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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역사] 2024년은 40국 선거의 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0) 2023/12/03 PM 08:14

40국, 40%, 40억명.


2024년 경제 전망에서 기억해야 할 숫자는 바로 40이다. 세계 40국에서 대선 또는 총선이 열린다. 세계 인구와 GDP(국내총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유권자 40억명이 일제히 투표소로 향할 예정이다.


선거 달력은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3월 러시아·우크라이나 대선, 4월 한국·인도 총선을 거쳐 11월 미국 대선까지 빼곡하게 차 있다. 역사적으로 경제는 투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였고, 선거 결과는 금융·자본시장에 후폭풍을 몰고 왔다. 정치가 경제를 흔들고, 경제가 정치를 판가름 짓는 격동의 한 해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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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진 지난해 11월 8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내년에는 ‘바이드노믹스’가 본격 심판대에 오르는 미국 대선을 포함해 세계 40국에서 전국 단위 선거가 열린다. /EPA 연합뉴스



◇”선거 직전 3분기 성장률 중요”


1992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빌 클린턴이 내세운 구호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는 2024년에도 유효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경제 상황은 내년 대선과 총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후보자의 정체성, 공약, 캠페인 등을 고려하지 않고도 경제 데이터만으로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경제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대표적인 계량 경제학자는 예일대의 레이 페어 교수다. 그는 경제 성장률·물가 상승률·실업률 등의 지표로 선거 결과를 도출하는 예측 모형으로 정평이 나 있다. 1916년부터 27번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세 차례를 제외한 모든 선거 결과를 자신의 모형으로 정확하게 설명해 낸다. 페어 교수는 “투표에서 특히 중요한 변수는 선거 직전 3분기 동안의 경제 성장률”이라고 말한다.


‘페어 모델’에 따르면, 미국 물가 상승률이 올해 3%, 내년 2%를 기록하고, 내년 경제가 4% 성장하면,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 반면 물가 상승률이 4~5%를 웃돌고 경제 성장이 위축되면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며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11월 ‘바이드노믹스’가 심판대에 올라서는 셈이다.


선거의 해를 맞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다. 통화정책의 향방이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페어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특정 정당을 돕는 것이 아닌데도 연준의 결정이 가져올 정치적 결과는 엄청나다”며 “후보자 토론회나 여론조사 결과 보도가 넘쳐나겠지만, 정말 중요한 건 물밑에서 벌어지는 연준의 움직임”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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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



◇1월 대만 총통 선거 미·중 흔든다


각국의 선거 결과는 지정학적인 지각 변동을 불러일으키고, 글로벌 경제에도 연쇄적인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당장 새해 벽두에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부터 그렇다. 현재 지지율 1위인 반중(反中) 성향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부총통이 당선되면, 양안(兩岸) 갈등이 첨예화되고 미·중(美中)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그러면 11월 미국 대선까지 영향을 끼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바이든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기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이로 인해 청정에너지 투자가 축소되면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 생산 시설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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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수석애널리스트 제니퍼 웰치는 “내년 세계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100년 만에 가장 역동적인 해를 맞이한다”며 “만약 미국이 득표 전략에 따라 중국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거나, 새로운 경제 공약을 내세울 경우 다국적 기업과 다른 정부의 불확실성도 연달아 커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브런즈윅은 “우방국과 산업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 쇼어링, 경제·안보 블록의 축을 흔들 가능성이 큰 선거가 쏟아질 것”이라며 “이 중에서도 대만, 인도네시아, 러시아, 인도, 영국, 미국 등의 선거를 주목하라”고 했다. 보호무역주의, 에너지 안보, 전쟁 등 투자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적 요인이 선거 결과에 따라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 이듬해 주가는 살아난다


민간 투자는 큰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을 우려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에이미 제가트 스탠퍼드대 교수는 “기업은 게임의 규칙, 금리와 시장 향방, 정부 규제 등 모든 부문에서 불확실성을 느끼고 투자와 경영 판단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예상을 뒤엎는 충격적 선거 결과는 경제에 여진을 남긴다. 티에모 페처 영국 워릭대 교수와 이반 요조프 영국중앙은행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론 조사의 예상을 뒤엎는 ‘깜짝’ 선거 결과가 나올 경우 1년간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들은 1980년대부터 40년 간 51국 233개 선거와 1만3600개 여론조사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여론의 예상을 깬 득표 결과가 1%포인트씩 높아질수록, 1년 뒤 경제 성장률은 0.37%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좌파 정부가 깜짝 승리할 경우, 시장 친화적 개혁이 줄어들 가능성 때문에 투자 위축 효과가 더 크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투자 기회가 소멸되지는 않는 법이다. JP모건은 “1980년 이래 평균적으로 선거 다음 해 주가가 상승했다”며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주식은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US뱅크는 “주식 수익률은 대통령의 한 임기보다 긴 전체 산업 주기에 걸쳐 이뤄진다는 것을 명심하라”며 “불확실성이 가격을 크게 움직이게 한다면 주식 구매 기회로 삼고 장기 전략에 활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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