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기 본격 출시에 콘텐츠도 기지개… AI 열풍까지 한몫
침체기에 빠져 있던 메타버스가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외 빅테크가 새로운 메타버스 헤드셋을 출시하거나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메타버스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던 콘텐츠 시장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른바 메타버스 2.0 시대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6일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은 2030년까지 1조3034억달러(약 177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 48%에 육박하는 수치다. 메타버스 이용률도 같은 기간 14.6%에서 39.7%까지 2.7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메타버스 열풍이 불었다가 엔데믹과 함께 순식간에 거품처럼 꺼졌다”며 “메타버스가 부침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기술이나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한 기업들이 남아 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했다.
◇국내외 기술기업 다 뛰어들어
코로나로 인해 급격히 도래한 비대면 사회에서 메타버스는 제대로 된 개념도 만들어지기도 전에 성급하게 각광받은 신기술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수많은 기업이 메타버스가 미래라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기기와 서비스를 내놓았다. 하지만 일상 회복 단계에 들어가자 콘텐츠 부족과 기기의 불편함 등 단점이 부각되면서 시장이 차갑게 식었다. 시장조사 기관 서카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미국 가상현실(VR) 헤드셋과 증강현실(AR) 안경 매출은 6억6400만달러로 2022년(11억달러)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얼어붙은 메타버스 시장에 훈풍이 분 것은 빅테크들이 업그레이드된 메타버스 기기를 출시하면서다. 지난해 말 메타가 혼합현실(MR) 기기 메타퀘스트3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애플은 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출시했다. 퀘스트의 판매 호조 덕분에 메타의 메타버스 개발 부서인 리얼리티랩스 4분기 매출은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돌파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47.3% 증가한 수치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메타버스를 통해 회사를 강력한 기술 회사로 만들 장기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참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구글, 퀄컴과 협력해 확장현실(XR)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미 스마트폰으로 다져온 협력 관계를 XR 기기 분야로 확장하는 것이다. 구글이 지난해 AR 하드웨어 팀을 해체한 만큼 구글과 삼성전자의 동맹이 한층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전자는 올해 TV 사업을 이끄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 본부에 XR 사업 담당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옥석 가리기 끝나자 진검 승부
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메타버스 사업을 대거 정리했다. 싸이월드와 한글과컴퓨터가 합작한 ‘싸이타운’ 플랫폼은 지난해 서비스를 중단했고 넷마블에프앤씨는 자회사 ‘메타버스월드’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 조정을 실시했다. 메타버스에 적극적이었던 유통 업계도 하나둘씩 손을 뗐다. GS25, 토니모리, 배스킨라빈스 등은 팬데믹 기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가상 공간을 만들었지만 지난해 중순 이후로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있다.
메타버스 ‘빙하기’에도 메타버스를 포기하지 않은 국내 기업들은 올해 메타버스가 해빙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제페토를 운영하는 손자회사 네이버제트에 1000억원을 빌려주기로 했다. 네이버는 “제페토가 4억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자금 대여를 결정했다”고 했다. 애플이 MR 헤드셋을 내놓자 지난 2년간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개발해온 롯데정보통신은 칼리버스에 비전 프로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메타버스 업계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메타버스 확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하면 메타버스 내에서 더 정교한 환경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또 음성이나 문자를 통해 쉽게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만족감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