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텔 'AI 에브리웨어' 행사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가우디3 시제품을 손에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인텔은 내년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학습에 최적화된 AI 칩 가우디3를 출시합니다. 각종 테스트에서 다른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도 성능과 효율 면에서 가성비가 높다는 것이 검증됐습니다.”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은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간담회를 갖고 딥러닝 및 대규모 언어모델(LLM)용 차세대 AI 반도체 칩 가우디3 출시 계획을 밝혔다. 엔비디아의 GPU H100이 주도하고 있는 AI 반도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인텔은 이날 PC와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 신제품인 ‘코어 울트라’와 ‘5세대 제온 프로세서’도 공개했다. 이들 제품은 자체적으로 AI 연산을 실행할 수 있는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탑재됐다.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에 후발주자들이 신제품을 선보이며 추격에 나서고 있다. AI 반도체는 LLM을 비롯한 AI 모델을 구축하고 학습하는 데 쓰인다. 지난해 말 챗GPT 등장 이후 생성형 AI 혁명이 불면서 전 세계적으로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 품귀 현상으로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AI 반도체 시장에 경쟁사가 대거 등장하면서 시장 판도가 재편될지 관심이 모인다.
◇엔비디아 독주 막아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인텔의 차세대 AI 칩 가우디3 시제품에 대해 “이전 제품보다 속도는 최대 4배 빨라졌고 HBM(고대역폭 메모리) 탑재 용량은 1.5배 늘었다”고 말했다. AI 반도체 핵심인 LLM 처리 성능이 향상됐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겔싱어 CEO는 “2023년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생성형 AI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의 강력한 경쟁자 AMD도 지난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투자자 행사를 열고 최신 AI 칩 ‘인스팅트 MI300X 시리즈’를 공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와 서버의 AI 연산을 가속하는 제품이다. AMD는 엔비디아의 H100에 비해 2.4배 높은 메모리 밀도와 1.6배 이상의 대역폭을 제공한다고 했다. 리사 수 AMD CEO는 이날 H100과 자사 MI300X을 비교하면서 “MI300X는 업계에서 가장 발전된 AI 가속기”라고 강조했다. AMD에 따르면 H100의 최대 구매 기업 중 하나인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러클 등이 AMD의 칩을 사용하겠다는 구매 의사를 밝혔다.
엔비디아도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 11월 현존하는 최고 AI 반도체 H100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H200을 내년 출시한다고 밝혔다. H200은 H100보다 출력 속도가 2배 가깝게 빨라졌고 용량과 대역폭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과 AMD가 엔비디아를 당장 위협하긴 힘들겠지만, 새로운 칩이 나올 때마다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인텔 AI PC로 왕년의 명성 되찾나
인텔은 이날 AI 기능이 탑재된 PC용 중앙처리장치(CPU)인 코어 울트라를 공개하며 “20년 만의 가장 큰 혁신. AI PC 시대를 열어나갈 CPU”라고 소개했다. 코어 울트라에는 GPU뿐 아니라 AI 연산에 특화된 반도체 NPU도 탑재돼 있다.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고도 기기 자체로 AI 기능을 구현해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코어 울트라를 탑재한 PC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놓인 스위스 작은 산골 마을 풍경을 그려달라’는 텍스트를 입력하자 10초 만에 그림이 뚝딱 만들어졌다. 100여 년 전 광화문 앞 거리 사진을 고화질로 복원하는 작업,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에서 음성과 드럼, 베이스, 신시사이저 등 악기 소리를 분리하는 작업도 가능했다. 인텔 관계자는 “AI 기능이 탑재된 PC는 사용자가 기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인텔은 향후 2년 동안 PC용 프로세서를 1억대 이상 공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