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 간격 개봉…'쌍끌이 흥행'으로 극장가 분위기 바꿀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지난해 말 천만 영화의 반열에 든 '서울의 봄' 이후 이렇다 할 흥행 대작이 없어 침체에 빠진 극장가가 다시 활기를 띨 조짐을 보인다.
한국 영화 '파묘'와 할리우드 영화 '듄: 파트 2'(이하 '듄 2')가 잇달아 개봉하면서다.
24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장재현 감독의 '파묘'는 전날 37만3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해 이틀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지난 22일 개봉과 함께 1위에 오른 이 영화의 누적 관객 수는 70만9천여명이다. 개봉 사흘째인 이날 중 100만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최민식·김고은·유해진·이도현 주연의 '파묘'는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이 거액의 돈을 받고 부잣집 조상의 묘를 파헤치면서 겪게 되는 무서운 일들을 그렸다.
'검은 사제들'(2015)과 '사바하'(2019)로 독보적인 오컬트 세계를 구축한 장 감독의 세 번째 오컬트 미스터리 장편이다.
전통적인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결합하고 고난의 민족사를 녹여낸 작품으로, 스산한 분위기의 영상과 기괴한 느낌의 사운드가 몰입감을 주는 데다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다고 호평받고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최고의 연기로 완성해낸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오는 28일에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할리우드 판타지 '듄 2'가 개봉한다. '파묘'와 엿새 간격을 두고 극장가에 들어선다.
할리우드 톱스타 티모테 샬라메 주연의 '듄 2'는 '듄'(2021)의 속편으로, 우주를 지배하는 황제의 모략으로 몰락한 가문의 후계자 폴이 사막 행성으로 도망쳐 숨어 살다가 복수를 도모하는 이야기다.
압도적인 영상미와 장엄한 음악, 속도감 있는 액션이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시청각적 체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아이맥스(IMAX)와 돌비 애트모스 등 특별상영관을 중심으로 관객을 끌어모을 전망이다.
개봉을 앞두고 최근 빌뇌브 감독과 샬라메를 포함한 주연 배우들이 한국을 방문해 흥행 분위기를 띄웠다.
이날 오전 기준으로 '듄 2'의 예매율은 24.1%로, '파묘'(54.6%)의 뒤를 쫓고 있다. 개봉일이 다가올수록 예매율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듄 2'가 개봉할 경우 '파묘'와 맞붙는 구도가 되면서 어느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지만, 두 작품이 나란히 흥행하며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파묘'와 '듄 2'가 장르를 비롯해 여러 면에서 상이하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서울의 봄'이 지난해 말 극장가를 달궜지만, 올해 들어선 '외계+인' 2부가 흥행에 실패하고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한 '도그데이즈'와 '데드맨', '아가일'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 기간에도 좋은 성적을 낸 영화들은 있었다. 설 영화 중 하나인 '소풍'은 최근 손익분기점인 누적 관객 수 27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 개봉한 한국 극영화로는 손익분기점을 넘은 첫 사례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시민덕희'는 누적 관객 수가 168만1천여명으로 손익분기점(180만명)엔 못 미치지만, 최종적으로 손실을 내더라도 규모가 작아 IPTV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극장 외 매출로 만회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지난 1일 개봉한 '건국전쟁'은 누적 관객 수 80만명을 돌파해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흥행 중이다.
그러나 이들은 흥행의 파급력이 약해 침체한 극장가 분위기를 바꾸진 못했다. 극장가에서 '파묘'와 '듄 2'에 주목하는 이유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두 영화가 '쌍끌이 흥행'을 하면서 극장가 전체의 볼륨(관객 규모)을 키우는 구도가 되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