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가격 5만 달러 이상 예상
자체 훈련 로봇도 깜짝 공개
“(지금까지 최고급 AI칩으로 여겨졌던)호퍼는 환상적이었지만, 그걸론 부족해요. 우리는 더 커다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합니다.”
18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 행사에서 키노트 연설을 위해 무대에 오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회사의 차세대 AI반도체인 ‘B(블랙웰·Blackwell)100′을 손에 들어 올리며 이렇게 말하자, 2만여석의 관중석에선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반도체 업계에선 “AI훈련에 가장 적합한 반도체로 꼽히는 H100은 수요가 폭발하며 개당 2만 5000~4만 달러에 거래되는데, B100의 가격은 5만 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젠슨 황은 “(블랙웰 시리즈가)한 수천만 달러는 할 것”이라고 농담을 하며 고가품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18일(현지 시각)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4'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차세대 AI 반도체를 선보이고 있다./AFP 연합뉴스
블랙웰은 2022년 공개된 엔비디아의 ‘호퍼’ 아키텍처(프로세서 작동방식)를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이 시리즈의 가장 기본적인 제품인 B100은 전작 H(호퍼)100에 비해 데이터 연산 속도가 2.5배 빨라졌다. B100이 2080억개의 트랜지스터로 구성돼, 기존 H100(800억개)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기술상 이렇게 많은 트랜지스터를 한 칩에 다 넣을 수는 없어, B100은 내부적으로 두개의 GPU를 연결해 하나의 칩처럼 작동하게 하는 방식을 취했다.
젠슨 황은 “블랙웰은 모든 산업에서 AI를 구현시키며, 우리 회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모든 영역에서 AI로의 전환이 이뤄지는 가운데, ‘사재기’현상까지 나타났던 H100 못지 않게 B100에 대한 수요도 폭발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이날 키노트에서 생성형AI인 GPT모델을 훈련하는데 각각 다른 GPU를 사용했을 때 쓰이는 시간을 비교해보이기도 했다. H100을 사용할 경우 GPT 훈련에는 8000개의 GPU를 써서 90일이 필요했지만, B100의 경우엔 같은 기간에 단 2000개의 GPU만 필요하다. 전력 소모도 H100은 15MW(메가와츠)에 달하지만, B100은 4MW로 크게 줄었다.
엔비디아는 AI시대의 대규모 연산을 위해 블랙웰칩을 겹겹히 쌓은 하나의 ‘수퍼컴퓨터’ 형태로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블랙웰 GPU 2개에 자체 중앙처리장치(CPU)를 포함한 ‘GB200′을 하나의 ‘수퍼칩’으로 보고, 이를 36개 쌓고 데이터 전송 속도 등을 최적화한 하나의 시스템으로 내놓겠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단순 GPU로 비교했을때보다 시스템 최적화를 했을 때 연산 속도 등 모든 성능이 전작 대비 월등히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미 AI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AMD 등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늘리고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날 젠슨 황은 글로벌 클라우드 3대 업체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클라우드에 블렉웰 AI칩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8일(현지 시각)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4에서 깜짝 등장한 로봇 '오렌지'./AFP 연합뉴스
2시간 넘게 이어진 기조연설 말미에는 엔비디아가 직접 훈련시킨 로봇 ‘오렌지’와 ‘그레이’가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로봇 훈련을 가능케하는 플랫폼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 그루트(GR00T)’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블랙웰이 탑재된 로봇용 시스템온칩 ‘토르’를 공개하기도 했다. 엔비디아가 갖춘 반도체 및 플랫폼 역량을 총집합해 로봇 제조를 돕겠다는 것이다. 젠슨 황은 “여러분은 엔비디아의 영혼(soul)을 보고 계십니다”라고 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AI의 종점은 로봇이고, 엔비디아의 역량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것도 로봇”이라며 “로봇 제조를 강조하는 것은 엔비디아가 단순 반도체 업체가 아닌 ‘AI종합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