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증시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주가가 전날보다 16.4% 폭등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약 1조9400억 달러로 늘면서 아마존(1조8130억 달러)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1조7970억 달러)을 제치고 3위 자리를 탈환하며, 시총 2조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엔비디아는 퀄컴, AMD, 브로드컴, 미디어텍 등과 함께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게임기와 가상자산 채굴, 인공지능(AI) 등에 쓰이는 그래픽 저장장치(GPU)다.
중국의 반도체 전문가들도 AI 반도체 분야에서 엔비디아를 대체하기 어렵다고 시인할 만큼 독보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기업으로 사상 최초로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기업이기도 하다.
엔비디아의 주가 폭등으로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의 자산 가치는 하루 만에 80억 달러(10조 6000여억원) 이상 불어났다. 이에 따라 황은 세계 20대 갑부 반열 가입을 눈앞에 뒀다.
전날 종가(674.72달러)보다 무려 111달러 상승했다. 시가총액도 전날 뛰며 하루 만에 2720억 달러(약 361조원) 증가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이날 황 CEO의 자산 가치는 681억 달러(90조5000여억원)로, 전날 23위였던 전체 순위에서 21위로 올랐다.
황의 자산 가치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35억 달러로 전체 128위였으나, AI 열풍을 타고 엔비디아 주가가 5배 넘게 급등하면서 그의 자산 가치도 불어났다. 세계 최고 갑부인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자산(2100억달러)에는 약 3분의 1 수준이다.
이날 큰 폭의 자산 증가로 중국 최고 부자인 생수 업체 눙푸산취안(農夫山泉) 창업자 중산산(650억달러)과 미 에너지 기업 코크 인더스트리 회장 찰스 코크(648억달러)를 제친 황은 20위인 석유 재벌 데이비드 코흐의 미망인 줄리아 코크(가족·691억달러)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대만 출신 이민자인 젠슨 황 CEO는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30세가 되던 1993년, 공동 창업자 2명과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그래픽용 반도체기업 엔비디아를 설립했다. 그는 공개 행사마다 검정 가죽재킷을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가죽재킷은 나의 상징”이라며 “매년 아내가 새로운 가죽 재킷을 사주고 그것을 1년간 중요한 자리마다 입는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앞서 전날 장 마감 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2023년 회계연도 4분기(11∼1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과 주당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고,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65%, 총이익은 769% 급증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월가 전망치를 8% 이상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수치를 내놓으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황은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AI가 임계점(티핑 포인트)에 도달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기업, 산업, 국가 전반에 걸쳐 AI 칩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 주가 상승으로 블룸버그 억만장자 명단에 올라가 있는 28명의 AI 관련 기업가의 순자산이 이날 357억 달러(47조4000여억원) 증가했다고 전했다.이 중 미 서버 제조 업체 수퍼마이크로컴퓨터(수퍼마이크로)의 CEO 찰스 리앙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내림세를 보였던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의 주가는 엔비디아 폭등에 힘입어 32.8%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