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하마스 축출 목표 비현실적…붕괴 조짐 없다”
레바논 공습·이란 폭탄 테러에 일촉 즉발 확전 위기
‘두 국가 해법’ 공회전…“당사자 합의 불가, 강제해야”
▲사진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족을 잃은 가자지구 알마가지 난민 캠프 주민이 지난해 12월 25일(현지시간) 열린 합동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가자(팔레스타인)/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 7일로 3개월을 맞이하지만, 전쟁의 불씨가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가 하면 전쟁의 불길이 중동 다른 지역에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새해 벽두에 가자지구에서 수천 명의 병력을 철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올해 내내 전쟁을 치르기 위한 장기적 조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습,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위협, 이란 국민 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사망 4주기 추모식장에서의 테러 공격 등 새해 들어 긴장이 한층 고조되면서 하마스의 후원자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과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제5차 중동전쟁의 가능성이 점증하는 추세다.
이스라엘군이 고강도 군사작전에서 저강도 장기전으로 국면을 전환한 것은 그들의 목표인 ‘하마스 축출’이 쉽지 않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치 및 군사 전문가들은 하마스 조직 구조 자체가 지도부 제거 시도 등 우발적 상황을 잘 흡수하도록 설계됐으며, 하마스의 지하 기반 시설 또한 대부분 온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지도부가 살해당하더라도 똑같이 유능하고 헌신적인 다른 리더로 신속하게 교체할 수 있는 놀라운 회복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회의 의장을 지낸 지오라 에일란드 예비역 소장은 “전문가적 관점에서 하마스의 회복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하마스의 군사적 능력이나 가자지구를 계속 이끌 수 있는 정치적 힘이 붕괴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국제위기그룹(ICS)의 타하니 무스타파 팔레스타인 선임 분석가도 “하마스와 같은 조직을 뿌리 뽑을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투항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대원들이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카말 아드완 병원 인근에서 이스라엘군의 지시에 따라 무기를 머리 위로 든 채 걷고 있다. 가자(팔레스타인)/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축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이 중동 지역의 긴장은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 계속적인 주변부 교전을 넘어 레바논 공습과 이란 테러가 맞물리면서 긴장감이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인근에 드론 공격을 가해 하마스 전체 서열 3위인 살레흐 알아루리 정치국 부국장을 제거했다.
이날은 솔레이마니 전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사망 4주기 추모식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95명이 사망했다. 두 사건은 위험 수위에 있는 중동 긴장을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확전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이미 하마스 관리 살해 이후 보복을 천명한 상태이며, 이란 역시 테러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의심하고 있다.
▲이스라엘 병사들이 지난해 12월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발견한 하마스의 지하터널 안을 살펴보고 있다. 가자(팔레스타인)/신화연합뉴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전쟁의 확전을 막고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종전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양측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절충안인 ‘두 국가 해법’도 구호에 그치고 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미국, 유럽, 아랍권 등 국제사회가 집중적으로 관여하고 해법을 강제해야만 지속적인 평화가 이뤄질 수 있다”며 “비극을 빨리 끝내지 않으면 중동 전체가 화염에 휩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