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Biz Pick] 젠슨 황 CEO의 섬기는 리더십이 오히려 반퇴직자 문제 키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월 대만에서 열린 '혼하이 테크 데이'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가 요즘 ‘반(半)퇴직자’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반퇴직자는 막대한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업무는 제대로 하지 않는 장기 근속 직원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회사 초기 역사를 줄줄 꿰고 있으며, 주식 보너스로 막대한 부(富)를 일궜다.
올해 설립 30년 만에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1조달러의 거대 기업 반열에 올랐다. 이 성공의 비결엔 직원 중심의 수평적 조직 문화가 꼽혀왔다. ‘가죽 재킷 록스타’ 같은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는 직원을 섬기는 리더십으로 2만6000여 구성원에게서 종교 지도자급 추앙을 받는다. 그런데 최근 엔비디아에 고연차 저성과자가 늘면서 ‘지나친 직원 중심 문화가 폐해를 더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엔비디아가 폭발적 성공의 부산물인 반퇴직 직원 문제에 직면했다”며 “직원 우선주의와 간섭하지 않는 문화가 사내 긴장을 심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사이더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달 내부 회의에서 ‘반퇴직 고참’ 직원 명단을 제출받아 이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논의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에서 일하는 건 ‘자발적 스포츠’와 같은 일이라 모든 직원은 스스로 CEO처럼 행동해야 한다”며 “어른으로서 각자 얼마나 열심히 일할지는 직접 결정하고 책임감 있게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원 모두가 주인처럼 일하는 ‘꿈의 기업’에 반퇴직자가 속출하는 이유는 뭘까. 아이러니하게도 고용 안정성, 경쟁 없는 분위기, 방목형 리더십 등 이상적인 업무 환경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지난 2년간 수십만 명이 해고된 글로벌 빅테크 감원 바람에도 무풍지대였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 인력의 6.5%(당시 350명)를 해고한 것이 마지막 감원이었다.
높은 연봉과 순탄한 업무 환경도 고참 직원의 안일함을 키우고 있다. 엔비디아 직원의 75%(1만9500여 명)는 R&D 인력이며, 이직률은 5.3%로 반도체 업계 평균 이직률(19.2%)보다 현저히 낮다. 엔비디아는 직원들에게 매년 연봉 10~20%에 해당하는 주식 보너스를 지급해 왔는데, 최근 주가가 치솟으면서 중간 관리자 연봉이 100만달러(약 13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AMD 같은 후발 주자가 맹추격하고 있음에도, 현재로선 뚜렷한 시장 경쟁자가 없는 덕에 기업 영향력은 커지고, 직원 업무는 상대적으로 쉬워졌다.
여기에 직원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황 CEO의 ‘방목형 리더십’이 더해졌다. 그는 층층 시야 보고 체계와 지휘 계통을 없애 CEO치고는 이례적으로 많은 숫자인 40여 명에게 직보를 받는다. 그러면서도 황 CEO는 관리자들에게 세세한 지시를 내리는 ‘마이크로 매니저’가 아니라 직원들의 목표 달성을 돕는 ‘페이스 메이커’가 되라고 주문해 왔다. 직원이 혼자 실패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NOLA(No One Loses Alone)’ 문화에 따라 성과도, 실패도 구성원이 함께 나눈다.
인사이더는 “엔비디아의 직원 친화 문화가 반퇴직자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휴식과 주식(Rest and Vest)의 달콤함을 누리기에 최고의 직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