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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 철학] 기후변화는 먼 얘기? '당신의 지갑 얘기야!' (0) 2024/04/24 PM 12:17

[WEEKLY BIZ] 기후변화로 보험료 오르고, 밥상 물가도 수직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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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센터 제공한 올해 3월 해수면 온도 /뉴스1

 


지난해 12월 미국 보험사 올스테이트(Allstate)는 뉴저지주(州) 자동차 보험료를 평균 17% 인상했다. 뉴욕주는 보험료 15% 인상을 승인했고, 캘리포니아 규제 당국은 올스테이트가 자동차 보험료를 30% 인상하도록 허용한 동시에 주택 보험료 40% 인상을 검토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더 거세지는 폭풍과 가뭄으로 인한 산불로 보험사들이 역사상 최악의 해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북극곰에게나 영향을 미치는 줄 알았던 기후변화가 최근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커진다는 분석이 늘었다. 빈번하게 나타나는 파괴적 자연재해를 비롯해 때로는 체감하기 어려운 ‘남의 나라 이야기’로 여겨지는 기후변화가 식탁 물가 상승, 보험료율 인상 등 ‘우리 집’의 경제적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피해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이 나온다.


지난해 미 재무부에서 발간한 ‘기후변화가 미국 가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2년 미 정부가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은 6170억달러(약 840조원)에 이른다. 보고서는 “자연재해는 2022년에만 1760억달러의 손실을 입혔고, 미국인 중 13%가 기후 문제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기후 위험과 관련된 경제적 비용과 손실은 경제적 취약 가구에 기존의 불평등을 가중시키고 불균형한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상 기후로 사업장이 문을 닫을 경우 블루칼라 노동자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지고, 악천후로 인한 휴교가 증가하면 한 부모 가구의 보육 접근성이 줄어들며, 저소득층 가구는 기후 변화에 따라 높아지는 보험료의 부담을 더 크게 느낀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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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해 인간이 감당해야 할 직간접적 경제적 비용을 가리키는 말로 ‘기후 비용(climate cost)’이라는 단어가 고유명사처럼 쓰이기도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허리케인·홍수·폭염과 같은 극심한 기상 현상으로 인해 약 2조8000억달러의 기후 비용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기후 비용이 생각보다 일상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밥상 물가’다. 지난해 8월 한국은행에서 발간한 ‘경제전망보고서’는 “엘니뇨(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수온 상승 현상) 기간 이후 국제 식량 가격 상승기가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왔으며, 해수면 온도가 예년 평균 대비 섭씨 1도 상승할 때 평균적으로 1~2년의 시차를 두고 국제 식량 가격이 5~7%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표된 ‘인플레이션 압력을 강화하는 지구 온난화와 극심한 더위’ 논문에서도 “기후 변화에 따른 연간 물가 상승률은 0.3~1.2%포인트 올라갈 것”이라고 나온다.


특히나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식품들의 가격이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올랐다. 저가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쓰이는 로부스타 커피는 세계 1위 생산지인 베트남에서 이례적인 고온과 가뭄으로 수확량이 급감해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 3일 런던국제선물거래소에서 로부스타 커피 선물은 3.8% 상승한 1t당 38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액체 금’이라고도 불리는 올리브유 또한 1년 새 가격이 70% 폭등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작물 중 하나인 올리브는 적정 강수량과 온난한 기후에서 자라는데, 지난여름 세계 최대 올리브 생산국인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에서 극심한 폭염과 함께 가뭄이 찾아오며 작황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국내에서 ‘애플레이션(애플+인플레이션)’ 현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과 가격이 급등한 것도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에 따른 작황 부진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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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

 


기후변화는 보험료도 끌어올리고 있다.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액이 증가하면서 보험사의 부담도 커져, 연쇄적으로 보험료도 올랐기 때문이다. 글로벌 보험중개사 에이온(AON)에 따르면 지난해 자연재해로 인한 세계 경제적 손실은 3800억달러에 달했고, 이 중 약 31%(1180억달러)가 보험으로 충당됐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사가 감당해야 할 손해액은 연평균 5~7%씩 늘어나는 추세”라며 “2022년 글로벌 보험업계 손해액은 지난 10년간 평균치보다 42%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아예 신규보험 가입을 받지 않는 사례도 늘었다. 미국의 대형 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은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에서 신규 주택 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테이트팜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을 앞지르는 건설 비용 증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재난 빈도, 재보험료 인상 등으로 인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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