모습이 보인다.
다시 강조하지만, 주문은 소비수요가 아니라 ‘재고’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내년 이익 추정치는 과도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내년 이익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부품/소재 등 중간재의 비중이 높은 코스피는 더더욱 그렇다.
지금은 오히려 반대 현상 (생각보다 수요가 나쁘지 않을 것)을 고민해야 한다. 왜냐하면 재고가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은 기업들이 경기둔화를 대비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는 증시 하락을 염려해 대규모 매도를 통해 현금화를 해놓은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미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면, 그곳에서 더 큰 급락이 나오긴 쉽지 않다.
당사 재고 (후행)는 아직 둔화
중간재 비중이 큰 코스피 12Mfwd EPS는 상향되는 경향을 보임
재고 스프레드 (스프레드가 하락하면, 고객/당사 재고 모두 완전히 바닥이라는 뜻)가 반등하면 곧 코스피도 바닥을 보임
연간전망 세미나 질문들 #5. 내년의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인가?
2024년 시장이 생각하지 못한 리스크 요인 중 가장 큰 것은 ‘인플레 리스크’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2024년 물가는 2%대를 향해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KB증권도 비슷한 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core CPI는 임대료의 하락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는 2%대를 향해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2024년 후반부터는 인플레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1) 임대료는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임대료에 선행하는 집 가격이 반등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2) 경기사이클이 반등한 뒤 약 3분기 이후부터 물가 압력이 나타나는데, 그 시기가 2024년 하반기일 수 있다. 보통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단순히 물건이 잘 팔릴 때가 아니다. 물건을 다 팔고 재고까지 소진했는데도 계속 수요가 붙으면 그때 가격을 올린다. NHIB 중소기업 서베이의 ‘가격인상을 계획 중입니까?’라는 질문이 이미 반등세로 돌아섰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비심리지수 역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내년 하반기엔 오히려 반등
KB증권은 경기침체 전망에 반대하며, 이를 경계하고 있다.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혹은 이미 침체가 지나갔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경기침체 전망은 오히려 금융시장이 직면한 리스크를 놓칠 리스크를 높이기 때문이다.
침체에 대한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왜 경기침체가 오지 않을까?”가 아니라, “경기침체가 오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를 묻는 것이다.
경제학자인 로버트 하일브로너는 1970년대 인플레이션을 두고 “‘대공황’의 고통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은 인류에게 ‘침체에 강한 경제’를 갖게 했지만, 동시에 ‘인플레 취약성’도 증가하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고 서술한다. 둘 다 가질 순 없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선 가계와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단순히 긴축한다고 인플레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긴축을 통해 고통과 신음이 울려퍼지고 가계/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끝낼 수 있다 (물론 생산성 향상 등으로 인플레를 제어할 수 있지만, 기술이 생산성으로 연결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
하지만 강한 의지만으론 그것을 이루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미 침체를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플레를 잡으려 했다면, SVB사태 때 지방은행을 도와줘서는 안 된다. 진짜 ‘폴 볼커’처럼 피도 눈물도 없이 고통을 감수하게 했어야 한다. 하지만 ‘최후의 대부자’라는 무기가 손에 있는데, 이걸 쓰지 않고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일 용기가 있는가? 게다가 점차 포퓰리즘화 되고 있는 각국 정부입장에서 이를 감수하려 할까?
따라서 올 것 같던 ‘경기침체가 오지 않는다’는 것은, 반대급부로 기저에 인플레가 응축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다만 유가 등 원자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내년에도 급등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은 위안거리이다.
곧 기업들이 상품 가격을 올릴 것이란 의미
연간전망 세미나 질문들 #6. 반도체는 계속 상승할 수 있을까?
KB증권은 반도체를 비롯한 ‘투자 관련 경기민감주’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 다만 너무 먼저 상승한 반도체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의견들도 있었다.
KB증권이 ‘반도체’에 대해 가진 기본적인 생각은 ‘(사이클 디커플링으로) 역대급으로 완만한 슈퍼사이클’이라는 점이다. 과거엔 경기둔화가 끝나면 ‘투자-소비, 선진국-신흥국’ 사이클이 일제히 반등했지만, 팬데믹 보조금 등의 영향과 각국의 차이 때문에 지금은 사이클이 모두 디커플링 되었다. 따라서 반도체도 과거 슈퍼사이클과 같이 강력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그럼에도 ‘pent-up demand’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침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율이 10월에 약 2년여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지금 차익실현을 하기엔 다소 빠르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반도체는 ‘올해 가을~내년 봄’까지가 비교적 강하게 아웃퍼폼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단 반도체 상대지수의 선행지표를 봤을 때, 내년 봄에는 정점 가능성이 있다. Pent-up demand가 내년에 본격화될 것이란 점을 생각하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 반도체 주가는 이미 먼 미래의 이익을 많이 당겨쓴 상황이다. 아직은 적자인 SK하이닉스 주가가 역사적 신고가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 증거이다. 미래를 많이, 빨리 당겨올수록 끝도 빠른 법이다. 따라서 2분기쯤엔 반도체 밸류에이션을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싸다면 더 가져갈 수 있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업황이 좋다고 해도 좀 일찍 차익실현을 하고 업종전략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봄 이후 반도체 상대지수의 피크아웃 여부 확인 필요
연간전망 세미나 질문들 #7. 실적이 불명확한 테마업종을 정말 사야 하나?
KB증권은 2024년 업종전략으로 ‘5가지 유망테마’를 제시했다 (2024년 전망, 하인환)
① 우주항공: 기술 패권경쟁, 기술 고도화
② 게임: 인플레 국면에서도 돈을 버는 국가, 사우디의 투자
③ 로봇+On Device AI: 생산성의 혁신
④ 후공정 패키징: 공급망 재편 및 기술 패권경쟁
⑤ 보험주: 리스크 관리 및 금리 상향 평준화
그런데 이들 업종 중 상당수는 미래 성장성은 있으나, 당장 거대한 이익성장을 보여주기는 어려운 업종이다. 이러한 주식들을 단순히 투자가 늘어나거나 정부 정책이 나온다고 매수해도 될지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여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첫째, 작년에 작성한 ‘2023년 주식 전략’의 업종전략에서 KB증권은 “정부 주도의 B2B 투자 시대”를 컨셉으로 잡았다. 이는 단순히 2023년에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 수 년간 트렌드가 될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끝나고 큰 정부의 시대 (신냉전)로 사회가 이동하면서 투자도 시장에 맡겨 놓는 시대는 지나가고, 대신 정부가 전략적으로 투자할 곳을 찍어주면 민간 자본이 그 쪽으로 투자를 하는 시대로 바뀐다는 것이 우리의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증시에서 강세를 보였던 IRA, 반도체법 관련주를 비롯, 반도체 패키징, 로봇, 상사 (자원민족주의)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같은 맥락에서 내년 각국 정부 정책이 집중된 업종을 추천한 것이며, 이런 업종들은 증시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한다.
둘째, 내년에는 오히려 테마업종이 더 강세일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실적장세 1국면’에서는 반도체를 비롯한 ‘경기민감주 (소재/산업재/금융/자동차)’가 강세를 보인다. 하지만 ‘실적장세 2국면 (경기가 정점으로 향하는 구간)’에서는 경기민감주의 탄력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이미 미래의 이익을 당겨서 주가에 반영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경기는 꺾이지 않았다. 이런 시기에는 ‘주도주 랠리 (테마업종 강세)’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21년 하반기에 있었던 ‘메타버스 랠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사실 지금도 일부 그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부 과한 수급 쏠림이 나타나는 종목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개별 테마업종 강세를 보이는 지금의 트렌드를 단순히 비난하거나 한탄만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장세가 그런 시기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정책이나 투자 모멘텀 등의 스토리들은 더욱 힘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한다.
실적장세 1국면: 2023년 초 ~ 2024년 초
실적장세 2국면: 2024년 초 ~ 2024년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