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인공지능(AI) 붐이 불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계의 인력 쟁탈전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부 회사는 AI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들여 팀 전체 영입도 불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들이 AI 인재 영입을 위해 연간 백만 달러 보상 패키지를 제안하는 등 서로 경쟁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그간 기업들은 AI 인재 영입을 위해 연봉과 특전을 제공해 왔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AI 전문인력이 제안받는 보상 수준이 업계 관행을 뛰어넘었다고 WSJ은 설명했다.
AI 세부 기술마다 인재풀 편차가 심해 몸값을 전반적으로 띄우는데 일조하는데, 공급이 적은 직종일수록 몸값이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데이터관리 스타트업인 데이터브릭스(Databricks)의 나빈 라오 생성형 AI 책임자는 WSJ에 “우리가 구하려는 인재들이 한 쪽에서는 넘쳐나고 다른 쪽에서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처음부터 훈련했거나 환각(AI 오작동)과 같은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는 고작 몇백 명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 때문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분야의 AI 전문가 연봉은 고공행진 중이다. 최상급 인력은 100만 달러(약 13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있으며 사실 부르는 게 값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구직 제안에 응한 후보자 6명의 평균 급여는 기본급에 보너스를 더해 92만5000달러였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컨설팅회사 WTW가 업계 종사자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4월부터 2023년 4월까지 1년간 AI와 머신러닝 부문에 대한 기본급 인상 폭은 13~19%였고, 관련 관리직의 급여 인상률도 5~11%에 달했다.
일부 기업은 AI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그 사람이 속한 팀 전체를 영입하겠다는 제안도 내놓고 있다. 아울러 AI 개발자 뿐만 아니라 AI 영업사원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고 WSJ는 전했다. 상황이 빠르게 변하는 기술 전환 초기에 서비스와 제품을 판매하려면 해당 기술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I 선호 현상이 이어지자, 새 직장을 원하는 이들은 이력서에 AI 관련 경력을 추가하려고 노력 중이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와튼스쿨은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AI관련 임원 교육 프로그램을 1만2000달러(약 1600만원)에 개설했는데, 모집 정원 50명이 순식간에 마감됐다. 메타를 그만둔 뒤 컨설팅 분야에서 일하는 알렉시스 루커트는 WSJ에 “AI 관련 지식이 있어야 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기술 분야 종사 친구들이 인지하고 있다”며 “이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우려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