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샘 (주식전략)
■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이 오일쇼크를 일으킬지에 대한 우려가 존재
■ 다만 1차 및 2차 오일쇼크는 사전적인 유동성 확대가 있었다는 것 유념
■ 이번 분쟁은 사전적 유동성 확대 부재로 인플레 재유발 확률 높지 않아
뉴스를 봤던 이들은 모두 느꼈을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분쟁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유가가 치솟는 오일쇼크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자아낸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부활할 수 있다는 걱정이 뇌리를 스친다. 다만 지난날 오일쇼크에 의하여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사건들 모두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산유국의 정세가 악화하여 유가가 급등하기 전에 사전적인 유동성 확대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지금을 달리 봐야 할 부분이다.
✓ 1차 오일쇼크: 1973년 10월 사우디를 필두로 하는 아랍 석유 수출 회원국들이 석유 금수 조치를 선언했다. 그 대상은 욤키푸르 전쟁 동안 이스라엘을 지원했던 국가들이었다. 이에는 캐나다, 일본, 네덜란드, 영국, 미국, 포르투갈, 로디지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이 포함됐다. 유가는 석유 금수조치가 끝나는 1974년 3월까지 300% 상승했다. 이때 살펴봐야 할 점은 사적전인 유동성 확대다. 미국은 베트남 참전(1962.2.8 ~ 1973.3.29) 과정에서 군비 관련 재정지출을 확대했다. 또한 미국 연준은 경기 안정을 위하여 1970년부터 1972년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실시했다. 1차 오일쇼크 발생 직전에 수년간 상당한 유동성 공급이 이뤄졌던 것이다. 이 같은 유동성이 유가의 초과 상승과 더불어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 2차 오일쇼크: 1979년에는 이란 혁명으로 팔라비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가지는 정치 체제가 수립됐다. 석유의 수급 교란은 두 가지 사건에 의하여 나타났다. 먼저 1978년 연말부터 이란 혁명이 고조되자 파업이 발생하며 이란 내 석유 생산량이 기존 대비 1/3로 줄었다. 다음으로 1980년 9월 이라크가 혁명 정권의 타도를 목적으로 이란을 침공하며 석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유가는 250% 상승했던 것이다. 다만 이 당시도 사전적인 유동성 확대가 있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2차 오일쇼크 발생 이전부터 미국 내에서는 높은 실업률이 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에 해당 시기의 미국 연준 의장이었던 아서 번스는 1974년 하반기부터 1977년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진행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2차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유동성은 특이한 현상을 낳았다. 이란 혁명 직후인 1979년 3월부터 이란 내 원유 생산이 확대됐으며, 외국에서는 북해와 멕시코만 등에서 새로 발굴된 유전을 통해 원유 생산량이 증가했고, 이란과 이라크 전쟁 당시 양국은 군비 마련을 위하여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올라가기 시작한 유가가 멈출 줄 몰랐던 것이다. 그만큼 유동성의 힘이 상당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1차 및 2차 오일쇼크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당시의 오일쇼크는 물론 상당한 이벤트였지만, 그것이 확대 해석되며 유가가 급등하고 인플레이션이 유발됐던 것은 사전적인 유동성 확대에 기인한다. 이는 최근 러우 전쟁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후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까지 올랐다. 주지하듯이 해당 시기 직전까지 초저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한 유동성 확대가 있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했던 것이다.
현재 상황을 보자.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분쟁이 어떠한 형태로 전개될지 알기는 어렵다. (참고로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분쟁에서 정세 측면과 관련한 필자의 짧은 생각을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서방 국가의 민심이 이반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확전을 결행할때 과거처럼 서방 국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까다로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있다. 현재의 바이든 행정부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물가 안정에 의한 경기 회복이 필요하다. 미국 역시 이스라엘의 확전을 찬성하기 힘든 형국이다. 이러한 논의는 본고에서 벗어나기에 이것으로 갈음한다.) 하지만 이번 분쟁에 앞서 사전적 유동성 확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금껏 주요국은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며 유동성을 조여왔다. 이 같은 사실만으로도 과거 이름난 오일쇼크와 현재 사건이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지금 대두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인플레이션을 다시금 유발할 확률이 높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향후 주식시장은 단기 부침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 발간한 자료 “선물 같은 금융장세가 옵니다”에서 자세하게 다뤘다. 이를 참고하기 바란다.
- DB금융투자 주식 Strategist 강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