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 작전 양만춘함 ‘대공 방어 부족’ 지적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파손된 미국 국적 선박 겐코 피카디호. 인도 해군이 촬영해 지난 18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미국, 중국, 프랑스 등이 해군을 동원해 홍해 항로를 지나는 자국 상선을 직접 호위하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어지던 안전한 바닷길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 해상운송 의존도가 높지만 이를 지킬 해군의 원양 작전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대함탄도미사일, 크루즈미사일, 드론 등 첨단 무기를 동원해 홍해를 지나는 각국 상선을 공격하고 있다. 수차례에 걸친 미국·영국 등의 예멘 내 근거지 공습, 상선대에 대한 호송 지원에도 후티 반군의 상선 습격은 계속되고 있다. 후티 반군은 10년째 내전을 벌이는 예멘 정부를 사우디아라비아로 밀어내고 주요 지역을 장악할 정도로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각)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테러리스트들이 예멘의 후티 통제 지역에서 미국 국적의 상선 머스크 디트로이트를 향해 3발의 대함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 발은 바다에 떨어졌고, 두 발은 USS그레이블리호에 의해 성공적으로 격추됐다”고 밝혔다.
프랑스 해군도 지난해부터 홍해에서 자국의 원양 컨테이너선사인 CMA-CGM를 보호하고 있다. 덕분에 선복량 기준 세계 3위 CMA-CGM은 머스크, MSC, HMM 같은 다른 대형 컨테이너선사와 달리 홍해를 지나는 일부 정기노선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
중국 해군은 인도양에서 홍해로 이어지는 아덴만 일대에서 자국 상선들에 호송 지원을 제공한다. 호송 지원 및 이란 등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중국 내에서는 최근 시레전드쉬핑(Sea Legend Shipping) 같은 벤처 해운사들이 탄생했고, 이들은 급감한 컨테이너선 홍해 노선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려고 하고 있다.
중국 해운사 시레전드쉬핑이 공개한 중국 해군의 호송 지원 일정. / 시레전드쉬핑 제공.
한국 해군은 2009년 이후 아덴만에 청해부대를 파견해 소말리아 해적 문제에 대응하는 연합 작전에 기여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역량으로는 비상시 한국 선박을 보호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청해부대 41진으로 활동중인 양만춘함은 광개토대왕급(DDH-I) 구축함으로 후티가 공격수단으로 쓰고 있는 대함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충무공이순신급(DDH-II) 등 대공 방어력이 충분한 군함을 파견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충무공이순신급은 최대 사거리가 167㎞에 달하는 SM-2 블록ⅢA 함대공유도탄 32기를 탑재할 수 있다. 미 해군 구축함 USS그레이블리호가 후티 반군의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는데 주로 활용하는 무장도 SM-2 미사일이다. 이 일대에서 작전 중인 중국 구축함도 훙치 함대공 미사일(HHQ-9) 무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25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는 청해부대 41진 양만춘함. / 해군작전사령부 제공.
아덴만, 바브엘만데브해협 등의 홍해 항로 외에도 무법 상태의 바다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은 지난해 출판한 책에서 ”상선을 공격하거나 화물을 약탈하면 안 된다는 합의가 폐기되면 음험한 길에 들어서게 된다”면서 “위협에 노출된 운송 경로 맨 끝에 있고, 자국 상선을 호송할 해군 역량이 없는 한국, 폴란드, 독일, 대만 등이 패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