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보다는 사회 의제에 더 집중하는 양당. 주요한 경제 정책들 모두 선거 결과에 큰 영향 없을 전망
— 미국 대선이 시장에 큰 변수가 되지 않고 있는 이유. 11월 선거까지 224일을 남겨두고 있음. 그러나 시간상 거리가 있어서 영향이 적기도 하지만, 이번 선거는 경제와 크게 상관없는 사회 의제들이 더 부각되고 있음. 공화당이 경제를 공략하기에는 경제가 크게 나쁘지 않고, 민주당이 경제에 집중하더라도 경제를 잘 관리했다는 것이지 정책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건 아님
— 1) 반도체 전략. 미국 정부는 한국-대만-일본과 반도체 동맹 (Chip 4 Alliance)을 맺고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고 있음. 이런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은 대선 결과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 반도체가 단순히 산업뿐만 아니라 안보에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미국 정치권이 공유하고 있고, 의회에서도 반도체법 (Chip Act)을 통과시키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 의회 권력이 재편된다고 해도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고, 반도체 생산기지가 되기 위해 미국 기업(인텔, 마이크론)을 지원하면서 해외 기업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투자를 독려하는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
— 2) 조세 정책.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한다고 해도, 바이든 대통령이 추구하는 증세 정책을 입법하는 건 의회의 몫. 그리고 의회 양원 모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높지 않음. 상원은 공화당이 50석을 사실상 확보한 것으로 보이고, 경합 선거구에서 모두 승리하면 3석을 더 확보할 가능성도 있음. 현재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도 공화당은 이미 204~216석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 어떤 예측을 보더라도 경합 선거구를 제외하고 양당이 하원에서 확보했다고 평가되는 의석 수 차이는 미미하지만,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6곳 중에서 5곳에서 공화당이 확보했다고 보는 의석 수가 많음. 따라서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확보하면서 증세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음.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양원 모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음. 양원 모두 공화당이 주도권을 쥔다고 해도, 재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대규모 추가 감세가 시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음. 공화당이 양원 다수당이 되거나 현재와 같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양당이 나누어 가진다면, 2017년에 공화당이 단독 처리했고 내년 말에 여러 항목들의 기한이 도래하는 대규모 감세 법안 (Tax Cuts and Jobs Act, TCJA)은 큰 수정 없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음 (법인세율은 기한과 상관없음). TCJA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의 연장안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 최근 TCJA에 대한 심층 평가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달 초 NBER에 게재된 논문을 보면, 투자에 지출한 금액을 법인세에서 바로 공제해주는 정책의 효과가 가장 뚜렷한 것으로 나타남. 그런데 이 법안은 양당 합의 하에 1월에 하원을 통과한 바 있음. 아직 상원을 통과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이 추구하는 아동수당 세액공제를 확대안을 담고 있고 백악관의 지지를 받고 있음. 따라서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탈환하더라도, 이 법안이 연장되면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 3) 친환경 정책.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친환경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음. 대규모 피해를 만든 이상 기후 현상에 사람들이 익숙해지고 피해 지역에 대규모 재정 지원도 시행되면서, 유권자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이전에 비해 덜 느끼고 있음. 그리고 재생에너지나 전기차 등과 같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대책에 지원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지출하는 걸 많은 사람들이 못마땅해하고 있음. 따라서 민주당도 친환경 정책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임신중지 (낙태)처럼 진보 진영의 결집을 이끌어내는 의제에 집중. 친환경 정책의 수혜가 예상됐던 재생에너지나 전기차 주식에 대한 기대는 정부 정책보다 스스로 약해진 게 사실.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업종 내 경쟁이 심화되면서 바이든 정부 초기에 고점을 형성했던 관련 기업의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음. 전기차도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혹한기에 자동차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걸 경험한 이후에 기대가 스스로 꺾인 게 사실
- KB증권 크로스에셋/해외주식 Strategist 김일혁, CFA, FR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