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홍철의 Concise (채권/FX)
■ Let-down effect, 고금리의 긴장이 이어지는 동안은 오히려 괜찮다
■ 2월 금통위는 물론, 1월 FOMC의사록도 유동성 면에서 비둘기적이라고 해석
■ 한국은행은 신흥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의 탈출 러쉬에 동참한 것
Let-down effect, 고금리의 긴장이 이어지는 동안은 오히려 괜찮다: 큰 프로젝트, 전쟁, 시험준비 등으로 극도의 긴장 상태에 있다가 한고비를 넘기면 맥이 풀리는 순간이 있다. 이때 사망자가 많다. 고생 끝에 낙이 아닌 치명적 후유증이 오는 현상은 의학적으로 ‘Let-Down Effect’로 알려져 있다. 경제도 사람과 같다. 과거 금리 인상 후 동결 → 인하로 전환되는 시기에 반복적인 Let-down effect가 나타난다[도표1]. ‘기준금리만 인하되면 모두 좋아질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역사는 반대로 흘러갔다. 왜일까? 금리인상의 긴장이 이어질 때 신체(≒경제)는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미래의 면역 자원(소비,고용,투자)을 현재로 당겨서 쓴다. 긴장 상황을 넘기면 사태는 일단락되었지만 거대한 생명 자원을 이미 쏟아부었기 때문에 몸은 불균형(경기 둔화)에 빠지고 약화된다. 따라서 현재처럼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있는 중에는 경제에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당분간 유지될 수 있다. 연준은 물가가 하락세를 재개하면서 실질금리의 부담이 높아지는 올해 중반경, 성은을 베풀듯이 늦장 부리며 금리를 인하할 것이다. 상식과 달리 경기 둔화(Let-down)의 가능성은 그때부터 높아짐을 역사로부터 기억해두자.
2월 금통위는 물론, 1월 FOMC의사록도 유동성 면에서 비둘기적이라고 해석된다: 우리는 1월 FOMC의사록과 2월 금통위는 모두 비둘기적이라고 평가한다. 의사록이 매파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발언은 이미 많았으므로 선반영되어 있다. 반대로 의사록에서는 3월 회의에서 QT속도 조절을 논의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그동안 우리가 지적해온 2Q24의 T-Bill 발행 감소와 맞닿아 있는 정책이다. 연준과 재무부의 긴밀한 협업으로 2Q24중에 연준의 완화적 정책이 시작될 것이다. 우연히도 2분기는 물가지표가 신규 렌트비를 뒤늦게 반영하면서 2차 하락세에 접어드는 시기일 것이다. 이는 실질기준금리를 인상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므로 금리인하 논의 역시 가속화되는 시기일 것이다. 우리가 추정하는 최소 지준규모는 $3조(현 $3.5조)이지만 명목GDP가 커진 만큼 오차가 크고 4월 소득세수, 2Q 재무부 발행 계획에 따라 변수가 많으니 꾸준히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QT속도가 조절되거나 QE가 실행된다면 기준금리도 같이 낮춰줘야 한다. 금리와 유동성중 하나만 통제하는 것은 정석적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2019년의 양적완화(not-QE) 사례에 비추어 판단할 때 향후 유동성 공급은 자산매입 방법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SRF(Standing Repo Facility)를 통한 유동성 공급은 하루짜리여서 지준부족에 대응하기에는 불충분했던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가 침체상태를 버티고 있다. 경제권은 다르지만 달러 본위제에서 하나의 금리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50℃ 열탕에서 지방층이 두터운 큰형님(미국)은 천천히 수비드로 익어가겠지만 꼬붕(子分)은 이미 피부에 화상을 입고 있다. 탈출은 지능순이다. 한국은행은 현명하게 탈출 러쉬에 동참했다[도표2]. 한미 금리격차에 따른 환율 걱정은 한은 총재의 의견대로 과하다[도표3,4]. 탈출이 늦을 유럽이 어떤 후유증을 얻을지가 세계경제의 1차 위험요소다. Let-down effect를 줄이기 위해 의사는 건강이 괜찮아 보이더라도 평소 스트레스를 관리해 줘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은 고금리를 한동안 유지한다고 한다. 50℃의 열탕을 견디는 신인류가 탄생한 것인지 두꺼운 지방층 때문에 온도를 자각 못하고 삶아지는 개구리가 되는 중인지 먼 미래에나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