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AI용 최신 M4 탑재’ 아이패드 프로 7세대 출시
초당 38조회 연산처리 뉴럴엔진 탑재
아이패드 시작으로 AI 생태계 구축 본격화
애플이 신형 아이패드 프로와 에어를 7일(현지시각) 출시했다. 사진은 신형 아이패드 프로./애플 제공
태블릿PC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추락하고 있는 애플이 2년 만에 ‘아이패드 프로’ 신제품을 공개했다. 새 아이패드 프로는 인공지능(AI) 기능에 최적화한 ‘M4′ 칩이 탑재된 7세대 모델이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를 시작으로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한 아이폰과 운영체제(OS)도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에 맞선 자체 AI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포석이다.
◇ M4, M2보다 GPU 속도 4배 빨라져
애플은 7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렛 루즈(Let Lose)’ 이벤트를 열고 신형 아이패드 라인업인 아이패드 프로·아이패드 에어를 발표했다.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재설계된 아이패드 프로는 M4칩을 탑재해 고성능 AI 작업 처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M4 칩은 기존 아이패드 프로에 탑재된 M2 칩의 중앙처리장치(CPU) 성능보다 1.5배 향상된 속도를 갖췄다.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경우 최대 4배 빠르다. 2세대 3나노 공정으로 제작돼 M2 칩의 절반 전력으로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특히 M4 칩은 ‘뉴럴 엔진(Neural Engine)’을 탑재해 초당 38조회에 달하는 연산 처리 성능을 갖췄다. 뉴럴 엔진은 애플이 AI 소프트웨어를 위한 신경망을 최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만든 특수 하드웨어다.
팀 밀레 애플 플랫폼 아키텍처 담당 부사장은 “뉴럴 엔진과 M4 칩은 오늘날 어떤 AI PC의 신경망처리장치(NPU)보다 강력하다”고 말했다. 조니 스루지 애플 하드웨어 기술담당 수석부사장도 “M4가 AI를 활용하는 최신 앱에 최적화된 칩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M4칩은 아이패드 프로를 독보적으로 강력한 기기의 반열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 피사체 식별해 분리하고, 연주 듣고 실시간 악보 작성
아이패드 프로는 M4 탑재를 통한 AI 기능으로 음성 내용을 곧바로 문자로 바꿔주는 실시간 자막, 영상이나 사진 속 피사체를 식별하는 시각 정보 찾아보기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또 영상편집 도구인 ‘파이널컷 프로’에서 탭 한 번으로 4K 동영상 속 배경과 피사체를 분리하는 작업도 가능하다. 악보작성 도구인 ‘스태프패드’는 피아노 연주를 듣기만 하면 실시간으로 악보를 자동 생성할 수 있다.
카메라 기능도 AI를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일례로 아이패드 프로는 AI를 바탕으로 카메라 앱에서 문서를 자동으로 인식한다. 문서 위로 그림자가 지는 경우 새로운 적응형 플래시를 사용해 즉시 이미지를 여러 장 촬영한 다음, 이를 합성해 극적으로 향상된 스캔본을 완성할 수 있다.
또 아이패드 프로는 처음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을 적용했다. 애플이 아이폰과 애플워치 외 기기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을 도입한 첫 사례다.
아이패드의 프로의 가격은 11인치는 899달러(약 122만원), 13인치는 1199달러(약 163만원)부터 시작한다. 성능을 강화한 만큼 제품 가격도 전작보다 각각 200달러(약 27만원) 올랐다.
애플이 이날 함께 공개한 신형 아이패드 에어는 11인치와 13인치로 출시되며, 모두 애플의 M2 칩을 장착했다. M2 칩은 M1 칩을 향상시킨 칩으로, M1을 장착한 아이패드 에어 대비 약 50%의 속도가 향상됐다.
제품 가격은 11인치 모델이 599달러(약 81만원)부터, 13인치 모델이 799달러(약 109만원)부터 시작하는데 전작과 동일한다. 저장용량은 128GB부터 256GB, 512GB, 1TB까지 고를 수 있다.
아이패드 프로와 에어는 이날부터 미국 등 29개 국가에서 주문할 수 있고 오는 15일부터 매장에 전시된다. 국내 출시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업계에선 새 아이패드가 애플이 다시 날개를 펴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아이폰·아이패드 등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태블릿 출하량은 총 337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 성장했는데, 애플의 태블릿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2%에서 36%로 감소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가 견조한 성장세를 구축하고, 비보와 오포도 태블릿 시장에 새롭게 진출한 영향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오늘은 아이패드가 출시된 이후 가장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 애플 아이폰·아이패드·맥북 아우르는 AI 생태계 구축
애플은 이번 신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아이폰(스마트폰), 맥북(노트북), 아이패드(태블릿PC)를 아우르는 AI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한다.
현재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 부진 등으로 실적이 악화하고, IT산업 생태계가 인공지능(AI)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는 흐름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2일 CNBC와 인터뷰에서 “생성형 AI에 대해 제품 전반에 걸쳐 큰 기회가 있다고 믿고 있다”면서 “AI와 관련해 큰 발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이번 아이패드 프로 7세대 출시에 이어 올해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16 시리즈에 생성형 AI ‘에이잭스’를 탑재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애플은 다음 달 연례행사인 WWDC(세계개발자회의) 2024에서 차세대 아이폰 운영체제 iOS18 등 소프트웨어에 탑재될 생성형 AI 기능 일부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이미 자체 LLM(초거대언어모델) ‘가우스’를 개발했다.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S24 시리즈에 처음으로 가우스를 탑재해 ‘AI 폰’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애플 입장에선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애플 에이잭스의 구체적 성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천억 개의 매개변수를 바탕으로 텍스트와 문서 요약, 검색 강화, 음성 비서 ‘시리’ 고도화 등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