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전략: ‘저P/B주’의 투자 타이밍 제시
3월 주식비중을 소폭확대로 제시한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수급적으로 긍정적이다. 이와 관련해 ‘엔화 강세’와 ‘금융상품’ 출시 등을 주목하고 있다. 업종에서는 ‘소비관련 경기민감주 (자동차, 금융)’를 주목하며, 엔화 약세 땐 ‘장기 성장업종 (우주/게임/AI)’에 주목한다
■ Summary
시장 전략: 코스피와 저P/B주의 투자 타이밍에 대해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초기 아이디어는 ‘수급적으로 긍정적’이란 것이며, 중기 아이디어는 ‘후속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초기인 지금은 외국인/내국인 수급에 촉각을 세운다.
외국인 수급은 ‘엔화’와 강한 연동성을 보인다. 엔화로 보면 2월 둘째 주부터 이미 코스피, 저P/B주 모멘텀이 꺾인 상황 (미국 고용/CPI 견조로 엔화 약세 전환)이다. 다만 엔화는 이미 약세 재료들을 반영하여 150엔 저항선에서 횡보 중이다. 향후 엔화에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FOMC이며, FOMC에 가장 중요한 것은 베이지북 (3/6)이다. 베이지북의 경기 평가에 따라 단기 엔화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판단한다.
내국인 수급은 금융상품 등에 주목한다. 과거에도 정부정책과 금융상품이 결합해 추가 유동성 유입이 유도된 적이 있다. 2019년 ‘소부장 펀드’, 2020년 후반 ‘K-뉴딜 펀드’ 등이 그것이다. 스타일 측면에선 여전히 ‘소비관련 경기민감주 (금융/자동차)’를 주목한다. 탑다운 사이클까지 고려하면, 다른 저P/B주에 비해 실적도 비교적 탄탄하게 받쳐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과거 코스피 P/B 밸류업 사례를 분석해봤다. 탑다운적인 결론은 코스피를 비롯한 신흥국 증시의 P/B 밸류업에는 ROE보다 오히려 글로벌 유동성 흐름이 더 중요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동성 효과를 너무 경시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 KB증권 주식 Strategist 이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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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와 저P/B주의 투자 타이밍에 대해서
엔화는 알고 있다
KB증권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핵심 아이디어는 두 가지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핵심 아이디어는 ‘초기와 중기’로 나눌 수 있다.
‘초기 아이디어’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수급적으로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밸류업 프로그램’이 한국증시를 정말 ‘밸류업’시킬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정책 초기엔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정책이든 초기에 많은 이들의 냉소적인 시선을 받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수순이다. 과거 ‘소부장 산업 육성정책 (2019년)’이나 ‘K-뉴딜 (2020년)’에도 그런 시선이 있었고, 심지어 일본 내에서도 아베노믹스, 일본판 밸류업 정책 등에 대한 초기 시선은 좋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수급적인 긍정적’ 측면은 부정하기 어려우며, 그 영향의 크기도 생각보다 작지 않다.
‘중기 아이디어’는 “추가 후속정책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2/14,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하인환). 시장에서는 정책이 정말 효과를 발휘해 ‘펀더멘탈 측면의 근본적 변화’가 있을지가 논란인데, 이런 펀더멘탈의 변화 여부는, 단 한 번의 초기 정책이 아니라 이후 추가될 “후속정책”이 중요하다. 일본에서도 거의 20차에 이르는 후속조치가 이뤄졌고, 이중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가 나왔을 때 ‘저P/B주’가 랠리를 재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 중 "증권”
자동차 중 "완성차" 강세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수급은 두 가지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는데, 바로 외국인과 내국인이다. ① 외국인 수급은 ‘엔화’의 움직임을 주목하며, ② 내국인 수급은 ‘투자상품’ 출시를 주목하고 있다.
그 중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더 영향력이 큰 “외국인 수급”을 먼저 살펴보자.
외국인 수급은 ‘엔화’가 가장 중요하다 (1/31, 2월 전략, 2/8, 이그전-오늘 주가를 미리 알 수 있는 방법).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의 자금 흐름은 신규 유입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기존 중국/홍콩에 투자했던 자금들이 움직이며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서 빠져나온 거대 자금을 다른 아시아 국가로 배분 (혹은 ‘중국 숏 – 다른 아시아 롱’)하는 흐름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외국인들이 단순히 “밸류업 프로그램”의 영향을 과신해서 들어오는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밸류업 때문에 들어왔다면, 외국인 수급은 단기적 영향으로만 봐야 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중국에서 빠져나온 대규모 자금을 아시아 어디엔가 찔러 넣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밸류업 프로그램’이 여기에 자금 유입의 트리거가 되는 상황이라면 단기에 끝날 리 없다. 오히려 중국으로 본격적으로 자금이 유입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트리거가 된 외국인 자금 유입은 단기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외국인 자금은 ‘저P/B주’ 위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한다
올해 (2024년)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 10.6조원 순매수
1/17 이후 외국인은 저P/B주 5.2조원 순매수
중요한 것은 외국인 자금이 중국 이외의 지역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그 판단의 기준이 “엔화”가 된다는 점이다. “엔화”는 모든 것을 가르는 중심에 서있다.
‘2월 전략 (1/31)’에서 “엔화”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자세히 서술했다. 여기서는 간단히 요약하고 넘어가겠다. 최근 일본증시가 강한 것은 맞지만, 자세히 보면 5~6월과 1~2월에만 강한 랠리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 두 번의 시기는 한국증시가 크게 언더퍼폼 했던 시기와 일치한다. 왜 이 시기엔 이런 이상한 반응이 반복되었을까? 이 두 시기의 공통점은 연준의 완화 기대감이 되돌려지면서 달러 강세/엔화 약세가 나타났던 시기였다는 점이다.
이는 엔화 약세 시기와 일치
일본 엔화의 상대적 약세는 5~6월, 1~2월에 두드러지던 현상
“엔화 약세”가 ‘한국 언더퍼폼+일본 아웃퍼폼’을 만든다면, “엔화 강세”는 반대 상황을 만든다. 실제로 11~12월 한국증시의 강력한 랠리는 ‘엔화 강세’에 기반한다. 연준의 깜짝 금리인하 발언은 달러 약세를 야기했고, 이는 한국증시에 외국인 자금 유입을 불렀다.
여기까지가 ‘2월 전략’에서 서술했던 내용이다. 그렇다면 그날 (1/31, 2월 전략 발간) 이후 ‘엔화’는 ‘한국/일본증시+저P/B주’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한국증시+저P/B주 랠리’는 시끄러웠던 뉴스와는 달리, 이미 2월 둘째 주부터 힘이 약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는데, 2월 초에 이미 엔화 약세 재료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2월 2일에 발표된 미국 고용은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달러는 약세에서 강세로 전환했다. 여기에 13일엔 CPI가 예상치를 상회했다. 일본에선 엔화 약세 재료가 나왔는데, 15일 발표된 일본 4분기 GDP는 예상 (+0.2%)보다 부진한 -0.1%를 기록하면서 4월 BOJ 회의에서 긴축 전환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되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증시와 저P/B주의 랠리는 멈췄고, 반대로 엔화 약세에 힘을 입은 일본증시는 2월 22일에 역사적 신고가를 돌파했다.
엔화 약세는 ‘코스피 & 저P/B주’ 불리
‘일본 long – 한국 short’ 전략 가능
엔화의 전개 방향에 대해서 #1: 달러 강세 여부 전망
그렇다면 향후 엔화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엔화의 방향을 보기 위해서는 달러와 엔화를 동시에 살펴봐야 한다. 먼저 달러를 살펴보자.
당분간 달러를 크게 흔들 이벤트는 없다. 주요 지표로는 ‘ISM제조업지수 (3/1), 미국 고용 (3/8)’ 등이 발표를 앞두고 있다. 시장은 비교적 강한 지표가 발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SM제조업지수를 먼저 전망해보자. 당장 2월 지표가 예상보다 좋을지는 알기 어렵지만, 항후 ISM제조업지수의 반등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왜냐하면 버티던 제조업 기업들이 리스탁킹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1월 ISM제조업지수는 ‘리스탁킹 사이클’이 시작될 조짐을 보여줬다. 1월 미국 ISM제조업 지수는 49.1% (전월 47.1%, 예상 47%)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을 상회했을 뿐만 아니라, 세부 내용도 매우 좋았다.
1) 신규주문 지수, 16개월 만에 50을 넘다: 신규주문 지수 (52.5%)가 기준선 50%를 상회한 건 2022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수출주문 지수가 45.2%로 전월 49.9%에 비해 큰 폭 하락한 걸 보면, 해외 수요는 약해지고 있지만 미국 내 수요가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2) 고객재고, 더 크게 줄어들다: 고객재고 지수가 43.7%로 전월 대비 4.4%p 하락했다. 이 지수가 지난 27년 평균치 44.7%를 하회한 건 202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전방 고객 수요가 강해서 재고를 소진하는 속도가 재고를 쌓는 속도보다 빨랐다는 의미이다. 생산 지수가 50.4%로 전월 49.9%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걸 보면, 아직 주문 증가에 발맞춰서 생산을 빠르게 늘리지는 않고 있다. 수요 증가에 확신이 강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재고가 부족한 고객들이 재고를 쌓기 위해 신규주문을 늘리기 시작한 이 흐름이 지속되면, 제조기업들도 생산을 늘리면서 반응하기 시작할 것이다.
3) 재고 대비로는 이미 대규모 신규주문을 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재고 대비 신규주문은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구매자들이 비관적인 경기 판단 때문에 재고를 매우 타이트하게 가져가면서 꾸역꾸역 필요한 수량만 주문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재고관리를 계속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리스탁킹 수요를 끌어당길 수밖에 없다. 이미 수요 증가에 조금씩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재고 지수는 46.2%로 전월에 비해 2.3%p 상승했다.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원자재와 중간재 재고를 비축하며 생산을 늘릴 채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2/2, Global Insights, 김일혁)
미국에서는 설비투자에 대한 대규모 정부 지원금 집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자국 내에 반도체 및 핵심 첨단설비를 늘리고 산업을 부흥시키는 정책을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가 대선 전 성과를 가시화하려는 듯하다. 19일에는 상무부가 글로벌 파운드리스에 보조금 15억 달러, 연방대출 16억 달러를 지원할 것을 발표했는데, 이렇게 대규모의 보조금이 구체화된 것은 처음이다. 상무부 장관은 3~5월 사이에 반도체 보조금 대상 기업을 추가로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현지에서는 인텔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수십억 달러 이상의 지원금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외에서도 설비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지원책은 추가로 발표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TSMC의 구마모토 공장이 24일 준공 (4,760억 엔 보조금 수령)되는 데에 이어 구마모토 제2공장 신규 건설에 대해 7,300억엔의 추가 지원을 확정했다. 이외에도 라피더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등의 설비투자에 각각 수천억 엔의 지원이 이미 결정된 바 있다. 태국에서는 21일 EV 배터리 생산 기업에 대한 현금 인센티브로 공장 건설 비용의 30~50%를 보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설비투자 추세가 완만하게 지속되는 가운데, 여러 국가들에서 지원책들이 구체화되면서 투자 집행이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2/26, KB Macro, 권희진)
재고축적 사이클이 시작되면, ‘달러 약세 & 제조업 국가 강세’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ISM제조업지수가 반등하는 시기에는 대체로 달러 인덱스가 하락한다 (달러 약세). 달러 약세는 신흥시장에 긍정적이다. 중국과 한국처럼 최근에 주가 하락세가 두드러졌던 시장에 ISM제조업지수의 반등 기대는 좋은 소식이다 (2/2, Global Insights, 김일혁).
미국 고용지표도 대체로 강한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올해 실업률이 완만히 상승할 것이라는 시장 컨센서스와는 달리, 올해 중반 이후 실업률은 오히려 소폭 하락 (완만한 고용 회복)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기확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년 대비 GDP 성장률은 실업률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경기가 좋아지면, 고용이 좋아지고, 고용이 좋아지면 인플레 압력이 올라오기 마련이다. 따라서 GDP 성장률과 실업률은 약 3분기 차이가 난다. 따라서 올해 중반부터는 오히려 고용이 좋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매우 특이한 전망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이미 일부 고용 선행지표들은 이미 반등을 시작한 상태이다. ‘임시 서비스 신규고용’이 플러스 전환 후엔 대부분 시차를 두고 고용이 회복되었다. 비교적 신뢰도가 높다고 여기는 컨퍼런스보드 ETI (Employment Trend Index)도 소폭이긴 하지만, 두 달째 반등하고 있다.
3월 초와는 달리, 중순부터는 ‘엔화’의 변동성을 증폭시킬 이슈들이 줄지어 있다. ‘베이지북 (3/6), 미국 물가 (3/12), 일본 임금 협상 (3/15), FOMC (3/20)’ 등이 그것이다.
특히 3월 FOMC는 ‘점도표와 경제전망’이 함께 발표되는 매우 중요한 이벤트이다. 최근 금리인하 기대감이 크게 낮아져서, FOMC 점도표에서 나타난 것과 유사한 수준까지 축소되었다. 과도하게 금리인하를 점치던 시장의 눈높이가 이제 맞춰진 것이다. 그렇다면 FOMC는 낮춰진 눈높이를 충족시킬 것인가? 아니면 금리인하 기대감을 더 꺾을 것인가?
6월 금리인하 확률은 53.8%까지 낮아졌고,
올해 금리인하 전망도 3차례로 조정됨
12월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75bp (3차례) 금리인하 예고
FOMC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1) FOMC 전망치와 실제치의 비교 (hard data), 2) 3월 베이지북 (3/6, soft data)이 그것이다.
1) 최근 경제지표 흐름과 12월 FOMC에서 연준의 경제 전망치를 비교해보자. 대체로 물가는 연준 계획 (PCE물가 2.4%)대로 향해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1월 CPI가 예상보다 높긴 했지만, 주거비 등이 일시적으로 높게 나온 것 등을 고려하면, 대체로 2% 중반을 향해 물가가 하락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용과 GDP 성장률은 연준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예상하는 실업률은 4.1%인데, 1월 실업률은 3.7%이다. 게다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연말까지 실업률은 높아질 가능성보단 오히려 소폭 낮아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 GDP 성장률은 1.4%를 예상하고 있는데, 일단 1분기 GDPNow (3.2%)를 봤을 때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게다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리스탁킹 사이클이 나타나면, GDP 성장률이 향후 더 낮아질 거라 생각하긴 어렵다.
결론적으로 물가를 제외한 hard data들은 ‘비관적인 연준의 전망’보다는 낙관적인 수치가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연준 완화정책을 막는 요인들이다.
2.4%를 터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
GDP성장률은 특별한 크레딧 쇼크가 없는한, 연준의 올해 전망 1.4%보단 높을 것으로 보임
하지만 hard data만 보고 금리인하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가지긴 이르다. 왜냐하면 연준의 일부 인사들은 hard data보다 soft data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금리인하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월도 2월 FOMC 기자회견에서 soft data에 대한 발언을 한 바 있다.
‘2월 전망’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그 중심에는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가 있다. 그는 1월 18일 필라델피아 연은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soft data가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지역 정보원으로부터 수집한 일화적인 (anecdotal) 정보, 즉 ‘소프트 데이터’가 정책 입안자들이 통화 정책을 수립할 때 여전히 중요한 지침이 된다”
그리고 소프트 데이터가 왜 더 우월한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소프트 데이터’는 경제 지표에서 보이는 현상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참 뒤까지 숫자로는 나타나지 않을 새로운 이슈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 말이 내포한 뜻은 이렇다. 하드 데이터들은 사실 저번 달 혹은 저저번 달의 과거 수치가 발표되는 것이다. 과거 수치는 미래를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프트 데이터는 더 먼 미래에 아직 실현되지 않은 경제상황까지 말해준다는 것이다.
분명 이것은 틀린 것이다. 소프트 데이터는 미래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화폐환상’에 빠진 채로 3년째 ‘경기침체’를 소리치고 있다. 반면 주가를 비롯한 현실 경제는 하드 데이터를 따라 1년 이상 확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FOMC 결정은 ‘(케인즈가 말한) 미인대회’와 같다.내 생각보단 그들의 생각이 훨씬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그들이 말하는 소프트 데이터가 무엇인지 분석해보자.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가 말하는 “지역 정보원으로부터 수집한 일화적인 (anecdotal) 정보, 즉 ‘소프트 데이터’”란 바로 ‘베이지북’을 말한다. 베이지북은 현재 경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중 ‘11월 베이지북 (11/29)’이 가장 중요했다. 이 보고서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Economic activity slowed”. 연준은 ‘slow’와 같이 직접적이고 강한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며, ‘slow’란 표현은 2008년 이후로 처음 등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보고서가 발간된 직후 열린 12월 FOMC (12/13)에선 파월이 사실상 금리인하를 선언했다. 아마도 ‘12개 지역연은의 소프트 데이터 (베이지북)’가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베이지북 (1/17)’의 경기판단은 지난달과 ‘little or no change’이다. 2월 FOMC는 강력한 경제지표에 비하면, 파월 발언은 중립적이었다).
따라서 이번에도 3월 6일에 발표될 베이지북에 주목해야 한다. 만약 경제상황을 계속 ‘slow (no change)’라고 판단하면, 3월 FOMC는 이전과 유사한 수준의 발언 (금리인하는 하되, 서두르진 않겠다)이 나올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베이지북에서 경기가 강해졌다고 판단한다면, 3월 FOMC도 상당히 매파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때는 엔화약세가 심화되며 한국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미국 국채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국채금리는 엔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엔화의 전개 방향에 대해서 #2: 일본 임금협상과 BoJ의 마이너스 금리 전환
연준의 통화정책이 달러를 결정한다면, 3~4월에는 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종료 여부가 ‘엔화’를 움직일 것이다.
지난 1월, 일본은행 (이하 BoJ)은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운용 및 포워드 가이던스’는 기존 스탠스를 유지하였으나 통화정책의 방향성의 톤은 이전에 비해 다소 바뀌었다. BoJ는 ‘경제전망 보고서’에 “서비스 물가가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으며, 물가 전망의 실현 가능성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다만 2월 15일 일본 4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 (+0.2%)보다 낮게 (-0.1%) 나오면서, 상반기 내 BoJ의 통화정책 변경 (긴축)에 대한 의구심을 높였다.
다만 우에다 총재는 일본 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 등 통화정책 정상화를 여러 차례 암시한 바 있다. 우에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마이너스 GDP 갭과 실질임금 감소세가 정책 수정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발언했다.
결론적으로 시장은 마이너스 금리의 종료와 GDP 부진에 따른 의구심 양쪽을 모두 어느 정도 선반영한 상태이다. 로이터 서베이 (2/15~20)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3%가 ‘4월 BoJ 회의’에서의 마이너스 금리 종료를 예상했다. 또한 GDP 발표 이후 엔달러는 박스권 상단인 152엔 수준까지 상승한 뒤 횡보 중이다.
따라서 마이너스 금리 해제의 강도를 보기 위해서는 3월 발표될 춘투 (일본 대기업 임금 협상) 1차 결과가 중요하다 (KB FX 전략, 2/23, 오재영).
서프라이즈/쇼크 없이 시장 예상 정도로 나온다면,
상반기 중엔 140~150엔 박스권 플레이 가능
다수 대기업들이 임금인상폭 확대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전문가들의 2024년 춘투 임금인상률 전망치는 평균 3.85%로 `23년 수준 (3.58%)을 상회하고 있다 (JCER). 이는 30년래 최대 상승폭이다. 다만 BOJ 통화정책 전환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려면, ‘3%후반~4%’을 넘는지가 중요하다 (JCER).
1) 임금인상 중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 상승 (1.5~1.6%p)’을 제거한 ‘기본급 인상분’이 CPI (2% 초반)보다 높아야 한다. ‘명목’ 임금 상승률이 3.8% 이상이어야 한단 의미이다
2) 일본정부 목표인 '임금과 물가 간 선순환'을 활성화한다는 관점을 추가해야 한다. 일본의 2024년 명목 GDI 성장률은 2.6%로 예상되는데, 국민소득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유지되려면 ‘명목임금’도 2.6% 이상 증가해야 한다. 여기에 앞선 ‘연공서열 임금 상승분 (1.5~1.6%p)를 감안하면, 춘투에서 ‘4.1~4.2%’ 이상의 임금인상이 달성되는 것이 좋다.
향후 춘투 임금상승 결과에 따라 BOJ의 통화정책 정상화 정도는 '제로금리로 변경 → 수익률곡선 컨트롤 (YCC) 폐기 → 금리인상 → 자산매입 축소' 순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KB증권은 연말 135~140엔 내외로 하락, 통화정책 변경 지연 시에는 140엔 초반을 예상한다 (2/23, KB FX 전략, 오재영).
춘투 임금협상 결과가 ‘4%에서 얼마나 머냐’ 에 따라
달러/엔의 추가 상승 또는 하락 여부 갈릴 것
내국인 수급: 금융상품 출시 여부 등을 주목
내국인 수급에 대해서는 1) 금융상품 출시와 2) 후속 보완 정책 출시 등을 주목한다.
과거에도 정부가 정책을 발표한 뒤, 금융시장에서 관련 금융상품을 출시하면서 추가적인 자금유입이 나타나며 성공적인 증시 퍼포먼스를 실현한 경험들이 있다.
2019년의 경우 일본 수출규제 (화이트 리스트)에 맞서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기업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고, 이후 관련 금융상품들이 출시되며 또 한 번의 자금 유입을 불렀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관련 펀드에 가입하며, 간접적으로 자금 유입을 자극하는 역할을 했다.
2020년엔 ‘K-뉴딜 (한국판 뉴딜)’ 정책이 추진되었다. 당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양축으로 관련된 다양한 정책들과 금융상품을 발표했다. 특히 ‘K-뉴딜 지수’를 발표하면서, 관련 ETF들이 대거 상장되며 증시에 자금 유입을 만들었다.
당시 자금은 단지 민간에서만 들어온 것이 아니라, 정부와 연기금, 그리고 주요 금융사들의 자금도 함께 유입되는 모습을 보였다.
주목하는 업종: 소비 관련 경기민감주
‘2월 전략’에서 탑다운 측면에서 주목하는 업종을 꼽은 바 있다. ‘탑 다운 사이클 + 저P/B’ 컨셉을 함께 생각했을 때, 현재 매크로 상황에서는 ‘소비 관련 경기민감주’가 가장 나은 선택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소비 관련 경기민감주’에 포함되는 대표적인 업종은 ‘자동차, 금융 (은행/보험/증권)’이다. 탑다운 측면에서 KB증권이 가장 선호하는 저P/B업종이다.
2월 Model Portfolio에서는 자동차와 보험을 비중확대로 제시했는데, 당시 보험이 가장 수급적으로 소외되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보험 이외의 금융 업종도 기본적으로 동일하게 선호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증권주’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시각이 많았다. ‘총선 이후 PF 문제 루머’와 ‘부실 PF 관련 브릿지론’ 등에 대한 우려가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부실 PF 문제는 심각한 상태이며, 해결되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총선 이후에 대규모로 불거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크레딧 문제가 있는 것’과 ‘그것이 터지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두 가지 요소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1) 경기사이클이 상승할 땐 크레딧 문제가 대규모로 확대되는 경우는 드물며, 대부분 당국의 대응이 잘 먹혀 든다. 따라서 오히려 지나친 우려로 가격 왜곡이 생길 경우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반면 문제는 경기 하강 때 나타난다. 경기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면, 그땐 정부의 어떤 정책도 백약이 무효하다.
예를 들어,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2007년엔 문제가 없다가 2008년에 갑자기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그 이전에도 문제는 심각했고 시장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경기사이클이 좋았기 때문에 버틴 것이다. 하지만 2008년 경기사이클이 꺾이면서 크레딧도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PF 문제는 올해보단 내년에 크게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2) 불황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디플레형 불황’과 ‘인플레형 불황’이다.
① 디플레형 불황은 ‘한꺼번에 죽는 불황’이다. 풀렸던 레버리지가 일시에 되감기면서 문제가 있던 크레딧 상품들이 연쇄적으로 파산한다. 최근 불황은 모두 ‘디플레형 불황’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불황이라고 말하는 것은 ‘디플레형 불황’이다.
② 인플레형 불황은 ‘서서히 죽어가는 불황’이다. 화폐환상 때문에 처음엔 자기가 죽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깨닫게 된다. 따라서 인플레형 불황에선 첫 불황엔 10%만 죽지만, 다음 불황엔 40%, 70%, 100%... 이런 식으로 장기에 걸쳐 서서히 확대되며 죽어간다. 인플레형 불황은 50여년 동안 나타난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 매우 생소하다. 따라서 크레딧 문제가 생기면 ‘디플레형 불황’ 때처럼 한방에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과매도 현상이 나타나지만, 화폐환상이 존재하는 인플레 초기에는 오히려 이것이 저가 매수 기회가 된다. 대표적 사례가 ‘레고랜드 사태’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과 같이 경기확장 인플레 불황 초기엔 크레딧 문제가 발생해도 심각하게 확대될 가능성이 없다. 따라서 오히려 크레딧 문제가 생기면 2~3 주 내에 증권주를 매수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오히려 PF 문제는 올해보단 내년에 심각하게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인플레형 불황: 서서히 죽는 불황 (10~15년)
주간 구글검색량 하락 확인 직후
증권주 (금융주) 매수 전략 추천
결론:
① 엔화강세 땐 ‘코스피+저P/B주’에 투자
② 엔화약세 땐 ‘우주/게임/삼성투자 (AI/바이오 등)’에 투자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여전히 수급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물론 배당 분리과세나 상법 개정, 이행 강제 규정 등에 대해서는 아쉬운 측면이 있었으나, 추후 정책을 여전히 지켜볼 필요는 있다. 물론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정책 등은 실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 미리 겁먹고 정책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뿐만 아니라, 수급이라는 것이 사실 P/B 밸류업에는 가장 핵심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론적으론 주주환원 확대 등으로 ROE가 높아져야 P/B가 높아진다고 하나, 현실적으론 반드시 그렇진 않다. 물론 업종 내 스탁 픽킹에서 ROE가 높은 종목이 P/B가 높은 것은 맞지만, 업종과 업종 간의 비교, 그리고 국가와 국가 간의 비교로 확대할수록 ROE와 P/B의 상관성이 낮아진다.
한국증시도 마찬가지인데, 2000년 이후 유일한 P/B 밸류업 시기였던 2004~2007년 코스피 ROE는 오히려 15.7%에서 12.2%까지 하락했다. 주된 이유는 달러약세에 따라 IT와 자동차 같은 선진국 관련주들의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ROE만 믿었다면 1990년 이후 30년래 유일한 상승장인 2004~2007년을 놓치게 된다.
이 시기에 P/B 밸류업을 이끈 것은 ‘유동성’이었다. 한국증시 두 번의 P/B 밸류업 시기는 두 번의 달러 약세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달러 약세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자금이 유입되었고, 여기에 힘입어 풍부해진 내부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 (2004~2007년 펀드붐)되면서 P/B를 끌어올린 것이다. 그리고 신흥국으로 유입된 풍부한 자금은 다시 신흥국의 내수산업 (소비/투자)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발휘했다. 참고로 1986~89년 랠리와 2004~2007년 랠리는 모두 내수주가 이끌었는데, 전자는 내수소비 관련주인 트로이카 주식 (금융, 건설, 상사)이 이끌었고, 후자는 중국 내수 투자 확대 관련주인 중후장대 산업 (소재, 산업재)이 이끌었다.
따라서 유동성의 흐름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엔화를 중심으로 전략을 짤 수 있는데, 엔화강세 땐 ‘코스피+저P/B주’에 투자하고, 엔화약세 땐 KB증권의 장기 탑픽 업종인 ‘우주/ 게임/삼성투자 (AI/바이오 등)’에 교차 투자하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