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연합군, 후티 반군 겨냥 대대적 공격…"홍해 선박 보호 목적"
이란, 미 공습에 "전략적 실수" 경고…5일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2월 3일 예멘 후티 반군 공습 작전을 위해 타이푼 전투기에 무기를 장착하는 영국 공군 기술자들
Photographer: AS1 Leah Jones/UK Ministry of Defence/AP Photo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이 영국과 함께 3일(현지시간) 예멘의 수도 사나 등 후티 반군 시설을 대대적으로 공습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친이란 민병대를 공격한 지 하루만으로, 연이틀 이란 대리 세력을 때리고 있다.
이들 무장세력을 지원하는 이란은 미국을 향해 "실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과 친이란 무장세력의 대응 수위가 중동 정세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5일 회의를 열고 미국의 이라크·시리아 공습을 논의한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란의 후티 반군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영국, 호주, 바레인, 캐나다, 덴마크, 네덜란드, 뉴질랜드도 작전에 참여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번 공습은 후티의 공격 능력을 저하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제 선박 등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부 장관도 성명을 내고 "홍해에서 후티 반군이 선박들을 공격하는 것은 불법이며 용납할 수 없다"며 "무고한 생명을 보호하고 항행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예멘 13개 지역에 위치한 후티 반군 36개 시설을 겨냥했다. 무기저장고, 미사일·방공 시스템, 레이더 기지 등이다.
이번 공격은 최근 36시간 동안 홍해와 인근 해역에서 후티 반군과 미군이 제한된 공격을 주고받은 후 나왔다. 연합군이 지난달 11일 후티 반군을 처음 공습한 이후 두 번째로 강력한 공격이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공격은 미군 USS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모에서 발진한 FA-18 전투기들이 수행했다. 영국 전투기 타이푼 FGR4와 홍해상의 미군 구축함 USS 그래블리호, USS 카니호에서 발사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도 동원됐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번 주 초에 이날 공격을 승인했다고 CNN이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미 미국은 전날 시리아와 이라크 내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및 관련 민병대를 공습했다. 공습은 7개 지역 85곳 이상의 목표물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이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단체들을 때린 것이다.
다만 성격은 조금 다르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의 공격이 지난달 27일 요르단 주둔 미군 기지 '타워 22'를 겨냥한 드론 공격에 대한 본격적인 보복 차원이라면, 이날은 항로 불안을 부른 후티 반군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의 연장선이라는 평가다.
미 정부 관계자는 CNN에 이번 조치가 전날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한 보복 조치와는 별개이며, 홍해에서 미국과 국제 상선을 보호하려는 조치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사태 확대를 원하지 않으며, 이번 공습은 후티 반군의 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후티 반군에 초점을 맞춘 공격이라는 설명에도 이미 중동 곳곳에서 여러 차례 공습이 이뤄짐에 따라 중동 전역에서 긴장 고조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후티에 대한 공격이 요르단 미군 사망 보복 작전과 병치되는 것이라며,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동으로 갈등이 확산하는 최신 징후라고 평가했다.
후티 반군은 이날 공격에 "(긴장) 고조에는 고조로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을 이어갔다.
후티 최고정치위원회의 무함마드 알부하이티는 엑스(X·옛 트위터)에 "미·영 연합군의 예멘 지역 폭격은 우리의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희생을 치르더라도, 가자지구의 대량학살 범죄가 중단되고 주민들에 대한 포위 공격이 끝날 때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월 3일 이라크 안바르의 알카임 시에 있는 하시드 알 샤비 본부가 미군 전투기의 공습으로 파괴된 모습
Source: Anadolu Agency/Getty Images
전날 시리아·이라크 공격은 다수의 인명 피해를 냈다. 양국과 이란은 잇따라 미국을 비판했다.
시리아는 민간인과 군인이 다수 사망했고 공공·개인 재산 피해도 있었다고 밝혔다. 시리아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미국의 공격으로 23명이 숨졌으며 민간인 사망자는 없다고 전했다.
이라크도 미국의 공격으로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15명이 죽고 23명이 부상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이라크는 자국 주재 미 대사 대리를 불러 항의할 방침이다.
이란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시리아·이라크 공격은 역내 긴장과 불안을 키우는 또 다른 모험이자 전략적 실수"라고 비판했다.
칸아니 대변인은 또 이는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범죄를 덮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가 미국의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공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르단 전투기가 이라크 공습에 동참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요르단은 이를 부인했다.
현지 국영 뉴스 채널 알맘라카과 국영 통신 페트라는 각각 소식통을 인용, 자국군은 이라크 내 미군 공습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도 "미국이 국제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과 중동 정책의 공격적 성격을 다시 한번 세계에 보여줬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그리고 안보리에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안보리는 5일 회의를 열어 미국의 이라크·시리아 공격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