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전문가 10명 대상 환율 상단 설문조사
10%는 “일시적 ‘오버슈팅’, 1400원이 천장”
나머지 90% “1410~1450원까지도 오를 것”
2년 전과 상황 다르지만, 美·중동 변수 봐야
1400원을 찍은 원·달러 환율이 이내 금방 진정됐지만, 2022년 고점인 1450원 내외로 다시 치솟는 것 아니냐는 공포심이 여전하다. 대부분 전문가는 올해 원·달러 환율 상단이 현재보다 더 높은 1410~1450원에까지 이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2년 전에 비할 정도로 치솟진 않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향후 미 연준(Fed·연방준비제도) 행보에 따른 ‘강달러’ 추이와 시장 불안 심리, 미국의 대선 경계감, 중동 확전에 따른 국제유가 등이 추후 우리 원화의 흐름을 좌우할 주요 재료로 꼽힌다.
2022년 9월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뉴스1
◇ 10명 중 9명, 원·달러 환율 상단 1410~1450원
조선비즈가 19일 외환시장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만이 올해 원·달러 환율의 상단을 현 수준인 1400원으로 꼽았다. 즉 나머지 90%는 이보다 더 높은 1410~1450원까지 환율 상단을 열어둔 것이다. 전고점인 2022년 1450원 수준까지 내다본 전문가가 10명 중 2명이었고, 1440원이 1명, 1420원과 1410원을 상단으로 꼽은 이가 각각 4명, 2명이었다.
당장 뚜렷한 위험 요소가 닥치지 않았지만, 불안 요인이 한동안 잔존할 것이라는 점이 그 이유로 꼽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재의 원·달러 급등을 초래한 것이 ▲미 금리 인하 기대감 약화에 따른 국채 금리 상승 ▲중동 지정학적 불안감 ▲엔화 등 주변국 통화 약세 ▲총선 이후 정책 불확실성 ▲배당금 송금 수요 등”이라며 “이런 잠재적 불안 요인이 추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1400원이 ‘빅피겨’(큰 자릿수)라 이를 상단으로 보는 시각도 있겠지만, 2022년 당시 1400원이 유의미한 저항선으로 작용했다고 보기 어려웠다”며 “넘으려면 얼마든지 넘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1400원 ‘터치’가 잠깐 기록했던 것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시장 심리가 과잉됐었다고 보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연구위원은 “1400원을 상회하는 레벨은 펀더멘털 등을 고려할 때 시장 심리 과잉이 더해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란-이스라엘 충돌 등 중동발(發) 위험이 더 극단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면 1400원이 상단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2022년 수준의 ‘환율 쇼크’는 오지 않을 것”
전문가들은 2022년 수준을 넘어서는 ‘환율 쇼크’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영국의 초대형 감세안 발표로 촉발된 글로벌 환율 패닉 상황,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것), 한국의 무역적자 그리고 소위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신용경색 등 온갖 악재가 버무려졌던 당시와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중동 전쟁 심화 가능성이 재차 불거지거나, 미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아예 사라지는 등의 시나리오에선 환율이 더욱 큰 폭으로 오를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스라엘-이란 간 충돌이 확전되지 않더라도 중동 문제가 장기화한다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진다”라면서 “이는 하반기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며, 원화 가치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지난 16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내 TV에 이란-이스라엘 분쟁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미 연준을 제외한 유럽중앙은행(ECB) 등 여타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행보도 지켜볼 부분이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전규연 이코노미스트·김형균 RA)는 “미 연준과 발맞춰 금리 인하에 나서려던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자국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더 이상 금리 인하를 미룰 수 없어졌다”며 “이는 연말까지 각국의 금리 인하 폭이 미국보다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금리차 요인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면 미 달러의 강세 흐름이 연내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