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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황/전략] (삼성증권) 자본주의 4.0과 투자의 미래 (1) 2024/04/21 PM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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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ecutive Summary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지정학분석팀

유승민 팀장 (兼 글로벌투자전략팀장)

박주란 연구원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패권 갈등, 팬데믹, 전쟁 등을 거치며 자본주의는 새로운 체제로 전환 중. 소위 ‘자본주의 4.0’. 빅 이벤트와 여러 구조적 환경변화의 중첩은 체제의 전환을 촉진할뿐더러,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켜 새로운 자본주의의 특징을 결정함. 특히 ‘지정학 위험 상승’과 인구 노령화에 따른 ‘노동과 자본 사이 힘의 균형 변화’를 주목. 단기적으로 추세를 되돌리기 어려운 기후 변화도 중요한 전환의 압력 중 하나.


새로운 자본주의에서는 공급망의 불안정성과 인플레의 압력이 높아져 비주기적으로 거시적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 또한 기존 체제에 대한 반발과 개선 요구에 의해서 새로운 체제가 출현하기 때문에, 당연히 여러 면에서 과거와 크게 다를 것. 하지만 비관보다 낙관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 기존 체제에 대한 유연한 수정과 정부와 시장의 상호의존적 관계 강화를 통해 새로운 체제가 효율적일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겠지만, 실질 경제성장률도 평균적으로 더 높아질 것. 이에 따라 중앙은행은 과거보다 높아진 수준의 인플레이션 인정하고 통화정책을 탄력적으로 수정하며 재정정책과 조화해 나갈 전망. 이는 금융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질 것으로 예상. 다만 자산시장 투자의 각론으로 들어가면, 큰 변화가 요구되기도 함. 2024년은 자본주의 4.0 본격화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로 판단.


• 지난 20여 년간은 지속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과 제로금리 지속에 대한 기대가 위험자산에 대한 골디락스 환경을 조성. 때문에 무형자산에 기반한 자산들(성장주, 기술주, 가상자산 등)이 좋은 성과를 보였음. 이 결과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는 사실상 디커플링되었음. 하지만 향후 리플레이션 환경에서 long duration인 무형자산의 이점들은 사라짐. 대신 유형자산의 희소성 프리미엄이 높아지며 이를 기반으로 한 주식이나 실물 자산이 유리해질 전망


주식은 secular stagnation과 제로 금리가 성장주에 유리했던 것과 반대로 secular reflation과 금리 상승의 시대에서 가치주가 유리할 것. 섹터는 실물 경제와 연계된 섹터에 대한 노출을 확대할 필요. 원자재, 에너지, 인프라, 전략적 투자(탈세계화, 리쇼어링), 국방 등에 관련된 에너지, 소재, 자본재이 대상. 은행 등 금융도 좋은 투자 대안이 될 것. 지난 20년간 괴리되어 있던 금융과 실물 경제가 수렴되면서 수혜를 누릴 수 있기 때문.


• 채권은 저점과 고점이 높아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할 가능성. 그렇다고 위험자산에 대한 헤지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은 아님. 채권은 특히 경기 침체기나 위험 회피가 극심한 시기에 포트폴리오에 여전히 '보험'을 제공할 수 있음.


원자재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훨씬 높아지거나 특정 임계치 이상으로 '오버슈팅’할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명확한 선택. 게다가 공급망 재편, (에너지, 식량 등) 자원 민족주의, 국내 제조업/인프라 재건 욕구 등이 원자재의 장기적 강세장을 가리키고 있음. 투자자들은 모든 자금을 무형자산에 투자하기보다 실물 자산, 특히 탈세계화, 공급망 재편, 확장적 재정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에너지 및 원자재와 같은 부문에 더 많이 노출시켜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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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본주의 4.0과 투자의 미래


1-1. Great Moderation 시대의 종말


•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난 4년여간의 높은 거시경제 변동성은 Great Moderation(大안정기)가 끝났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시킴.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변동성 축소에 가장 크게 기여한 두 가지 요소, 즉 ‘인플레이션 안정과 효율적인 공급망’이 최근의 불안정성을 초래한 원인이 됨. 물론 이 변수들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다시 과거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낙관적인 기대를 하기 어려움. 그러나 경제의 역사를 회고하면 1980년대 중반 이후 Great Moderation이 이례적이었으며, 과거의 높은 변동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오히려 정상일 수도 있음.


• 다수의 경제전문가들도 향후 거시경제의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공감. 주된 이유는 악화일로에 있는 지정학 환경 때문. 하지만 보다 시각을 넓히면 누적된 구조적 동인(動因)들이 있었고, 지정학은 단지 그것들의 잠을 깨웠을 뿐임. 예를 들어 ‘기후 변화’가 그중 하나. 기상 패턴이 더욱 극단적으로 변함에 따라 공급 중단이 더 빈번해지고, 식량과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의 변동 폭이 훨씬 커지고 있음. 주요 선진국 지역의 노령화도 중요. 팬데믹 이후 많은 고령 근로자가 고용 시장을 떠나면서 젊은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


• 본 보고서는 일련의 변화들이 소위 ‘자본주의 체제 전환’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 이렇게 거대한 변화는 직관적으로는 금융시장 투자자에게 큰 위험으로 다가오기 마련. 그러나 이러한 슈퍼사이클의 전환이 반드시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는 것은 아님. 높은 수준의 투자, 우수한 정책들의 조합 그리고 생산성 개선이 맞물린다면 높은 성장의 시대를 열 수 있기 때문. 다만 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한가지 위험이 남는데, 그것은 선택지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 바로 이 점이 본 보고서를 이 시점에 제시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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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자본주의 체제 전환의 배경과 역사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온 자본주의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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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톨 칼레츠키(Anatole Kaletsky)’는 주요한 현대 경제이론들과 달리 자본주의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변화하고 진화하는 ‘적응형 사회 체제’라고 봄. 자본주의 경제의 양태를 지배하는 불변의 법칙은 존재하지 않으며, 시대를 거치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더 적합한 새로운 자본주의 버전이 등장했다는 것. (특히 과거 역사에서 위기를 경험하면) 이전의 지배적인 형태를 대체 본격적 전환이 나타난다고 정의.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자본주의 3.0’ 체제가 끝났고, ‘자본주의 4.0’이 시작되었다고 주장.


• 19세기 초부터 1930년까지 세계를 지배했던 고전적 ‘자유방임 자본주의(=자본주의 1.0)’에서 정치와 경제는 본질적으로 별개의 영역이었음. 정부와 시장의 상호작용은 주로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징수하고 강력한 정치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장벽을 세우는 데 국한.


• 그러다가 1932년부터 뉴딜 정책과 사회민주주의적 유럽 복지 국가가 등장. 러시아 혁명과 대공황에 대한 대응으로 등장한 ‘수정자본주의(=자본주의 2.0)’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선량한 정부에 대한 낭만적인 믿음 내포. 그러나 금융시장에 대한 본능적인 불신을 가짐.


• 이에 반해 1979~80년 대처-레이건 정치 혁명에 의해 탄생한 ‘신자유주의(=자본주의 3.0)’는 정반대의 관점을 취했음. 중요한 특징은 시장을 낭만화하고 정부를 불신한 것.


• 2007~09년 금융위기까지 지배적이었던 이 이데올로기는 시장이 항상 옳고 정부는 거의 항상 틀렸다고 가정. 칼레츠키는 금융이 지배하는 극단적인 반정부 이데올로기의 변종을 자본주의 3.3이라고 정의. 그런데 이같이 시장근본의 자본주의 3.3의 자기 파괴는 정치-경제 진화의 다음 단계인 자본주의 4.0 출현을 위한 장을 열어 놓게 됨.


자본주의의 다음 시대(4.0)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와 시장이 모두 틀릴 수 있으며, 때로는 그 오류가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인식이 될 것으로 예상. 정부와 시장 모두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3.0의 적대적 관계가 아닌 정치와 경제가 협력하게 될 것임을 시사.


• 금융위기(GFC) 이전의 주류 경제학은 “1) 시장이 경쟁을 통해 자동으로 균형을 향해 움직이고, 2) 금융 사이클이 장기적인 경제 성과에 거의 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3) 제대로 작동하는 민간 기업 경제는 항상 완전 고용에 가깝게 유지될 것이며, 4) 정부 거시경제 정책의 중요한 역할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 하나뿐”이라고 가정.


• 그러나 위기 이후 이러한 시장 근본주의적 가정이 모두 반박됨. 이제 전 세계는 가끔씩 발생하는 금융은행 위기, 자생적인 경기침체 등이 모든 시장 체제의 자연스럽고 반복적인 특징임을 인정.이는 결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성장과 고용을 관리하고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며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데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


이러한 막대한 새로운 책임으로 인해 납세자와 민간 기업을 희생시키면서 정부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본주의 4.0에서는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이 큼. 정부의 책임과 영향력이 확대되더라도 정부의 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음. 그 이유들은 커진 재정 적자 규모와 세금에 대한 정치적 저항 그리고 무엇보다 융통성이 없는 큰 정부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


• 이상과 같이 혜안이 빛나는 칼레츠키의 예상은 당시는 크게 주목받았음.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잊혀졌는데, 서구 중심의 사상이라는 비판 때문이 아니고 그 스스로가 인정하듯 ‘조금’ 이른 주장이었기 때문(아래 박스 참고). 그러나 이제는 ‘자본주의 4.0’ 도래에 대해 진지한 고찰이 다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 다음 섹션에서 살펴보겠지만, 지정학을 비롯한 다양한 충격들이 자본주의 체제 변화를 촉발하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고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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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제 메커니즘의 침식 이후 자본주의 체제 전환

 

• 영국 출신 3명의 학자들은 '억제 메커니즘’ 효과의 작동 여부에 의해 자본주의의 체제 전환이 나타난다고 정의.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은 재정 및 통화정책의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들 역시 더 구조적인 정치적 환경 또는 조건에 의해 조율되고 결정된다는 정치경제적 관점의 주장.


어느 자본주의 체제이든 시간이 흐르면 경제주체들은 그에 적응하기 마련. 이 결과 체제 스스로의 문제점을 억제하기 위한 메커니즘(관습, 제도 또는 정책 개입 등)의 효과는 점차 내생적으로 침식됨. 그리고 추가로 어느 정도 시간이 더 흐르면 결국 체제의 전환점에 도달.


• 이는 소위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불안정하다는 민스키의 주장을 적극 수용한 것 때문에 소위 ‘민스키 모멘텀’에 도달하면 기존 체제에 대한 수정의 압력이 높아지고 정치 지도자들이 이를 수용하여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불안정성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


• 이 주장의 흥미로운 점은 '거시 금융 안정성 지수(MSI; Macrofinancial Stability Index)'라는 시각적 지표로 자본주의 체제의 성장과 쇠퇴를 4단계(확장기-성숙기-위기기-태동기)로 식별해서 보여준 것. 경제성장률, 고용률, 금융자산 가격 등의 변수가 무제한으로 하락하거나, 경상수지 적자, GDP 대비 신용 비율 등의 변수가 무제한으로 증가하거나, 인플레이션, 주택가격 등이 지속 상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억제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는 아이디어가 근간.


억제 메커니즘의 효과는 새로운 슈퍼사이클(자본주의 체제)의 ‘태동’ 및 ‘확장’ 단계에서 증가하는 반면, ‘성숙’ 및 ‘위기’ 단계에서는 감소. MSI의 확장기에는 새로 도입된 경기침체 억제 메커니즘이 매우 효과적이어서 강력한 경제 성장과 광범위한 사회/금융 안정성을 제공. 이 사이클에서는 단기적인 경기침체가 때때로 경제 활동에 지장을 주지만, 억제 메커니즘은 시스템적 위기를 예방.


그러나 결국 경제 주체들은 새로운 제도적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고 혁신을 통해 이익을 증대시키면서 억제 메커니즘의 효과는 점차 약화. 특히 장기주기 중 경기 순환의 확장기 후반에 거시 금융 안정성이 감소. 그리고 이후 경기침체기로 접어들 때, 억제 메커니즘의 효과가 떨어지면 문제가 본격 노출.


체제 내 제도적 틀이 더 이상 경기순환의 역학을 제약하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위기로 이어지는 것. 정부의 개입으로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화될 수는 있지만, 기존의 억제 메커니즘이 효과적이지 않고 제도적 구조가 더 이상 거시 금융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광범위한 회복은 불가능. 따라서 이를 계기로 제도적 구조개편에 대한 시도가 나타남.


정치적 투쟁에 의해 형성된 새로운 억제 메커니즘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성공하면(=즉 효과적인 새 메커니즘이 도입되면), 다음 슈퍼사이클이 시작. 하지만, 정치적, 사회적 또는 기술적 이유로 이러한 메커니즘을 도입할 수 없는 경우, 위기 국면은 장기화되며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음.


• 이 접근에 의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 2개의 장기 주기, 즉 ‘산업 자본주의(IC; Industrial Capitalism)’과 ‘금융 세계화(FG; Financial Globalisation)’ 주기가 존재했다고 구분.


• 미국의 경우 MSI로 보면 거시 금융 안정성이 1960년대 후반까지 높았고 개선되었으나, 1968년 경 이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악화. 그 후 안정성이 다시 개선되어 1990년대 후반에 정점에 도달한 후 꾸준히 하락하여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최저 수준에 도달. 이는 전술한 자본주의 2.0~3.0 사이클 구분과 대체로 일치.


2012년 경부터 2018년까지 거시 금융 안정성은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되며 이는 전술한 자본주의 4.0의 시작과 대체로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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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균형 이동(노동 vs. 자본)은 중요한 전환의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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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제기된 일부 국제정치경제학(IPE;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ics)의 시각은 (자본주의) 체제의 구성이 궁극적으로 서로 다른 경제적 이해관계, 특히 ‘노동과 자본의 힘의 균형’에 달렸다고 주장. 만약 양측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리면 이는 사회제도와 거시적 결과에 영향을 미침. 그리고 이 거시적 조건은 다시 힘의 균형을 변화시키는 등 상호 반사적 영향을 불러 일으키게 됨.


• 이 관점을 앞서 칼레츠키의 이론과 연결하면 자본주의 2.0이 개화하던 1980년 이전까지는 자본보다 (인구 구조에 의해서 노동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 즉) 노동의 힘이 우위이던 시대였음. 때문에 당시는 완전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예를 들면 노동조합과 같은) 제도가 사회적으로 권력의 우위를 점했음.


• 반면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3.0 시대, 즉 자본이 지배적인 시대는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고 자산가치를 지지하는 것이 정책의 초점이 됨. 이는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정치적 대응’이었음.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대해 보수적인 중앙은행장이 임명됨. 또한 자유무역, 규제완화, 작은 정부, 대규모 이민, 국제 공급망, 독립적인 중앙은행 그리고 노동조합의 위축을 가져옴. 이러한 정책은 노동자의 입지를 무너뜨리고 힘의 균형을 다시 자본쪽으로 기울게 만들었음.


하지만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3.0도 스스로 파멸의 씨앗을 품고 있었음. 글로벌 금융 위기, 장기간의 '대차대조표 불황', 긴축정책과 중위임금의 정체, 양극화, 사상 최고 수준의 부의 불평등은 결국 정치적 반작용을 불러 일으킴. Brexit,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대중적 극단주의의 확산은 이 체제의 파멸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였음.


• 美 경제정책연구소(EPI; Economic Policy Institute)는 1970년대 후반부터 생산성과 일반근로자 임금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지적. 1979~2020년 사이 순생산성은 61.8% 증가했으나, 일반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17.5%에 증가에 그침. 그 원인으로 1980년대(자본주의 3.0 ≑ 신자유주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일반근로자의 임금증가를 보장하는 정책적 보루들(온건한 노동법, 소득세 최고세율 하락세, 반독점 정책의 후퇴, 금융규제철폐 등)이 해체됐기 때문으로 주장. 하지만 이제는 기존 추세가 저항에 직면했다는 것을 주목. 따라서 힘의 균형은 다시 자본에서 노동으로 이동하려는 압력에 직면.


이는 인구 구조 변화를 단순한 현상으로 보지 않고, 자본주의 체제 변화의 중요한 원인으로 본 인식. 관련하여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하기 약 6개월 전 Rana Foroohar는 선구안이 뛰어난 주장을 한 바 있음(다음 페이지 박스). 그는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치권에서 논의된 주제를 통해 이 사회에서 태동하고 있는 체제 전환의 압력을 포착했던 것. 그런데 이러한 예측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실제 분명하게 확인. 인구통계학적 요인이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야기할 경우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는지를 보여줬기 때문.


• 게다가 문제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미국만의 이슈가 아니라, 기타 주요 선진국들과 중국 등이 공히 직면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이미 이 문제를 경험한 일본의 사례는 큰 도움이 되기 어려움. 일본은 국내 인력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기업들이 생산을 아웃소싱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다름. 다수의 생산국들이 동시에 노동력 공급부족에 직면해서 외부로부터의 해법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달라진 지정학 환경에 따른) 탈세계화가 함께 작용하여 파괴력을 높이고 있기 때문.


흥미로운 점은 그간 신자유주의의 궁극적인 수호자로 비난을 받던 美 연준(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 포함)의 태도 변화. 그간 신자유주의는 특히 세계화와 같은 중대한 구조적 변화와 함께 진행되었기 때문에 연준이 상대적으로 쉽게 정책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음. 하지만, 오늘날 통화정책의 공간은 크게 좁아짐. 광범위한 정치적 상황이 변화하고 있고, 심각한 노동력 부족으로 '균형'을 회복하려면 엄청난 불황이 필요. 하지만 연준은 공격적 인플레 관리에서, 지난 해 연말 이후 또 다른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인 고용으로 정책의 방점을 옮기고 있음. 이는 노동과 자본 사이 힘의 변화에 의한 자본주의 체제 전환기에 대응한 중앙은행의 변신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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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누적과 체제 변화


• 이상의 주장이 다소 정치학적 관점에 치우쳤다면, 2017년에 발표된 영란은행(BOE)의 연구는 역사적으로 경제와 금융시장의 중요한 전환이 언제 나타났는지에 대한 실증적 아이디어를 제공.


• 이에 따르면, 과거 700년 동안 9번의 ‘실질금리’의 장기간 하락 사이클이 있었는데, 모두 팬데믹(흑사병), 기근, 군사적 분쟁(30년 전쟁, 제2차 세계대전 등)과 같은 주요 위기에서 시작. 현대의 경우 실질금리 왜곡의 원인을 과잉저축과 투자선호로 규정하는 반면, 더 긴 역사를 보면 다른 곳에 원인 있었다는 것.


• 즉 금리수준의 장기적인 전환이 경제 체제의 전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 것. 이 연구의 첫째 시사점은 대규모의 인구 통계학적 또는 지정학적 사건들과 금리의 장기적인 추세 전환을 연결한 것.


다음으로 장기간의 실질금리 하락세가 끝나고 반전하면 이후 상승은 비선형적이고 빠른 속도로 나타났다는 점이 둘째 시사점. 과거 사례에서 저점 기록 후 24개월 이내에 실질금리가 평균적으로 315bps 올랐으며, 600bps나 상승한 경우도 두 번이나 있었음. 이에 의할 때 1980년대 이후 실질금리 하락세는 과거 사례와 근본적 단절된 것이 아니나 다소 과도했음. 그런데 이 분석이 나올 당시만 해도 실질금리의 장기적인 고착화가 중론이었다는 점에서, BOE의 접근은 크게 달랐으며 결과적으로 지난 수년간 금리의 급등세를 잘 설명했음.


셋째 시사점은 장기적인 실질금리 하락사이클이 끝나고 상승이 시작되는 것은 재정 또는 통화정책 등의 도움에 의해서 나타나기보다, 경제와 금융에 충격을 주는 특정한 이벤트 이후 약 20여 년의 시차를 두고 ‘자율적’으로 출현했다는 것. 임금 증가율이 생산성 증가율을 초과하면서 전체 인플레를 자극하며 실질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는데, 흥미롭게도 노동생산성의 바닥 통과는 그 이후였음. 즉 장기적인 실질금리의 전환점은 단기적인 정책 등에 의해서가 아니라, 장기간 누적된 충격들에 의해 시간을 두고 나타났던 것.


• 이상의 분석에 의하면 1984년 이후 지난 40여 년은 역대 두 번째로 긴 실질금리 하락 사이클이었음.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20여 년간 미-중 무역 전쟁, 팬데믹 등의 대형 사건을 거치면서 실질금리 전환 압력의 누적된 상황이었음. 그리고 이제는 실질금리의 빠른 상승반전을 목도(目睹)하고 있는 현실임. 실제 앨런 그린스펀도 실질금리가 이렇게 저점을 통과하면 ‘상당히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주장한 바 있음.


1-3.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와 경제의 특징


• 지금까지는 자본주의 체제 전환의 사례들과 원인을 보았음. 중간 결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6년이 지난 지금이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 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반복되는 역사에 비춰 현재를 보았을 때 우리는 새로운 자본주의가 태어나고 그 모습을 결정할 2가지 중요한 환경변화에 놓여 있음. 이들 각각의 동인은 별개로 작동하기도 하지만, 서로의 연계성을 가지고 상승 작용을 일으킬 것.


지정학 위험 상승


• 신자유주의(=자본주의 3.0)가 활짝 꽃 피도록 했던 세계화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음. 1980년대 이후 새로운 기술과 무역 장벽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복잡한 국제 공급망이 형성되면서 기업들은 복원력(resilience)보다 비용 효율성(efficiency)을 우선시함. 그러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길고 복잡한 공급망과 같이 기존 시스템에 내재됐던 취약점이 드러남. 게다가 이러한 문제가 일시적인 것이 아닌, 지정학으로 인해 구축된 지속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 글로벌 경제는 중국, 러시아 및 그 동맹국들과 미국, 유럽 및 그 동맹국들 간의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면서 지역 무역 블록으로 더욱 명확하게 분열되고 있음. 이외에도 향후 각국은 식량 및 에너지 보호주의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음. 그리고 러-우 전쟁 이후 미 달러의 무기화에 대한 반발은 기존의 국제 통화시스템의 조율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음도 주목.


• 이 같이 달라진 지정학 환경은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증가하고 정부가 경제에서 더 큰 역할을 하도록 자극하고 있음. 자본주의 2.0 시대에 유행했던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이 부활하고 있는 것. 주요 전략 산업에서 생산 및 중요 자원 확보와 같은 분야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투자를 어떻게 강제할지가 정치적 논제로 부상 중.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는 공공 R&D, 자원(원자재, 반도체 등) 확보 측면에서 국가의 개입 강화를 정당화.


• 다만 고려할 점은 역사적으로 공공 부문의 참여가 확대되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 특히 총체적인 R&D를 촉진한다면 더욱 그러함. 경제사학자 Rockoff의 2차대전 당시 소위 ‘전시경제’에서 흥미로운 미국의 산업부흥 사례를 제시. 당시 압축적 투자가 가져온 결과는 오늘날의 전시경제에서 의미 있는 시사점 제공.


인구 변화와 힘의 균형 이동


주요 선진국들과 중국 등의 인구 노령화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슈퍼사이클로 돌아갈 수 없는 주된 이유. 노령화는 저축과 투자를 모두 감소시키므로 금리에 대한 전반적인 영향은 모호. 노년층은 소득이 낮기 때문에 총 지출이 줄어들지만 동시에 저축도 감소. 그리고 정부는 일반적으로 국가 연금과 무료 의료 서비스를 통해 노년층의 은퇴 후 지출을 지원. 때문에 '구조적 디플레이션론 지속론자'들에게 노령화는 단골 메뉴.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인구 통계학적 요인으로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야기할 경우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는지를 보여줌. 인구통계와 탈세계화가 어떻게 함께 작용하여 2020년대에 지속적으로 강력한 임금 상승을 가져올 수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던 것. 일본에서는 국내 인력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기업들이 생산을 아웃소싱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 하지만 다수의 국가가 노령화에 직면하고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음.


• 보다 구조적으로는 전술한 ‘노동 vs. 자본 사이 힘의 균형 이동’을 주목할 필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고령 근로자가 고용 시장을 떠나면서 젊은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 이미 자본은 심각한 위상 약화를 경험하고 있음. 우리 사회에서도 지난 수년간 ‘MZ 세대를 이해하자’는 목소리가 유행했음. 그런데 여기에는 ‘MZ 세대’에 대한 낙인만 있을 뿐, 현 경제 구조가 직면한 노동력 부족이 원인이며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 자본주의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노동력 부족에 직면했으며, 이는 AI의 혁명으로도 단기간 내에 극복하기 어려운 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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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자본주의 경제의 특징


• 이상의 중요한 환경변화를 고려하면, 새로운 자본주의 경제는 공급망의 불안정성과 인플레의 압력이 높아져 비주기적으로 거시적 변동성 확대가 우려됨. 게다가 단기적으로 추세를 되돌리기 어려운 기후 변화도 극복이 어려운 거시적 불안정성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 기상 패턴이 더욱 극단적으로 변함에 따라 공급 중단이 더 빈번해지고, 특히 식량과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의 변동 폭이 훨씬 커질 가능성.


• 비주기적인 공급 충격만이 향후 금융 시장이 직면할 유일한 도전은 아님. 앞서 지적했듯이 세계경제의 힘의 균형 변화를 주목. 즉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노동'이 '자본'보다 힘의 우위에 서게 될 것이며, 이는 인플레이션과 장기금리의 지배적인 경향을 변화시킬 것. 때문에 1970년대와 같은 임금-물가의 악순환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높은 '일시적' 인플레이션 현상이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


• 그렇다면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자본주의 경제의 미래는 암울할 것일까?


• 칼레츠키는 금융위기 이후 시작될 자본주의 4.0의 특징을 ‘적응성 혼합 경제’라는 말로 압축 표현.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이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혼합 경제’이며, 상황과 여건에 따라 정부와 시장의 관계를 포함한 모든 경제규칙들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점에서 ‘적응성 경제’라는 것.


• 새로운 체제는 당연히 기존에 대한 반발과 개선 요구에 의해서 출현하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과거와 크게 다를 것. 하지만 칼레츠키의 주장처럼 기존 체제에 대한 유연한 수정을 통해서 보다 효율적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 그는 자본주의 4.0에서 정부와 시장은 상호의존적 관계가 의식적으로 인식되며, 제도적 적응력과 이데올로기적 유연성이 특징으로 나타난다고 예상.


• 때문에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의 미래는 밝다고 보며, 이는 금융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질 것으로 예상.


• 예를 들어 중립금리가 상승하겠지만, 중앙은행의 목표가 될 것. 자본주의 3.0 시대의 세계화가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이자율을 낮추며 노동자의 힘을 약화시켰기 때문에 새로운 자본주의 사이클에서 세계화 둔화가 그 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로 지난 30~40여 년에 비해 인플레이션은 평균적으로 100~150bps 정도 더 높아지고 있음.


결과적으로 인플레의 상승은 (평균) 금리의 장기적 상승,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질 중립금리(r*)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위험 사이의 순환은 계속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금리의 '저점'과 '고점'은 더 높아진다는 의미. 하지만 이에 맞춰서 인플레 통제에 집중했던 편향적인 과거 방식의 중앙 은행 정책이 시행되기보다 더 유연해질 것으로 기대. 


• 구체적으로 본다면, 2010년대에는 2%가 인플레이션이 상한 (정확히는 목표)이었음. 따라서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일본식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모든 통화 수단(양적완화, 양적완화정책, ZIRP 등)을 동원. 하지만 우리의 예상이 맞다면 향후 인플레는 2~3%가 바닥이 될 가능성. 이에 따라 중앙은행의 정책은 앞으로도 인플레이션 안정에 대한 의지를 지속하겠지만, 과거보다 높아진 수준을 인용해서 보다 탄력적으로 수정될 것으로 예상.


• 특히 새로운 자본주의에서는 인플레뿐만 아니라, 실질 경제 성장률도 평균적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임. 여기에는 3가지 이유가 있음.


• 첫째, 훨씬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됨. 공급망 재편, 기후 변화 대응 그리고 전시 경제 등은 모두 막대한 자본 지출을 필요로 함. 물론 이 중 상당 부분은 기존 자본의 상당 부분이 중복될 것이기 때문에 일부 주식 보유자들의 희생이 따르겠지만, 이는 여전히 GDP에 큰 순증가 효과를 가져와 더 강력한 고용과 생산으로 이어질 것.


• 둘째, 신자유주의 사이클에서는 긴축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 정책의 조합이 실물 경제에 장기적 침체(secular stagnation)를 가져왔음. 하지만 최근 주요 선진국들의 정책조합이 리플레이션으로 수렴하고 있음. 이러한 정책 조합의 반전은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음.


• 셋째, 점진적으로 생산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음. 지난 10년간의 좀비기업이 값싼 금융비용과 저임금으로 성장할 수 있었음. 이 결과 기술 확산은 느려졌고, 'Big Tech'들이 디지털 투자의 모든 혜택을 누렸음. 이는 경제 효율성에 재앙이었음. 하지만 향후는 더 고압경제의 환경이 이러한 역학을 역전시켜 경제가 더 효율적이도록 만들 것으로 예상. 즉 기업들이 낮은 금융비용에 의한 차입과 저임금에 의존하기 어려우면, 기존 자원의 활용도를 높여 생산성 개선을 이끌어 내게 됨. 그리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AI도 언젠가는 생산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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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자본주의 4.0과 투자 시사점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에서 과거보다 높아진 인플레이션 성장 그리고 금리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 특징이 될 전망. 당연히 이는 투자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 우선 금융위기 이후 지배적이던 ‘무형자산’의 시대에서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실물 자산’의 시대로 전환을 예상. 또한 금융자산의 수익률은 더 낮아지고, 주식의 멀티플 주도의 재평가(re-rating)는 쉽지 않을 전망. 이미 이러한 변화는 시작되었고, 보다 더 속도를 낼 것. 시장은 어떤 변화가 시작됐다고 믿어지면 서둘러 이에 편승해서 자기 강화를 하기 때문. 2024년은 향후 변화 가속화를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로 판단.


자산 內, 자산 間 주도권 이전 예상


• 지난 20여 년간은 지속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과 제로금리 지속에 대한 기대가 위험자산에 대한 골디락스 환경을 조성. 때문에 미국 기술주 및 기타 투기성 투자(암호화폐, 가상자산 등)와 같이 무형자산에 기반한 스타일의 자산들이 좋은 성과를 보였음. 이 결과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는 사실상 디커플링되었음. 하지만 리플레이션 환경에서 long duration인 무형자산은 그것들이 가지는 이점들의 상실에 직면하게 됨. 대신 유형자산의 희소성 프리미엄이 높아지며 이를 기반으로 한 주식(스타일, 업종 등)이나 실물 자산이 유리해질 전망.


주식: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이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지만,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논란의 여지가 많음. 주식은 기대 명목수익이 예상 할인율만큼 디플레이션 되는 '실물'자산이며, 원칙적으로 인플레이션은 분자와 분모 모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에서 할인율과 명목수익이 모두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대보다 우려가 클 수 있음. 실제 실증연구에 의하면 주식시장은 특정 임계치(일반적으로 전년 대비 5% 내외)까지는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에 탄력적으로 반응(=상승)하며, 그 임계치를 넘어서면 수익률이 악화. 이는 과도하게 높은 인플레이션이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대응을 요구하기 때문.


결국 임계치만 넘지 않는다면 향후 리플레이션 환경은 주식에 대체로 긍정적. 대신 시장 전체보다 스타일 또는 업종별 주도권 변화 가능성에 더 주목할 필요. 제로금리 환경이 성장성 이면에 있는 위험에 대한 안전판을 제공했거나 지속적인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혜택을 받은 ‘Long-duration’ 주식들은 도전을 받을 것으로 예상. 인플레이션과 밸류에이션의 역상관관계는 가치주보다 성장주에서 훨씬 더 뚜렷하게 나타남. 따라서 향후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에서 성장주가 편안하게 초과수익을 내기 어려움. 즉 secular stagnation과 제로 금리가 성장주에 유리했던 것과 반대로 secular reflation과 금리 상승의 시대는 가치주에 유리할 것.


업종별로는 실물 경제와 연계된 섹터에 대한 노출을 확대함으로써 주식 포트폴리오의 초과수익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 원자재, 에너지, 인프라, 전략적 투자(탈세계화, 리쇼어링), 국방 등에 관련된 에너지, 소재, 자본재 등이 대상. 다음은 은행 등 금융주들도 좋은 투자 대안이 될 것. 지난 20년간 분리되어 있던 금융과 실물 경제와 재편되면서 수혜를 누릴 수 있기 때문. 인위적인 초저금리 환경은 심각한 금융 불균형과 일련의 자산가격 거품을 조장. 하지만,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극단적인 불균형이 완화되어 보다 안정적인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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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과거보다 높은 인플레로 인해 장기 금리는 저점과 고점이 과거에 비해 모두 높아진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음. 이에 따라 채권의 ‘실질 수익률’이 저조할 가능성이 높음. 저점과 고점이 높아진 인플레이션이 채권의 실질수익률을 괴롭힐 것이기 때문.


그렇다고 채권의 위험자산에 대한 헤지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다는 의미는 아님. 채권은 특히 경기 침체기나 위험 회피가 극심한 시기에 포트폴리오에 여전히 '보험'을 제공할 수 있음. 채권과 주식의 평균 상관관계는 약화되겠지만 지속적으로 플러스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 결국 인플레이션의 주기성에 따라 달라지지만, 채권과 주식의 상관관계는 대부분의 경우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 가능성이 높음. 


상품: 원자재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훨씬 높아지거나 특정 임계치 이상으로 '오버슈팅’ 할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명확한 선택. 게다가 공급망 재편, (에너지, 식량 등) 자원 민족주의, 국내 제조업/인프라 재건 욕구 등이 원자재의 장기적 강세장을 가리키고 있음. 따라서 투자자들은 모든 자금을 무형자산에 투자하기보다는 실물 자산, 특히 탈 세계화, 공급망 재편, 확장적 재정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에너지, 원자재 등에 포트폴리오를 더 많이 노출시켜야 할 것.


특히 일련의 인플레 상승 환경에서 단기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일반적인 거시적 특성이 아니더라도 더 자주 발생할 수도 있음. 따라서 투자자는 채권과 주식의 상관관계가 양수인 기간(인플레이션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등)에 대비해 더 나은 헤지 수단이 필요. 즉 채권과 주식의 상관관계가 완전히 무너지는 시기가 비주기적으로 올 때, 상품시장이 포트폴리오 위험을 관리하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음.


한편 포트폴리오 위험 헤지 측면에서는 금과 같은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의 역할도 중요해짐. 금은 인플레이션이 높지만 통화정책에 의해서 실질금리가 상대적으로 덜 작동할 때 더 나은 성과를 보임. 또한 지정학 위험 상승에 따른 불확실성도 금의 수요를 지속 지지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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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AI 시대에 타당한 전망인가?


• 이번 보고서는 세상이 모두 ‘AI’에 환호하고 있는 상황에 다소 황당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수 있음. ‘실물 자산’ 선호와 자본과 노동 사이 힘의 균형 이동을 주장하기 때문. 하지만,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수익의 기회가 적고, 오히려 더 큰 위험이 잠복되어 있을 수도 있음. 아래는 몇 가지의 인용을 통해 본 보고서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부차적 논쟁에 대한 답변을 대신하는 것임.


버블은 왜 생기나?


버블은 투자와 미래의 현금 회수(cash flow)에 대한 계산 착오에서 발생.


• 유망한 미래의 (첨단)산업이 출현하면 투자자들은 경쟁적으로 자본을 투입. 하지만 초기 투자때는 수요 대비 과잉투자일 가능성이 크고, 기술의 발전이 낮기 때문에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도 비쌀 수밖에 없음. 결국 기대와 달리 투자는 적정한 기간 이내에 회수되기 어렵고, 파산에 직면. 과거 미국의 철도 건설 역사를 참고(아래 박스).


• 종국적으로는 산업과 그 기술의 부흥을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님. 즉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기술의 발전과 그 산업의 공급가격 하락의 관건이 되는 것.


• 여기서 더불어 주목할 점은 첨단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오히려 다른 산업이 혜택을 입는 현상. 이러한 사례는 역사에서 매우 자주 반복되며, 1990년대의 IT붐도 유사. 즉 결국 인터넷 혁명이 세상을 바꿨지만 당시의 기대보다는 한참 뒤에 결실이 맺어졌고 인터넷 자체보다 그 플랫폼을 이용한 산업이 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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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생산성을 개선시킬까?


• AI 역시 이를 통한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지만, 시간이 필요. BCA는 2024년이 AI를 통한 막대한 수익성 및 생산성 향상을 실현하기보다는 AI 인프라 및 개발에 상당 규모의 지출이 이루어지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 즉 현재의 시장은 AI의 잠재력을 활용하기 위해 상당한 자본적 지출이 필요하다는 점을 과소평가하고 있음을 강조. 생산성 붐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인구통계학적 변화 및 AI의 이점을 실현하는 과정에 따르는 어려움을 고려할 때 조심스러운 낙관론만 가져야 한다는 것.


과거 미국의 철도개발 붐과 같이 비용이 관건. AI의 산업화 또한 최종적으로 생산성을 개선시키기 위한 도구로까지 발전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 빅테크 회사들이 현재 주력 투자하고 있는 서비스인 생성형 AI를 기반한 검색엔진을 개발하는 데도 수십억 달러가 소요. 하물며 개별 기업과 산업단 생산성 개선을 위해서 AI를 채용하는 것은 이보다 훨씬 큰 투자가 필요할 것임은 당연. 이 때문에 BCA는 AI가 기술주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크지만 전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훨씬 작을 수 있다고 지적. 만약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 빠른 기술 진보가 가능하더라도 그로 인해 기존의 많은 기술이 쓸모 없어지고 많은 기술 기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


결국 사람과 땅, 그리고 자원은 필수적


• 반대로 상품과 부동산은 AI가 주도하는 경제 호황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일 수 있음. AI는 (언젠가 미래에) 디지털 노동자와 로봇의 수를 늘려 경제에서 노동과 자본의 비중을 줄일 수 있음. 하지만 전통 경제학에서 주장하듯, 한 가지 생산 요소를 늘리면 다른 요소의 가치가 더 높아짐. 따라서 결국 AI는 자신이 더 이상 생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람과 땅, 그리고 자원 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


• 구체적으로 당장 직면한 사람의 문제에 대해서 살펴보겠음. 이는 특정 산업의 미래에 대해 과도하게 급진적이고 편향된 예측이 초래한 노동력 부족이 문제(본 보고서에서 상당 부분을 할애해서 지적한 ‘자본과 노동 사이 힘’의 균형 변화의 좋은 예).


현재 미국 내 석유산업에 공급되는 인력이 크게 부족. 업계에서는 에너지 전환추세에도 불구, “향후 50년 동안 석유를 사용하고 100~150년간은 천연가스를 사용할 것”이라고 지적. 때문에 당장 산업을 운용할 인력이 필수적인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미국과 유럽의 대학에서 석유 및 가스관련 학과를 폐지하고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하면서 미국에서 석유공학과정에 등롯하는 학부생은 2019년 7,046명에서 2023년 3,911명으로 급감. 대학 졸업생뿐 아니라 이 산업에서 필수적인 용접공, 굴착기 기사, 중장비 운전자와 같은 숙련 기술인력도 크게 부족.


이는 전 세계의 해당 산업에서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 앞으로 상당 기간 석유와 가스를 사용해야 함에도 해당 산업의 인력이 부족함에 따라 노동비용이 크게 상승하고 결국 인플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 AI가 이러한 문제 해결에 기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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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ermoom    친구신청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의 경제는 참 복잡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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